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으며 이런 말을 들었다. 바다에서 평생을 보낸 늙은 어부가 전해준 말이었다. “풍랑이 없으면 풍어도 없습니다.”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풍랑 없기를 바랄 수는 없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고비가 길지 않은 인생에서도 여러 차례 있다. 그러나 풍랑이 어부를 단련시키고 먼 바다로 나갈 용기를 준다. 먼 바다로 나갈 용기가 없다면 만선의 기쁨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유 없이 찾아오는 고난은 힘들고 고통스럽다. 되도록 풍파 없이 무난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고난이 주는 선물이 반드시 있다. 풍랑을 뚫고 나아갈 때 풍어의 선물이 주어진다. 인간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 성장한다.
인간은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욕망은 커지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내적 시야는 점점 좁아진다. 이때 찾아오는 고난은 차라리 구원이 될 수 있다. 상실의 아픔을 통해 그는 자신을 새로이 바라보게 된다. 인생의 풍랑은 인간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에게나 민족에게나 고난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다. 고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분이 함석헌 선생이셨다. 선생은 ‘고난은 인생을 하느님께로 이끈다.’고 말했다.
고난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얼굴에는 인생의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편하고 순탄하게 사는 게 자랑이 아니다. 도리어 불운이거나 불행일지 모른다. 인생의 바른 태도는 찾아오는 고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면 어떤 고난도 견뎌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난 자체를 즐기는 경지에 이르면 고난은 더 이상 고난이 아니다. 그 어떤 상실이나 심지어는 죽음조차도 나를 어떻게 하지 못 할 것이다. 풍랑을 이겨내면 풍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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