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도산서원 왕버들

샌. 2011. 5. 20. 18:55


도산서원에 있는 나무들 중에서는 서원 앞 뜰에 있는 왕버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퇴계와 도산서원 하면 응당 매화이겠지만 이미 꽃이 지고 난 뒤의 매화는 다른 나무에 비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천 원권 지폐 뒷면에 도산서원 전경이 그려져 있다. 지금의 도산서원과는 많이 다른 것이 아마 초기의 모습 같다. 그림에는 우선 건물이 단촐하고 앞에 흐르는 낙동강물이 거의 서원과 비슷한 높이다. 그러나 현재 도산서원은 건물도 많고 강물은 절벽 아래로 깊이 흐른다. 강물의 높이가 차이가 나는 건 400여 년 간의 침식작용에 의해 강바닥이 낮아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그림을 유심히 보면 서원 옆으로 계류가 흐르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계류는 없다. 다만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왕버들이 옛날에 물이 흘렀음을 간접적으로 웅변해 준다. 현재 두 그루가 있는데 수령은 둘째치고 생김새가 아주 멋들어지다. 지면과 나란히 뻗어나간 줄기는 예술적 균형과 조형미를 보여준다. 딱딱한 학문의 이미지를 풍기는 서원에서 이 왕버들은 인간적 풍류를 느끼게 해준다. 매화보다도 훨씬 더 눈길이 가는 나무다.

 

도산서원이 처음 세워질 때부터 이나무가 있었다면 500살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퇴계 선생도 아마 왕버들을 아끼지 않았을까. 왠지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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