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04

장자[63]

민중들은 새끼를 맺어 의사소통을 했지만 그들의 음식을 달게 먹었고, 그들의 의복을 아름다워했고, 그들의 풍속을 즐거워했고, 그들의 거처를 편안해했다. 이웃 나라는 서로 바라보이고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를 서로 듣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民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樂其俗 安其居 隣國相望 鷄狗之音相聞 民至老死 而不相往來 - 거협 4 장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가 그려져 있다. 장자가 꿈꾸는 것은 문명이 나타나기 전의 원시시대에 가깝다. 실제 원시시대가 그러했는지는 차치하고 장자가 생각하는 그 시대의 특징은 인간의 무지무욕(無知無欲)이다. 지도자가 있는지 없는지 의식하지 않고, 조직이 없으니 구속 받는 일도 없다. 무욕하니 가난하지만 넉넉하고, 서로 다툴 일도 없다. ..

삶의나침반 2009.03.22

장자[62]

낚싯바늘을 훔친 놈은 죽임을 당하고 나라를 훔친 놈은 제후가 된다. 彼절鉤者誅 절國者爲諸侯 - 거협 3 장자를 읽다 보면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장자의울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장자는 특히 백성을 수탈하고 이용해 먹으면서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려는 정치에 대해서 환멸을 많이 느낀 것 같다. 보호니 행복이니 또는 하늘의 뜻이니 하며 명분을 내걸지만 모두가 사탕발림일 뿐, 정의나 법은 강자의 입맛대로 재단되기 일쑤다. 춘추전국시대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별로달라지지 않았다. 제도나 법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장자는 회의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큰 도둑놈이 나타나 나라를 통째로 훔쳐가면 도리어 도둑놈을 도와준 꼴밖에 안 된다. 자신들은 나라를 탐하면서 백..

삶의나침반 2009.03.09

장자[61]

옛날 도척의 무리들이 도척에게 물었다. "공구의 무리들은 도가 있는데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답했다. "어디를 간들 도가 없겠느냐? 남의 집 안에 감춰진 재물을 짐작해 알아내는 것은 성(聖)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勇)이요, 뒤에 나오는 것은 의(義)요, 도둑질의 가부를 아는 것은 지(知)요, 도둑질한 것을 고르게 나누는 것은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 도(道)를 갖추지 않고 대도(大盜)가 된 자가 천하에 없었다." 故盜척之徒 問於척曰 盜亦有道乎 척曰 何適而無有道邪 夫妄意室中之藏 聖也 入先 勇也 出後 義也 知可否 知也 分均 仁也 五者不備 而能成大盜者 天下未之有也 - 거협 2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는 비아냥은 세상의 도덕이나 법률에 대한 장자의 혐오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윤리를 강조하고 ..

삶의나침반 2009.02.20

장자[60]

상자와 자루를 열고 궤짝을 뒤지는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끈으로 단단히 묶고 튼튼한 빗장이나 자물쇠로 잠가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이른바 세상의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큰 도둑의 경우는 궤짝을 지고, 상자를 들고, 자루를 메고 달아나면서 오히려 노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즉 지난날 이른바 지혜 있다는 자들은 큰 도둑을 위해 쌓아두는 자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將爲거협探裏發櫃之盜 而爲守備 則必攝緘등 固경휼 此世俗之所謂知也 然而巨盜至 則負櫃揭협擔裏而趨 唯恐緘등경휼之不固也 然則鄕之所謂知者 不乃爲大盜積者也 - 거협 1 '큰 도둑'[大盜]이란 나라를 훔치는 자나 무리들이다. 아무리 지혜를써서 좋은 정치를 베풀려고 해도 큰 도둑의 칼부림 한 번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성인의 ..

삶의나침반 2009.02.15

장자[59]

소박한 자연을 헤쳐 그릇을 만든 것은 장인의 죄이며, 도덕을 헐어 인의를 만든 것은 성인의 잘못이다. 夫殘樸而爲器 工匠之罪也 毁道德而爲仁義 聖人之過也 -馬蹄 2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자본화 할 수 없는 것을 자본화 시키고 사적 욕망 달성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땅이나 물과 같은 자연물은 공공의 영역이지 이윤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생명이나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인간마저도 자원으로 취급해 상품화 시킨다. 오직 실용적 가치의 관점에서 인간을 평가한다. 그런 사회에서 가장 잘 쓰는 말이 '경쟁과 능력'이다. 그래서 시대가 요구하는 그릇,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너나없이 경쟁판에 뛰어든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이 청소년의 인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 ..

삶의나침반 2009.02.11

장자[58]

저들 민중에게는 자연의 변하지 않는 성품이 있다. 베를 짜서 입고, 밭을 갈아먹으니 이것을 '대동 사회의 덕'이라고 말한다. 하나같이 평등하고 집단에 묶이지 않으니 이것을 '자연의 해방'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덕이 지극했던 세상에서는 거동이 편안했고 생활이 순박하고 한결같았다. 그 당시에는 산에는 길이 없었고 못에는 배와 다리도 없었고 만물이 무리 지어 살듯이 사람들은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살았고, 금수는 무리를 이루고 초목은 잘 자랐다. 그러므로 금수에 굴레를 씌워 같이 놀 수 있었고 때까치 둥지에 올라가 엿볼 수도 있었다. 덕이 지극한 세상에서는 금수와 더불어 살았고 가족처럼 만물과 어울려 벗이 되었으니 어찌 군자와 소인의 차별을 알겠는가? 똑같이 무지했으니 그 덕을 잃지 않았고 똑같이 무욕했으니..

삶의나침반 2009.02.01

장자[57]

내가 말하는 선이란 인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본성과 천명대로 방임하는 것뿐이다. 내가 말하는 귀 밝음이란 저들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귀로 듣는 것을 말한다. 내가 말하는 눈 밝음이란 저들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대저 스스로 보지 않고 남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남으로 만족하는 것은 남의 만족으로 만족할 뿐 자기의 만족을 스스로 얻지 못하는 자들이며, 남들이 가는 곳으로 갈 뿐 자기의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자들이다. 吾所謂臧者 非所謂仁義之謂也 任其性命之情而已矣 吾所謂聰者 非謂其聞彼也 自聞而已矣 吾所謂明者 非謂其見彼也 自見而已矣 夫不自見而見彼 不自得 而得彼者 是得人之得 而不自得其得者也 適人之適 而不自適其適者也 - 변무 3 장자가 보기에 인..

삶의나침반 2009.01.24

장자[56]

백이는 수양산 아래서 이름을 위해 죽었고 도척은 태산 위에서 이익을 위해 죽었다. 두 사람이 죽은 것은 달라도 생명을 해치고 천성을 상하게 한 점은 같다. 그런데 왜 백이는 옳고 도척은 그르다고 하는가? 천하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런데 세속에서는 인의를 위해 몸을 죽이면 군자라 하고, 재물을 위해 몸을 죽이면 소인이라 한다. 목숨을 해치고 본성을 상하게 한 것은 다 같은데 군자가 되기도 하고, 소인이 되기도 한다. 생명을 죽이고 천성을 해친 것은 도척도 백이도 마찬가지인데 또 어찌 군자와 소인으로 차별을 두는가? 伯夷死名於首陽之下 盜척死利於東陵之上 二人者所死不同 其於殘生傷性均也 奚必伯夷之是 而盜척之非乎 天下盡殉也 彼其所殉仁義也 則俗謂之君子 其所殉貨財也 則俗謂之小人 其殉一也 則有君子焉 有小人焉 若其殘生損..

삶의나침반 2009.01.03

장자[55]

지극하고 올바른 자는 천성 그대로를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발가락이 붙은 네 발가락을 병신이라 하지 않고 손가락이 하나 더 붙은 육손이를 병신이라 하지 않는다. 긴 것을 넘친다고 하지 않고 짧은 것을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리는 비록 다리가 짧지만 이어주면 괴로워하고 학은 비록 다리가 길지만 잘라주면 슬퍼한다. 그러므로 본성이 긴 것은 잘라내지 않아야 하며 본성이 짧은 것은 이어주지 않아야 한다. 아무런 조처도 없어야 걱정을 없앨 수 있다. 彼至正者 不失其性命之情 故合者不爲변 故枝者不爲변 長者不爲有餘 短者不爲不足 是故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短之則悲 故性長非所短 性短非所續 無所去憂也 - 변무 1 'Let It Be'의 장자 철학이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가의 인의(仁義)가 군더더기에..

삶의나침반 2008.12.30

장자[54]

남해의 황제 숙과 북해의 황제 홀이 중앙의 황제 혼돈과 어느 날 중앙에서 만났다. 혼돈은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보답하고자 상의한 끝에 그에게 구멍을 뚫어주기로 하였다. 사람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은 유독 구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갔다. 그러나 이레째 되던 날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南海之帝爲숙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渾沌 時相與遇於渾沌之地 渾沌待之甚善 숙與忽 模報渾沌之德 嘗試착之 曰 人皆有七窺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日착一窺 七日而渾沌死 - 應帝王 5 이 우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300여 년 전의 장자가 지금 우리에게 경고하는 소리 같이도 들린다. 혼돈(渾沌)은 만물의 시원의 상태다. 아직 사물이 분..

삶의나침반 2008.12.28

장자[53]

명예의 우상이 되지 말고, 꾀함의 주인이 되지 말며, 섬기는 관리가 되지 말며, 지혜의 주인이 되지 말라. 무궁을 체현하고 내가 없는 경지에 노닐라. 하늘에서 받은 본성을 다할 뿐, 앎을 나타내지 말고, 비어 있을 뿐이다. 지인의 마음씀은 거울과 같아서 보내지도 않고 맞이하지도 않는다. 다만 변화에 응하되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외물(外物)을 극복하고 상하지 않는 것이다. 無爲名尸 無爲謨府 無爲事任 無爲知主 體盡無窮 而遊無朕 盡其所受於天 而無見得 亦虛而已 至人之用心若鏡 不將不迎 應而不藏 故能勝物而不傷 - 應帝王 4 도가에서 수양의 극치는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리는 망아(忘我)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도 '내가 없는 경지에 노닐라'거나 '비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그것을 나타낸다. 그런 상태에..

삶의나침반 2008.12.20

장자[52]

그런 일이 있은 후 열자는 스스로 학문의 시초도 없음을 알고 집으로 돌아갔다. 삼 년을 두문불출하며 아내를 위해 밥을 짓고 돼지를 사람처럼 먹였다. 일을 함에 친척과 더불어 하지도 않고 인위의 허식도 없어진 소박한 자연으로 돌아갔다. 대지처럼 형체를 독립시켜 분란을 묻어버리고 한결같이 이로써 생을 마쳤다. 然後 列子自以爲未始學 而歸 三年不出 爲其妻찬 食豚如食人 於事無與親 彫琢復朴 塊然 獨以其形立 紛而封哉 一以始終 - 應帝王 3 열자(列子)는 지식과 학문의 길을 통해 도(道)에 이르려고 했다. 그러나 스승으로부터 학문 이전의 경지를 접한 뒤지적 배움의 길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삼 년을 두문불출하며 아내를 위해 밥을 짓고 돼지를 사람처럼 먹였다. 무기(無己)의 사람, 철저히 비워지고 낮아진 사람..

삶의나침반 2008.12.13

장자[51]

"감히 밝은 임금의 다스림을 묻습니다." 노담이 답했다. "밝은 왕의 다스림은 공로가 천하를 덮어도 자기 공로가 아니라 하고 만물에 교화를 베풀지만 백성들은 의지하지 않는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니 사물을 스스로 기뻐하게 한다. 측량할 수 없는 곳에 서서 무위에서 노닐기 때문이다." 敢問明王之治 老聃曰 明王之治 功蓋天下 而似不自己 化貸萬物 而民不恃 有莫擧名 使物自喜 立乎不測 而遊於無有者也 - 應帝王 2 양자거(陽子居)의 질문에 대한 노자의 대답이다. 역시 노자 답게 이상적인 통치 행위로 '무위의 다스림'[無爲之治]을 말하고 있다. 노자에 따르면 금지나 규칙을 만들면 만들수록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무기를 지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폭력배는 더 날뛰게 되고, 새로운 지식이 생기면 생길수록 사람들..

삶의나침반 2008.12.07

장자[50]

접여가 말했다. "이것은 거짓 덕이다. 천하를 다스린다는 것은 바다를 걸어가고 황하를 파는 것이요, 모기에게 태산을 짊어지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대저 성인의 다스림은 다스림을 잊게 하는 것이니 마음을 바르게 한 후 교화를 행하여 진실로 능한 일을 확고히 하는 것으로 그친다. 새들은 높이 날아감으로써 주살의 해를 피하고 생쥐들은 신전 언덕에 굴을 깊이 파서 연기와 파헤침을 피한다. 너는 이 벌레들보다도 더욱 무지하구나!" 接輿曰 是欺德也 其於治天下也 猶涉海착河 而使蚊負山也 夫聖人之治也 治外乎 正而後行 確乎能其事者而已矣 且鳥高飛 以避증익之害 혜鼠深穴乎神丘之下 以避熏착之患 而曾二蟲之無知 - 應帝王 1 응제왕(應帝王) 편은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에 대해 말하고 있다.옛날 중국 철학자들의주된 관심은 제대로 ..

삶의나침반 2008.11.29

장자[49]

안회가 말했다. "저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인의(仁義)를 잊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잘했다. 그러나 미진하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다. "저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슨 진전인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예악(禮樂)을 잊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잘했다. 그러나 미진하다." 뒷날 안회는 다시 공자를 알현해 아뢰었다.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슨 진전인가?" 안회가 답했다. "저는 좌망(坐忘)에 들었습니다." 공자는 움찔하면서 말했다. "좌망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안회가 말했다. "육신을 벗어나 총명을 물리치고 형체를 떠나 지혜를 버리고 큰 통철(洞徹)함에 대동(大同)함을 일러 좌..

삶의나침반 2008.11.27

장자[48]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맹손재는 자기 부모가 죽었을 때 곡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마음으로 슬퍼하지도 않았고 상중에 애통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처럼 세 가지 예의조차 무시했는데 상을 잘 치렀다고 합니다. 노나라에서는 정말 실(實)이 없어도 명성을 얻는 것인지요?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공자는 답했다. "맹손씨는 상례를 잘 했다. 뿐만 아니라 지자(智者)에 가까웠다." 顔回問仲尼 曰 孟孫才 其母死 哭泣不涕 中心不戚 居喪不哀 無是三者 以善處喪 蓋魯國 固有無其實 而得名者乎 回一怪之 仲尼曰 夫孟孫氏 盡之矣 進於知矣 - 大宗師 10 여기서는 형식과 본질의 문제가 대두된다. 형식은 본질을 담는 그릇이지만 자칫하면 본질을 망각하고 형식에만 집착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인(仁)이..

삶의나침반 2008.11.16

장자[47]

사람의 군자는 자연의 소인일 뿐이다. 人之君子 天之小人也 - 大宗師 9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라는 용어는 주로 유가에서사용한다. 유가에서 군자란 인격이 완성된 이상적인 인간이다.반면 소인은 고상한 뜻보다는 현실의 이(利)와 욕(欲)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움직이는 사람이다. 군자는 모든 사람의 사표가 되며, 학문이나 수양을 하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그런 군자를 장자는 거침없이 자연의소인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관점과 하늘의 관점은 다르다. 세상이 칭송하는 삶이 오히려 자연의 입장에서는 반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이 기피하는 삶이 참된 삶에 가까울 수도 있다. 여기서도 장자의 고정관념 깨기가 시도된다. 특히 위인이라고 부르는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자식들에게위인전을 읽히며그런 인물을 닮으리..

삶의나침반 2008.11.12

장자[46]

한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다가 상호가 죽었다. 장사를 치르지 못했다는 소식을 공자가 듣고 자공을 시켜 일을 돕게 했다. 자공이 가서 보니 어떤 자는 바둑을 두고 있고 어떤 자는 거문고를 두드리며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오 상호여! 이미 그대는 참(眞) 자네로 돌아갔거늘! 우리는 아직도 사람의 탈을 쓰고 있구려!" 자공은 종종걸음으로 나아가 말했다. "감히 묻겠는데 시체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예입니까?" 두 사람은 서로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자가 어찌 예의 뜻을 알겠는가?" 莫然有間 而子桑戶死 未葬 孔子聞之 使子貢往侍事焉 或編曲 或鼓琴 相和而歌 曰 嗟來 桑戶乎 而已反其眞 而我猶爲人의 子貢趨而進 曰 敢問 臨尸而歌 禮乎 二人相視而笑 曰 是惡知禮意 - 大宗師 8 이번에는 자상호(子桑戶), ..

삶의나침반 2008.11.09

장자[45]

천지는 나에게 형체를 주어 실어주고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며 늙음을 주어 편안케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하지. 그러므로 내 삶을 잘하는 것은 내 죽음을 잘하는 수단이라네. 지금 대장장이가 쇠를 녹이는데 쇠가 펄펄 뛰면서 말하기를 '나는 반드시 명검이 되겠다'고 한다면 대장장이는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쇠라고 생각할 것이네. 지금 사람 형체의 거푸집이 '사람으로만 있겠다'라고 말한다면 조물주는 반드시 상서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네. 지금 천지를 하나의 큰 용광로로 생각하고 조화옹을 대장장이로 생각한다면 어디로 간들 좋지 않겠는가? 육체가 태어남은 꿈이요, 죽음은 깨어남이거늘! 夫大塊載我以形 勞我以生 佚我以老 息我以生 故善吾生者 乃所以善吾死也 今之大冶鑄金 金踊躍 曰 我必且爲막야 大冶必以爲不祥之金 今犯人..

삶의나침반 2008.10.30

장자[44]

"죽으려 하면 죽지 않고 살려고 하면 살지 못하오. 만물이란 보내지 않을 수 없고 맞이하지 않을 수 없으며 파괴하지 않음이 없고 이루지 않음이 없소. 그 이름을 '혼돈의 안정'이라고 하오. '혼돈의 안정'이란 혼돈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뜻이오." 殺生者不死 生生者不生 爲物 無不將也 無不迎也 無不毁也 無不成也 其名爲영寧 영寧也者 영而後成者也 - 大宗師 6 여왜의 말이 계속되고 있다. 첫머리의 "죽으려 하면 죽지 않고, 살려고 하면 살지 못하오."는 병법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그런 차원의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나'가 죽어 없어질 때, 진정한 '나'로 태어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예수의 말씀 중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라는 의미와 같다고 ..

삶의나침반 2008.10.20

장자[43]

남백자규가 여왜선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이가 많은데 얼굴이 어린아이 같으니 어쩐 일이요?" 여왜가 말했다. "나는 도를 알기 때문이오." 자규는 물었다. "도를 배울 수 있소?" 여왜가 답했다. "오! 어찌 가능하지 않겠소. 다만 당신은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오. 복량의는 성인의 재능은 있으나 성인의 도가 없었소. 나는 성인의 도는 있으나 성인의 재능은 없었소. 내가 그를 가르치려 한 것은 성인이 될 기미가 있었기 때문이오. 꼭 그렇지만 않지만 성인의 도를 성인이 될 재목에게 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오. 나는 그에게 오직 스스로를 지키라고 가르쳐준 것뿐인데 사흘이 지나자 천하를 버릴 수 있었소. 이미 천하를 버린 이후에 나는 또 스스로를 지키도록 했더니 이레가 지나자 외물을 잊어버릴 수 있었소. 이미 ..

삶의나침반 2008.10.12

장자[42]

무릇 도(道)는 정이 있고 믿음이 있으나 다스림도 없고 형체도 없어 전할 수는 있으나 받을 수는 없으며 체득할 수는 있으나 볼 수는 없는 스스로 근본이요, 스스로 뿌리다. 천지가 있기 전에 옛날부터 이미 존재하여 귀신과 천제를 신령스럽게 하고, 천지를 낳았다. 태극보다 먼저 있었으나 높다고 하지 않고 육극의 아래에 있으나 깊다고 하지 않으며 천지보다 먼저 살았으나 장구하다고 하지 않으며 상고(上古)보다도 오래 되었지만 늙었다고 하지 않는다. 夫道有精有信 無爲無形 可傳而不可受 可得而不可見 自本自根 未有天地 自古以固存 神鬼神帝 生天生地 在太極之先 而不爲高 在六極之下 而不爲深 先天地生而不爲久 長於上古而不爲路 - 大宗師 4 중국철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므로 도(道)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막연히 도란 우주..

삶의나침반 2008.10.07

장자[41]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못에 감추고 그것으로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밤중에 힘 있는 자가 훔쳐 달아나 버릴 줄은 어리석은 자는 알 리 없다. 크고 작은 것을 감추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지만 오히려 달아날 곳이 있다. 만약 천하를 그 천하 속에 감춘다면 훔쳐 달아날 데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사물의 항구적인 큰 이치인 것이다. 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 負之而走 昧者不知也 藏大小有宜 猶有所遯 若夫藏天下於天下 而不得所遯 是恒物之大情夜 - 大宗師 3 내 것, 내 마음에 경계를 짓고 지키려고 할 수록 잃어버리게 된다. 세상에는 더 힘 있는 자가 있는 법이다. 차라리 모든 경계를 허물고 천하를 내 것으로 한다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건강을 잃을까, 목숨을 잃을까 ..

삶의나침반 2008.10.03

장자[40]

그러므로 좋아하는 것도 한결같고,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한결같다. 일치되는 것도 한결같고, 일치되지 않는 것도 한결같다. 일치되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무리가 되는 것이요, 일치되지 않는 것은 사람과 더불어 무리가 되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이기려 하지 않아야만 이를 일러 진인이라 한다. 故其好之也一 其不好之也一 其一也一 其不一也一 其一與天爲徒 其不一與人爲徒 天與人不相勝也 是謂眞人 - 大宗師 2 진인을 묘사하는 마지막 부분이다. 진인은 이분법적 개념을 초월해 있다. 좋아하는 것[好]과 좋아하지 않는 것[不好], 일치되는 것[一]과 일치되지 않는 것[不一], 자연[天]과 사람[人]이 진인 안에서는 하나이다. 특히 끝에 나오는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는 구절은 음미할 만하다. 우리들 ..

삶의나침반 2008.09.28

장자[39]

옛 진인들은 생을 즐거워할 줄도 몰랐고,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랐다. 태어남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죽음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홀연히 가고 홀연히 올 뿐이다. 시작을 꺼리지도 않고 끝마치는 것을 탓하지도 않는다. 받으면 기뻐하고 잃으면 제 자리로 돌아간다. 이것을 일러 마음으로 도를 버리지 않고 인위로 하늘을 돕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을 진인이라 한다. 古之眞人 不知悅生 不知惡死 其出不欣 其入不拒 숙然而往 숙然而來已矣 不忘其所始 不求其所終 受而喜之 忘而復之 是之謂不以心損道 不以人助天 是之謂眞人 - 大宗師 1 참사람, 진인(眞人)은 장자가 그린 이상적 인간이다. 편견과 아집에서 해방된 사람, 도(道)와 하나가 된 사람이 진인이다.유가의 성인과 달리 진인에서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래선지 진인하면..

삶의나침반 2008.09.21

장자[38]

혜자가 물었다. "이미 인간이라고 부른다면 어찌 정이 없다고 하겠는가?" 장자가 답했다. "내가 말하는 정이란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을 말하네. 내가 정이 없다고 말한 것은 사람이 좋고 싫은 마음으로 그 몸을 상하지 않는 것이네. 즉 항상 자연에 맡기고 삶을 더 보태지 않는 것을 말한 것이네." 蕙子曰 旣謂之人 惡得無情 莊子曰 是非吾所謂情也 吾所謂無情者 言人之不以好惡內傷其身 常因自然 而不益生也 - 德充符 5 성인무정(聖人無情)이라고? 그렇다면 성인은 목석이란 말인가? 사람인 이상 감정이 없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혜자의 의문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장자가 말하는 무정이란 감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인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뻐하고 슬퍼하지만 다만 감정이 ..

삶의나침반 2008.09.06

장자[37]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는다. 이를 일러 진짜 건망증이라 한다. 人不忘其所忘 而忘其所不忘 此謂誠忘 - 德充符 4 장자는 속보다 겉을 중시하는 세태를 조롱한다. 여기서도 흉한 불구의 모습을 한 사람들에게 임금들이 인격적으로 설복 당하는 예화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잊어야 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는 진짜 건망증 환자들인 것은 장자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 하고, 또 그 말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건강보다는 몸의 건강을 우선 생각한다. 몸이 병 들면 천지가 무너지는 듯 놀라지만, 마음이 병 드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진짜 무서워 할 것은 마음의 병이다. 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

삶의나침반 2008.08.31

장자[36]

그가 무엇을 창도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다만 항상 화락하게 한다는 것뿐입니다. 군주나 대인의 자리도, 남을 죽음에서 구한 일도 없고, 녹이 많아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가망도 없으며 도리어 추하여 천하를 놀라게 할 뿐입니다. 화락할 뿐 어떤 주장도 없고 지혜도 드러나지 않는데도 남자고 여자고 간에 그 앞에 모여듭니다. 未嘗有聞其唱者也 常和而已矣 無君人之位 以濟乎人之死 無聚祿 以望人之腹 又以惡駭天下 和而不唱 知不出乎四域 且而雌雄合乎前 - 德充符 3 추남 시리즈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애태타'라고 하는 곱추면서 못 생긴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나 겉모습은 흉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사모하여 떠날 줄을 모르고, 여인들은 딴 사람에게 시집 가느니 차라리 그의 첩이 되겠다고 한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권력이 ..

삶의나침반 2008.08.27

장자[35]

내가 선생님을 따라 배운 지 십구 년이지만 선생은 내가 올자임을 아직 모르는 것 같으이. 지금까지 그대와 나는 육체의 내면에서 교유해 왔는데 그대는 나를 육체의 외면에서 찾고 있으니 역시 잘못이 아닌가? 吾與夫子游十九年矣 而未嘗知吾兀者也 今子與我 游於形骸之內 而子索我於形骸之外 不亦過乎 - 德充符 2 올림픽에서 똑 같은 메달을 따도 사람들 관심은 온통 잘 생긴 선수에게 쏠린다. 베드민턴 혼합복식조에서 우승했지만 한 사람은 스타가 되고, 한 사람은관심 밖이다. 우선 얼굴이 예뻐야 사랑을 받고 대접을 받는다.태와 용모가 이렇게 중시된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외모제일주의는 그만큼 정신세계에 대한 외면을 뜻한다. 사람들은 세태를 따라 더욱 겉모양에 신경을 쓰고, 세상은 점점 그런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겉모양은..

삶의나침반 2008.08.23

장자[34]

다른 점에서 보면 간과 쓸개는 초나라와 월나라 만큼 다르지만, 같은 점에서 보면 만물은 모두 하나다. 대저 그런 사람은 귀와 눈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덕이 조화로운 곳에 마음을 노닐게 하며 사물을 일체로 보고 그 득실을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리를 잃었어도 몸에 묻은 흙을 털어버린 것처럼 생각한다. 自其異者視之 肝膽楚越也 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 夫若然者 且不知耳目之所宜 而游心於德之和 物視其所一 而不見其所喪 視詳其足 猶遣土也 - 德充符 1 왕태는 형벌로 발이 잘린 사람이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제자가 공자의 제자만큼 많았다. 공자의 제자 중 하나가 의아해서 공자에게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위의 글은 이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 중한 구절이다. 장자는 덕(德)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예로 불구..

삶의나침반 200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