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산, 고덕산 둘레길은 서울 둘레길 3코스의 일부다. 용두회 여섯 명이 이 길을 걸었다. 7년 전에 같은 모임에서 서울 둘레길 전 코스를 걸었었는데 그때와는 역방향이지만 완전히 처음 걷는 길처럼 새로웠다. 길이야 얼마나 달라졌겠느냐만 인간의 기억이란 게 대부분 아침 안개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스러지기 때문이리라. 이번 길에서는 일자산공원에 있는 미루나무/포플러에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미루나무만 보면 곧장 고향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때는 신작로 가로수가 미루나무였다. 길 양쪽에 두 줄로 도열하듯 늘어선 키다리 미루나무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미루나무는 동네 앞을 흐르는 냇가를 따라서 자랐고, 저수지 둑방에도 있었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다. 고향이 서운한 것은 미루나무의 부재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