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4

장자[173]

뼛골이 없는 아첨쟁이를 ‘난주’라고 부르고 남의 그늘에서 편안함을 구하는 자를 ‘유수’라고 부르고 수족이 굽어 몸이 괴로운 병신을 ‘권루’라고 부른다. 이른바 난주는 어느 한 선생에게 배운 말을 무조건 따르고 아첨하며 자기 학설로 삼고는 스스로 만족한다. 그들은 만물이 시작되기 전을 알지 못하므로 난주라 부른다. 유수는 돼지에 기생하는 이를 말한다. 성긴 돼지 털에 살며 이것을 고대광실이나 넓은 정원으로 생각하고 발굽 사이나 젖통 사이나 사타구니를 편안하고 편리한 거처로 생각할 뿐, 어느 날 아침 도살부가 와서 팔을 가로채 풀을 깔고 연기 불에 태우면 자기도 돼지와 함께 타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나아가든 물러가든 제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이니 이런 것들을 이른바 유수라고 부른다. 권루는 순임금과 ..

삶의나침반 2011.07.17

장자[172]

설결이 제자인 허유를 만나 물었다. “그대는 어디를 가는가?” 허유가 답했다. “요임금으로부터 도망치는 겁니다.” 설결이 물었다. “무슨 말인가?” 허유가 답했다. “지금 요임금은 인(仁)을 한다고 애쓰고 있는데 나는 그것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걱정한답니다. 후세는 그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게 될 것입니다.” 齧缺遇許由曰 子將奚之 曰 將逃堯 曰奚謂邪 曰 夫堯畜畜然仁 吾恐其爲天下笑 後世其人與人相食與 - 徐无鬼 10 경상초(庚桑楚)에 나왔던 내용이 다시 나온다. 후세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장자가 살았던 춘추전국 시대의 상황을 지금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보는 관점에 따라 좋았다 할 수도 있고, 나빴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세상은 ..

삶의나침반 2011.07.10

장자[171]

남백자기는 아들 여덟을 앞에 세워놓고 구방인을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자식들의 관상을 보아주시오! 누가 상서롭소?” 구방인이 말했다. “곤이 상서롭습니다.” 남백자기는 의심스러운 듯 좌우를 둘러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어찌 그렇소?” 구방인이 말했다. “곤은 장차 군주와 더불어 밥을 같이 먹으면서 몸을 마칠 것입니다.” 이에 남백자기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말했다. “우리 자식이 왜 이런 악운에 이른단 말인가!” 子기有八子陳諸前 召九方인曰 爲我相吾子 孰爲祥 九方인曰 梱也爲祥 子기瞿然喜曰 奚若 曰 梱也將與國君同食 以終其身 子기索然出涕曰 吾子何爲以至於是極也 - 徐无鬼 9 초식성의 인간과 육식성의 인간이 있다. 식성만이 아니라 인간의 성품도 그렇게 나눌 수 있다. 아마 장자학파는 초식성의 극단에 위치하지 ..

삶의나침반 2011.07.03

장자[170]

바다는 모든 강물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큰 것의 지극함이요, 성인은 천지를 아울러 감싸고 은택이 천하에 미치지만 그의 성씨를 모른다. 이런고로 살아서는 벼슬이 없고 죽어서는 명성이 없으며 열매를 취하지 않고 이름을 세우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대인이라 말한다. 故海不辭東類大之至也 聖人幷包天地澤及天下 而不知其誰氏 是故生無爵死無諡 實不聚名不立 此之謂大人 - 徐无鬼 8 유가(儒家)에서는 이름과 명분을 중요시한다. 이념의 힘으로 질서 있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생애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유가에서 군자는 학식이나 덕행이 높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높은 관직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름이나 명분은 목숨보다 소중했다. 도가(道家)에서는 이름을 부정한다. 도덕경의 첫머리가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

삶의나침반 2011.06.26

장자[169]

오나라 왕은 강에 배를 띄우고 원숭이 산에 올랐다. 원숭이들은 그를 보고 순순히 포기하고 달아나 깊은 가시나무 숲으로 도망쳤다. 그중 한 마리가 거만하게 나뭇가지를 흔들고 집어던지며 왕에게 재주를 뽐냈다. 왕이 활을 쏘자 민첩하게 화살을 잡아버렸다. 왕이 명하자 몰이꾼들이 달려 나와 화살을 쏘았고 원숭이는 수많은 화살을 맞은 채 죽었다. 왕은 벗 안불의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 원숭이는 제 재주를 자랑하고 제 민첩함을 믿고 나에게 오만했으므로 이처럼 죽임에 처해진 것이다. 경계하라! 오! 너는 인주에게 교만한 태도가 없도록 하라!” 안불의는 고향으로 낙향하여 동오를 스승으로 삼고 얼굴 표정을 없애버리고 풍악을 멀리하고 영달을 거절했다. 삼 년이 되자 나라님들이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吳王浮於江 登乎狙之..

삶의나침반 2011.06.19

장자[168]

관중이 병이 들자 환공이 문병을 와서 말했다. “중보의 병이 깊구려! 꺼리지 않을 수 없지만 말하겠소. 만약 병이 깊어지면 과인은 누구에게 나라를 맡겨야 합니까?“ 관중이 말했다. “공께서는 누구에게 물려주려 하십니까?” 환공이 답했다. “포숙아입니다.” 관중이 말했다. “불가합니다. 그는 사람됨이 깨끗하고 청렴하고 선한 선비입니다. 그는 자기만 못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한 남의 과오를 한번 들으면 종신토록 잊지 못합니다. 그에게 나라의 정치를 맡기면 위로는 군주에게 거스르며 아래로는 또 백성들과도 어긋날 것입니다. 끝내 그는 군주에게 죄를 받게 될 것이니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管仲有病 桓公問之曰 仲父之病 病矣 可不謂云 至於大病 則寡人惡乎屬國而可 管仲曰 公維欲與 公曰 鮑叔牙 曰 不可 其爲..

삶의나침반 2011.06.10

장자[167]

장자가 장례를 끝내고 혜자의 묘를 지나면서 따르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어느 미장이가 자기 코끝에 백토를 바르니 파리 날개와 같아지자 석공으로 하여금 그것을 깎아내게 했다. 석공이 도끼를 휘두르면 바람이 일고 들리는 것은 깎이는 소리뿐, 백토가 다 깎여도 코는 상하지 않으며 미장이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다 한다. 송나라 원군이 그 소문을 듣고 석공을 불러 말했다. ‘시험 삼아 과인을 위해 그것을 해보아라.’ 석공이 말했다. ‘신은 일찍이 그처럼 깎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신의 기술을 시험할 상대가 죽은 지 오랩니다. 신의 짝인 미장이가 죽은 이래 신과 짝을 삼을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도 혜자가 죽으니 더불어 담론할 사람이 없구나!” 莊子送葬 過惠子之墓 顧謂從者曰 영人堊慢其鼻..

삶의나침반 2011.06.03

장자[166]

농부는 농사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고 장사치는 장사 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다. 서민들은 아침저녁 생계가 마련되면 부지런하고 공장 일꾼들은기계와 기술이 있으면 기운이 난다. 돈과 재산이 쌓이지 않으면 탐욕자는 근심하고 권세가 더해지지 않으면 과시하려는 자는 슬프다. 이처럼 세력과 외물을 좇는 자들은 변란을 즐기고 때를 만나야 소용되므로 무위자연할 수 없다. 이들은 세상 형편에 따르며 순종할 뿐 변화에 물物처럼 자정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육체와 성정을 쫓기게 하여 만물을 골몰하게 하면서 종신토록 돌아올 줄 모르니 슬픈 일이다. 農夫無草萊之事 則不比 商賈無市井之事 則不比 庶人有旦暮之業 則勸 百工有器械之巧 則壯 錢財不積 則貪者憂 權勢不尤 則誇者悲 勢物之徒樂變 遭時有所用 不能無爲也 此皆順比於歲 不物於易者也 馳其形性..

삶의나침반 2011.05.26

장자[165]

황제가 말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그대의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나 청컨대 천하를 다스리는 일을 묻고 싶소.” 동자는 사양했으나 황제가 다시 묻자 입을 열었다.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 어찌 말 먹이는 일과 다르겠소? 역시 말을 해치는 일을 제거하는 일일 뿐이오.” 황제는 머리 조아려 재배하며 천사라 호칭하였다. 그리고 대외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그만두고 되돌아왔다. 黃帝曰 夫爲天下者 則誠非吾子之事 雖然 請問爲天下 小童辭 皇帝又問 小童曰 夫爲天下者 亦奚以異乎牧馬者哉 亦去其害馬者而已矣 黃帝再拜계首 稱天師而退 - 徐无鬼 3 황제가 산신령인 대외를 만나려고 구자산으로 갈 때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말을 모는 동자(童子)를 만난다. 길을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황제가 어린 동자에게 나라를 ..

삶의나침반 2011.05.19

장자[164]

무후가 물었다. “선생을 뵙고자 한 지 오랩니다. 나는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위해 전쟁을 종식시키려고 하니 옳은 일인지요?” 서무귀가 답했다. “아닙니다. 백성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백성을 해치는 시초입니다. 의를 위해 전쟁을 종식시키려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전쟁을 일으키는 근원입니다. 군주께서 이와 같이 한다면 거의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무릇 아름다운 이름을 이루려는 것은 바로 미움을 담는 그릇이 됩니다. 군주께서 인의를 위하여 밀고 나가는 것은 인위에 머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武侯曰 欲見先生久矣 吾欲愛民 而爲義偃兵可乎 徐无鬼曰 不可 愛民 害民之始也 爲義偃兵 造兵之本也 君自此爲之 則殆不成 凡成美 惡器也 君雖爲仁義 幾且僞哉 - 徐无鬼 2 위나라 무후와 서무귀의 이 대화를 보며 양나라 무제와..

삶의나침반 2011.05.03

장자[163]

당신은 월나라의 유랑객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나라를 떠난 지 며칠이 지나자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기뻤고 나라를 떠난 지 열흘 한 달이 지나자 나라에서 본 듯한 사람을 만나도 기뻤고 일 년이 되자 비슷한 사람을 만나도 기뻤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을 떠난 지가 오래일수록 사람을 그리워함이 깊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인적이 그리운 적막한 고장에 숨은 자가 명아주가 족제비를 막고 있는 길에서 외로이 공허 속을 걸어가는 처지라면 저벅저벅 사람의 발소리만 들어도 기쁠 것입니다. 하물며 그 옆에서 형제 친척들의 속삭임과 기침 소리가 들린다면야! 子不聞夫越之遊人乎 去國數日 見其所知而喜 去國旬月 見其所嘗見於國中者而喜 及其年也 見似人者而喜 不亦去人滋久 思人滋深乎 夫逃虛空者 려조柱乎생유之逕 랑位其空 聞人足音공然而..

삶의나침반 2011.04.28

장자[162]

벌을 받아 발꿈치가 잘린 현자는 수놓은 옷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세상의 비난이나 기림을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형수가 높은 곳에 올라도 두렵지 않은 것은 죽고 사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두루 허물없는 사이여서 대접하지 않는 것은 남이란 생각을 잊었기 때문이다. 남을 잊고 생각대로 행동한다면 자연인이라 할 것이다. 介者치畵 外非譽也 胥靡登高而不懼 遺死生也 夫復습不饋 而忘人 忘人因以爲天人矣 - 庚桑楚 12 공자는 나이 70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에 이르렀다고 했다.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자가 생각대로 행동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행동해도 순리에 맞는 사람이 자연인이다. 남을 잊는다고 제멋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남의 평가나 세..

삶의나침반 2011.04.16

장자[161]

활의 명수 예는 작은 것을 맞히는 데는 기술자였지만 남들로 하여금 자기를 기리지 않게 하는 데는 졸렬했다. 반면 무위자연의 성인은 자연에는 기술자지만 인위에는 졸렬하다. 자연에 기술자이며 사람에게도 선량한 것은 온전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오직 벌레만이 벌레다울 수 있고 벌레만이 자연다울 수 있다. 예工乎中微 而拙於使人無己譽 聖人工乎天 而拙乎人 夫工乎天而량乎人者 唯全人能之 唯蟲能蟲 唯蟲能天 - 庚桑楚 11 '오직 벌레만이 자연다울 수 있다'는 데서 극단적 자연주의자로서의 장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주의는 인간의 개입 없이 일어난 일들이 이성으로 오염된 것들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자연주의는 인위와 대척을 이루는 반문명주의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이 4대강 삽질로 깔끔하게 단장된 것보다 뛰어나다..

삶의나침반 2011.04.05

장자[160]

의식의 어지러움을 무찌르고 마음의 올가미를 풀어라. 덕의 얽매임을 벗고 도의 막힘을 뚫어라. 부와 귀, 출세와 위엄, 명성과 이익 이 여섯 가지는 의식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요, 용모와 행동거지, 색과 무늬, 기식氣息과 정의情意 이 여섯 가지는 마음을 묶는 것이다. 미움과 욕심, 기쁨과 성냄, 슬픔과 즐거움 이 여섯 가지는 덕성을 얽는 것이다. 물러남과 나아감, 거두어들임과 베풂, 지식과 재능 이 여섯 가지는 도를 막히게 하는 것이다. 이 네 종류의 여섯 가지가 흉중을 동요시키지 않으면 바르게 될 것이다. 바르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밝으며 밝으면 비고, 비면 인위가 없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徹志之勃 解心之繆 去德之累 達道之塞 富貴顯嚴名利 六者勃志也 容動色理氣意 六者繆心也 惡欲喜怒哀樂 六者累德也 去就取與..

삶의나침반 2011.03.28

장자[159]

거리에서 발을 밟았을 때 남이면 경솔함을 사과하고 형이면 좋은 낯빛으로 보고 어버이는 그냥 서 있다. 그러므로 지극한 예는 남이 없고 지극한 의는 사물이 따로 없고 지극한 지혜는 꾀가 없고 지극한 인은 친척이 없고 지극한 신의는 보증금이 없다고 말한다. 전市人之足 則辭以放오 兄則以구 大親則已矣 故曰 至禮有不人 至義不物 至知不謀 至仁無親 至信벽金 - 庚桑楚 9 지진과 쓰나미의 대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 사람들의 차분한 태도가 화제다. 가족과 전재산을 잃은 비극 가운데서도 우리와 같은 발작적인 통곡과 오열은 보기 어렵다. 아무리 자연재해에 익숙하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인 이상 속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이웃의 고통을 먼저 염려해주는 태도는 일본정신 또는 일본문화의 특..

삶의나침반 2011.03.20

장자[158]

시비를 일으켜 서로 이기려 하고 결과에서 명과 실이 일치하는가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에 자기를 위주로 삼고 남들이 자기를 따르는 것이 절의라 생각한다. 이에 죽음으로써 절의를 지켜 보상하려 한다. 이런 자들은 채용되는 것을 지혜롭다 하고 채용되지 못하면 어리석다 하며 위에 통하는 것을명예라 하고 막히고 궁색한 것을 치욕이라 한다. 이시(移是)는 요즘 사람들이니 이는 대붕을 비웃은 메까치나 비둘기처럼 동(同)에서 동을 구하는 자들이다. 因以乘是非 果有名實 因以己爲質 使人以己爲節 因以死償節 若然者 以用爲知 以不用爲愚 以徹爲名 以窮爲辱 移是 今之人也 是조與學鳩 同於同也 - 庚桑楚 8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은 장자의 특기다. 여기 나오는 '이시(移是)'는 솥 밑에 생긴 검댕이를 말한다. 이시는 열전도..

삶의나침반 2011.03.12

장자[157]

실체이지만 처한 곳이 없는 곳을 공간[宇]이라 하며 오래이지만 그 근본을 표시할 수 없는 것을 시간[宙]이라 한다.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나게도 하며 들게도 하지만 그 들고남이 그 형체를 나타내지 않는다. 이것을 이른바 '하늘 문'이라 한다. 그러므로 천문(天門)은 '무유(無有)'이며 만물은 이 무유에서 나온다. 유는 유를 창조할 수 없으니 유는 반드시 무유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무유는 유일자인 무유다. 성인은 이 유일자인 무유를 간직한다. 有實而無乎處者 宇也 有長而無本剽者 宙也 有乎生 有乎死 有乎出 有乎入 入出而無見其形 是謂天門 天門者無有也 萬物出乎無有 有不能以有爲 有必出乎無有 而無有一無有 聖人藏乎是 - 庚桑楚 7 뜻은 잘 모르지만 장자의 우주론으로 들린다.물론 서양과학의 우주론과는 접근 방법이..

삶의나침반 2011.03.06

장자[156]

안을 분명하게 한 자는 무명의 도를 행하고, 밖을 분명하게 한 자는 재용의 절도 있는 소비를 지향한다. 券內者 行乎無名 券外者 志乎期費 - 庚桑楚 6 '무명(無名)'이란 무위자연의 도를 말한다. 도덕경 32장에 '道常無名'이라는 말이 나온다. 드러내거나 과시하는 등의 인위가 아닌, 있는 그대로 존재함이다. 예(禮)나 의(義)같은 명분을 중시하는 유가에 대한 반대의 의미가 짙다. '재용의 절도 있는 소비'는 역시 도덕경 67장에 나오는 삼보(三寶)를 떠올린다. 노자는 자(慈), 검(儉),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을 세 가지 보물로 들었다. 자비, 검소, 겸손함이다. 노장철학에서는 검소하고 소박한 삶이 강조된다. 그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남과 세상을 함께 값지게 한다. 도를 행하는 사람은 자연스레 그리 살 ..

삶의나침반 2011.02.25

장자[155]

물질을 재용으로 삼음으로써 몸을 기르고 사적소유를 걱정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살리며 안을 공경함으로써 밖을 통달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고도 온갖 악이 이른 것은 모두 천명일 뿐 인위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룸을 윤택하게 하기에 부족하고 영혼의 집을 윤택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備物以將形 藏不虞以生心 敬中以達彼 若是而萬惡至者 皆天也而非人也 不足以滑成 不可內於靈臺 - 庚桑楚 5 얼마 전에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던 한 시나리오 작가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이런 쪽지를 이웃집에 붙여놓은지 며칠 뒤였다.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죽음은 자주 접하지만 이번의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의 죽음은 우리를 더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 사회안전망이 되어 있더라면, 얼마간의 기본소득..

삶의나침반 2011.02.17

장자[154]

지인이란 땅에서는 서로 먹여주고 하늘에서는 서로 즐겁게 하는 것이다. 至人者 相與交食乎地 而交樂乎天 - 庚桑楚 4 장자에서 지인(至人)은 절대자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도(道)와 한 몸이 되어 자유자재로 노니는 사람이다. 신인(神人), 성인(聖人)이라는 말도 같은 의미다. 얼핏 오해하면 장자의 지인은 산 속에 은둔한 도인의 이미지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 나오는 구절을 보자. '지인이란 땅에서는 서로 먹여주고, 하늘에서는 서로 즐겁게 하는 것이다.' 지인이 결코 홀로 깨달음을 추구하거나 자족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땅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 서로 먹여준다는 것은 나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애쓴다는 말이다. 개인의 수행도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세상을 살리기 위한 바로섬이 되..

삶의나침반 2011.02.07

장자[153]

위생의 도란 능히 태일을 품고 잃지 않는 것이며, 능히 점을 치지 않고도 길흉을 아는 것이요, 능히 머무를 수 있고 능히 그칠 수 있으며, 능히 남들을 사면하고 자기에게서 구하며, 능히 융통 자재하고 바보처럼 진실하여 어린아이처럼 되는 것이다. 아이는 종일 울어도 목구멍이 쉬지 않는다. 화평이 지극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종일 주먹을 쥐고 있어도 손이 땅기지 않는다. 그 덕이 공손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종일 보아도 눈을 깜작이지 않는다. 외물에 편향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되 갈 곳을 모르고 머물되 처할 곳을 모르며 만물과 더불어 따라가며 그 물결에 함께하는 것이니 이것을 위생의 도라 한다. 衛生之經 能抱一乎 能勿失乎 能無卜筮而知吉凶乎 能止乎 能已乎 能舍諸人 而求諸己乎 能소然乎 能동然乎 能兒子乎 兒子終日..

삶의나침반 2011.01.30

장자[152]

어진 사람을 등용함으로써 백성들끼리 서로 알력이 생기게 했고, 지혜 있는 자를 임용함으로써 백성들이 서로 도둑질을 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사물을 셈하는 자는 백성을 행복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자기 이익을 위해 너무 힘쓰게 함으로써 급기야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신하가 군주를 죽이고 한낮에 도둑질을 하고 남의 담장을 뚫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러한 큰 혼란의 뿌리는 분명히 요순시대에 생긴 것이다. 그 폐해는 천대까지 남을 것이니 천년 후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다. 擧賢 則民相軋 任知 則民相盜 之數物者 不足以厚民 民之於利甚勤 子有殺父 臣有殺君 正晝爲盜 日中穴배 吾語汝 大亂之本 必生於堯舜之間 其末存乎千世之後 千歲之後 其必有人與人相食者也 - 庚桑楚..

삶의나침반 2011.01.23

장자[151]

노담의 제자 중에 경상초(庚桑楚)라는 자가 있었는데 노담의 도를 조금 아는 자로서 북쪽으로 외루산에서 살았다. 그는 신하가 되려고 지자(知者)인 척하는 자들을 물리쳤고 첩이 되려고 인자(仁者)인 척하는 자들을 멀리했다. 추인들과 더불어 살고 일꾼들과 일하며 따랐다. 삼 년이 지나자 외루 지방은 풍족해졌다. 老聃之役有庚桑楚者 偏得老聃之道 以北居外壘之山 其臣之晝然知者去之 其妾之설然仁者遠之 옹腫之與居 앙掌之爲使 去三年外壘大壤 - 庚桑楚 1 노자의 제자로 경상초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노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사람이다. 그가 지자(知者)와 인자(仁者)를 물리쳤다는 것은 세상의 가치를 멀리했다는 것을 뜻한다. 지혜로운 자와 어진 자는 세상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다. 노자가 지(知)보다도 무지(無知)를 강조하는 ..

삶의나침반 2011.01.13

장자[150]

성인은 물질에 거처하지만 물질을 해치지 않는다. 물질을 상하지 않는 자는 물질도 그를 상하지 않는다. 오직 상하는 일이 없는 자만이 능히 남과 더불어 서로 보내고 맞이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산과 숲, 언덕과 논밭은 나를 기쁘게 해 주지만 그러나 즐거움이 끝나기도 전에 슬픔이 잇는다. 나는 슬픔과 즐거움이 와도 막을 수 없고 가도 멈추게 할 수 없구나! 슬프다! 세상 사람들은 물질을 위한 여인숙에 불과하구나! 聖人處物不傷物 不傷物者 物不能傷也 唯無所傷者 爲能與人相將迎 山林與皐壤與 使我欣欣然而樂與 樂未畢也 哀又繼之 哀樂之來 吾不能御 其去不能止 悲夫 世人直爲物逆旅耳 - 知北遊 13 장자의 물(物)은 나 이외의 외적 대상 전체를 가리킨다. 인간의 감관과 사유의 대상이 되는 현상계의 일체 사물이나 사건들이다. ..

삶의나침반 2011.01.02

장자[149]

초나라 대사마에겐 허리띠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 여든이 되도록 조그만 실수도 없었다. 대사마가 말했다. "그대는 정교하구려! 도가 있겠지?" 공인이 말했다. "신에게는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신은 나이 스물에 요대 만들기를 좋아하여 다른 것은 무시하고 요대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이처럼 쓸모 있게 한 것은 쓸모없는 것을 빌려서 그 쓸모를 크게 한 것인데 하물며 쓸모없는 것도 없는 경지는 어떻겠습니까? 그런 경지면 무엇이든 쓸모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大馬之추鉤者 年八十矣 而不失豪芒 大馬曰 子巧與有道與 曰臣有守也 臣之年二十 而好추鉤 於物無視也 非鉤無察也 是用之者 假不用者也 以長得其用 而況乎無不用者乎 物孰不資焉 - 知北遊 12 이번에는 허리띠 만드는 장인이 등장한다. 그는 여든이 되도록 ..

삶의나침반 2010.12.28

장자[148]

광요가 무유에게 물어 말했다. "무유! 그대는 있는 것이오, 있지 않은 것이오?" 광요는 질문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 모양이 심원한 듯! 공허한 듯! 종일 들여다보아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았다. 광요가 말했다. "무유는 지극하구나! 누가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나는 무를 가진 경지는 알았으나 무도 없는 경지는 이루지 못했다. 유가 없는 경지를 겨우 이룬 내가 어떻게 무도 없는 경지에 이르겠는가?" 光曜問乎無有曰 夫子有乎其無有乎 光曜不得問 而孰視其狀貌 요然空然 終日視之而不見 聽之而不聞 搏之而不得也 光曜曰 至矣 其孰能至此乎 予能有無矣 而未能無無也 及爲無有矣 何從至此哉 - 知北遊 11 우리는 상대적 개념으로 사물이나 말의 의미를 파..

삶의나침반 2010.12.19

장자[147]

도는 귀로 들을 수 없다. 들었다면 도가 아니다. 도는 눈으로 볼 수 없다. 보았다면 도가 아니다. 도는 입으로 말할 수 없다. 말했다면 도가 아니다. 형체를 지각할 수는 있지만 그 형상(形狀)은 형상(形相)이 아니다. 그러므로 도를 이름 붙이는 것은 합당치 않다. 道不可聞 聞而非也 道不可見 見而非也 道不可言 言而非也 知形 形之不形乎 道不當名 - 知北遊 10 도덕경의 '道可道非常道'를 떠올리게 한다. 도는 귀로 들을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입으로 말할 수도, 마음으로 알 수도 없다. 인간의 감각이나 인지작용을 초월해 있다. 도를 말하는 순간 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도는 물을 수도 없다. 만약 누군가가 도를 물었을 때 무언가 대답한다면 그는 도를 모르는 자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모른다고..

삶의나침반 2010.12.12

장자[146]

모든 사물은 사물을 무리 지어 차별하는 경계가 없는 것이니 사물에 경계가 있다면 언어로 일컬어진 사물의 경계일 뿐이다. 경계 없는 것(물질)을 언어로 경계 지은 것이므로 그 경계는 사물의 경계가 아니다. 차고 비고, 덜고 더한다고 말하지만 저들이 차고 빈다고 말한 것은 실은 차고 빈 것이 아니며, 저들이 덜고 더한다고 말한 것은 실은 덜고 더한 것이 아니며, 저들이 본(本)이요 말(末)이라고 말한 것은 실은 본말이 아니며, 저들이 쌓이고 흩어짐이라 말한 것은 실은 쌓이고 흩어진 것이 아니다. 物物者 與物無際 而物有際者 所謂物際者也 不際之際 際之不際者也 謂盈虛衰殺 彼謂盈虛 非盈虛 彼謂衰殺 非衰殺 彼謂本末 非本末 彼謂積散 非積散 - 知北遊 9 며칠전 나사(NASA)에서 새로운 생명체의 발견을 발표했다. 생명..

삶의나침반 2010.12.05

장자[145]

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이른 바 도는 어디에 있소?" 장자가 답했다. "없는 곳이 없소." 동곽자가 말했다. "요약해 주시면 좋겠소." 장자가 말했다. "도는 땅강아지와 개미에게 있소." 동곽자가 말했다. "어찌 그처럼 낮은 곳에 있단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도는 돌피와 참피에 있소." 동곽자가 말했다. "어찌 더욱 낮아지는 것이오?" 장자가 말했다. "도는 기와와 벽돌에도 있소." 동곽자가 말했다. "어찌 더욱 심해지시오?" 장자가 말했다. "도는 똥과 오줌에도 있소." 동곽자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東郭子問於莊子曰 所謂道惡乎在 莊子曰 無所不在 東郭子曰 期而後可 莊子曰 在루蟻 曰 何其何邪 曰 在제稗 曰 何愈其何邪 曰 在瓦벽 曰 何愈甚邪 曰 在屎尿 東郭子 不應 - 知北遊 8 한 스님이 운문..

삶의나침반 2010.11.27

장자[144]

사람이 천지 사이에 살아 있는 것은 날랜 백마가 문틈을 지나는 것처럼 홀연히 끝난다. 물이 흘러 갑자기 불어나듯 나타났다가 구름이 흩어지듯 소리 없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이러한 변화를 삶이라고도 하고 또는 죽음이라고도 한다. 人生天地之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 注然勃然 莫不出焉 油然?然 莫不入焉 已化而生 又化而死 - 知北遊 7 인생은 짧고 덧없다. 우리는 잠깐 이승에 나왔다 사라지는 무상한 존재들이다. 장자는 그것을 백마가 문틈을 지나는 짧은 시간에비유했다. 그 짧은 시간도 대부분이 힘겹고 고통스럽다.수고하며 이룬 모든 성과는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이승에서 헛되지 않은 일이란 없다. 그것이 생명을 가진 존재의 실존적 한계다. 인생의 허무를 받아들여라.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담담해진다. 인생에 ..

삶의나침반 201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