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이었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집 주인,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와 함께 모였다. 집 주인한테서 전세금을 돌려받았는데 1억7천만 원짜리 수표 한 장과 10만 원짜리 수표 열 장이었다. 그리고 세입자에게 지난달의 관리비 등으로 10만 원짜리 수표 넉 장을 건넸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끝났다. 큰 돈을 가지고 다니기가 뭣해 일단 은행에 넣기로 했다. 창구에서 수표를 내미는데 이런, 1억7천만 원짜리 수표가 사라지고 없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디 흘려버린 게 아닌가, 어떻게 하지, 이 일을 어쩌지. 하필 제일 큰 덩치가 없어지다니. 가슴이 쿵쾅거리고 세상이 까맣게 변했다. 만약 이 돈이 날아간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허둥대다가 간신히 정신을 수습해서 수표를 세어보니 10만 원권 일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