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1772

관악산에 오르다

아내와 관악산에 올랐다. 서울대 정문에서 시작해 4 야영장을 거쳐 연주암을 지나 사당동으로 내려오는 산길을 걸었다. 아내와 함께 이렇게 정상까지 올라가는 온전한 등산을 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전에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가장 자주 찾던 산이었다. 아마 관악산에 난 등산로의 대부분은 걸어보았을 것이다. 토요일에는 퇴근길에 관악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 관악산을 오르게 된 것이 거의 6년 만이다. 등산로 초입은전의 모습과 달라져낯이 설었다. 갈림길에서는 방향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길이 나타나고 예전 그대로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전에 비해 나무들이 크고 많아진 것 같고,주말 오후여서인지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지나갔다. 늦가을의 날씨는 마침 아주 좋았다. 땀이 적..

사진속일상 2006.11.19

남산길을 산책하다

어제 오후에는 남산길을 산책했다. 1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한옥마을을 지나 올라가면 산책로에 들어갈 수 있다. 어제는 날씨는 청명했지만 바람이 차고 세게 불었다.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좋은 때이지만 날씨 탓인지 산책하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었다. 올해 단풍은 어디에서나 선명하지 못하다. 남산 단풍도 마찬가지였다. 산책길에는 낙엽이 이러 저리 바람에 날리고 있다. 북쪽 산책길은 그늘이 져서 더욱 을씨년스럽다. 한참을 걸어가면 산 위로 오르는 계단길이 나타난다. 옛날부터 이 길은 남산으로 오르는 주통로였다. 벌써 40년 가까이 되었다. 처음 서울에 와서 남산 구경을 따라 나섰던 길도 이 길이었다. 그때는 계단이 아닌 흙길이었고, 벚꽃 만발한 길가에는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파..

사진속일상 2006.11.15

대로사의 가을

여주를 지나다가 우연히 읍내에 있는 대로사(大老祀)에 들리다. 경내의 노란 은행나무가 아름다워 잠시 발길을 돌린 것이다. ‘大老’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존칭인데, 이 대로사는 정조 3년(1779), 왕이 효종의 능인 영릉을 참배하고 여주 관아에 머물렀을 때 옛날 송시열이 능을 향해 통곡하며 후진에 북벌의 대의를 주장했다는 말을 듣고 수행한 김양행에게 사당 건립을 추진하게 하여 정조 9년에 건립한 사당이라고 한다. 그후 강한사(江漢祀)로 개칭되었고, 건물 안에는 송시열의 영정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는 이런 대로사의 내력을 적은 대로사비(大老祀碑)가 남아있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아담한 경내의 뜰에는 은행잎이 쌓여 노란 융단으로 덮여 있다. 쾌청한 늦가을의 햇살이 그 위에 부서지..

사진속일상 2006.11.12

가을이 아름다운 경복궁 돌담길

경복궁 돌담길은 이맘 때가 제일 아름답다. 가로수의 주종이 은행나무와 버즘나무인데 노란색 단풍은 지금이 한창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얼마나 청소를 열심히 하는지 보도에는 낙엽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소를 잘 하는 길일 것이다. 500m 정도 되는 이 돌담길이 내 출퇴근로로 나는 매일 걷는 행복을 만끽한다. 청와대 앞이라 경비가 삼엄해서인지 길에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끝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할 때가 흔하다. 그래서 쓸쓸한 가을 분위기를 느끼기에 이만큼 호젓한 길도 없을 성 싶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돌담길을 따라 경복궁을 한 바퀴 돌아도 좋다. 느릿느릿 걸어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매일 이 길을 다니는 나는 경비원들과 낯이 익어 눈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

사진속일상 2006.11.10

가을 나들이를 다녀오다

주말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먼저 찾아간 곳은 원주 성남리의 성황림(城隍林)이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곳이라 미리 공문을 보내 허락을 받아 놓았는데, 현장에서 이장님이 와서 문을 열어주고 안내를 해 주었다. 성황림은 성황단(서낭단)을 중심으로 조성된 숲이다. 마을 사람들은 치악산의 서낭신을 이곳에 모셔, 100여 년 동안 제사를 지내면서 이 숲을 보호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숲에는 신이 산다고 믿으며, 신이 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 이름도 신림(神林)이라 하였다고 한다. 사람들 출입을 통제하며 아름다운 자연림으로 보호된 이 숲은 현재 500년 된 전나무를 비롯해 50 종류 내외의 나무들과 다양한 초본류들이 자라고 있다. 성황림은 천연기념물 93호로 지정되어 ..

사진속일상 2006.11.06

볼록유리로 보이는 가을

어릴 때 만화경을 보며 무척 신기해 하던 기억이 난다. 작은 유리 기둥 안에서 생기는 온갖 색깔의 변화에 홀린 것이다. 그러나 그 현란한 색깔의 요술이 단지 색종이 몇 조각이 부리는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을 했다. 천변만화의 현상들 배후에 숨어있는 원리는 만화경처럼 단순하리라고 본다.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앞으로 발견될 대원리는 만화경 속의 색종이 몇 조각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복잡해 보이는 세상의 실상도 알고 나면 이렇듯 단순하고 무미건조할 것이다. 거기에 인간은 여러가지 의미를 붙이고 채색을 한다. 인간이 진실을 외면하는 이유는 맞닥뜨릴 진실이 너무 단순해서 두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을이 익어가는 풍경이 볼록유리를 통해 흐릿하게 보인다. 하나하나의 유리가 각기 하나씩의..

사진속일상 2006.11.03

선재도의 저녁

당신이 그리운 날은 길을 떠납니다. 떠나는 것은 당신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당신을 그리워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더욱 가까이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서해 바닷가에 앉았습니다.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처럼 밀물은 발밑까지 밀려와 있습니다. 바다에는 작은 섬 하나가 고요히 누워있네요. 바다 내음, 찰랑거리는 물결 소리, 그리고 눈 앞의 풍경이 편안합니다. 당신을 향한 마음도 폭풍이 아니라 이렇게 향기 머금은 미풍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꽃보다는 소박한 풀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녁 노을을 보기 위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나 연분홍 빛깔이 생기는 듯 싶더니 금방 암회색구름 뒤에 숨어버리네요. 그래도 나는 저 구름 뒤에서 당신의 웃는 얼굴을 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당신과..

사진속일상 2006.10.26

가을 색깔

가을비가 지나고난 뒤 성큼 가을이 다가왔네요. 오늘은 시선이 몇 번이나 창 밖을 향했는지 몰라요. 그 눈길따라 내 마음도 가을을 찾아 떠나요. 그리고 그리운 당신에게로.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아마 가을에는 우리들 마음도 노랗고 빨갛게 물들 거예요. 가을은 내가 좋아하는 서해바다 노을 색깔을 닮았죠. 그것은 모든 사라지는 것들이 내는 색깔이죠. 그래서 가장 아름답고 고운 색깔.... 창 밖에는 담쟁이덩굴이 외롭게 매달려 있네요. 올해는 너무 가물어서 담쟁이도 제 색깔을 못낸 채 시들고 있답니다. 그에게도 이 가을은 시련의 계절일까요? 나는 혼자서 '가을' 하고 가만히 속삭여 봅니다. 그리고 작은 것들, 사라지는 것들, 쓸쓸함, 낮아짐을 생각합니다. 가련하고 연약한 존재들을 더욱 사랑하는 것에..

사진속일상 2006.10.24

숨 막히는 서울

비 내리지 않는 가을이 계속되고 있다. 또 도시의 매연이 안개와 겹친 스모그 현상도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시야는 수백 미터를 넘지 못하고 종일 뿌연 연무에 가려져 있다. 하루를 마치면 목이 칼칼하고 따갑다. 요사이는 최악의 가을 날씨다.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 9월에 서울 지방에 내린 비의 양은 11mm, 10월은 고작 0.2mm에 불과했다. 그나마 5mm 이상 온 날은 하루도 없었다. 두 달 동안 제대로 된 비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땅은 건조해져서 밟으면 먼지가 인다. 푸른 가을 하늘을 못 본지도 오랜 것 같다. 시원한 빗소리가 그립다. 숨 막히고 답답한 것이 꼭 매연 뿐이겠는가. 어제는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과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정이 넘도록 토론했다. 술과 담..

사진속일상 2006.10.20

덕수궁을 산책하다

비 없는 가을이 계속되고 있다. 사무실 벽을 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제대로 붉은 단풍을 뽐내지도 못하고 말라죽어가고 있다. 대기도 건조해서 바람이 부는 날이면 모래 먼지가 운동장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런데 어제는 모처럼 맑고 파란 가을 하늘이 나타났다. 창 밖 풍경이 문득 야외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들길을 걷고 싶었다. 조금 일찍 자리를 떠서 덕수궁을 찾았다. 문 하나만 들어서면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가을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한가로이 경내를 거닐고 있었다. 사람들 표정에서는 가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이 배어 있으면서도 뭔가 원숙하고 내성적인 분위기가 고궁과 잘 어울렸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느릿느릿 산책을 하기도 했다. ..

사진속일상 2006.10.13

2006 추석

올 추석은 8일 동안의 휴일이 주어졌다. 2일과 4일의 징검다리 근무일이 모두 재량휴업일로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주와 영주의 처가와 고향집을 모두 다녀올 수 있었다. 어머님을 찾아뵙고 형제 친척들을 만나는 것이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힘들어지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다. 긴 거리를 오랜 시간 움직여야하는 몸의 피곤보다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또 병약한 모습의 어른들을 뵙게 되는 정신적 피로함이 훨씬 더하다. 이번 길에도 처가 쪽에서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는 큰어머님과, 본가 쪽에서는 암투병중이신 이모부님을 병원으로 찾아뵈었다. 종이처럼 얇고 창백한 모습에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특히 치매 요양원에 계신 노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나고 병들고 죽는 것이 생명을 가진 존재의 운명이..

사진속일상 2006.10.07

산책길의 동방신기

어제 저녁에는 아내와 같이 산책을 나갔다. 한강변의 늘 걷던 길을 벗어나 광진교를 건너 잠실 쪽으로 갔다. 가을 강바람은 시원했고, 서울의 야경 또한 볼만했다. 강북 쪽 강변에는 그런 여유 공간이 없지만, 강남 쪽 둔치는 자리가 넓어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앉아 가을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젊은이들은 무엇을 축하하는지 작은 불꽃을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우리도 강가에 앉아 조금은 소란한 그런 풍경을 재미있게 구경했다. 잠실교를 건너 돌아오려다가 좀더 걸어 내려갔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으니 아마 10km 정도는 걸었지 않았나 싶다. 아내가 발이 아프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종합운동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운동장 안에서 무슨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지 안에는 여학생들의 환호성과 빛과 ..

사진속일상 2006.10.01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외롭지 않은 때가 언제 있었으랴. 그러나 가을이 되면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느껴지면 이 정체모를 괴물은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나를 에워싼다. 가을이 되면 어디엔가 숨어있던 외로움이 아픈 생채기를 만들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는개에 젖어들 듯 마음은 외로움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특정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다. 가을의 외로움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숙명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인 것이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시고, 갈대숲도 도요새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가을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은 영혼의 갈증이다. 인간..

사진속일상 2006.09.27

아침의 비틀기

두 번의 자명종이 울리고서야 잠에서 깬다. 아이도 아직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비틀비틀 화장실로 들어간다. 참 이상하다! 이런 규칙은 누가 만들었을까? 아침의 태양과 인사를 나눌 시간은 누가 빼앗아갔는가? 좀 늦게 일어나고, 게으름을 부리면 안 되는 걸까? 그러나 아이는 이런 일상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시간에 맞추어, 종소리에 맞추어 생활해야 된다는 순치된 습관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주범은 역시 학교다. 지각하면 혼이 나고, 결석이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개근상이 최고로 가치 있다고 배웠다. 그렇게 해서 산업사회의 길들여진 노동자로 자라났다. 기계에게나 어울릴 법한 그런..

사진속일상 2006.09.21

치과는 싫어

한 달째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차거나 더운 물이 닿으면 윗 어금니가 시큰거려서 병원에 갔더니 충치라고 했다. 그래서 신경치료를 하고 이를 금으로 씌었다. 이왕 간 길에 예전에 아말감으로 때운 이들 중 많이 상한 두 개는 아말감을 뜯어내고 다시 금으로 때웠다. 마지막 스케일링 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치과 치료는 정말 힘들고 싫다. 벌린 입으로 들락날락하는 금속성 기구들의 차가움, 뼈를 깎아내는 소름 돋는 소리, 목구멍에 고이는 탁한 액체, 가끔씩 찌르는 듯한 통증,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주사 맞는 것과 치과가 제일 무서운 것은 아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신경치료를 하고 금으로 씌운 이에 문제가 생겼다. 다음 날부터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오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

사진속일상 2006.09.16

가을 아침

가을이 되면 내 몸에서는 우울호르몬이 마구 솟아나기 시작한다. 첫서리를 맞은 풀처럼 몸과 마음이 생기를 잃고 무기력의 늪에 빠진다. 세상은 나를 등지고 돌아앉았고 나는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에 시달린다. 가을이 갑자기 찾아오듯 이런 느낌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덮친다. 삶은 무미건조해지고 살 맛을 잃는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런 현상은 남성 갱년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도 같다. 나에게 가을은 무척 힘든 계절이다. 외롭고 쓸쓸하다. 이것은 사람을 만나거나 재미있는 일에 집중하더라도 해결될 병이 아니다.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나 자신은 견딜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를 둘러싼 음의 기운이 옆에 있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나에게도 괴롭..

사진속일상 2006.09.13

당나귀가 나는 좋아

가을이 큰 걸음으로 한 발자국 성큼 다가왔다. 맑고 상쾌한 가을이 열렸다. 오후에는 아내와 같이 어린이대공원을 산책했다. 아내는 지난 한 달 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다. 여러 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뚜렷한 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몸 상태를 확인해 볼 겸 가까운 공원으로 나가 본 것이다. 다행히 허리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간 집에서 쉬기만 한 탓으로 한 시간여의 걸음에도 쉽게 지쳤다. 두 주일 전에 갔을 때 대공원 정문 가까이 있는 연못에 부레옥잠이 환하게 피어 있었는데 다시 보러 찾아갔더니 벌써 꽃은 다 저버렸다. 공원 안은 좋은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왠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도 한 ..

사진속일상 2006.09.11

스물다섯 송이 장미

사람이 평균 수명을 산다고 할 때 부부가 같이 살 수 있는 기간은 대략 50년이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결혼 50주년이 되는 때를 금혼식으로 축하하고, 그 반이 되는 25년은 은혼식으로 해서 축하한다. 비록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50과 25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임에 분명하다. 아내에게 줄 목걸이 선물을 인터넷으로 고르다가 옆에 있는 동료에게 들통이 나 버렸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멋진 남자로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선택하기도 어려운데다 배달 기간이 맞지 않아 결국 헤매기만 하다가 포기했다. 선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지라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내에게 같이 나가서 골라 보자고 했더니 목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목걸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사진속일상 2006.09.08

작아 10년 전시회

‘작아’(작은 것이 아름답다) 창간 10년을 기념해서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작아’는 녹색평론과 함께 내가 정기 구독하는 잡지다. 이 잡지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어제 친구와 같이 갤러리 ‘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를 다녀왔다. 남산 아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갤러리도 소박해서 좋았고, 조촐하지만 정성들여 준비한 전시회도 가족적인 자축 분위기로 가득해 아주 좋았다. 실내 전시장에는 작아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의 사진이나 그림, 글씨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바깥 뜰에는 환경 도서들과 오래된 느티나무를 이용한 환경사랑 마당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거기서 야마오 산세이의 책을 한 권 샀다. 특히 반갑게 맞이하고 안내해 준 작아 일꾼들이 고마웠고, 그분들이 전부터 아는 사이인 양 아주 친근하..

사진속일상 2006.09.06

올 8월의 기후 특성

금년 8월 날씨에 대한 기상청 발표가 나왔다. 사람들이 느낀 대로 올 8월은 1973년 종합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두 번째로 더운 날씨였다고 한다. 다음은 오늘 발표된 기상청의 공식브리핑 내용이다. 자료를 보니 올 8월은 유별나게 더웠고 비가 적었던 달이었다. 1. 기상청에서 전국 60개 관측지점을 대상으로 1973년 이후 8월 월평균기온과 월강수량, 강수일수를 분석한 결과, 금년 8월 전국 평균기온은 26.5도로 1994년(26.6도) 이래 가장 더웠음. 월강수량은 127.4mm로 1973년 이래 5번째로 적었고, 강수일수도 10.5일로 10번째로 적었음. 2. 목포(28.0도), 합천(27.4도), 부안(27.3도) 등 9개 지점은 창설 이래 월평균기온 최고값을 경신하였음. 특히 1904년에 창..

사진속일상 2006.09.01

기대하지 않기

요사이는 비도 사납게 내린다. 국지성 집중호우라 부르는데 짧은 시간에 엄청 퍼붓고는 씻은 듯 사라진다. 꼭 게릴라의 행동을 닮았다. 어제 밤에도 천둥 번개가 치면서 쏟아져 몇 번을 잠을 깨었다. 낮이 되니 가끔 이슬비가 내리면서 밤처럼 요란을 떨리지 않는다. 비가 내린 뒤의 흐린 날은 산책하기에 좋다. 도시의 탁한 공기도 정화되었고, 여름 햇빛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으로 나갔다가 다시 시내로 들어가 도시 길을 걸어본다. 자동차 소음만 무시할 수 있다면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도로를 따라 걷기도 하고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서민들이 사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굳이 무엇을 본다거나 어디로 가야하는 목표는 없다. 그저 발길 가는대로 몸과 마음을 맡기고 몇..

사진속일상 2006.08.27

妻城子獄

집안이 답답해서 밖으로 나갔다. 힌두교에서는나이 오십이 넘으면 임서기(林棲期)라고 해서 처자를 떠나 숲속에서종교적 명상을 하며 산다고 한다. 처자 부양을 벗어난 남자에게 허용된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집안의 굴레에 갇혀 마누라 엉덩이나 만지고 아이들 재롱이나 보면서 지내서는 큰 공부나 깨달음은 불가능하다. 석가가 그랬고, 예수가 그랬다. 그래서승려들이나 성직자들, 수도자들이 독신을 고수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가정과 수도 생활을 동시에 이루어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꼭 수도 생활에만 국한시킬 필요없이 살다 보면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을지라도 가족의 반대나 생계에 매여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을남자에게만 국한시킬 필요는 없고, 여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자 입장..

사진속일상 2006.08.21

무지개를 보다

저녁 산책길에 무지개를 보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한강에 나갔을 때였다. 무지개를 본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 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만큼 하늘을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는 뜻일 것이다.도시 속의삶이란철저히 자연과 차단되어 있다. 빌딩 숲에 가려 하늘 조차 손바닥만하게 작아져 있다. '도시가 더 자연적입니다' - 이런 광고 카피를 보고 실소한 적이 있지만 그렇게라고 자위해야 이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은 한강이 있어 그나마 살아있다. 오늘 저녁은 멀리서 다가오는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서늘한 바람에 더위도 가시고 가을 하늘처럼 맑고 넓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많은 시민들이 강변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잠실지구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소..

사진속일상 2006.08.20

뒷산으로 피하다

집 앞에서 도로의 경계석을 바꾸고 다시 포장을 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중장비의 소음과 먼지로 이 한여름에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의미있게 생각되는 작업이라면 어떤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만, 도대체 안 했으면 더 나을 것 같기에 스트레스가 더하다. 아직 멀쩡한 시멘트 경계석이고 포장 상태도 깨끗한데 무엇 때문에 화강암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도시에서 시행되는공사들 중 이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미관을 위해서 엄청난 낭비를 하는 셈이다. 아니면 이런 사업이라도 벌려야 경기가 활성화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 유지되는 경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대규모로 에너지 소비를 하면서 살아갈 ..

사진속일상 2006.08.02

긴 장마가 끝나다

유난히 길고도 비가 많았던 2006년의 장마가 끝나가고 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지방의 올해 장마기간 강수량은27일 기준으로 960 mm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최고치는 1966년의 1032 mm인데 오늘까지 내린 비를 더하면 역대 최고 기록으로될 수도 있다. 장마일수 역시 6월 14일에 시작되었으니 오늘까지 잡는다면 46일로 역대 5위의 기록에 해당된다. 그만큼 올 장마는 유별했다. 전국적으로 평균 700 mm 가까운 비가 내렸는데 특히 중부지방이 더했다. 최종 통계가 나온다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올 초여름은 국민들이 빗속에서 지낸 셈이다. 서울지방은 7월달에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4일밖에 되지 않았다. 기상청 보도자료를 보면 금년 장마가 평년보다 2주 정도 길고 강우량도 2배나 되는..

사진속일상 2006.07.29

철이 덜 든 50대

사무실 책상 위에 있는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보고 지나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 화면이 마음에 드세요?" "의외입니다." "아니, 당신한테 이런 면이 있다니."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이답게 놀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가냘픈 소녀가 빨간 우산을 쓰고 있는 바탕화면이 영 내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이 화면은 여러 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고른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속에는 소녀적인 취향이 숨어있음에 틀림없다. 여리고 감성적인 여성성 또한 나를 이루는 한 구성 요소인 것이다. 나 자신도 내 속에 들어있는 나를 알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리고 재미있어 하며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요."

사진속일상 2006.07.27

폭우가 쏟아지다

※ 중부지방에 폭우를 쏟은비구름의 위성사진 그저께부터 어제까지 중부지방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300 mm 이상의 비가 내렸고,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500 mm가 넘는 곳도 있었다.일 년동안 내릴 비의 거의 반 가까이가 이틀 동안에 쏟아진 것이다. 중부지방에 걸친 장마전선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바람에 오랜 기간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시간당 100 mm에 달하기도 하는 집중호우여서 피해가 컸다. 이번 비로 사망자가 50 명 가까이에 달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영동고속도로는 절반 가량이 불통되다가 근 40 시간 만인 오늘 새벽에야 통행이 재개되었다. 여러 하천들이 범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물은 무섭다. 특히 요사이 기상은 게릴라성 집중호우라 불리는 좁은 지역..

사진속일상 2006.07.17

한 여인의 죽음

장맛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한 여인의 죽음이 내 마음을 아프고 무겁게 짓누른다. 새만금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계화도 어민 류기화 님이 불의의 사고로 별세했다는 소식 때문이다.갯벌의 그레질로 생계를 이어오던 님은 여느 때처럼 백합을 잡기 위해 갯벌에 나갔다가 깊은 곳에 빠져 변을 당했다고 한다. 님에 대해서는 새만금 반대운동이 한창일 때 어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 프로그램 제목이 '새만금의 여전사'였다고 기억하는데, 야성적인 모습으로 새만금 반대운동에 앞정서는 모습을 감명 깊게 보았다. 동시에 방관자로 남아있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었다. 새만금 방조제 둑이 완성되면서 바다 물길이 달라지고 군데군데 뻘이 생겨, 님은 이같은 뻘에 빠져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사진속일상 2006.07.15

장맛비가 쏟아지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장맛비가 쏟아진다.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서울 지방에는 시간당 최고 40 mm의 비가 내려 총 250 mm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에 집중되었는데, 고양에는 한때 시간당 100 mm에 달하는 비가 퍼부어 몇 시간 동안에 총 300 mm 이상 내렸다. 지하철역이 침수되어 3 호선 지하철이 불통되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비가내리는 날이면 물에 취약한 터가 늘 걱정이 된다. 내 염려 여부와 관계없이 내릴 비는 내릴 테고, 피해 하나라도 줄이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것이 거기에 매달려 불안하기만 하다. 좁은 땅이지만 자연 재해는 우신(雨神)이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 쌍곡선을 그리게 된다. 오늘은 대규모 FTA 반대 집회가 이곳 광화문을 중심으로 예정..

사진속일상 2006.07.12

태풍이 지나간 아침

제 3호 태풍 에위니아(EWINIAR)가 어제 낮에 한반도에 상륙해서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밤 10시에 홍천 부근에서 소멸하였다. 지난 7월 1일에 괌 남서쪽 1000 km 해상에서 발생한 뒤 10 일간의 일생을 마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로는 세력이 급속히 약화되어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이번 태풍의 특징은 비구름이 한쪽으로 심하게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어제 저녁 5시에 찍은 아래 비구름 사진을 보면 태풍의 중심은 충청남도 서천 부근에 있는데, 비구름은 동해안을 따라서만 활 모양으로 발달되어 있다. 태풍 중심이 서쪽 지방을 지나갔지만 경상도나 강원도 지역을 제외하고는태풍이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였다. 이곳 서울에서도 밤에는 태풍 중심이 100 km이내로 접근했건만 비..

사진속일상 200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