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 후쿠다 미노루

샌. 2013. 8. 23. 08:44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즐겁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유쾌하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의 시간을 재는 일.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행복하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몸에 좋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마음에도 좋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건강하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다투지 않는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자연에게 다정해진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진정한 평화.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지구를 계속 사랑하는 일.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우주.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나다.

 

-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 후쿠다 미노루

 

 

2001년에 일본에서 '분발하지 않기 운동'이 일어났었다. 이와테 현의 지사를 지낸 마스다 히로야 씨가 이끈 운동으로,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우리 지역에 있는 것을 재발견해 그에 맞는 발전의 길을 발견해 나가자는 활동이었다. 경제적 이익에 편중하고 화폐 가치만 따지고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자연을 파괴하고 지구자원을 낭비하고 지역의 자립을 해쳤다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분발하지 않기 운동'은 획일적이 아닌 각자의 개성에 맞게 살아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기다.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내면의 북소리가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소리에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분발하라는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당한 게으름뱅이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

 

후쿠다 미노루는 시인이며 팬터마임 배우면서 뇌성마비 장애인이기도 하다. '우주진(宇宙塵)'이라는 이름도 가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게으름뱅이로 머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살고 싶다. 입고 있는 옷은 누더기여도 좋으니 그냥 나를 내버려 달라. 단, 게으름을 피운다고 해도 그것은 스스로에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 그러는 것이다(자본주의에 대한 적극적 저항이라는 뜻). 나에게는 나만의 페이스가 있고 기준이 있다. 거기에 맞추어 내 나름대로 살고 싶다. 그러니 사회가 요구하는 페이스는 따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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