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1714

손주와 여름휴가

방학을 맞은 손주와 전주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으로 벗어난 가족 휴가였다. 아직 조심스러워 사람으로 북적이는 데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했다. 첫째 날은 전주로 내려가는 길에 춘장대해수욕장에 들렀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안 되서인지 넓은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춘장대는 주차장이나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인지도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 반면에 인근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머드축제로 인산인해라는 보도다. 처음에는 멈칫하다가 손주는 곧 물에 뛰어들었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 둘째 날 오전에는 덕진공원으로 연꽃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공사 중이더니 호수 가운데의 연화정 건물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변해 있었다. 연꽃도 만개중이었다. 오후에 손주..

사진속일상 2022.07.29

동네 산책 한 시간

막바지 장마가 며칠간 소강상태다. 잔뜩 흐린 날씨지만 센 비는 내리지 않는다. 가끔 먹구름이 지나가며 몇 방울 후드득 떨어지는 정도다. 낮시간에 동네를 한 시간 정도 산책했다. 뒷산에 가는 것은 성가신 산모기들 때문에 꺼려진다. 동네길에서도 집요하게 달라붙는 모기 때문에 연신 손수건을 휘둘러야 했다. 모기는 느긋하게 산책하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얄미운 여름 모기다. 동네 뒤에 가면 산그리메도 볼 수 있다. 태화산까지 여러 봉우리가 겹쳐 보인다. 집 부근 두 군데에서는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돌아오는 길에 텃밭에 들러 토마토를 따가지고 왔다. 올해는 토마토를 사 먹지 않아도 된다. 매일 서너 개씩 수확이 나오니 항상 싱싱한 토마토를 먹는다. 다만 빨간 토마토는 새들이 쪼아 먹어서 완숙이 되기 전에..

사진속일상 2022.07.20

고향에서 3박4일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가서 나흘을 머물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장마철이라 하늘은 잔뜩 흐렸다. 단양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죽령을 지나는 국도를 오랜만에 탔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죽령터널이 뚫린 뒤로는 거의 다닐 일이 없는 죽령길이었다. 이렇게 우회하는 것은 마음을 달래고자 해서였다. 죽령을 넘어서 희방폭포에도 들렀다. 희방계곡은 어릴 적 가족의 여름 피서지였다. 다섯 남매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일 년에 한 번뿐인 소풍날이었다. 50여 년이 지나 그 자리에 서니 이런저런 상념이 찾아와 어지러웠다. 어머니의 들깨 심는 일을 도우러 내려왔지만 일은 이미 끝나 있었다. 어머니는 부지런하기로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분이다. 아흔둘 연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 ..

사진속일상 2022.07.16

텃밭이 주는 선물

아침 식탁은 텃밭이 주는 선물로 가득하다. 일찍 일어난 아내가 - 그래도 7시가 넘어서지만 - 텃밭에 나가 푸성귀를 거둬 온다. 오늘은 고추, 가지, 호박, 호박잎, 토마토를 따 왔다. 미리 캔 감자와 아욱으로 끓인 국도 있다. 100% 텃밭에서 난 반찬이다. 바로 뜯어온 야채의 싱싱함이란 시장에서 사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입맛이 저절로 돋는다. 식탁에 올린 것은 싹 다 비운다. 남은 토마토와 감자는 오가면서 하나씩 집어먹으면 된다. 이런 게 소확행일 거다. 표현은 못 하지만 매일 한두 번씩은 꼭 텃밭에 들리는 아내에게 고맙다. 가꾸고 수확하는 재미를 나는 짐작만 할 뿐이다. 텃밭 일을 도와달라고 할 때 더는 투덜대지 말아야겠다.

사진속일상 2022.07.11

바둑과 당구로 놀다

서울에 나가 오후 시간을 바둑과 당구로 놀았다. 기원 바둑은 3년 만, 당구는 5개월 만이었다. 길게 뜸했던 것은 코로나가 주원인이지만 다른 사연도 있었다. '勝固欣然 敗亦可喜' - 바둑 친구를 기다리면서 기원 벽에 걸린 글씨를 오래 바라보았다. 소동파의 '관기(觀棋)'라는 시에 나오는 문구인데 '이기면 응당 즐겁지만 져도 또한 기쁜 일이다'라는 뜻이겠다. 인생은 한 판의 바둑과 같다는 말이 있다. 바둑을 대하는 태도는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저런 마음가짐이라면 한탄하거나 서러워할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오랜만의 바둑과 당구였지만 즐거운 줄은 모르겠다. 집에서 혼자서 노는 버릇이 되어선지 사람 북적이는 곳에 있는 게 피곤하다. 별 영양가치 없는 말을 들어줘야 하고 또 그런 말을 만들어내야..

사진속일상 2022.07.08

횡성에 다녀오다

H가 소개해 준 집을 보기 위해 아내와 횡성에 다녀오다. 전원의 삶에 대한 꿈은 내면에 잠복하고 있다가 계기가 되면 활활 불타 오른다. 사그라지다가 바람을 만나서 살아나는 불꽃과 같다. 식겁을 한 쓰라린 경험이 있건만 전원에 대한 로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터는 괜찮은데 주택은 미비한 점이 있었다. 전세를 얻어 주말 전원주택 개념으로 쓸 수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집이었다. 횡성을 오가면서 이젠 큰 판을 벌이기에는 내 나이도 한계에 이른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양평에서 새 집을 짓고 있는 지인에게 들렀다. 시골길에서는 멋진 전원주택들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저런 집을 갖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람살이의 행불행이 단지 집으로 결정되는 것은 ..

사진속일상 2022.07.04

탁구를 재개하다

탁구를 마지막으로 친 게 2019년 12월이었다. 그 뒤로는 코로나 때문에 탁구장에서 모일 수가 없었다. 꼭 2년 반 만에 탁구 모임이 재개되었다. 오랜만에 서울로 향하는 길이 설렜다. 장맛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열린 날이었다. 다들 2년 넘게 지나서 탁구 라켓을 잡았지만 곧 예전 실력이 나왔다. 운동 리듬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오전에 탁구를 치고 점심은 메밀국수를 먹고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햇빛이 눈부셨지만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된 날씨였다. 운동으로 땀을 흘리니 몸에 생기가 돈다. 오늘 만난 회원들한테서 사람들 만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충고를 들었다. 동네 탁구장에라도 등록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탁구 모임이 ..

사진속일상 2022.07.01

후배 집에 오가는 길

도시에 본 집을 두고 교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럽다. 후배 H가 그런 사람이다. 본인이 하는 일에 딱 맞는 전원주택을 양평에 갖고 있다. 약속 시간이 어긋나는 바람에 오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다. 집에서는 성당 반 모임이 있어서 일찍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덕분에 팔당호를 따라 난 342번 도로를 돌며 장맛비 속 드라이브를 즐겼다. 수청(水靑)나루터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팔당댐이 생겨 수몰되기 전 강 건너편은 넓은 백사장과 갈대밭이 있었고, 수청나루터 부근은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져 경치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갈수기 때는 강을 걸어서 건너기도 했다니, 물이 가득 차서 호수가 된 지금은 옛날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기 힘들다. 안내문에는 수청리에 있는 예쁜 지명들이 ..

사진속일상 2022.06.30

3년 만의 모임

코로나로 못 만난지 3년 만에 한강회 모임을 송추에서 가졌다. 북한산 둘레길에 들어섰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하여 잠깐만 걷다가 돌아섰다. 등산로 입구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렸다며 입산 통제 입간판이 세워졌다. 사람은 처음과 마지막을 각별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첫 발령을 받은 직장과 마지막에 명퇴를 한 직장에 유독 애정이 간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처음은 처음이라서, 끝은 끝이라서 그렇다. 한강회는 내 마지막 직장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이다. 넷 중에 셋은 코로나를 피했고, 한 사람은 두 차례나 걸렸다고 한다. 그나마 쉽게 지나갔다니 다행이다. 점심 식사 후에 카페에 들렀는데 넓은 실내가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나는 자꾸만 움츠러들었는데 이젠 코로나를 아무도..

사진속일상 2022.06.23

녹음 속을 걷다

사람의 감정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상태는 완연히 다르다. 특히 비라도 오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멜랑콜리해진다. 당기는 음식이 달라지면서 소화 기능도 연동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 며칠간은 날씨에 따라 희비의 진동폭이 컸다. 흐렸다 개였다를 반복하는 날, 뒷산에 올라 짙은 녹음 속을 걸었다. 습도가 높아 땀을 상당히 흘렸다. 그래도 바람이 시원했고 고개를 들면 환한 녹색의 나뭇잎이 살랑이며 반겼다. 뒷산의 털중나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피어났다. 청딱다구리 암수 한 쌍이 열심히 모이를 찾고 있다. 청딱다구리는 개미를 잘 잡아먹는다는데 소문대로 땅을 열심히 쪼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나를 별로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이번에는 영상 위주로 뒷산을 기록해 봤다. 재미는 ..

사진속일상 2022.06.18

비 온 뒤 텃밭

그동안 가뭄이 길었다. 텃밭 작물의 잎 끝이 노랗게 변하면서 말라갔다. 페트병에 물을 담아 몇 차례 날랐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소꿉장난 텃밭이지만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번에 내린 비는 말 그대로 단비였다. 한자로는 '감우(甘雨)', 영어로는 'welcome rain'이다. 밭은 생기가 확 살아난 듯했다. 아내와 밭에 나가 즐겁게 몸을 놀렸다. 내 몫은 고랑에 난 풀을 뽑아주는 일이다. 가물어서 수확물이 시원찮지만 그래도 몇 가지를 거두어 왔다. 감자와 콩은 한 끼 먹을 정도만 가져와 저녁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다. 아삭, 하고 씹히는 금방 따온 싱싱한 오이도 달았다. 저녁 식탁은 텃밭에서 얻은 푸성귀로만 차려졌다.

사진속일상 2022.06.17

바람 좋은 날에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늘도 맑고 파랗다. 이런 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날씨의 유혹에 저항할 수가 없다. 작은 배낭을 메고 가벼운 걷기에 나선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는 기초 공사가 끝나고 1층이 올라가고 있다. 산길로 들어선다. 이쁜 산길이어서 뒤돌아 다시 갔다가 온다. 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해가 다르게 변한다. 모두가 근래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이다. 내가 이사왔을 때 전부 공터였던 곳이다. 집을 저렇게 지어대는데도 집이 모자란다고 난리다. 세상 일은 참 불가사의하다. 산에서 내려와 경안천으로 향한다. 천 건너편의 아파트 역시 신축된 단지다. 이젠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 일생은 우리 국토가 아파트로 뒤덮이는 걸 ..

사진속일상 2022.06.14

무주 모임

무주에서 장모님의 구순 기념을 겸해 처갓집 형제들이 모였다. 불가피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두 가족이 빠져 단출해진 모임이 되었다. 숙소는 무주리조트 내 진달래동이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1,520m)에 올랐다. 걸음이 되는 사람은 내친김에 향적봉으로 향했다.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1,614m)은 설천봉에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고산지대 날씨는 먹구름이 몰려왔다가 햇볕이 났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원래는 나 혼자 덕유산 등산을 하려고 했으나 궂은 날씨 예보 때문에 포기했다. 막상 비는 오후가 되어서야 내렸으니 일찍 나섰으면 지장이 없을 뻔했다. 향적봉에는 여러 꽃들이 있었지만 그중 함박꽃이 제일 눈에 띄었다. 오래된 주목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오후에는 무..

사진속일상 2022.06.11

하늘 좋은 날에

하늘 좋은 날이었다. 원래는 등산을 계획했지만 맘껏 하늘을 보고 싶어 시야가 넓게 트이는 물안개공원에 갔다. 청화한 초여름이 눈부셨다. 누가 말해줬지~ "비 좀 맞으면 어때. 햇볕에 옷 말리면 되지. 살아가는 게 슬프면 어때. 눈물 좀 흘리면 되지." 살다 보면 활짝 개이기도 하는 것을, 저 하늘처럼. 그때는 다 잊은 듯 껄껄 웃어주면 되는 것을. 넓은 물안개공원은 기이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Que Sera Sera!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든해졌다. 건너편은 두물머리다. 당겨보니 두물머리 느티나무 주변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저쪽은 볼거리 놀거리가 많겠지만 난 심심한 이쪽이 좋다. 근심 걱정은 어디서 오는가? 세상살이가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 아무리 선한 바람..

사진속일상 2022.06.07

초여름 백마산

여름 산행의 방해꾼은 산모기와 날벌레들이다. 이놈들이 따라붙으면 여간 성가시지 않다. 몇 해 전 여름에 백마산에 갔다가 너무 심하게 달려들어서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집 주변에 있는 산 중에서는 유독 백마산이 제일 심하다. 이번에는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고 산에 들었다.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을 할 때는 악명 높은 샌드플라이를 막느라 얼굴 방충망을 가지고 갔다. 실제로 현지에서 효과를 톡톡이 봤다. 우리나라 여름 산은 방충망을 덮어쓸 정도까지는 아니다. 써 보면 생각보다 많이 답답하다. 이번에 사용한 모기 기피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모기는 많이 막아주는 것 같은데 날벌레는 여전했다. 얼굴 앞에 안개처럼 모여 있다가 가미가제 특공대 마냥 눈으로 돌진해 왔다. 대여섯 마리가 눈 속으..

사진속일상 2022.06.03

5월 끝날에 뒷산 한 바퀴

5월 끝날에 뒷산 한 바퀴를 돌았다. 맑고 바람 선선한 날이었다. "좋다!" 산길을 걸을 때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다. 어제저녁에는 남파랑 걷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중학 동기 S,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고 온 지인 G와 통화를 했다. 둘 다 대단한 체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존경스러운 마음에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나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다. 지금의 뒷산길에서는 S도 G도 부럽지 않다. 성취감이 없는 자족이 오히려 더 풍요롭다.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숲의 향기를 전해주고, 옆에 찾아온 새가 노래를 불러준다. 내 마음도 봄의 숲만큼 부풀어 오른다. 머리 위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새를 겨우 찾았다. 나무와 같은 보호색이어서 움직이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것이다. 확실하진 않으나..

사진속일상 2022.06.01

경안천 으악새

경안천에 나가면 백로와 왜가리는 꼭 만난다. 왜가리보다는 백로가 두세 배는 더 자주 눈에 띈다. 백로 중에서는 쇠백로가 제일 많다. 백로나 왜가리는 몸집이 큰 데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아 사진 찍기에 좋다. 어제 만난 왜가리는 한참 사진 모델이 되어 주더니 내가 조금씩 접근하자 귀찮다는 듯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라는 유행가가 있다. 여기서 '으악새'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새가 아니라 억새라는 해석이 유력했는데 작사자가 남긴 말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왜가리로 보는 게 통설이다. 작사자인 박영호 씨가 어느 날 뒷산에 올라갔는데 멀리서 "으악 으악" 하는 새 소리가 들리길래 그냥 으악새라고 부르면서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런 소리를 내며 우는 새는 왜가리..

사진속일상 2022.05.31

설봉공원 산책

J 수녀님을 만나러 이천에 간 길에 한 시간 정도 짬이 나서 설봉공원을 한 바퀴 산책했다. 설봉공원은 갈 때마다 더 예뻐진다. 5월의 설봉공원에는 수련과 더불어 화사한 봄꽃들이 많았다. 작년에 만든 인공폭포도 있다. 공원 전체에 야간 조명 시설이 보이는 걸로 봐서 밤의 설봉공원도 아름다울 것 같다. 폭포 앞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행히 어지럼증은 열흘 정도 지나니 진정되었다. 아직 머리가 완전히 맑아지지는 않았으나 이만하면 빨리 회복된 셈이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가벼운 나들이였을 텐데 이젠 쉽게 지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하물며 나는 장사도 아니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사진속일상 2022.05.27

비 온 뒤 검단산

봄 가뭄 속에서 어젯밤에 단비가 내렸다. 작은 텃밭 하나 있는데도 이렇듯 비가 반가운데,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이 반가운 비였을 것이다. 덕분에 대기도 깨끗해졌다. 집에서 가까운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올랐다. 검단산에서는 윗배알미 계곡이 제일 크다. 어제 내린 비로 졸졸 물소리가 들렸다. 이곳에서 오르는 산길은 급한 데 없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길에 떨어진 꽃을 보고 쪽동백나무가 있음을 안다. 올라가면서 다섯 사람을 추월했다. 요사이는 늘 추월당하는 처지지만 오늘은 달랐다. 워낙 느리게 걷는 사람 때문임에도 괜히 뿌듯했다. 사람한테는 남을 앞서려는 기본 욕구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심하게 나타날 때가 도로 위에서 운전할 때다.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경쟁 사회의 슬로건이 우리 무의식에 깊이 ..

사진속일상 2022.05.26

도락산에 오르다

충북 단양에 있는 도락산(道樂山, 965m)은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산이다. 마침 트레커에서 산행을 한다기에 동행했다. 트레커와는 3년 만의 산행이었다. 도락산이라는 이름에서는 우선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떠오른다. 물질을 탐하면 도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예수님도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 조금은 숙연한 마음으로 도락산에 들었다. 상선암에서 출발했는데 도의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말해주듯 길은 급경사의 오르막이었다. 10분 이상을 걷지 못하고 쉬어야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도락산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도락산이 끌린 건 소나무 때문이었다. 암반 지대에 뿌리를 내리..

사진속일상 2022.05.22

속초, 춘천 여행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약속된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다녀온 여행이었다. 1박 2일 중 첫째 날은 춘천, 둘째 날은 속초를 계획했으나 중부 영서 지방은 날이 궂어서 바로 속초로 직행했다. 처제네가 동행했다. 처음 들린 곳은 영랑호였다. 울산바위 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갔다. 부교로 된 영랑호수윗길을 건너 호수를 반 바퀴 돌았다. 멀리 설악산과 깨끗한 호수, 그리고 속초 시내가 잘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영랑호의 동쪽 데크길은 새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한쪽에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반 바퀴를 돌고 왔더니 하늘은 말끔하게 개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부교는 잘 만들어놓은 것 같다. 환경 단체가 부교 설치를 반대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혹 철새의 도래에 악영향을 주는지는..

사진속일상 2022.05.20

풍성해지는 텃밭

열흘 전부터 텃밭에서 나는 상추와 부추를 먹고 있다. 먹고 싶을 때면 슬리퍼를 신은 채로 나가 뜯어올 수 있으니 너무나 고마운 텃밭이다. 시장에서 사 먹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다. 좀 더 지나면 이웃에 나누어주면서 먹어도 남는 풍성한 채소를 생산해 줄 것이다. 상추, 부추, 오이, 호박, 감자, 고구마, 옥수수, 시금치, 토마토, 생강, 겨자, 참외, 애플수박, 대파, 고추 네 종류(일반, 청량, 가지, 당뇨), 강낭콩 세 종류. 올해 심은 작물이다. 이번에 나가서는 고추와 토마토에 지지대를 세워주고 고랑의 잡초를 뽑았다. 작년보다 내 노동량이 늘고 있다. 작년에는 아내에게 일임했지만 올해는 가능한 한 힘을 보태려 한다. 잡초를 뽑을 때는 땅이 말라선지 흙먼지가 일었다. 어릴 때 흙을 만지며 놀던 생각이..

사진속일상 2022.05.17

정평천 산책

둘째 집에 간 길에 이른 저녁을 먹고 가까운 정평천을 산책하다. 정평천(亭坪川)은 용인시 수지구를 지나는 약 5km 길이의 작은 하천이다. 성복천, 탄천과 합류하여 한강으로 흘러간다. 하천 옆으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나 있는데, 다른 하천에 비해서는 옹색한 편이다. 그래도 도시를 지나는 이 작은 하천의 가치는 값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사는 곳에서 이만큼만 벗어나도 풍경의 낯섦이 살짝 긴장하게 만든다. 어디를 가나 아파트와 상가, 비슷한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어긋남이 있다. 처음 만나는 것이라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게 보인다. 길 끝에 가면 어떤 풍경이 있을지 기대도 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이런 낯선 경험을 하기 위해선지 모른다. 외국이라면 더욱 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행 정보가 범람..

사진속일상 2022.05.15

북한산 숨은벽

북한산 숨은벽은 오래전부터 가 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드디어 오르게 되었다. 날씨 좋은 봄날이었다. 고양시 효자동에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밤골공원 지킴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숨은벽능선을 타고 올라가 숨은벽 아래까지 간 다음 밤골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순환 코스였다. 그런데 초입부에서 엉뚱하게 계곡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역으로 돌게 되었다. 30분 정도 올라가다가 알아챘으니 되돌릴 수도 없었다. 계곡 따라 올라가는 게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능선을 타고 숨은벽으로 접근한다. 계곡길은 그늘 지고 사람 없어서 말 그대로 유산(遊山)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계곡은 가물어서 물이 말랐다. 지도에 '숨은폭포'라고 나와 있다. 묘하게 생긴 나무가 눈길을 끈다. 철쭉은 한창을 지나서 지고 있다...

사진속일상 2022.05.10

넉 달만에 어머니를 찾아뵙다

코로나 일 확진자 수가 여러 달째 수십만 명대를 기록하며 발을 묶었다. 노모를 찾아보려고 해도 혹시 감염을 시킬까 불안해서 가지를 못했다. 다행히 파고의 정점이 지나고 이번 달부터는 야외 마스크 쓰기도 해제되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다. 넉 달만이었다. 이제 고향은 어릴 때의 그 포근하고 넉넉했던 품이 아니다. 시간이 얼마나 만상을 쇠락시키는지 확인시켜주는 쓸쓸한 공간이다. 열역학 제2법칙을 고향만큼 명료하게 보여주는 곳이 있을까. 새로워지는 것도 분명 있으련만 과거를 붙잡고 있는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병들고 낡고 스러지는 안쓰러운 모습으로 가득한 곳이 고향이다. 동네 어귀에서 보면 소백산 옥녀봉이 여일하게 가깝다. 올해는 좋은 소식이 있을려나. 동생 집에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

사진속일상 2022.05.09

부용산길을 걷다

새로 개통한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 볼 겸 부용산을 찾은 것이 13년 전이었다. 그때는 국수역에서 출발해서 형제봉과 부용산을 거쳐 양수역까지 걸었다. 한여름이라 무척 힘들었다고 옛날 일기장에 적혀 있다. 이번에는 짧은 거리인 신원역에서 시작한다. 차는 양수역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철로 신원역까지 이동했다. 이곳은 독립운동가였던 몽양 여운형(呂運亨, 1886~1947) 선생의 고향이다. 선생을 낳을 때 어머니가 꾼 태몽이 커다란 해를 품에 안는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가 '태양을 꿈꾼다'는 뜻의 몽양(夢陽)이 되었다. 당시 지명은 경기도 양근군 서시면 묘곡리(묘골)이고, 현재 지명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다. 부용산으로 가자면 묘골애오와공원과 몽양기념관을 지나야 한다. '묘골'은 지명이고 '애오와(愛..

사진속일상 2022.05.03

저녁 산책

저녁을 먹고 주택가 골목길을 산책하다. 여기는 구시가지라 허름한 단독주택과 연립 형태의 집이 많다. 도로와 면한 곳은 정비가 되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6, 70년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정감이 가서 자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된다. 초저녁인데도 벌써 인적이 끊어지고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눈에 띈다. 멀리서 웅웅거리는 자동차 소음 외에는 조용하다. 저 불빛이 환한 창은 어느 집 부엌인가 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음식 냄새가 골목으로 흘러나온다. 잠시 발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하듯 눈을 감는다. 고시원 작은 방들에도 불이 들어와 있다. '청운의 꿈'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푸른색의 구름이라는 청운(靑雲)은 젊은이의 야망을 표현한 아름다운 말이다. 우리 때는 많이 썼는데 요사이는 잘 ..

사진속일상 2022.04.29

성지(33) - 치명자 성지

성지 48. 치명자 성지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치명자산(致命者山)은 1801년에 순교한 유항검 일가의 합장묘가 있는 성지다. 원래 산 이름이 승암산(僧岩山, 중바위산)이었는데 김제에 가매장되어 있던 시신을 1914년에 이곳으로 옮겨 모시면서 치명자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치명자는 순교자란 뜻이다. 산 정상부에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와 부인 신희(申喜), 둘째 아들 유문석(柳文碩), 조카 유중성(柳重誠), 제수 이육희(李六喜), 동정부부인 유중철(柳重哲)과 이순이(李順伊)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1801년 신유박해가 터지자 전라도에서 제일 먼저 체포돼 서울로 압송된 유항검은 대역부도죄로 능지처참형을 받고 전주감영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1801년 10월 24일 남문 밖에서 45세의 나이로 참수되었다...

사진속일상 2022.04.28

넌 누구니?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가끔 만난다. 지하 주차장은 어둡고 따스하니까 고양이의 쉼터로 적당한 조건을 갖추었다. 차 보닛과 앞 유리창에 자주 찍히는 고양이 발자국이 이곳이 고양이 놀이터임을 잘 보여준다. 특히 보닛 위를 좋아하는 건 차 엔진의 온기 탓인 것 같다. 오늘은 무심코 운전석에 앉은 뒤 앞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시커먼 놈이 날 노려보고 있어서였다. 처음에는 부엉이인 줄 알았는데 고양이였다. 갑자기 등장한 인간에 저도 놀랐음이 틀림없었다. "저놈은 뭐야?"라는 듯 째려본다. 눈싸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야 인마, 이건 내 차야. 빨리 안 비킬래?" "누구 차든 여기는 내 구역이야. 방해하지 말고 니가 꺼져라." 녀석은 도무지 물러날 기미가 없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여러 장 찍..

사진속일상 202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