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1714

일자, 고덕산 둘레길을 걷다

일자산, 고덕산 둘레길은 서울 둘레길 3코스의 일부다. 용두회 여섯 명이 이 길을 걸었다. 7년 전에 같은 모임에서 서울 둘레길 전 코스를 걸었었는데 그때와는 역방향이지만 완전히 처음 걷는 길처럼 새로웠다. 길이야 얼마나 달라졌겠느냐만 인간의 기억이란 게 대부분 아침 안개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스러지기 때문이리라. 이번 길에서는 일자산공원에 있는 미루나무/포플러에 한참 눈길이 머물렀다. 미루나무만 보면 곧장 고향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때는 신작로 가로수가 미루나무였다. 길 양쪽에 두 줄로 도열하듯 늘어선 키다리 미루나무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미루나무는 동네 앞을 흐르는 냇가를 따라서 자랐고, 저수지 둑방에도 있었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다. 고향이 서운한 것은 미루나무의 부재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진속일상 2023.06.08

신현회 셋이 부용산을 걷다

코로나 이후로 첫 만남이니 거의 4년 만이다. 신원역에서 다섯 명이 만나기로 했으나 실제 나온 사람은 셋이었다. 한 사람은 아침에 갑자기 불가피한 일이 생겼고, 다른 한 사람은 여름에 산에 오르기가 망설여졌는가 보다. 점심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부용산에 오르기 위해서 몽양기념관을 지난다. 작년에 공사를 시작하더니 왼편에 번듯한 새 건물이 자리 잡았다. 바로 산을 타지 않고 신원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과거 인연이 있는 분의 집에 들리기 위해서다. 정원을 잘 가꾸어놓은 집이다. 노쇠한 어머니 대신 지금은 아들이 거주하면서 관리한다. 구름 끼어서 덥지 않고 바람 시원한 날이었다. 대신 하계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양수리는 선명하지 못했다. 6월의 녹음 속을 걷는다. 부드러운 전나무 숲길이 콧노래라도 나올 듯 ..

사진속일상 2023.06.07

한강회의 영주 나들이

한강회 네 명이 1년 만에 만나서 영주 나들이에 나섰다. 부석사와 무섬마을에 가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향이랍시고 내가 안내하는 꼴이 되었다. 9시에 곤지암역에서 합류하여 소머리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먼저 무섬마을로 향했다. 나로서는 영주댐이 완공되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댐이 영향이 어떤지 궁금했다. 모래사장은 변함이 없었으나 물은 많이 탁해 보였다. 사람들이 무섬마을을 찾는 이유는 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기 위해서다. 외나무다리는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워준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무섬마을은 이 외나무다리를 이용해 외부와 연결되었다. 내성천 모래사장은 정말 아름답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는 풍경이다. '무섬'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

사진속일상 2023.05.31

지주를 세우고 잡초를 뽑다

이틀간 넉넉하게 비가 내려 텃밭 작물이 생기를 찾았다. 미루어 온 지주 세우기와 잡초 제거 작업을 했다. 상추, 겨자 등 야채는 두 주 전부터 식탁에 올라 입맛을 돋우고 있다. 고추, 오이 등도 작은 열매가 맺힌다. 아내는 나중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처음 나오는 오이는 따내 버린다. 올해 제일 풍성한 건 콩이다. 이것도 일이랍시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콩 고랑을 멜 때 한 노랫가사가 생각났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감히 투덜대거나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지 못하겠다. 허리가 아파도 가능하면 오래 버티려 했다. 옛 아낙네에 비하면 내 동작은 일이 아니라 유희인 것이다. 어쨌든 땀을 흘리고 나니 말끔해진 텃밭만큼 마음도 개운해졌다. 내 몸 조금..

사진속일상 2023.05.29

장어로 보신하고 공원을 걷다

아내가 몸살(?)을 앓은 뒤끝이라 몸보신을 하러 장어집에 갔다. 큰 것과 중간 것, 두 마리를 시켜서 한껏 먹었다(8만 원). 오랜만의 장어 기름이 속에 부담이 되었는지 저녁에 같이 설사가 나와서 실소를 했다. 이래서 고기도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먹는가 보다. 봄에 들면서 식사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겨울은 입맛이 없고 조금만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이 돼서 소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식 소동(小食 小動)'의 생활이었다. 다행히 봄이 되면서 입맛이 돌아오고 위장도 괜찮아졌다. 덕분에 좀 더 활기차졌다. 식사 후 물빛공원을 찾아서 두 바퀴를 돌았다. 황사가 끼었지만 산책하기에는 무난한 낮이었다. 풍성하진 않아도 아담한 장미 터널이 있고, 물빛버즘도 공작 날개처럼 초록잎을 펼치고 있었다. 이즈음의 나..

사진속일상 2023.05.23

신안 여행(3)

셋째 날, 볼일이 있는 처제네는 아침 식사 후 장모님을 모시고 일찍 집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퍼플섬을 구경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숙소 가까이 있는 '천사섬 분재공원'에 들렀다. 이 공원은 압해도 송공산 남쪽 기슭 5만 평 부지에 조성되어 있다. 명품 분재와 수목, 조각상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공원의 중심은 애기동백숲이다. 겨울에 애기동백이 필 때 와야 공원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온실에서는 이 주목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물경 1,500살이나 되었다고 한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자태가 웅장하다. 그러면서 잎이 달린 가지는 싱싱하고 균형 잡혀 있다. 옆 온실에는 2,000살 된 주목도 있는데 개방을 하지 않아 멀리서 흐릿하게만 봤다. 이어서 퍼플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좌도로 갔다. ..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2)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가만히 숙소 앞 바닷가에 나갔다. 하루도 안 지났지만 벌써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느릿느릿 걸었다. 이곳 신안 압해도 송공리 바다는 김 양식과 낙지잡이가 주업인 것 같다. 갯벌 낙지 맨손 어업이 국가 중요 어업 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압해도(壓海島)는 신안에서 제일 큰 섬이라는데 무식하게도 신안 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바닷가에는 압해도를 사랑한 노향림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시인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낼 때 목포에서 건너다 보이는 압해도가 무한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시인은 수십 편의 압해도 연작시를 지었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서해 바다 그 푸른 꿈 지나 언제나 그리..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1)

처제 부부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떠난 여행이 일이 꼬이는 바람에 계획과 어긋났다.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긴 했으나 엉뚱하게 두 팀으로 나누어 따로 다니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안에 들어가는 길에 목포에 들러 해상케이블카를 탔다. 북항승강장에서 탑승하여 유달산을 지나 고하도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2019년에 개통되었고 길이는 3.2km다. 케이블카에서 보니 고하도 둘레로 해상데크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섬 가운데 있는 것은 전망대인 것 같다. 다음에 시간 여유를 가지고 목포에 온다면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유달산승강장에서 내리면 유달산 정상에도 다녀올 수 있다. 30분 정도 일등봉까지 오가는 산길을..

사진속일상 2023.05.18

어버이날에 어머니를 찾아뵙다

어버이날에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어버이날이면 동네에서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없어졌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봉사를 할 중년층이 사라진 탓일 게다. 이미 마을 주민의 9할 이상이 70대가 되어 있다. 저녁 식사를 하고 해 질 즈음에 마을 주변 산책에 나섰다. 매직 아워의 전원 풍경이 평화로웠다. 다음날은 밭에 나가 잠시나마 어머니 일손을 도와 드렸다. 평생을 농부로 살아오신 어머니는 밭일이 아니면 생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시는 것 같다. 삶을 지배하는 관성의 무서움이다. 힘들다 하면서도 밭은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다. 나도 꼼꼼한 편이지만 어머니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여러 해 전부터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올해 역시 깨 농사를 시작했다...

사진속일상 2023.05.10

고추와 토마토를 심다

연 이틀 반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남부 지방에는 100mm가 넘는 강수량으로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중부 지방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만하면 농사에 큰 도움이 되는 비다. 어제는 잠시 비가 가늘어진 사이에 텃밭에 나가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를 심었다. 지난달에 심은 감자, 콩, 상추, 호박에 이어 두 번째로 심은 작물이다. 고구마 모종은 늦게 구하는 통에 오후에 비가 그치면 심으려 한다. 텃밭도 몇 해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처음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내가 심은 작물이 자라나는 걸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밖에 나갈 때면 일부러 걸음을 해서 찾아보곤 한다. 농부와 작물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있으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베란다에서 기르는 화초든 텃밭의 작물이든 반려식물이라고..

사진속일상 2023.05.06

맑고 바람 좋은 날

노동절 연휴의 끝, 맑고 바람 좋은 5월의 첫날이었다. 오랜만에 뒷산에 오르지만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금은 신록(新綠)을 지나 성록(盛綠)의 계절을 앞두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여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 날은 내 마음도 하늘 높이 올라가는 풍선이 된다. 하늘 높은 데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그저 아름답기만 한 지구별이 아닐까.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며 끝없이 끝없이 올라가보고 싶다. 꽃들은 서로 화내지 않겠지 향기로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싸우지 않겠지 예쁘게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겠지 사랑만 하니까 비가 오면 함께 젖고 바람 불면 함께 흔들리며 어울려 피는 기쁨으로 웃기만 하네 다불어 사는 행복으로 즐겁기만 하네 꽃을 보고도 못 보는 사람이여 한철 피었다 지는 꽃들도 그렇..

사진속일상 2023.05.02

봄비 내린 뒤 탄천

봄비는 언제나 반갑다. 멀리는 산속 울창한 수목들에 산불 위험이 사라져 좋고, 가까이는 텃밭에서 올라오는 새싹들이 생기를 띄게 되어 좋다. 또한 비는 백내장을 앓는 눈처럼 희뿌연한 대기를 말끔히 청소해 준다. 아침에는 우산을 들고 나갔지만, 오후가 되니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S와 만나 당구놀이를 한 뒤 늦은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마침 비가 그쳐 탄천을 한 시간 정도 산책했다. 습기 가득한 풋풋한 내음이 상쾌했다. 저절로 깊은 심호흡이 되었다.

사진속일상 2023.04.30

평창 생태마을에 다녀오다

평창에 있는 생태마을에 아내와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정식 명칭은 '성필립보 생태마을'이다.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운영하는 환경 생태 농원으로 황창연 신부님이 담당하고 계신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신자들을 위한 피정 시설도 있다. 아내가 생태마을 회원이어서 신청한 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생태마을은 예상했던 대로 규모가 상당했다. 생태마을의 주 생산품은 우리 콩으로 만드는 간장, 된장, 청국장 가루다. 참나무 장작으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황토방에서 발효시킨다. 생태마을에는 300개의 장독이 있다. 생태마을 옆으로 평창강이 흐른다. 생태마을을 조성하기까지 애쓴 여러 분들의 노고를 생각한다. 휴식과 힐링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방은 두 명씩 사용한다. 이번에는 여덟 명이 참가했..

사진속일상 2023.04.27

새싹은 힘이 세다

텃밭에 심은 콩이 새싹을 내밀고 있다. 비교적 손쉽게 흙을 뚫고 나온 아이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커다란 흙덩이에 짓눌려 고군분투 애쓰는 모양이 안타깝다. 이 아이는 고개가 꺾인 채 제 몸무게의 수천 배나 될 법한 흙덩이와 씨름하고 있다. 연약해 보이는 새싹이지만 생명의 의지는 더없이 강하다. 마음 같아서는 흙덩이를 치워주고 싶지만 자연 속 생명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려 한다.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아이는 언젠가는 장애물을 이겨내고 꿋꿋이 제 힘으로 일어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수월하게 자란 아이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우뚝 서지 않겠는가. 나는 생명의 신비에 경탄하며 쪼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본다. 힘내라, 새싹!

사진속일상 2023.04.23

동네 봄꽃 산책

어제 비 내린 뒤 대기가 깨끗해지면서 화창한 봄날이 열렸다. 그간 궂은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랜만에 환한 햇살이 반짝이는 날씨다. 아침 식사를 하고 동네 봄꽃 산책을 나선다. 동네 뒤편에 복숭아 과수원이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복사꽃이 화사하다. 어느 집 정원에 핀 겹벚꽃이 눈길을 끈다. 마침 집 현관을 나오는 주인에게 양해를 얻고 들어가 나무 가까이에서 꽃을 감상하다. 눈부시게 고운 색깔이다. 정확한 이름은 왕겹벚꽃이라고 알려준다. 옆에 진홍색 꽃이 있어 물어보니 복숭아와 벚나무를 접 붙인 나무라고 한다. 사실인지 의아할 정도로 둘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꽃이다. 집에 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만첩홍도(꽃복숭아)인 것 같다. 이건 꽃사과겠지. 꽃잔디 색깔도 화려하고, 향기에 이끌려 가 보니 수수꽃다리가 ..

사진속일상 2023.04.19

추억의 서달산

15년 전 서울 생활 마지막에 살았던 동네는 동작동이었다. 아파트가 서달산 옆에 붙어 있어서 시간이 나면 오르곤 했다. 뒷산이었던 셈이다. 여기 살 때 교직에서도 은퇴한 터여서 기억에 많이 남는 장소다. 경떠모에서 서달산 트레킹이 있었다. 서달산은 국립현충원을 둘러싸고 있어서 한 바퀴 도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길은 그때와 여전하고, 이렇게저렇게 떠오르는 기억들이 발걸음을 자꾸 느리게 만들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이동한 것처럼 어리둥절했다. 산길에서 당시 살았던 아파트가 보였다. 울면서 들어가서 요란했던 4년을 보내고 떠난 곳이었다. 아내가 뇌수술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회복 기간에 아내와 함께 현충원 산책을 자주 나왔다. 유난히 이곳에서 살았던 때에 애틋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

사진속일상 2023.04.15

사인암과 청련암, 소나무

고향에 내려가는 길에 잠시 들린 단양 사인암(舍人巖)이다. 우뚝 솟은 50m 높이의 수직암벽이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옆으로는 남조천이 흐른다. 단양팔경 중에서도 도담삼봉과 함께 으뜸이다. '사인(舍人)'은 고려 시대 벼슬 명칭인데 이곳 출신인 우탁(禹倬, 1263~1342) 선생이 사인으로 재직할 때 이곳에 자주 들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선생이 쓴 '탄로가(嘆老歌)'가 유명하다. 한 손에 막대 집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하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사인암 앞 평평한 바위에 암각 바둑판이 있다고 해서 보려고 갔는데 막상 사인암에 가서는 깜빡했다. 나이가 들면 자주 이렇게 된다. 다음에 다시 와야 할 이유 하나 남겨둔 셈이다...

사진속일상 2023.04.14

제비가 돌아온 날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다녀왔다. 내려가는 길에 단양 사인암에 들렀다가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타고 죽령을 넘었다. 봄 색깔로 물든 산야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군데군데 차를 멈추었다. 우리 지방에서는 벚꽃이 이미 졌는데 남쪽으로 갈수록 벚꽃이 일부 남아 있어 신기했다. 올해 날씨는 꽃이 피는 순서도 그렇고 뭔가 뒤죽박죽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며칠 더 일찍 왔다면 어머니와 벚꽃 나들이도 가능했을 것 같았다. 다음 날은 어머니와 밭에 나가 고사리를 꺾고 산소를 정리했다. 작년 같았으면 밭 전체에 농사 지을 준비가 되어 있었을 터인데 올해는 힘이 부치시다면서 일부만 손을 보셨다. "딴 소리 말거라, 일 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온다"라고 늘상 말씀하셨는데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소에 난 잡초를..

사진속일상 2023.04.13

반가운 봄비 속 벚꽃 드라이브

반가운 봄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해 밤새 낙수물소리를 내더니 오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만하면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농사나 산불 예방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빗소리가 듣기 좋아서 집에서 가까운 남종면의 팔당호 벚꽃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이곳 벚꽃은 인근 지역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게 핀다. 예년 같으면 이제 봉오리가 맺히면서 피려고 할 때다. 그런데 이미 만개 상태를 지나서 지고 있다. 도로는 떨어진 꽃잎으로 덮여 있다. 여기가 이럴진대 다른 곳은 벌써 벚꽃 엔딩일 것이다. 올해는 꽃 개화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오래전부터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꽃을 보면서도 사실 마음이 편치 않다. 날씨가 맑았다면 차로 가득 찰 도로인데..

사진속일상 2023.04.05

텃밭 농사를 준비하다

농사라고 부르기에 민망하지만 어쨌든 올해도 텃밭을 하기로 했다. 아내의 손가락 통증이 낫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이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아내는 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재미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 하러 나갈 때는 귀찮지만 마치고 나면 뿌듯하고, 흙을 만지는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있다. 세 이랑을 삽으로 일구고 퇴비 여섯 포대를 뿌려서 섞어주었다. 모레와 글피에 비가 온다니까 그 뒤에 비닐을 덮어줄 예정이다. 무엇을 심고 가꿀지는 아내가 결정한다. 작은 텃밭이지만 내가 간섭하기 시작하면 티격태격하기 십상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힘을 써야 하는 노동이 필요할 때 등 나는 마나님 명령을 받드는 돌쇠 역할에 충실하기로 한다.

사진속일상 2023.04.03

동네 공원 벚꽃과 옛 친구

양재에 나갔다 오는 길에 동네 공원에 들러보았다. 어느새 벚꽃이 활짝 폈다. 올해는 봄꽃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빠르다더니 벚꽃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남도에 상륙한 봄기운이 고속열차를 타고 북상했다. 지구의 호흡이 가빠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저녁에는 56년 만에 연락이 된 옛 친구 J와 통화를 했다. J와는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였다. 중학생 때는 같은 반이 아니어서 가까이 지내지는 못했지만 하굣길이 같아서 가끔 동행했다. 걷는 길이 한 시간 넘게 걸렸으니 그 사이에 장난도 치고 많은 얘기도 나누었을 것이다. J는 그때부터 기독교에 관심이 많았고, 그가 하는 얘기를 신기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J가 무척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그 뒤에 J는 목사가 되었고 국내에서 목회를 하다가 그리..

사진속일상 2023.03.31

봄꽃과 동무하며 예빈산에 오르다

어느 산에 갈까 망설였는데 문득 예봉산 계곡이 떠올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산행을 하면서 꽃도 보면 좋을 것 아닌가. 자세히 살핀 것은 아니지만 예봉산과 예빈산 사이에 있는 계곡에는 산에서 피는 봄꽃이 많다. 작년에는 노루귀도 만났다. 예빈산의 명물은 이 소나무다. 예빈산에는 능선을 따라 자라는 멋진 적송들이 볼 만하다. 예빈산 정상은 수도권에서 전망이 제일 빼어난 산이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여기서 찍은 일출과 일몰 광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슷한 높이의 직녀봉과 견우봉이 나란히 있다. 이날은 시야가 흐려서 조망이 별로였다. 북쪽으로는 예봉산이 보인다. 꼭대기에 강우 레이더를 갖춘 기상관측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곱 군데(임진강, 예봉산, 가리산, 소백산, 비슬산, 서대산, 모후산)의 강우 ..

사진속일상 2023.03.29

봄 물드는 탄천

분당 토요 모임에 가는 길에 탄천에 들렀다. 개나리와 목련은 활짝 폈고, 벚꽃도 피기 시작했는데 만개한 벚나무도 있었다. 봄소식이 고속 KTX를 타고 북상하고 있는 듯하다. '소곤소곤 산책길'에는 미국제비꽃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의 벚꽃도 오늘 개화를 했다. 예년에 비해 열흘 가량 빠른 것 같다. 지구온난화 탓이 아닌가 싶어 꽃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하지는 않다. 그만큼 3월 기온이 높았다. 다음 주면 수도권에서도 벚꽃이 만개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야외에서는 반팔 차림을 한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씩씩한 새인 직박구리는 벚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가지 저 가지로 힘차게 날아다니면서 벚꽃을 쪼아먹는다. 언제 죽게 될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늦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S가 말했다...

사진속일상 2023.03.25

양평 청계산에 오르다

'로쿠스 솔루스(Locus Solus)'라는 말이 있다. 라틴어인데 우리말로 풀면 '외딴곳' '은밀한 장소' 쯤 된다. 사람들에게서 떨어진 나만의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뒷산에 오를 때면 앉아서 쉬는 장소가 있는데, 나에게는 그곳이 '로쿠스 솔루스'다. 더 넓게 해석하면 산 자체가 '로쿠스 솔루스'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양평에 있는 청계산을 찾았다. 국수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지다가 형제봉에 오를 때에 거친 숨을 쉬어야 한다. 형제봉은 청계산에 오르는 중간 지점에 있다. 형제봉에서는 아래로 남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새로 건설되는 도로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다. 미세먼지가 있어 시야가 좋지 못했다. 소나무 위에 플라스틱 동물 모형을 올려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산에 오는 손주..

사진속일상 2023.03.22

괭이눈 핀 뒷산

뒷산에서 가장 일찍 피는 풀꽃은 괭이눈(흰털괭이눈)이다. 올해는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는 빠른 것 같다. 3월 중순인데 벌써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었다. 낮 기온은 15도까지 올라서 완연한 봄날씨다. 오전에 뒷산을 올라갔다 왔다. 봄기운이 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파트 화단에는 이미 제비꽃, 꽃다지, 냉이꽃, 개불알풀꽃 등이 피어났다. 조금 더 있으면 봄맞이꽃도 보일 것이다. 내 곁에 성큼 다가온 봄에 어리둥절하다. 뒷산에는 생강나무가 많다. 진달래는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은 어치를 자주 만났다. 지저귀는 소리가 특이해서 귀여겨들었다. 건너편 산자락을 따라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자꾸 연기되더니 내년 중반이 되어야 개통할 수 있다고 한다. 길이 열리면 북쪽으로는 포..

사진속일상 2023.03.18

2023년 첫 등산(검단산)

올 들어 첫 등산을 했다.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는 코스였다. 얼음 풀린 산 계곡에서 명랑하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좋았다. 이 코스는 계곡과 능선길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어 산행의 첫 번째 선택지다. 오르막 경사도 급하지 않다. 검단산은 수도권의 인기 산행지이지만 윗배알미는 외진 곳이라 평일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오붓한 것도 장점이다. 몇 달만의 등산이라 몸이 어떨까 싶었는데 가뿐하게 다녀왔다. 아직 이 정도 산행은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좀 더 높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산을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잘 지켜질지는 자신이 없지만. 정상에서는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전과 달라진 변화다. 모든 세대가 산과..

사진속일상 2023.03.15

작은 영장산을 걷다

성남에는 영장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둘 있다. 하나는 복정동에 있는 높이 193m의 작은 영장산이고, 다른 하나는 이매동에 있는 413m의 큰 영장산이다. 오늘은 용두회에서 작은 영장산을 걸었다. 성남 누비길 1코스가 작은 영장산을 지나간다. 우리는 복정역에서 출발하여 영장산을 지나 산성역까지만 걸었다. 길이로는 약 4km가 되고, 쉬엄쉬엄 걷다 보니 두 시간이 약간 더 걸렸다. 봄이 오는 산길은 폭신하고 좋았다. 산기슭에 산수유꽃이 활짝 피었다. 예년보다 봄꽃 개화 시기가 빠른 것 같다. 산 중턱의 생강나무도 꽃을 피웠고, 매화도 만개 직전이다. 기습 공격하듯 봄이 쳐들어온 느낌이다. 이제 직박구리도 바빠지는 철이 되었다. 쉼터에는 누군가가 나무뿌리로 바람막을 만들어 놓았다. 걷는 중에 이슬비가 살..

사진속일상 2023.03.09

봄이 오는 소리

바둑과 당구로 놀기 위해 분당에 나갔다가 여수천 길가에서 활짝 핀 홍매를 봤다. 봄이 이미 이렇게 가까이 왔구나, 하고 화들짝 놀랐다. 오늘 낮 기온은 20도 가까이 올라서 두껍지 않은 점퍼인데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제 곧 생명의 합창이 봇물 터지듯 뿜어져 나올 것이다. 새들도 짝을 찾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일 때다. 홍매 곁에 있던 이 새 이름은 뭘까? 밀화부리? 집에서 분당을 오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는데 작년부터 전기버스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진동이나 소음이 적고 좌석도 넓어서 쾌적하다. 우리 동네 길섶에서는 개불알풀꽃과 냉이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저께 살필 때는 없었는데 어제 오늘 사이에 핀 꽃이다. 나로서는 동네에서 작은 풀꽃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봄의 시작이..

사진속일상 2023.03.06

봄의 초입에 뒷산 한 바퀴

어느덧 3월이 시작되었다. 남쪽에서 꽃소식이 들려오니 여기도 봄이 멀지 않았다. 뻣뻣해진 몸을 풀 겸 뒷산을 한 바퀴 돌았다. 구름이 잔뜩 낀 꾸무룩한 날씨였다. 올라갈 때는 작은 경사에도 숨이 차서 헉헉거렸다. 이제 산과 가까워지기 위해 기지개를 켤 때가 된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산 풍경은 봄이 아직 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낙엽 사이로 괭이눈 초록잎이 벌써 이만큼 자라 있다. 대지는 이미 생명의 약동으로 꿈틀대고 있다. 나무를 쪼고 있는 오색딱따구리도 만났다. 톡 톡, 하는 경쾌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이 역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의 신호다. 지금은 황량하지만 뒷산의 진달래길은 곧 연분홍 꽃으로 장식되리라. 뒷산을 한 바퀴 도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오늘만큼 몸이 무거웠던 적이 없었..

사진속일상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