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4

장자[143]

순임금이 그의 스승인 승에게 물었다. "도를 터득하여 소유할 수 있을까요?" 승이 답했다. "네 몸도 네 소유가 아니거늘 어찌 네가 도를 소유할 수 있겠는가?" 순임금이 물었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면 누구의 소유란 말입니까?" 승이 답했다. "이것은 천지가 너에게 맡겨놓은 형체다. 생명도 너의 소유가 아니라 천지가 맡겨놓은 음양의 화합이다. 본성과 운명도 너의 소유가 아니라 천지가 맡겨놓은 순리다. 자손도 너의 소유가 아니라 천지가 맡겨놓은 허물이다. 그러므로 가도 갈 곳을 모르고 처해도 머물 곳을 모르고 먹어도 맛있는 것을 모른다. 천지는 성대히 발양하는 기(氣)이니 어찌 체득하고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舜問乎丞曰 道可得而有乎 曰 汝身非汝有也 汝何得有夫道 舜曰 吾身非吾有也 孰有之哉 曰 是天地..

삶의나침반 2010.11.08

장자[142]

너는 갓 난 송아지처럼 순진무구한 눈으로 보고 옛 법을 구하지 말라! 汝瞳焉如身出之犢 而無求其故 - 知北遊 5 처음 장자를 읽었을 때 이 구절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책상 위에 붙여놓고 암송을 했다. 장자 33장에서 말하려는 것이 이 글 속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갓 태어난 송아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뜻이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세상의 가치관에 물들지 않은 순진무구한 마음이 필요하다. 노자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강조하고, 예수가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도 마찬가지다. 사회 속에 존재하는 인간은 그 시대와 지역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 시대에는 유교의 틀로 세상을 인식했고 지금은 자본주..

삶의나침반 2010.10.30

장자[141]

천지는 위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나 말이 없고 사시는 밝은 법을 가지고 있으나 강론하지 않으며 만물은 생성의 이치를 가지고 있으나 유세하지 않는다. 성인은 이와 같은 천지의 아름다움에 근거하여 만물의 이치를 통달하는 것이다. 天地有大美而不言 四時有明法而不議 萬物有成理而不說 聖人者原天地之美 而達萬物之理 - 知北遊 4 오랜만에 강원도로 나가 별을 보았다. 들녘은 만추로 익어가고 산야는 단풍으로 울긋불긋했다.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고 만물은 변화를 거듭한다. 천지가 아름다운 것은 말 없이 이 모든 걸 행하기 때문이다. 무위(無爲)의 본(本)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미(自然美)란 인간의 손이 닿기 이전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세상은 말도 많고 시끄럽다. 자연은 침묵하지만 인간은 소란하다. 인위적 아름다움은 자..

삶의나침반 2010.10.17

장자[140]

사람이 태어남은 기(氣)가 모인 것이다. 모이면 태어나고 흩어지면 죽게 된다. 만약 사생(死生)이 이사 가는 것이라면 우리는 또 무엇을 걱정하랴? 그러므로 만물은 하나지만 이것이 신기하면 아름답다 하고 냄새나고 썩으면 밉다 한다. 그러나 썩은 것은 다시 신기해지고 신기한 것은 다시 썩는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천하란 통틀어 하나의 기일 뿐이니 성인도 반드시 하나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人之生氣之聚也 聚則爲生 散則爲死 若死生爲徒 吾又何患 故萬物一也 是其所美者爲神奇 其所惡者爲臭腐 臭腐復化爲神奇 神奇復化爲臭腐 故曰 通天下一氣耳 聖人故歸一 - 知北遊 3 인체는 기(氣)로 되어 있고, 생사란 기의 이합집산으로 보는 것이 동양의 사고방식인 것 같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생멸을 ..

삶의나침반 2010.10.10

장자[139]

그러므로 이르기를 도를 행함은 날마다 덜어내는 것이니 덜고 또 덜어 다스림이 없는 데 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스림이 없음은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故曰 爲道者日損 損之又損之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也 - 知北遊 2 이 부분은 노자 도덕경에도 나온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배움의 길은 날로 쌓아가는 것이며 도의 길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의 경지에 이른다. 무위는 못함이 없는 함이다. 모든 종교나 지혜가 가르치는 바는비움과 무욕이다.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변하듯 완성은 결국 비움과 덜어냄이다. '배움의 길'에서 '도의 길'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학(學)과 도(道)가 대비되어 있는데, 학(學)이란 나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

삶의나침반 2010.10.03

장자[138]

'지혜'가 북쪽으로 원수의 상류에서 노닐다가 은분의 언덕에 올랐다. 여기서 우연히 '무위위'를 만났다. 지혜가 무위위에게 말했다. "나는 자네에게 물을 것이 있네. 어떻게 생각하고 꾀하면 도를 알 수 있는가? 어디에 처하고 무엇을 하면 도에 거처할 수 있는가? 누구를 따르고 누구에게 인도를 받으면 도를 얻을 수 있는가?" 세 가지 질문에 무위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답을 몰랐던 것이다. 知北遊於元水之上 登隱분之丘 而適遭無爲謂焉 知謂無爲謂曰 予欲有問乎若 何思何慮則知道 何處何服則安道 何從何道 則得道 三問而無爲謂不答也 非不答不知答也 - 知北遊 1 이야기는 계속된다. 지혜는 답을 얻지 못하자 '광굴'을 찾아갔다. 그리고 같은 말로 광굴에게 물었다. 광굴은 말을 하려는 중간에 말하..

삶의나침반 2010.09.26

장자[137]

내가 어찌 남보다 뛰어나겠소? 나는 오는 것을 물리치지 않고 가는 것을 붙잡지 않았을 뿐이오. 나는 득실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므로 근심하는 기색이 없었을 뿐 내가 어찌 남보다 뛰어나겠소? 또한 고귀함이 재상 자리에 있는지 나에게 있는지도 알 수 없었소. 고귀함이 재상 자리였다면 나에게는 고귀함이 없는 것이요. 고귀한 것이 나였다면 재상 자리는 고귀함이 없을 것이오. 바야흐로 유유자적하고 사방팔방에 노닐고자 하거늘 어느 겨를에 사람의 귀천에 마음을 쓰겠소? 吾何以過人哉 吾以其來不可각也 其去不可止也 吾以爲得失之非我也 而無憂色而已矣 我何以過人哉 且不知其在彼乎 其在我乎 其在彼也 亡乎我 在我也 亡乎彼 方將躊躇方將四顧 何暇至乎人貴人賤哉 - 田子方 7 손숙오(孫叔敖)는 세 번이나 재상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재상..

삶의나침반 2010.09.18

장자[136]

이는 내기꾼의 발사일 뿐 실제 상황의 발사는 아니다. 시험 삼아 그대와 더불어 높은 산에 올라 벼랑을 밟고 백 길 밑의 연못을 바라보며 활을 쏠 수 있겠는가? 是射之射 非不射之射也 嘗與汝登高山 履危石臨百인之淵 若能射乎 - 田子方 6 열어구(列禦寇)가 활 솜씨를 자랑했다. 활시위를 당길 때도 팔꿈치에 올려놓은 물 잔이 고요했고 늘 백발백중이었다. 그러나 백혼무인(伯昏无人)이 그를 높은 산 벼랑에 데려갔다. 열어구는 활을 쏘기는 커녕 땅을 엉금엉금 기면서 땀이 흘러 발꿈치까지 젖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삶과는 다르다.건강할 때는 큰소리를 치지만 죽음의 낭떠러지 앞에서 두려워 떨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청빈과 무소유를 동경하더라도 막상 지갑에서 나가는 한 푼 돈에 마음을 앗기는 것이 인간이다. 고상..

삶의나침반 2010.09.11

장자[135]

문왕이 장으로 유람을 나갔다가 낚시를 하는 한 사내를 보았다. 그러나 그의 낚시는 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었다. 낚시질을 하지 않고 낚는 자야말로 최상의 낚시꾼이다. 文王觀於臧 見一丈夫釣 而其釣莫釣 非持其釣 有釣者也 常釣也 - 田子方 5 오은선 씨의 히말라야 14좌 등정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올랐느니, 못 올랐느니, 세계 최초의 기록이니, 아니니, 하며 산악인들끼리 나누어져 티격태격하고 있다. 아마 장자가 이 모습을 본다면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산을 오르지 않고 산을 오르는 자야말로 진정한 산꾼이라는 말, 뭘 뜻하는지 생각 좀 해 보라고 할 것이다. 앞 장에서도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않는 화공이 진짜 화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도 말한다. 낚시질을 하지 않고 낚는 자야말로 최상의 낚시꾼이다. ..

삶의나침반 2010.09.05

장자[134]

송나라 원군이 초상을 그리려 하자 많은 화공들이 모여들었다. 수인사로 읍을 하고 서 있는 자, 붓을 빨고 먹을 가는 자, 밖에 있는 자도 반이나 되었다. 한 화공이 늦게 도착했는데 서둘지도 않고 천천히 걸어와 수인사로 읍을 하고는 서 있지도 않고 숙사로 돌아갔다. 공이 사람을 시켜 살펴보라고 했더니 옷을 벗고 맨발로 무릎을 꿇고 앉아 그림 그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원군이 말했다. "옳거니! 이자야말로 진짜 화가로구나!" 宋元君將畵圖 衆史皆至 受揖而立 지筆畵墨 在外者半 有一史後至者 천천然不趨 受揖不立 因之舍 公使人視之 則解 衣般반박 君曰 可矣 是眞畵者也 - 田子方 4 비 내리는 일요일, 동기들과의 산행 약속은 취소 되었다. 집에서 장자를 계속 읽는다. 마음 다스리는데는 장자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다. 별..

삶의나침반 2010.08.29

장자[133]

군자가 진실로 그 도를 안다면 반드시 그런 옷을 입지 않을 것이니 그런 옷을 입었다면 반드시 도를 알지 못할 것입니다. 君子有其道者 未必爲其服也 爲其服者 未必知其道也 - 田子方 3 장자가 노나라 애공을 찾아갔다. 애공이 노나라에는 유사(儒士)들이 많다고 자랑을 했다. 장자는 유복을 입었다고 다 유사가 아니라면서 유복을 입으면서 유도(儒道)가 없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명령을 내려보라고 한다. 그러자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유복을 벗었다. 시니컬한 장자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예화다. 그리고 유가(儒家)와 도가(道家)의 차이도 잘 나타나 있다. 장자가 볼 때 어떤 가치를 내세우면 이미 그것은 도그마화 되고 본질에서 벗어난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다. 유가나 도가나 인간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지향하는 방..

삶의나침반 2010.08.29

장자[132]

공자가 말했다. "도에 노니는 것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노담이 말했다. "이것을 얻으면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즐거운 것이다. 지극한 아름다움을 얻어 지극한 즐거움에 노니는 사람을 지인(至人)이라 한다." 공자가 말했다. "그 방술을 듣고 싶습니다." 노담이 말했다. "풀을 먹는 짐승은 철이 바뀌는 덤불을 걱정하지 않고 물에 사는 벌레는 철이 바뀌는 늪을 걱정하지 않는다. 조그만 변화가 생겨도 대도를 잃지 않으므로 희로애락이 가슴속에 들어와 머물지 않는다. 무릇 천하라는 것도 만물이 일체가 되는 곳이요, 그 일체됨을 알고 만물이 대동하면 내 몸은 티끌 같고 사생종시(死生終始)는 낮과 밤과 같아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할 것이니 하물며 얻고 잃음, 화와 복이 끼어든다고 어지럽히겠는가? 관속(官屬)을 진흙처..

삶의나침반 2010.08.22

장자[131]

문후가 물었다. "그대의 스승은 누굽니까?" 전자방이 답했다. "동곽순자입니다." 문후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 그를 칭찬하는 일이 없습니까?" 전자방이 답했다. "그분의 사람됨은 천진스럽습니다. 모습은 하늘같이 공허하고 천품은 천진을 보존하였고, 맑기로는 만물을 수용합니다. 사물이 무도하면 단정한 모습으로써 깨우치도록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사사로운 마음을 없애줍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분을 칭찬할 수 있겠습니까?" 曰 子之師誰邪 子方曰 東郭順子 文侯曰 然則 夫子何故未嘗稱之 子方曰 其爲人也 眞 貌而天虛 緣而보眞 淸而容物 物無道 正容以悟之 使人之意也消 無擇何足以稱之 - 田子方 1 "당신의 스승은 누굽니까?" 라는 질문에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누굽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 ..

삶의나침반 2010.08.18

장자[130]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여인숙에 묵었다. 여인숙에는 첩이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미인이요, 하나는 못생겼다. 그런데 주인은 못생긴 첩은 위해 주고 미인 첩은 천대했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주인이 말했다. "미인 첩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그가 아름다운 것을 느끼지 못하오. 못생긴 첩은 스스로 못생긴 줄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가 못생긴 것을 느끼지 못하오." 양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기억해 두어라! 행실이 어질지라도 스스로 어진 행실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그러면 어디를 간들 사랑받지 않겠느냐?" 楊子之宋 宿於逆旅 逆旅有妾二人 其一人美 其一人惡 惡者貴 而美者賤 楊子問其故 逆旅小子對曰 其美者自美 吾不知其美也 其惡者自惡 吾不知其惡也 楊子曰 弟子記之 行賢 而去自賢之行 安往而不愛哉 - 山木 8 ..

삶의나침반 2010.08.08

장자[129]

장자가 조릉의 울타리를 거닐다가 부엉이 한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날개의 넓이는 칠 척이요, 눈의 크기는 직경 일 촌이었다.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밤나무 숲에 앉았다. 장자는 투덜댔다. "이런 새가 다 있나? 날개는 큰데 높이 날지 못하고 눈은 큰데 나를 보지도 못하다니!" 바지를 걷고 뛰어가며 화살을 잡았으나 발길을 멈추었다. 마침 매미 한 마리가 좋은 그늘을 얻어 제 몸을 잊고 있었다. 그 곁엔 사마귀가 나뭇잎에 숨어 매미를 잡으려고 먹잇감을 노려보느라 제 몸을 잊고 있었다. 그 부엉이는 그 틈을 이용하여 잇속을 차리려고 제 본성을 잊고 있었다. 장자는 슬픈 듯이 말했다. "오호! 만물은 본래 서로 얽혀 있어 다른 종류들이 서로 불러들이고 있구나!" 장자는 화살을 버리고 되돌아 달렸다..

삶의나침반 2010.08.01

장자[128]

장자는 옷은 많이 헐었으나 잘 기워 입었고 띠를 단정하게 매고 신발은 떨어졌으나 끈으로 잘 묶고 위나라 혜왕을 알현했다. 혜왕이 물었다. "선생은 어찌 이리도 고달픈 신세가 되었습니까?" 장자가 대답했다. "가난할 뿐 고달픈 것은 아닙니다. 선비가 도와 덕을 행할 수 없으면 고달픈 것이고, 옷이 해지고 신발이 구멍 난 것은 가난일 뿐 고달픈 것은 아닙니다. 가난은 이른바 때를 만나지 못한 것입니다." 莊子衣大布而補之 正혈 係履 而過魏王 魏王曰 何先生之憊邪 莊子曰 貧也非憊也 士有道德不能行憊也 衣弊履穿貧也 非憊也 此所謂非遭時也 - 山木 6 장자의 행적에 대해서는 기록된 게 거의 없다. 사마천의 에도 짧은 한 문장으로, 장자의 이름은 주(周)며 송나라 몽(蒙) 지방 사람으로 칠원(漆園)에서 말단 관리를 했다는..

삶의나침반 2010.07.25

장자[127]

상호 선생이 말했다. "그대는 가나라 사람이 도망간 이야기를 못 들었단 말이오? 임회라는 자가 나라가 망하자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쳤는데, 혹자가 물었소. '돈으로 따진다면 갓난아기는 값어치는 작고 짐으로 따진다면 갓난아기는 거추장스러운 짐인데 천금의 구슬을 버리고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치니 어인 까닭이오?' 임회가 답하길 '구슬은 이(利)로써 결합되는 것이지만 아이는 천륜(天倫)으로 묶여 있다'고 했소." 子桑호曰 子獨不聞假人之亡與 林回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或曰 爲其布與 赤子之布寡矣 爲其累與 赤子之累多矣 棄千金之璧 負赤子而趨 何也 林回曰 彼以利合 此以天屬也 - 山木 5 이(利)의 관점에서 본다면 천금의 보물을 버리고 갓난아이를 업고 도망친 임회는 어리석어 보였을 것이다. 장자가 살았던..

삶의나침반 2010.07.10

장자[126]

한결같이 한가할 뿐 무리하게 설치하려 하지 않습니다. 제가 듣기로 깎고 쪼았거든 다시 자연의 소박함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一之間無敢設也 奢聞之旣彫旣琢 復歸於朴 - 山木 4 위나라 영공을 위해서 북궁사(北宮奢)가 종과 종각을 만드는 공사를 맡았는데 석 달만에 힘들이지 않고 완성했다. 왕자 경기(慶忌)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수월하게 할 수 있었는지 물은 데 대한 북궁사의 답변이다. 큰 일을 치렀는데도 한결같이 한가할 뿐이었다고 하는 게 특이하다. 물론 마음이 그렇다는 말이다. 장자 전자방 편에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송나라 원군이 화가를 모집하는 광고를 냈다. 수많은 화가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림을 그리라고 하자 다들 붓을 꺼내고 먹을 갈았다. 그런데 늦게 도착한 한 사람은 숙소로 돌아가 옷을 벗고..

삶의나침반 2010.07.06

장자[125]

마침 배로 황허를 건너는데 빈 배가 다가와 내 배를 부딪친다면 아무리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도 성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배에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소리치며 밀고 당기고 했을 것이다. 한 번 불러서 듣지 않으면 두 번 부르고, 그래도 듣지 않아 세 번째 부를 때는 반드시 악담이 따를 것이다. 앞서는 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노하는 것은 앞서는 배가 비었고[虛] 지금은 배가 찼기[實] 때문이다. 사람이 능히 자기를 비우고 세상에 노닐면 그 누가 그를 해칠 것인가? 方舟而濟於河 有虛船來觸舟 雖편心之人不怒 有一人在其上 則呼張흡之 一呼而不聞 再呼而不聞 於是三呼邪 則必以惡聲隨之 向也不怒 而今也怒 向也虛 而今也實 人能虛己以遊世 其孰能害之 - 山木 3 노나라 임금에 대한 의료(宜僚)의 충고가 계속된다. 임금은 선왕의..

삶의나침반 2010.06.23

장자[124]

남월에 한 고을이 있는데 이름을 건덕이라 합니다. 건덕의 백성은 어리석고 순박하며 사심이 없고 욕심이 적었으며 경작할 줄은 알지만 사유(私有)할 줄은 모르며 남에게 주는 것은 알지만 보답을 구하지 않고 의에 따르는 것도 모르고 예에 순종하는 것도 모릅니다. 제멋대로 함부로 해도 결국은 대도로 나아갑니다. 살아서는 즐겁고 죽으면 장사 지냅니다. 南越有邑焉 名爲建德之國 其民愚而朴 少私而寡欲 知作而不知藏 與而不求其報 不知義之所適 不知禮之所將 猖狂妄行 乃蹈乎大方 其生可樂 其死可葬 - 山木 2 장자가 그리는 이상사회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노자나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사회는 거의 성인들의 공동체에 가깝다. 어떤 간섭이나 통치도 없고 사람들은 선한 본성에 따라 산다. 체제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그리..

삶의나침반 2010.06.12

장자[123]

장자가 산길을 가다가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를 보았다. 벌목꾼도 그 옆에 머물지만 베지 않았다. 그 까닭을 물으니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 했다. 장자가 말했다. "이 나무는 재목이 못 되어 천수를 다할 수 없구나!" 선생은 산에서 나와 친구의 집에 묵게 되었다. 친구는 반가워 더벅머리 종에게 거위를 잡아 삶으라고 명했다. 종이 물었다.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울지 못하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주인이 답했다.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라!" 이튿날 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어제는 산속의 나무가 재주가 없었기에 죽지 않고 천수를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오늘은 주인집 거위가 재주가 없었기에 손님 음식상에 올려져 죽었습니다. 선생은 도대체 어찌 처신하라는 것입니까?" 莊子行於山中 見大木枝葉盛茂..

삶의나침반 2010.06.06

장자[122]

그대는 유독 진인들의 자연스런 행실을 듣지 못했는가? 그들은 간과 쓸개를 잊어버리고 귀와 눈도 잊은 듯이 망연히 속세의 밖을 거닐고 인위가 없는 자연에 노닌다. 이를 일러 다스리지만 드러내지 않고 기르지만 주재하기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 그대는 지식을 꾸며 어리석음을 위압하고 몸을 닦아 더러움을 까발리며 해와 달을 걸어놓은 듯 자기를 드러내며 행동하고 있다. 그대 같은 사람이 몸을 온전히 유지하고 아홉 구멍을 갖추고 있으며 길에서 귀머거리와 장님과 절름발이에게 해코지를 입지 않고 남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팔자를 얻었으니 역시 요행이다. 그런데도 어찌 하늘을 원망할 수 있단 말인가? 그대는 어서 돌아가라! 子獨不聞 夫至人之自行邪 忘其肝膽 遺其耳目 芒然彷徨乎塵垢之外 逍遙乎无事之業 是謂爲之不恃 長而不宰 今汝..

삶의나침반 2010.06.02

장자[121]

공수반이 손으로 선을 그리면 그림쇠와 곱자에 맞았다. 그것은 손가락이 자연의 조화와 함께할 뿐 마음으로 계교하지 않았으므로 정신의 집이 전일하여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은 잊은 것은 신발이 적의(適宜)한 때문이며 허리를 잊은 것은 허리띠가 적의하기 때문이며 지혜가 시비를 잊은 것은 마음이 적의하기 때문이며 내심이 변하지 않고 외물을 추종하지 않은 것은 사물을 대함이 적의하기 때문이다. 비롯됨이 마땅하면 마땅하지 않음이 없는 것은 마땅하다는 것조차 잊고 나아가기 때문이다. 工수旋而蓋規矩 指與物化 而不以心稽 故其靈臺一而不桎 忘足 구之適也 忘腰 帶之適也 知忘是非 心之適也 不內變 不外從 事會之適也 始乎適 而未嘗不適者 忘適之適也 - 達生 8 신발이 발에 잘 맞으면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을 잊어 버린다. 허리..

삶의나침반 2010.05.30

장자[120]

신은 목공일 뿐입니다. 무슨 도술이 있겠습니까? 다만 한 가지 있다면 신이 그것을 만들 때는 기(氣)를 소모시키는 일이 없습니다. 반드시 재계하여 마음을 고요히 하는데 재계 삼 일이면 모든 칭찬과 작록의 마음을 품지 않게 됩니다. 재계 오 일이면 비난 칭찬 잘되고 못되는 것에 마음 쓰지 않게 됩니다. 재계 칠 일이면 문득 제가 사지와 형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잊습니다. 이런 때는 공실도 잊고 기술이 전일하고 외부의 어지러움이 소멸됩니다. 그런 경지가 된 연후 산림에 들어가면 나무의 천성과 재질의 지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연후 편종 걸이의 완성된 모습이 눈에 나타납니다. 그런 연후에 손을 대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둡니다. 그런즉 나무의 천성과 저의 천성이 합해집니다. 작품이 신기로 의심되는 ..

삶의나침반 2010.05.23

장자[119]

공자가 여량을 관람했는데 폭포는 삼천 길이요, 소용돌이는 사십 리나 되는 급류였다. 물고기는 물론 자라나 악어도 수영할 수 없는 곳이었다. 공자는 한 장부가 거기서 수영하는 것을 보고 괴로워 자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제자에게 물결을 따라가서 그를 건져주라고 했다. 수백 보를 따라가 보니 그는 물에서 나와 머리를 털고 노래를 부르며 둑 아래서 쉬고 있었다. 공자가 다가가 물었다. "나는 당신을 귀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사람이군요. 한마디 묻겠는데 수영에도 도(道)가 있겠지요?" 수부(水夫)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나에게는 도라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근본[故]에서 시작해서 천성[性]을 기르고 천명[命]을 이룰 뿐입니다. 나는 소용돌이와 더불어 물속에 들어가고 솟구치는 물과 함께 나오며 '..

삶의나침반 2010.05.16

장자[118]

기성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길렀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닭은 다 준비되었나?" 기성자가 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지금은 교만하여 기운을 믿고 있습니다." 열흘이 지나자 또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울음소리와 그림자만 보면 달려듭니다." 열흘이 지나자 또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질시하고 기운이 왕성합니다." 열흘이 지나자 또다시 왕이 물었다. 기성자가 답했다. "거의 된 것 같습니다. 다른 닭이 울어도 아무 변화가 없고, 나무로 만든 닭처럼 보입니다. 덕이 온전해졌습니다.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도리어 도망쳐 버립니다." 紀성子爲 王養鬪鷄 十日而問 鷄已乎 曰 未也 方虛驕而恃氣 十日又問 曰 未也 猶應嚮景 十日又問 曰 未也 猶疾視而盛..

삶의나침반 2010.05.10

장자[117]

활쏘기에서 기왓장이 상품으로 걸리면 기술을 다할 수 있지만 은고리가 상품으로 걸리면 떨리고 황금이 걸리면 혼미해진다. 기술은 동일하지만 아끼는 마음이 있어 외물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무릇 외면이 중시되면 내면은 궁색해지는 것이다. 以瓦注者巧 以鉤注者憚 以黃金注者혼 其巧一也 而有所矜 則重外也 凡外重者內拙 - 達生 4 대한민국 남녀노소의 기본 오락인 고스톱을 치지 못한다. 하는 방법이야 알지만 워낙 서툴러 자리에 낄 수가 없다. 고스톱 뿐만 아니라 돈이 걸리는 모든 내기에 약한 편이다. 그 이유는 워낙 좀생이다보니 돈을 잃게 되면 마음이 흔들려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짜가 되려면 흔들림 없는 강심장이 있어야 한다. 운동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큰 승부에서 마음이 흔들리게 되면 어..

삶의나침반 2010.05.06

장자[116]

공자가 초나라로 가다가 숲 속을 나오는데 곱사등이가 매미를 줍듯이 잡는 것을 보았다. 공자가 말했다. "당신은 기술이 좋구려! 무슨 도가 있소?" 곱사등이가 말했다. "저야 도가 있습지요. 반 년 정도 구슬 두 개를 간대 끝에 쌓고 떨어뜨리지 않으면 놓치는 일이 적은 편이지요. 세 개를 쌓고 떨어뜨리지 않으면 놓치는 것이 열에 하나지요. 다섯 개를 쌓고도 떨어뜨리지 않아야 줍듯이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그루터기같이 하고, 팔을 잡는 것은 마른 나뭇가지같이 합니다. 비록 천지는 크고 만물은 많지만 오직 매미의 날개만 생각할 뿐 뒤돌아보거나 옆을 보지도 않으니 만물을 매미의 날개로 바꾸어버리지 않는 한 어찌 잡지 못 할 리 있겠습니까?" 仲尼適楚 出於林中 見구루者承조猶철之也 仲尼曰 ..

삶의나침반 2010.04.30

장자[115]

술 취한 자는 수레에서 떨어져도 비록 아프겠지만 죽지는 않는다. 골절은 남과 같지만 해를 입는 것은 남과 다르다. 그 정신이 온전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레를 탄 것도 추락한 것도 지각하지 못한다. 삶과 죽음은 놀랍고 두려운 것이지만 그의 가슴 속에 침입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물과 뒤섞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술 취해도 온전하기 이와 같았는데 하물며 천성을 온전히 할 때야 말 할 필요가 있겠는가? 성인은 천성을 간직하고 있으니 상할 수 없는 것이다. 夫醉者之墜車 雖疾不死 骨節與人同 而犯害與人異 其神全也 乘亦不知也 墜亦不知也 死生驚懼 不入乎其胸中 是故오物而不습 彼得全於酒 而猶若是 而況得全 於天乎 聖人藏於天 故莫之能傷也 - 達生 2 대형사고가 났을 때 어린아이가 어른들보다 살아남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

삶의나침반 2010.04.23

장자[114]

생명의 진실을 통달한 자는 생명이 할 수 없는 것에 힘쓰지 않는다. 운명을 통달한 자는 지혜가 어쩔 수 없는 것에 힘쓰지 않는다. 達生之精者 不務生之所無以爲 達命之精者 不務知之所無奈何 - 達生 1 이 편의 이름인 달생(達生)은 생에 통달한다는 뜻이다. 또한 삶의 달인이라는 의미도 된다. 이 달생편에서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보전하면서 어떻게 삶의 달인이 될 수 있는지를 재미있는 예화를 통해 설명한다.이 구절은 달생편 맨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장자가 말하는 삶의 달인은 세상의 부귀영화나 존경을 얻는 기술을 가리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달생은 무기(無己)에서 나온다. 즉 자아의 욕망을 이루려 함이 아니라 자아를 포기하는 데서 얻어지는 경지다.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

삶의나침반 201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