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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나침반

사기[52]

샌. 2025. 9. 13. 09:14

공손홍은 됨됨이가 남을 시기하고, 겉으로는 너그러워 보이나 속은 각박한 사람이었다. 일찍이 그와 틈이 생긴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이좋게 지내는 척하면서도 남몰래 그들에게서 받은 재앙을 되갚아 주었다. 그러나 그는 고기반찬 한 가지에 현미만을 먹으면서도 옛 친구나 친한 빈객들이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얻으러 오면 봉록을 몽땅 털어 주었기 때문에 집에는 남는 것이 없었다. 사인들도 이것을 보고 그를 어진 인물로 평가했다.

 

- 사기(史記) 52, 평진후주보열전(平津侯主父列傳)

 

 

이 편은 평진후 공손홍(公孫弘)과 주보언 두 사람의 열전인데 그중에서 공손홍에 대한 짧은 인물평이다. 한무제 때 박사였던 공손홍은 집안이 가난하여 바닷가에서 돼지를 기르며 살다가, 마흔에 유학서를 접하고 공부에 열중해서 예순에 관직에 나아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계모 슬하에서 자랐으나 지극한 효자였고, 항상 베로 만든 옷을 입고 채식으로 일관할 정도로 검소했다. 위 글에서는 그의 단점이 지적되어 있지만 무제는 공손홍의 행실을 신뢰하여 승상으로 삼고 유학을 장려하는 일을 맡겼다.

 

공손홍은 고아하고 겸손한 선비로서 사람들의 존경과 함께 질시도 받은 것 같다. 삼공의 지위를 가지고 봉록을 많이 받는데도 베로 만든 옷과 이불을 쓰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을 위선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때 공손홍은 사죄하면서 안영의 예를 들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소신 홍은 어사대부라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베 이불을 만들어 덮음으로써 대신에서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차별이 없어지게 했습니다."

비록 위선적으로 보일 망정 차별을 없애기 위한 사회 지도층의 이런 행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한다. 돈과 권력을 자랑하는 철면피들이 어디에나 횡행하기 때문이다. 작금에 네팔에서는 부패한 권력층을 쫓아내는 민중 혁명이 진행중이다.

 

사람이 모든 면에서 완전할 수가 없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공손홍도 선배로부터 곡학아세하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했다. 인간적 결점에도 불구하고 공손홍은 자신이 배운 학문을 삶으로 실천하려 노력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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