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8월 하순의 능소화 본문

햇볕은 따가우나 바람은 시원하다.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는 신호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골목에서 여전히 환하게 피어 있는 능소화를 봤다. 6월 하순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 같은데 두 달 동안 피고지기를 이어가고 있다. 새 꽃봉오리가 맺힌 걸 보니 9월까지는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름꽃이 대체로 강렬한 색감을 뽐내는데 능소화는 은은한 주황색이어서 정겹다. 목백일홍이라 부르는 배롱나무꽃은 졌지만 능소화는 지칠 줄을 모른다. 백일홍 명칭은 능소화에 붙여 마땅해 보인다. 능소화는 은근하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다.
이런 짧은 시가 있다. '하염없이'를 떠올리며 다시 능소화를 그윽히 바라본다.
누가 그렇게
하염없이 어여뻐도 된답니까
- 능소화 / 서덕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