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863

2007년 10대 환경뉴스

2007년도 10대환경뉴스를 전국 환경단체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에서 선정해 발표했다. 어느 때보다 환경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이즈음에, 작년에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1. 태안 앞바다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해양오염 사고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환경대재앙이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현대오일뱅크 저장시설로 이송, 정박 중인 홍콩 선적 ‘허베이 스피리트’ 유조선을 들이받아 12,547kl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단일선체 유조선이 아니었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름유출은..

길위의단상 2008.01.14

급성 경막하 출혈

얼마 전 최요삼 선수가 권투 시합 중에 강펀치를 맞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그 병명이 '급성 경막하 출혈'인데 뇌가 외부로부터 큰 충격을 받아 심하게 손상되며 부어오를 때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두개골에 가로막힌 뇌는 팽창할 여백이 없어 일단 붓기 시작하면 급격한 뇌압 상승이 생긴다. 이때 뇌가 밑의 약한 부분으로 빠지면서 호흡 중추가 있는 뇌간이 눌리면서 사망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이런 긴급 상황에서는 빨리 병원으로 옮겨 두개골을 열고 뇌압을 낮추는 처리를 해야 생명을 건질 수가 있다. 슬픈 소식을 접하며 불현듯 어릴 적에 나에게 일어났던 비슷한 사고가 떠올랐다. 아마 초등학교 4학년 때 쯤이었다고 생각된다. 자주 놀러갔던 이모네 집 뒷산에는 ㄱ자 형으로 생긴 큰 소나무가 있었다. 우..

길위의단상 2008.01.07

어느 여중생의 유서

안녕?... 모두들... 내가 자살하기 하루 전에 쓰는 글이야. 왠지 슬퍼. 내가 죽기 때문일까,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 때문일까, 아님 내가 죽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버젓이 돌아갈 세상 때문일까?.. 나는 말이야.. 유치원 약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2년 하고도 약 2개월.. 약 11년 조금 넘게 공부를 했어. 그동안 여러가질 배웠고, 인권선언, 미국의 독립선언, 또 뭐 있더라.. 천부인권설.. 음, 더 기억이 안나네.. 내 무식이 드러나나 봐.. ㅎㅎ... 아무튼 저런 것을 보면서 난 생각했었어.. 인간은 항상 자유를 추구하는구나.. 나도 자유로운 사람이 돼야지 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현실은 너무 달라. 상상 이상으로 너무 달라. 공부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들.. 다 남 이야기 같았어...

길위의단상 2008.01.03

신문 읽는 여자

신문을 진지하게읽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아름답게 보인다. 남자가 신문을 보는 것은 눈에 띄는 일이 아닌데, 여자의 경우는 왜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것은 여성이 원래 정치나 사회적인 현상에 남성보다 관심이 덜 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가부장적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은 스스로 남편을 통해 세상을 읽으려 하며, 그것이 예의인 줄 알고 있지나 않나 하고 말이다. 아직도 많은 여자들이 가정에서 남편을 통해 세상을 읽으려 한다. 몇몇 여자들과 세상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남편의 생각을 대신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제까지의 가부장적 구조가 무의식적으로 여성을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서기 보다는 부권[父權, 夫權]에 종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길위의단상 2008.01.02

바람직한 직업 1위가 목수

1. 목수 2. 타일공 3. 페인트공 4. 건축사 5. 배관공 6. 은행원 7. 의사 8. 변호사 9. 회계사 10. 정신과의사 이것은 호주 사람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직업 순위다. 지난 6월에 호주의 한 인터넷 취업 사이트가 950명의 호주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며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부러움도 느껴졌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결코 물질이나 명성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라면 곧 죽어도 의사와 변화사가 1, 2위를 점할 것이다. 그리고 본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부모 중 자식에게 목수나 타일공 같은 기능직을 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호주와 우리나라는 사회적 여건이나 국민의식 ..

길위의단상 2007.12.30

사랑은

사랑은 '思量'이다. 끝도 없이 그대가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것이다. 기쁘면 기뻐서 생각이 나고 슬프면 슬퍼서 또 그대가 떠오른다. 한가해서 자꾸만 생각하는 그대 잊으려 일을 꾸며보지만, 일 속에서도 그대는 나타난다. 그래서, 사랑은 그대 생각에 가슴이 저미는 것이다. 사랑은 늘 그대 옆에 있고 싶은 것, 그대를 만지고 싶은 것. 사랑은 한밤중에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길위의단상 2007.12.25

잔치 뒤의 씁쓸함

대선 잔치판이 끝났다.오후 여섯 시, 투표가 끝난 뒤 예측 발표를 듣고는 기분이 우울해져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 와중에도 잠이 오는 것이 신기했다. 대통령 자리는 하늘이 점지해줘야 하는가 보다. 정권교체와 경제가 화두인 시대에서 이명박 같은 사람이 당선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민심이 천심이라지만 나로서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득표로 그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이 도시 이해되지가 않는다. 이번 선거판에서 최대의 화두는 경제였고, 이 문제 앞에서 모든 이슈는 묻혀 버렸다. "잘 살게만 해 주면 됐지, 다른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아침에 출근하면서 버스의 라디오로 들린이 한 마디가 나를 더욱 섬찟하게 한다. 우리의 가치관이 언제 이렇게 형이하학적..

길위의단상 2007.12.20

엉뚱한 상상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외진 곳에 숨어들고 싶다. 한 네닷새 그곳에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따스한 사람과 한 쌍의 짐승이 되어 빈둥거리고 싶다.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서 작은 이불 펴놓고, 졸리면 잠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가져간 몇 권의 책이나 넘기며 이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모습으로 지내보고 싶다. 바닷가 쓸쓸한 곳에 그런 집 한 채 없을까. 낮이면 주인 내외는 바다로 고기잡이 나가고 텅 빈 집, 우리 둘이 남아원껏 게으름의 사치를 부릴 수 있는그런 방 한 칸 어디 없을까. 그 작은 왕국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할 일 없이, 눈과 귀만 열어놓은 채...

길위의단상 2007.12.16

절망이 아니었던 시대가 있었던가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후배 K가 현실 상황의 절망감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늘 올곧게 생각하고 살려는 사람이라 답답해 하는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고 공감이 되었다. 선거로 과연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도 나왔고, 대중들 수준이 이런 단계에 머물러서는 결코 민의가 역사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데 대해서도 공감했다. 이 시대의 화두는 오직 경제다. 코 앞에 닥친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가 최대 이슈가 되고 있고, 국민들 관심사도 부자가 되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심하게 말하면 우리 국민들 머리 속에는 오직 먹고사니즘 밖에 없다. 그런 분위기에서는극심한 생존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로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고, 사람들은 제 덫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그런 현실의 아귀다툼에서 한 발짝 물러..

길위의단상 2007.12.06

어떤 대화

교사 아카데미에 K씨가 강사로 나왔다. 그분이 나누어준 자료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K씨와 열 살 된 아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어떤 아이들은 굶는데, 어떤 아이들은 먹을 게 남아서 버리잖아. 하느님은 어떤 아이가 더 마음이 아프실까?" "음... 부자 아이들." "부자 아이들?" "응." "설명해 볼래?" "하느님은 사람이 다 평등하게 살 줄 아셨을 것 아냐. 그러니까 하느님은 굶는 아이들 생각 못하고 음식을 버리는 아이들 보면 마음이 아프실 거야." '가난한 아이들'이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K씨 입장에서는 아이의 말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했다. "아빠가 예수님 이야기 하나 해줄까?" "응." "예수님이 회당에 앉아서 사람들이 헌금하는 걸 보고 있었어. 부자들이 거들먹거리며 많은 돈을..

길위의단상 2007.11.30

한 장의 사진(9)

한창 때였던 스물에서부터 삼십대 초반까지를 나는 서울 면목동에서 살았다. 당시는 동네가 전부 단독주택이었고, 용마산에는 채석장이 있어 가끔 돌 깨는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옆의 중랑천에는 건너편 청량리 지역으로 건너가는 거룻배가 다녔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면목동도 많이 변했다. 당시에 면목동 집으로 자주 놀러왔던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는 그저 얼굴만 아는 사이였으나 대학교에 들어가서 또 다른 친구가 매개가 되어서 셋이서 자주 만나게 되었다. 성격이 내성적이었던 이 친구는 공부만은 엄청나게 열심히 했다. 70년대의 정치상황이 공부에만 매달릴 분위기가 아니었는데도 친구는 그것 아니면 길이 없다는 듯 오직 공부만 파고들었다. 취미..

길위의단상 2007.11.27

연리지 이야기

숲속의 나무들은 좁은 공간을 나눠 갖고 살아간다. 자연히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서로의 몸이 맞닿게 마련이다. 이렇게 맞닿은 채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함께 협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아예 몸을 합쳐 한 나무가 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것이다. 이렇듯 맞닿은 두 나무의 세포가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 연리(連理)다. 나뭇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다. 연리목은 흔히 나무를 심을 때 너무 가까이 심은 탓에 세월이 지남에 따라 지름이 굵어진 줄기가 맞닿아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연리지는 매우 드물게 생긴다. 가지가 계속 맞닿아 있을 기회가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리지는 매우 희귀하다. 두 몸이 한 몸이 된다 하여 연리지나 연..

길위의단상 2007.11.16

[펌] 자본주의와 기독교

중세 교회는 봉건 지배체제의 일부였습니다. 교회는 엄청난 땅을 소유했고 평민들에게서 세금을 걷고 사법권의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는 이렇게 설교했습니다. “하느님이 준 권력인 국왕과 하느님의 대리인인 교회에 복종해야 한다” “현실은 죄로 물든 고통스러운 것이며 인생의 진정한 목적은 천국에 가는 것이다.” 그럴싸한 말이지만, 이 설교에 따르면 모든 현실적 욕망(부도덕한 탐욕뿐 아니라 인간 해방의 욕망 같은 정당한 것까지 포함한)은 사악하고 부질없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 자체로 봉건체제의 지배이데올로기였습니다. 성직자와 귀족을 제외한 전체 인구의 95%가 넘는 사람들이 그런 신앙의 사슬에 묶여 수입의 8할 이상을 귀족과 교회에 바치며 평생 죽도록 일만 했습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해서 말입..

길위의단상 2007.11.13

우리를 지배하는 이즘

한 사람이 가지는 가치관은 시대와 환경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단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그런 점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규범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나를 아는 것과 직결되는 문제다. 즉,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저절로 표현되는 모든 삶의 양식을 어떤 분은 '문화적 문법'이라고 불렀다. 대화할 때 국어문법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듯, 우리는 문화적 문법에 자연스레 젖어서 그 틀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된다. 이 분은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을 크게는 두 카테고리로, 작게는 12가지로 분류했다.이런 분류가 현상을 단순화시키는 위험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를 전체적..

길위의단상 2007.11.11

어느 대선 후보의 한글 실력

이명박 후보가 지난 6월 6일에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글이 화제다. 짧은 문장에서 잘못된 부분이 다섯 군데나 될 정도로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이다.띄어쓰기는 그렇다 치고, 아직도 '-읍니다'와 '-습니다'를 혼동하는 한글에 대한 무감각이 한심하다. 이 후보는 영어 교육을 부르짖기 전에 자신의 한글에 대한 애정부터 점검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런 것은 실력을 떠나 관심의 애정의 문제다. 국민들 다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 후보의국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프다.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국민들의 60% 정도가 도덕성 보다는 잘 살게 해 줄 대통령을 뽑겠다고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나 그런 방향으로 흐르는 국민 의식에도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경..

길위의단상 2007.10.22

무지의 구름

뉴턴 역학이 학계를 풍미하던 18세기에 라플라스는 어느 특정 시간에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의 운동 상태를 알 수 있다면, 그 뒤에 일어날 모든 현상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만 있다면 우주의 진행을 완벽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결정론적 세계관이라고 한다. 우주의 시작과 동시에 이미 우주의 미래는 결정되어 있다. 지구라는 별에 인간이 나타난 것도 필연적인 결과이며, 동시에 앞으로 인간의 미래 또한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 이론을 인간의 심리 영역에까지 확장시킨다면 다음에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고 어떤 사건과 만날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란 그런 결정된 것의 확인에 불과하다. 우연이란 아..

길위의단상 2007.10.15

[펌] 아버지 하느님 엄마 하느님

청년들은 겸연쩍게 제 고민을 털어놓는다. 교회가 잘못된 게 참 많은데 비판을 하자니 목회자나 교회에 순종하지 않는 게 신앙적으로 올바르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대답한다. “다니는 곳이 교회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보세요. 십자가 단 건물에 강대상 놓고 예배 본다고 교회는 아니니까요. 만일 교회가 아니라면 고민할 이유가 없어요. 예루살렘 성전의 아름다움에 찬탄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쓰게 웃으며 한 말 기억하지요? ‘나는 분명히 말한다.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제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것이다.’(마태 24) 바로 우리에게 한 말입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대개 ‘윤리적 타락’이라는 면에서 해석되곤 한다. 교회가 개혁되면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교회개혁 운동의 열정을 진심..

길위의단상 2007.10.07

입시교육의 비극

지난 추석 연휴 때에 생긴 일이다. 서울의 모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 담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 지금 어디서 무엇 하고 있냐?" "집 앞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지금 당장 학교 독서실로 나와!" 사연인즉, 추석 연휴 기간에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셨단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적은 것을 보고 '왜 이 모양이냐'는 한 마디에 담임들이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는 추석이고 친척이고 아무 의미가 없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추석 연휴 뒤에 보도록 일정이 짜여 있다. 고등학생들에게 추석 연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노는데 시험 준비에 몰두해야 하니 도리어 휴일이 싫다. 그런 휴일을 제공한 추석도 귀찮기만 하다. 귀향을 해..

길위의단상 2007.10.05

생체 리듬을 생각한다

예전에 바이오리듬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바이오리듬은 인간은 누구나 출생할 때부터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신체 리듬, 감성 리듬, 지성 리듬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론이다. 세 곡선은 출생과 동시에 제로 지점에서 출발해 주기의 변화없이사람의 일생을 지배한다. 그래서 간단한 계산만으로 사람의 에너지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운동 선수의 컨디션 체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심신이 어떤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감하지만 그 원리가 이렇게 단순하다는데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었다. 처음에는 나도리듬 상태를 확인하고 생활에 적용해 보려고 했지만 곧 시들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어떤 리듬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젊었을 때..

길위의단상 2007.09.29

꽃은 왜 아름다운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보면 공장에서 인공수정으로 만들어지는 노동자 계급의 유아들에게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없애버리기 위해 조건반사 학습을 시키는 게 나온다. 삭막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기르다가 화분에 꽂힌 꽃을 보여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방긋 웃으며 엉금거리며꽃을 향해 기어간다. 이때 바닥의 철판에 전기를 흘려보내 아이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면 아이들은 놀라서 자지러지게 운다.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 학습시키면 아이들은 꽃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고 거부감을 갖게 된다. 자연을 동경하는 감수성이 매말라버리는 것이다. 평생을 공장에서 육체노동에 만족하며 살아갈 충직한 노동자는 이렇게 양성된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얼마 전 TV에서 꽃에 관한 특집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꽃에 대하는 사람들 반응..

길위의단상 2007.09.20

학력 위조를 권하는 사회

사회 유력인사들의 학력 위조 파문이 결국 권력층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사건은 학력 위조로 미국으로 도피한 미모의 여성 S씨와 청와대 비서관 B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로까지 연결되어 세인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인간 역사의 어느 시기에나 사람들이 모여드는 중심에는 권력과 돈이 있었다. 학력을 위조해서라도 얻으려 하는 것이 결국은 이 둘인 것이다. 남자의 경우에 이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여자는 저절로 모여든다. 하물며 그 모든 것을 갖춘 남자의 경우야 드러난 것이 어찌 전부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연신 터져 나오는 잘난 사람들의 가짜 학력 소동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시사해준다. 우리 사회는 학력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아무리 해도 근절되지 않..

길위의단상 2007.09.13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교실에 들어가니 바닥 여기저기에 휴지가 흩어져 있다. 가까운 아이에게 휴지를 줍게 했더니 “내가 왜 주워야 해요?”하면서 빤히 쳐다본다. 자신이 버리지 않았으니 주울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교사가 휴지를 주어도 아이들은 전혀 괘념하지 않는다. 수업 중에 잠자는 아이를 깨우면 왜 귀찮게 하느냐며 짜증을 낸다. 이런 모습들이 요사이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이다. 교실은 이렇게 살벌하게 변해가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빚어낸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지만 이것은 결코 어느 누구만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다. 작년 아이들이 다르고, 올해 아이들이 다르다. 좋은 면으로 변한다면야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길위의단상 2007.09.08

인류의 미래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결혼제도와 인류의 미래에까지 대화가 미치게 되었다. 서로간에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랐다. 지금의 일부일처 결혼제도가 인간 본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데는 대개가 동의했지만 그래도 최선의 제도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성의 독점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문명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들을 했다. 성의 자유화와 가족 붕괴 현상도 결국에는 다시 전통적인 가족 윤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들은 다른 시스템을 거의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어선지 가부장적인 숫컷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별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사회 시스템은 인류의 미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이 인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지금으로서는 잘..

길위의단상 2007.09.02

문국현의 출사표

새 세상에 대한 갈망이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 정치판에서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것이 지금껏 증명되고 있지만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정치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데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한 정치적 좌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며칠 전 문국현이라는 분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들의 잠들어 있는 의식을 깨우는 태풍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미풍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분의 발언을 들으며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내용에 눈이번쩍 뜨이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아직 멀고, 그리고 여나 야나 기성 정치 노선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후보 출현..

길위의단상 2007.08.29

한 장의 사진(8)

31년 전 이맘때에 나는 증평훈련소에 입소하여 대한민국 육군 사병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해를 넘긴 뒤의 입대라 다른 사람에 비해 서너 살이나 나이가 많았고 행동까지 굼떠 고생을 많이 했다. 비인간적인 기합을 받으며 내 일생에서 가장 서럽게 울었던 것도 그때였다. 계급 차이를 이용해 사람을 모욕하고 인격을 파괴하는데 쾌감을 느끼는 무리가 그 안에는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당시의 사병 훈련은 인간의 자존감을 깔아뭉개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것은 절대 복종하는 군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황당했던 경험은 훈련소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나는 머리 검사에서 불합격을 받고 구내 이발소에 가게 되었다. 군대 이발소 분위기가 살벌한 것은 당연했지만, ..

길위의단상 2007.08.24

한국인의 마음

유엔 인종차별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민족주의를 우려하는 내용이 보도 되었다. 단일민족의 강조가 이주노동자와 주로 동남아에서 온 결혼여성 등에 대한 인권 침해의 요인이된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이 한 사회의 구성원을 결집시키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유연성을 잃고 이데올로기화 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민족주의는 히틀러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민족 의식이 배타성을 띄기 시작할 때 위험해진다. 인간 유전자 안에는 편을 가르는 본능이 숨어있는지 지금은 종파주의가 이곳저곳에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한 동네가 되어 가는 흐름에서 이제 민족주의는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유엔이 우리나라의 단일민족 의식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

길위의단상 2007.08.21

소음 스트레스

성격이 별난 탓인지 나는 유달리 소음이나 번잡함을 견디지 못한다.자신을 방해하거나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의 인지상정이지만 다른 사람은 잘 견뎌내는 것도 나는 참지를 못하니 아무래도 유별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지하철을 탈 때 사람으로 꽉 차있으면 나는 타지를 않는다. 어떤 때는 20분 이상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지각을 하더라도 좀 덜복잡한 다음 차를 기다리는데 동행한 사람은 이런 나의 습성을 이해하지를 못한다. 그러나 나는 사람 몸과 몸이 부딪치며끼여 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휴가철에 유명 관광지의 사람들로 북적대는 풍경은 나에게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 구경하러 일부러 찾아간다는데 내 뇌 구조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보다 ..

길위의단상 2007.08.17

짜증의 계절

"당신, 왜 이렇게 짜증만 내는 거야?" 요사이 아내로부터 자주 듣는 짜증 섞인 대꾸다. 그러면 되돌아가는 내 말투 또한 투박해지고,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는 응답은 뻔한 것이다. 어제 저녁에도 사소한 데서 발단이 되어 둘은 냉전 상태로 들어갔다. 같이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들어왔건만 불안한 평화는 고작 몇 시간을 지탱하지 못하고 다시 깨졌다.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자탄을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하고 있다. 아내의 불만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것까지 짜증으로 몰아가는 아내의 태도가 나로서는 기분 나쁘다. 그러니 아내에게 타박을 하고 그것이 아내로서는 원망스러울 법하다. 둘은 요사이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다.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고쳐지지도 않는다. 아내..

길위의단상 2007.08.14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미국의 한 교수가 뉴욕을 중심으로 예상을 했다. 인간이 사라지면 맨하튼 땅 밑으로 흐르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흘러나와 이틀 만에 뉴욕의 지하철은 물에 잠긴다. 이어서 하수 오물이 땅 위로 떠오르고 부패하면서 1년 뒤에는 도로 포장이 마멸된다. 4년이 지나면 빌딩이 붕괴하기 시작하고, 5년 뒤에는 자연발화에 의해 불이 나 엄청난 화재가 발생해 모든 것을 태워 버린다. 그리고 20년이 지나면 폐허가 된 맨허튼 거리에는 개울과 늪이 생기고, 건물이 서 있던 자리에는 온갖 초목이 자라면서 뉴욕 특유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500년 뒤가 되면 뉴욕은 거대한 수풀 지대가 된다. 15000년이 지나면 빙하기가 찾아오는데, 맨해튼에 남아 있던 거대 건물들의..

길위의단상 2007.07.31

맑은 강의 추억

운 좋게도 올해는 두 차례나 동강을 가 볼 기회가 있었다. 두 번 다 동강의 수려한 경치에 넋을 앗겼는데, 지금도 영 기분이 찜찜한 것은 동강의 물이 너무나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맑고 청정한 강의 대명사였던 동강마저 이렇게 변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동강 주변에 사는 사람들 얘기로는 고기가 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할 때는악취 때문에 강 가까이 가지도 못한다고 한다. 동강댐을 만드느냐 마느냐로 돈바람의 회오리가 휘몰아치더니 기어코 강물까지 죽이고 말았다. 우리나라 강 중에 지금껏 온전히 남아있는 강은 없을 것 같다. 인간 생활의 편리함과 안락을 차지한 대가로 우리는 공기와 땅과 물을 망쳐놓고 말았다. 이렇게 근본을 망가뜨려 놓고는 무슨 발전을 논하고, 인간다움을 논하는지 한심하기만 한..

길위의단상 200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