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863

[펌] MB씨는 진정하다

MB씨는 진정하다 "나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데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나를 만나고 나가면 마치 무슨 지시를 받는 것처럼 비쳐지고 해 아쉽다." 우리의 MB씨께서 한나라당과의 불화와 불통에 관해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말과 사건을 날마다 접하게 된 지가 17개월째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이번에는 두드러지게 어처구니가 없다. 왜 그런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는데, 맡은 칼럼의 난을 채우기 위해 적어본다. MB씨는 진정하다. 미국 소고기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사탄의 장난이라고 보면서 지금까지 진정으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신영철 씨는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을 때 대통령의 그런 진성성을 바로 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재판에 개입할 생각을 했겠는가? MB씨는 진정하다. 재개발을 통해 ..

길위의단상 2009.07.13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오늘 사퇴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분야에서 물갈이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인권이나 방송, 예술은 사정이 다르다. 그것은 정권과는 독립된 기관이어야 하고 정부의 간섭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 정권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KBS 사장을 교체하고, 지난 5월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 사퇴시키더니 이번에는 인권위원장까지 물러나게 만들고 있다. 겨우 꽃을 피우는가 싶던 민주와 인권이 이 정권들어 다시 1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고, 답답하고 슬픈 현실이다. 안 위원장은 이임사에서 개인적인 비애와 모멸감을 밝혔다. 그리고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이다. --------------------..

길위의단상 2009.07.08

교사 16171인 시국 선언

오늘 16,171인의 교사가 시국 선언을 했다. 지난 달부터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는 시국 선언의 일환으로 내용도 다른 선언과 대동소이하다. 국정 쇄신 요구와 공권력 남용에 대한 사과, 집회 자유 보장 등인데 자사고 설립 등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과 교육복지 및 학생 인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며칠 전부터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서명을 못하도록 엄포를 놓았다. 서명에 참여할 경우 징계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 일제고사를 반대했다고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전력이 있는 교과부다. 서명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집단 행위 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년 촛불 시위 때의 서명에는 별 말이 없던 정부가 이..

길위의단상 2009.06.18

삿갓구름

꽃에 관심을 갖기 전에 하늘의 구름에 몰두한 적이 있었다. 늘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진기한 구름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아마 젊었을 때 나만큼 하늘을 많이 쳐다본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 '雲의表情'이라는 칼라로 된 문고본 크기의 일본책이 있었는데 나도 사진이 모아지면 그런 책을 한 권 내고 싶었다. 그런데 결과는 흐지부지 되었고 그때 찍었던 필름들은 박스에 담겨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 1월에 히말라야에 갔을 때 멀리서나마 안나푸르나에 걸린 삿갓구름을 보았을 때는 무척 기뻤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는 기쁨은 남달랐다.그러나 아쉽게도 너무 거리가 멀어서 사진으로는 남기지를 못했다. 이번에 다시 히말라야에 가게 되면 가까이서 이 구름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 모자구름이라..

길위의단상 2009.06.16

이것은 사람의 말

봇물 터지듯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선언에 참여한 대학 교수들만 4천 명이 넘었다. 그저께는 188 명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이 '이것은 사람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6.9 작가선언'을 했다. 역시 작가들이라 선언문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발표 현장에서는 한 사람씩 연단에 나와 '한 줄 선언'을 낭독했다. 촌철살인의 경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선언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진하고 모든 피는 똑같이 붉고 모든 목숨은 똑같이 존엄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의 눈물과 피와 목숨을 기꺼이 제물로 바..

길위의단상 2009.06.11

사돈 남 말 하시네

애당초 성질 까칠한 P의 차를 타는 게 잘못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가슴 졸이는 가시방석이었다. 차가 정체되어 짜증을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제발 길이 막히지 않기만을 빌었고 다행히 길은 짧은 구간만 제외하고 소통이 잘 되었다. P는 다른 사람의 잘못하는 꼴을 보아 넘기지 못하는데 특히 운전 중에는 더 심하다. 다른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면 클랙슨을 울리고 전조등을 깜박이며 경고를 줘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그렇게 몇 번이나 충돌이 일어날 뻔한 아슬아슬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앞의 차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푸른 신호등에서 정차를 했고 신호등은 이내 적색으로 바뀌었다. 네거리를 제때 통과하지 못해 화가 잔뜩 난 P는 연신 클랙슨을 눌러댔다. 내가 봐도..

길위의단상 2009.06.0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눈물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연민과 함께그 무언가에 대한 분노가 나를 흔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신드롬이라 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추모 열풍은 의외이다. TV에서는 서너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며 참배하는 사람들과 통곡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 끝이 찡해지는 광경이다. 우리는 불과 며칠전만 해도 그의 도덕성을 비난했다. 심지어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는 어느 자리에서나 감히노 대통령의 칭찬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롱과 힐난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서민들도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그런 평가가 죽음과 함께 일순간에 변했다. 물론 노무현을 반대한 사람은 지금 침묵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시대에서 방관자거나 아니면 ..

길위의단상 2009.05.26

나이로 본 우리 인생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나이별로 특징을 정리해 놓은 재미있는 글을 보았다. 1 살 - 누구나 비슷하게 생겼다. 2 살 - 될 놈은 약간 이상한 기색을 보인다. 9 살 - 파워레인저 장난감에 싫증을 낸다. 18 살 - 유행가에 자주 등장한다. 23 살 - 주말이 갑자기 의미가 있어지기 시작한다. 31 살 - 아직 29 살이라고 우길 수 있다. 32 살 - 군대에 지원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37 살 - 가족을 위해 캠코더를 산다. 38 살 - 병으로 죽으면 엄청 약오른다. 47 살 - 대학을 졸업하고 몇년이 지났는지는 계산을 해야 할 수 있다. 48 살 - 통계적으로 돈을 제일 많이 번다. 49 살 - 아홉수라는 말이 절실히 느껴진다. 51 살 - 태어난지 반세기를 넘어선다. 52 살 - 카드 한 벌과 수가 ..

길위의단상 2009.05.20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

얼마전 EBS에서 '인간의 두 얼굴'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내가 본 것은 주로 착각에 대하여 다룬 내용이었다. 그 프로를 보면서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이론적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 실험을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생기는 착각들을 보여 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착각을 하고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다. 자신이 보고 생각하고 믿는 것이 절대적이고 전부라고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과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착각의 원인은 인간의 자기중심성과 자기애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온갖 편견과 선입견이 생겨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일수록 자신의 착각에 대해 쉬이 인정하지 ..

길위의단상 2009.05.15

홀딱 벗고

그저께 천마산에 갔을 때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옆의 동행이그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하나는 벙어리뻐꾸기였고, 다른 하나는 검은등뻐꾸기였는데,우리가 보통 '홀딱벗고새'라고 부르는 새의 정식 이름이 검은등뻐꾸기라고 한다. '코 코 코 코'하며 네 음절로 노래하는데 그 소리에 '홀 딱 벗 고'를 대응시키니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새소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들린다고 하니까 다른 말로 대치시켜도 안 될 법은 없지만, 처음 '홀딱벗고'를 연상한 사람의 재치가 고마워서라도 그대로 불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아예 검은등뻐꾸기를 홀딱새로 부른다고 한다. 느낌으로는 홀딱새가 훨씬 더 친근감이 든다. 그런데 우리 같은 속인들이야 '홀딱벗고'라는 새소리에 엉큼한 연상을 하지만 스님들은 다른가 ..

길위의단상 2009.05.07

[펌] 노무현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난 그 흔한 노빠도 아니고 좌빨도 아니다. 그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전쟁보다는 평화를 바라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30대 청춘이다. 김영삼보다 김대중이 좀 더 똑똑해 보여 찍었고 수구꼴통이란 닉네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한나라당이 싫어서 김대중을 찍었고 이회창보다는 노무현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좀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해서 그에게 표를 줬을 뿐이다. 저번 대선에도, 그래도 대통령인데 애초부터 도덕성이 결여된 수준 이하의 후보에게 차마 표를 줄 수 없어 어쩔수 없이 정동영을 찍었던 그런 힘없는 백성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보고 있노라면 막장드라마도 울고 갈 굵직굵직한 미니시리즈들이 씌여지고 있는 듯하다. 본시 막장드라마일수록 결과는 뻔한데 하루하루 놓치기 아까운 ..

길위의단상 2009.05.03

빈자일등(貧者一燈)

석가(釋迦)께서 사위국(舍衛國)의 어느 정사(精舍)에 머물고계실 때 그곳 국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각각 신분에 걸맞는 화려한 공양을 하였다.가난한 난타(難陀)도 부처님이 지나실 길목에다 작은 등불 하나를 밝히고자 간절히 기원했다. 그리고는 온종일 구걸하여 얻은 돈 한 푼을 가지고 기름집으로 갔다. 한 푼어치 기름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되지 않았으나 그 여인의 말을 들은 기름집 주인은 갸륵하게 생각하여 등을 밝힐 기름을 주었다. 난타는 그 기름으로 등을 하나 만들어 석가에게 바쳤다. 밤이 깊어가고 세찬 바람이 불어 사람들이 밝힌 등이 하나 둘 꺼져 버렸다. 왕과 귀족들이 밝힌 호화로운 등불도 모두 꺼졌다. 그러나 난타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았다. 밤이 이슥해지자 부처님의 제자 아난(阿難)은 이 등불에 다가..

길위의단상 2009.05.02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신가요?

세상에서 가장 흔한 거짓말의 순위를 매긴 것을 보았다. 15 위 "이 주사 하나도 안 아파요!" (간호사) 14 위 "전원 취업 보장! 전국 최고의 합격률!" (학원 광고) 13 위 "그냥 친한 선후배 사이예요!" (스캔들 난 연예인) 12 위 "이건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친구) 11 위 "지하철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아파트 분양 광고) 10 위 "옷이 너무 잘 어울려요!" (옷가게 점원) 9 위 "딱 한 잔밖에 안 마셨어요!" (음주운전자) 8 위 "내가 너만할 때는 안 그랬다!" (부모님) 7 위 "이 문제 꼭 시험에 나온다!" (선생님) 6 위 "이번이 마지막 구입 기회입니다!" (TV홈쇼핑 광고) 5 위 "내가 빨리 죽어야지!" (어르신) 4 위 "이거 팔아도 남는 거 하나 없어요!" ..

길위의단상 2009.04.27

S 형에게 보내는 교육 답신

S 형! 형이 올리는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글에서는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교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더군요. 아이들의 실력을 평가하겠다는데 왜 부정적인 눈으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는 전교조 교사들을 돼먹지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했었지요. 그때 저는 형의 보수적 교육관을 접하고 사실많이 실망했더랬습니다.시를 쓰는 형이라 뭔가 다르리라고 기대를 했던 탓이겠지요. 그러나 교장이 되기 위해 벽지근무까지 자원하며 고생했던 형이었기에 관료적인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S 형! 일제고사에 대해서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교단에서 쫓아낸 권력의 폭력에 대해서는 형은 침묵하고 있습니다.일제고사는 단순하게 시험 하나 더 보는 문..

길위의단상 2009.04.24

2000

블로그에 올린 글 수가 오늘로 2,000개가 되었다. 2003년 가을에 블로그를 만들었으니 햇수로는 5년여만의 일이다. 처음에 다섯 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최소한 하루에 한 개씩의 글을 교대로 써보자고 다짐했는데 지금까지는 그 약속이 어느 정도 지켜진 셈이다. 2,000개를 그동안의 날수로 나누면 대략 하루에 한 개 정도가 된다. 특히 대부분의 글들이 다른 데서 스크랩하거나 퍼온 것이 아니라 직접 내 손으로 썼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글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일상의 소중한 기록들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언제 글 수가 1,000개를 넘을까 하고 조바심을 내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그 두 배인 2,000개에 이르렀다. 빠른 세월을 실감하면서 작은 한 걸..

길위의단상 2009.04.22

부장님과 선생님

몇 해 전에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적이 있었다. 한 해만 하고 그만 두었는데도 그 뒤에도 계속 “0 부장님”하며 부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라는 좋은 호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부장이라고 직책을 붙이는 것은 나로서는 영 듣기가 거북했다. 몇 사람에게는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 물론 그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부장이라고 불렀다가 다시 선생님으로 바꾸게 되는 어색함도 있을 것이고, 또 상대에 대해서 예우를 갖춰준 의미임도 안다. 나 역시 보직을 맡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장님’이라고 불러준다. 또 선생님보다는 부장님이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주임교사로 불리던 자리가 언젠가부터 부장교사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바뀐 호칭이 어색..

길위의단상 2009.04.16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늦은 때는 없단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늦은 때는 없단다. 더구나 이십대란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냐. 나는 네가 현실에 안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늘 무언가를 찾고 도전하는 정신이 없다면 그것은 젊음이 아니다. 모든 가능성이 네 앞에 열려 있다. 어떤 때는 1%의 확률에 배팅하는 모험도 필요할 것이다. 네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삶의 열정을 잃는 일이다. 일은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네가 무엇을 하든지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하며 살길 바란다. 그 뒤의 결과는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딸아! 부모의 눈치도, 세상의 눈치도 보지 마라. 많이 고민하고 시야를 넓게 가져..

길위의단상 2009.04.09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충격적이다. 올초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를 침공했는데 그때 이스라엘 저격병들이 입은 티셔츠의 뒷면 모양이다. 임산부를 총구로 겨냥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위에는 히브리어로 '저격부대', 밑에는 영어로 '1 SHOT 2 KILLS'(1발에 2명 사살)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티셔츠를 부대 단위로 주문해서 단체로 입었다고 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가자 침공에서 이스라엘의 무자비함이 심각하다는 게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11세의 어린 소년을 인간방패로 삼고,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고, 사람이 들어있는 집을 통째로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등 수많은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22일 간의 침공 동안 숨진 희생자가 1,453 명인데 팔레스타인인이 ..

길위의단상 2009.03.25

평교사로 살기

30여 년의 교직생활 중 한번도 교장이 되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출세나 야망이라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도 비록 허풍으로나마 대통령이나 장관이 되려는 꿈조차 꿔보지 못했다. 별다른 꿈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 희망이래야 고작 선생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또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도 없었다.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범대학에 들어갔는데 아마 그뒤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교수 정도는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못해 결국 중고등학교의 평교사로 평생을 보내고 있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은 이제 교장이 되지 않았느냐며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처음부터 그쪽으로는 뜻이 없었다고 말해준다. 그러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기도 하..

길위의단상 2009.03.21

망가지다

내 집을 찾아가지 못해 허둥댄 것은 처음이었다. 모두가 술이 화근이었다. 동료와 소주 한 잔으로 시작한 것이 대취하여 지하철에서 잠들어 버렸고 눈을 떠보니 엉뚱한 곳에가 있었다. 정신이 몽롱하여 도대체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알 수가 없었다.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답답하고 막막했다. 아마 이것저것 타며 헤맸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창피했던 것은 지하철 바닥에다가 토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한 번만이 아니었다. 옷도 토사물로 엉망이 되었다. 늙어서 온갖 추태를 다 부린 셈이었다. 다른 사람의 그런 모습을 손가락질 했는데 내가 똑 같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취했는데 그나마 추운 밤에 길거리에 눕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이렇게..

길위의단상 2009.03.14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처럼 읽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되는 책이 있다. 고래가 어떻게 춤을 추는지 호기심이 생기지만, 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제목만 보고도 짐작할 수 있다. 칭찬 한 마디가 사람의 사기를 높여주는 대신, 비난이나 질책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칭찬 한 마디에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해였던가, 자신감 없이 무기력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조용히 있던 한 아이가 다가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선생님에게서는 지적인 포스가 느껴져요.” ‘지적인 포스’라니, 아이가 쓰기에는 생경해 보이면서 나에게도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말이 인상적이어서 난 아직도 그때의 상황을 선..

길위의단상 2009.03.11

앉아서 오줌 누는 남자

한국 남자들 열 명 중 셋이 집에서는 앉아서 오줌을 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남자가 앉아서 오줌을 누는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자가 서서 오줌을 누는 것 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줌을 누는 자세는 문화나 관습이라기보다는 남녀의 신체 구조상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좌변기에 서서 오줌을 누면 물방울이 튀어서 지저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집에서 조심해서 볼 일을 보라는 핀잔을 듣곤 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앉아서 오줌을 누라는 권유를 받지는 않았다. 그런 자세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차에 접한 30 %라는 통계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 시대의 도래를 이 사실에서도 실감할..

길위의단상 2009.03.07

신학기병

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이 있듯이 나에게는 그와 비슷한 원인으로 생기는 신학기병도 있다. 둘다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휴식 뒤에 찾아오는 후유증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월요병이나 신학기병이나 따분하고 지리한 일로 다시 돌아간다는 스트레스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지난 휴식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 다시 억지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 대한 심리적 긴장감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서 즐겁게 하는 일이라면 병이라는 이름이 붙을 리는 없을 것이다. 어른들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다. 새로 만나야 되는 사람들, 새로 해야 되는 일이나 공부의 중압감이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상황과 대면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젊었을 때는 그런 것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

길위의단상 2009.03.02

좋아진 것 10가지

직장을 옮겼다. 비록 바라던 곳은 아니었으나 첫 인상이 아담하고 따스해서 좋았다. 처음에는 투덜거렸으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좋아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왕이면 밝고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운명에 거역하기보다는 순응하고 체념하는 데는 이제 도사가 되어가고 있다. 좋아진 것 10 가지를 나름대로 골라 보았다. 1. 더 많이 걷게 되다. 2. 한강 옆이라 한강과 더 가까워지다. 3. 혼자 있는 사무실이 생기다. 4. 직장이 작고 아담하다. 5. 입시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되다. 6.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와 인연을 맺다. 7. 아이들 수준이 전에 비해 고르다. 8. 퇴직을 좀더 일찍 고려할 수 있게 되다. 9.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다. 10.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

길위의단상 2009.02.20

충성

요사이 할 일 없이 집에서 지내면서 출근하는 아이들을 챙기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그러나 모성애라 부를 수 있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과 보살핌은 남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지나치다 싶은 면도 있다. 숫컷들로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지극함이다. 직장에 다니는 두 아이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때 아내는 밥과 도시락을 차려 놓고 대기한다. 본인이 아무리 아파도 자식들 밥 준비만은 거르지 않는다. 어쩌다 제대로 못 먹고 가게 되면 그렇게 속 상해 할 수가 없다. 또 날씨에 따라 옷 챙기는 것도 신경 쓰고, 마을버스 시간에 맞추어 엘리베이터 버튼까지 미리 눌러준다. 그리고 버스를 잘 탔는지 베란다에 나가 확인까지 해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두 아이를 그렇게 보내야 새벽 일과가 끝..

길위의단상 2009.02.16

[펌] 한겨레 칼럼 셋

목표는 ‘생존’이다 / 김별아 얼마 전, 죽을 뻔했다. 말 그대로 유명을 달리해 황천으로 갈 뻔했다. 이러구러 지극히 평범한 오후였다. 동네에 볼일이 있어 실내복에 점퍼만 달랑 걸친 채로 털레털레 집을 나선 길이었다. 그런데 막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머리 위에서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빠르게 내리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차, 입에서 절로 튀어나온 외마디 비명과 함께 어느새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옷깃을 스쳐 발밑에 뒹굴고 있었다. 쪼개진 나머지 반 토막은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의 보닛을 움푹 찌그러뜨렸고, 주위에서 “누구야? 사람이 죽을 뻔했잖아!” 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베란다에서 얼음덩이를 던진 누군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왜, 어쩌다가 살상의 무기가 될 수도 있..

길위의단상 2009.02.11

외할머니의 귀

외할머니는 올해 호적으로는 100 살, 집의 나이로는 101 살이 되셨다. 치매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시는데 고향집에서 어머니가 모시고 계신다. 어머니에게 외할머니는 아픈 무릎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어떻게 100 살을 넘기는가 했는데 바로 한 식구 중에서 생겼다고 어머니는 신기해 하신다. 귓볼이 늘어진 사람이 장수한다는 말이 있는데,그 말대로 외할머니 귓볼은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크다. 고향 동네에서 80이 넘은 분들을 보면 그런 특징들이 보인다. 귓볼과 수명 사이에는 무언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관상을 통해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을 예견하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나는 내 귀를 만져보고, 또 어머니의 귀도 살펴본다. 아시아의 한쪽 구석에 눈이 작은 사람이 통치자로 있는 나라가 있..

길위의단상 2009.02.10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네팔의 주식인 ‘달밧’은 접시에 밥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 네팔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밥과 반찬을 섞어서 먹는다. 그런데 한국인의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아 달밧을 먹기가 쉽지 않다. 쌀알은 훅 불면 날아갈 듯 퍼석퍼석하고 반찬도 특이한 향기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히말라야에서 두 주일 가까이 생활한 우리 일행 중 누구도 달밧을 먹지 못했다. 다만 한 사람 예외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나였다. 처음에 달밧 한 그릇을 말끔히 비웠더니 모두들 신기한 듯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뒤에도 가끔 달밧을 시켜 먹었는데 맛보다는 양이 너무 많아 남길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히말라야 체질이라며 그냥 눌러 살라고 놀리기도 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은 내 몸이 자랑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이다. 나는 아무 음식이나 ..

길위의단상 2009.02.02

주먹이 법

이복형제가 있었다. 힘 세고 사나운 형은집과 재산을 삣고는 동생을 쫓아냈다. 약하고 힘 없는 동생은 고작 하는 화풀이가 형 마당에 돌팔매를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형은 버릇을 고쳐준다며 동생을 찾아가 흠씬 두들겨 패 주었다. 형이 그렇게 무법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동네 이장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이다. 동네 이장 역시 주먹이 법이고 힘이 정의라는 논리를 가훈으로 떠받들고 있다. 이장의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된다. 여기는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마을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침공해서 며칠 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이건 전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두들겨패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비행기 한 대, 탱크 한 대도 없다. 지금까지..

길위의단상 2009.01.07

희망을 팝니다

희망을 팝니다. 싼값에 희망을 팝니다. 소매값1,000 원으로 희망을 사세요. 희망을 찾으러 멀리까지 힘들게 갈 필요가 있나요. 가까운 슈퍼에 들어가시면 무수한 희망들이 진열대 위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무 거나 당신의 기호에 맞게 고르세요. 그리고 고귀한 당신을 위해서는 디파트먼트에서 명품 희망과 복도 세일합니다. 연초의 특별세일이죠. 여기에 당신이 원하는 모든 희망과 복이 있습니다. 희망을 사세요. 복을 사세요. 싼값에 희망과 복을 사세요.

길위의단상 20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