천년의나무

식영정 소나무

샌. 2013. 1. 13. 11:22

 

담양에 있는 식영정(息影亭)은 조선 명종 15년(1560) 서하당(棲霞堂) 김성원(金成遠)이 장인인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석천은 이곳에서 '식영정 20영'을 지었고, 송강 정철이 자주 찾아온 곳이다. 송강이 이곳을 무대로 성산별곡(星山別曲)을 지었다. 경내에는 서하당과 석천을 주향으로 모신 성산사(星山祠)가 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식영정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적송 한 그루가 있다. 식영정에서 성산사로 내려가는 길목에 서 있는데, 우람한 자태며 쭉 뻗은 기상이 대단한 소나무다. 마치 옛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을 보는 것 같다.

 

'선비'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구체적으로 선비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걸까? 사전을 찾아보니, 학문을 닦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재물을 탐내지 않고 의리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학식 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으로 나와 있다. 이런 사전적 정의로는 선비의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기에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번에 사전을 확인하면서 선비가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걸 새롭게 알았다.

 

학문을 한다고 모두 선비가 아닐 것이다. 삶으로 행동으로 자신의 이상을 추구해 나가야 일단 선비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선비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를 한 글자로 나타내면 '청(淸)'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이나 돈, 명예에서 청빈(淸貧)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선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정철 같은 인물을 선비라고 지칭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함께 어울린 무리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식영정에 있는 이 소나무를 보면서 시류에 따르지 않고도 당당하면서 올곧게 살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되새긴다. 선비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람으로서의 격(格)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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