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었던가,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하지만, 나로서는 꼭 그렇게만 부를 수는 없는 안타깝고 슬픈 느낌이 들었다. 사람의 발이라고 하기가 어려운, 마치 나무뿌리와도 같은 발을 보면서 정상에 오르기 위한 치열한 삶에 무섭기도 하고 동시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들이 몸에 대해서 갖는 애착을 생각할 때 더욱 그랬다. 발이 저렇게 망가지도록 연습을 하면서 흘린 땀과 눈물은 얼마나 될까? 요가 고행자가 저보다 더할까? 시간이 흐를수록 발은 점점 성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애처로운 마음은 여전했다. 레슬링 선수의 뭉개진 귀를 볼 때도 마음이 아팠다. 연습을 하느라 얼마나 매트에 얼굴을 부딪쳤는지 선수의 귀는 기형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