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4

장자[83]

옛날 순이 요임금에게 물었다. "천왕의 마음씀은 어떻게 합니까?" 요임금이 답했다. "나는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를 오만하게 대하지 않고 궁색한 민중을 버리지 않으며 죽은 자를 괴로워하고 어린이를 사랑하고 과부를 애통해한다. 이것이 내 마음씀이다." 순이 말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러나 위대하지는 못합니다." 요임금이 물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느냐?" 순이 답했다. "하늘이 덕성스러우면 땅은 안녕하며 일월이 비추면 사시는 운행합니다. 낮과 밤이 상도가 있고 구름이 운행하여 비가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요임금이 말했다. "나는 집착하고 요란스러웠구나! 그대는 하늘에 부합했는데, 나는 사람과 부합했구나!" 昔者舜問於堯 曰 天王之用心何如 堯曰 吾不敖無告 不廢窮民 若死者 嘉孺子 而哀婦人 此吾所以用心也..

삶의나침반 2009.08.30

장자[82]

대저 허정, 염담, 적막, 무위는 천지의 화평이요, 도덕의 지극함이다. 그러므로 제왕이신 성인은 한가할 뿐이다. 한가하면 허(虛)하고, 허하면 실(實)하고, 실하면 서로 화락한다. 허하면 고요하고, 고요하면 동(動)하고, 동하면 얻는다. 고요한 것은 무위함이요, 무위하면 일을 맡아 책무를 다한다.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 天地之平而道德之至 故帝王聖人休焉 休則虛 虛則實 實則倫矣 虛則靜 靜則動 動則得矣 靜則無爲 無爲也則任事者責矣 - 天道 2 장자가 생각하는 마음의 근본 자리는 허정, 염담, 적막, 무위라는 네 단어로 나타낼 수 있다. 그는 이것을 천지를 화평케 하는 것이요, 도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네 단어의 의미를 구분하기보다는 허정을 대표 개념으로 써도 될 것 같다. 허정(虛靜)이란 마음에 잡념이나 망상이 없..

삶의나침반 2009.08.25

장자[81]

성인의 고요함은 고요한 것이 좋아서 고요한 것이 아니라 만물이 성인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 수 없으므로 고요한 것이다. 물이 고요하면 수염을 밝게 비추고 평온하여 수준기에 맞는다. 그래서 훌륭한 목수가 법으로 취하는 것이다. 물이 고요하면 이처럼 밝은데 하물며 정신이 고요하면 더할 나위 있겠는가? 성인의 마음은 고요하여 천지의 거울이요, 만물의 거울이다. 聖人之靜也 非曰靜也善 故靜也 萬物無足以뇨心者 故靜也 水靜則明燭염眉 平中準 大匠取法焉 水靜猶明 而況精神 聖人之心 靜乎 天地之鑑也 萬物之鏡也 - 天道 1 마음의 으뜸 경지는 ‘고요함’[靜]이다. 그것은 거울이나 고요한 호수와 같아서 외물을 비추기만 할 뿐 자신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다른 말로 하면 ‘마음의 평화’이다. 도(道)는 쉼 없이 운행하며 만물을 생성..

삶의나침반 2009.08.12

장자[80]

양자와 묵자는 비로소 홀로 발돋음을 하고는 스스로 뜻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말하는 얻음이 아니다. 얻은 것이 곤궁함인데 그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새장 속에 갇힌 비둘기나 올빼미도 역시 뜻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而楊墨乃始離趾 自以爲得 非吾所爲得也 夫得者困 可以爲得乎 則鳩효之在於籠也 亦可以爲得乎 - 天地 11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고, 봉우리도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가는 길만이바른 길이고, 자신이 오르는 봉우리만이 최고봉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교든 이념이든 그 어떤 깨달음이든 진리독점주의만큼 어리석고 위험한 것도 없다. 그것은 자신이 걷는 길만이 정상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

삶의나침반 2009.07.30

장자[79]

길 가는 세 사람 중에 한 사람만이 미혹되었다면 목적지를 갈 수 있을 것이다. 미혹된 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미혹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다. 미혹된 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온 세상이 미혹되었다. 내가 비록 인도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슬픈 일이 아닌가? 훌륭한 음악은 속인의 귀엔 들리지 않고 절양과 황화 같은 부화한 속악(俗樂)에는 환호한다. 이처럼 고귀한 담론이 대중의 마음에 와 닿지 않으니 참된 말은 나타나지 않고 속된 말만 기승을 부린다. 옹기소리와 종소리가 엇갈리니 갈 곳을 모른다. 지금은 온 천하가 미혹되었으니 내가 비록 향도한다 한들 어찌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힘쓰는 것은 또 하나의 미혹이다. 그러므로 포기하고 추구하지 않는 것만 못..

삶의나침반 2009.07.18

장자[78]

지극한 다스림이 있었던 고대 원시공산사회에서는 어진 자를 높이거나 능한 자를 부릴 필요도 없었다. 윗사람이란 표준일 뿐이었고 백성은 야생의 사슴이었다. 단정했으나 의(義)를 행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서로 사랑했으나 인(仁)을 행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성실했으나 충(忠)을 행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합당했으나 신의(信義)를 지켰다고 깨닫지 못한다. 준동할때 도우러 갔으나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행적도 자취가 없고 사업도 전해짐이 없다. 至治之世 不尙賢不使能 上如標枝 民如野鹿 端正而不知以爲義 相愛而不知以爲仁 實而不知以爲忠 當而不知以爲信 준動而相使 不以爲賜 是故行而無跡 事而無傳 - 天地 9 기세춘 선생은 장자가 그리는 이상세계를 원시공산사회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인위적인..

삶의나침반 2009.07.07

장자[77]

기계가 있으면 반드시 기계를 부리는 자가 있고 기계를 부리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기계의 마음이 생기고 가슴속에 기계의 마음이 생기면 순백의 바탕이 없어지고 순백의 바탕이 없어지면 정신과 성품이 안정되지 못하고 정신과 성품이 불안정하면 도가 깃들 곳이 없다고 했소. 내가 두레박 기계를 몰라서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는 것이오. 有機械者 必有機事 有機事者 必有機心 機心存於胸中 則純白不備 純白不備 則神生不定 神生不定者 道之所不載也 吾非不知 羞而不爲也 - 天地 8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유세를 마치고 진(晉) 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밭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그는 옹기그릇을 가지고 들고나며 우물에서 물을 퍼내고 있었다. 자공이 농부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약 기계를 쓴다면 하루에 백 두렁의 밭에..

삶의나침반 2009.07.02

장자[76]

위대한 성인이 천하를 다스림은 민심을 자유롭게 뒤흔들어 그들 스스로 교화를 이루고 습속을 바꾸게 하여 그 도적의 마음을 들춰내어 없애고 모두 자주적 의지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오. 마치 민중의 본성이 스스로 하는 것 같아서 민중은 그렇게 된 까닭을 모르오. 大聖之治天下也 搖蕩民心 使之成敎易俗 擧滅其賊心 而皆進其獨志 若性之自爲 而民不知其所由然 - 天地 7 장자에서 말하는 '성인의 다스림'은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닮았다고 지난 회에서 말했다. 대의제 민주주의를 최상의 정치제도라고 하지만우매한 민중의 투표가 세상을 변화시키기는 힘들다. 소수의 지배자가 여론을 조작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를 우리는 지금도 접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 아닌 성인이 다스리는 나라를 상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삶의나침반 2009.06.26

장자[75]

무릇 머리와 발은 있어도 마음과 귀가 없는 자들이 많다. 형체 있는 것은 형체도 형상도 없는 것으로 돌아갈 뿐 모든 존재는 다함이 없다. 운동은 그치고, 죽음은 살고, 실패는 흥기한다. 이에 또한 그것을 원망하는 까닭은 다스림이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物)도 잊고 천(天)도 잊어라. 그것을 일러 자기를 잊은 것이라 한다. 자기를 잊은 사람을 자연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凡有首有趾 無心無耳者衆 有形者與無形無狀 而皆存者盡無 其動止也 其死生也 其廢起也 此又非其所以也 有治在人 忘乎物 忘乎天 其名爲忘己 忘己之人 是之謂入於天 - 天地 6 예수께서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새겨들으시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예수가 바로 옆에 있다한들 마음의 귀가 열린 사람만 그분의 말씀을 알아듣는다. 마음의 귀는 진리를..

삶의나침반 2009.06.17

장자[74]

태초에는 무(無)도 없었고, 명(名)도 없었다. 여기에서 하나가 생겼으며 하나이므로 아직 형체가 없었다. 이 하나를 얻어 만물이 태어나는데 이것을 덕(德)이라 한다. 이때 형체가 없던 것이 분별이 생기는데 또 그것이 끊임이 없이 이어지니 명(命)이라고 한다. 그 하나가 머물기도 하고 운동하기도 하며 사물을 낳고 사물이 이루어지면 무늬가 생기는데 그것을 형체라 한다. 형체가 정신을 보존하여 각각 형상(이데아)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을 성품이라 한다. 성품을 닦으면 덕으로 돌아가며 덕이 지극하면 태초와 같아진다. 태초와 대동하면 허(虛)하고, 허하면 크다. 부리가 모여 울면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가 합창하듯 천지와 더불어 합해지면 그 합해진 것은 천지를 아우르는 벼리처럼 끝이 없고 어리석은 듯, 무지한 듯하다...

삶의나침반 2009.06.14

장자[73]

자고가 답했다. "옛날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는 백성들이 상이 없어도 권면했고, 벌이 없어도 공경했소. 지금 그대는 상벌을 시행하나 백성들은 어질지 못하고 그로부터 덕은 쇠해졌고 형벌이 일어났소. 후세의 어지러움은 이로부터 시작된 것이오. 그대는 어찌 돌아가지 않소? 내 일을 방해하지 마시오!" 자고는 열심히 밭을 갈 뿐 돌아보지도 않았다. 子高曰 昔堯治天下 不賞而民勸 不罰而民畏 今子賞罰 而民且不仁 德自此衰 刑自此立 後世之亂 自此始矣 夫子闔行邪 無洛吾事 읍읍乎耕而不顧 - 天地 4 요순이 다스릴 때 백성자고(伯成子高)는 제후로서 임금을 도왔다. 그러나 우(禹)가 임금이 되자 사직을 하고 시골로 돌아가 농부가 되었다. 우임금은 직접 자고를 찾아가 함께 국가를 경영하자고 청했다. 그러나 자고의 대답은 단호..

삶의나침반 2009.06.09

장자[72]

봉인이 말했다. "처음에 저는 당신이 성인인 줄 알았는데 이제 알고 보니 군자 정도일 뿐이군요. 하늘이 만민을 낳을 때는 반드시 직분을 줍니다. 아들이 많으면 각각 직분이 주어질 터인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부유해지면 남들에게 나누어주면 되니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대저 성인은 메추라기처럼 거처하고 새 새끼처럼 먹고 새처럼 날아다니니 종적이 없습니다. 천년을 살다가 싫으면 세상을 떠나 선정으로 올라가 저 흰 구름을 타고 하늘고향에 이를 것입니다. 세 가지 걱정도 닥치지 못할 것이며 몸에 재앙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즉 어찌 욕됨이 있겠습니까?" 요임금이 그를 따라가면서 말했다. "청컨대 묻고자 합니다." 봉인이 말했다. "물러가라!" 封人曰 始也 我以女爲聖人邪 今然君子也 天生萬民 必授之職 多男子而授之職..

삶의나침반 2009.05.28

장자[71]

황제 훤원씨가 적수의 북쪽을 노닐며 곤륜산에 올라 남쪽을 관망하고 돌아오다가 검은 진주를 잃어버렸다. 지혜를 시켜 찾아오게 했으나 찾지 못했다. 눈 밝은 이주에게 찾아오게 했으나 찾지 못했다. 소리에 밝은 끽후도 찾지 못했다. 이에 상(象)을 잊어버린 상망에게 시켰더니 그는 진주를 찾았다. 황제가 말했다. "이상한 일이다. 형상을 잊은 그가 진주를 찾아낼 수 있다니!" 黃帝游乎 赤化之北 登乎崑崙之丘 而南望還歸 遺其玄珠 使知索之而不得 使離朱索之而不得 使喫후索之而不得 乃使象罔 象罔得之 黃帝曰 異哉 象罔乃可以得之乎 - 天地 2 선불교와 도가는 닮은 점이 많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에 들어온 불교가 도가의 영향을 받으면서 선불교라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만들었다. 교외별전(敎外別傳), 불립문자(不立文字)가 뜻하는..

삶의나침반 2009.05.22

장자[70]

그러한 자는 금을 산에 감추고 구슬을 못에 감춘 것 같고 재화를 이(利)로 취하지 않고, 부귀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장수를 즐기지 않고 요절을 슬퍼하지 않는다. 또 그러한 자는 영달을 영화롭다 하지 않고 궁핍을 추하다 하지 않으며 일세의 이익을 가로채 자기가 사사롭게 얻은 것으로 여기지 않고 천하를 다스려도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다고 여기지 않고 혹높은 자리에 있으면 밝기만 하다. 그에게는 만물이 한 몸이요, 사생이 같은 모습이다. 若然者 藏金於山 藏珠於淵 不利貨載 不近貴富 不樂壽 不哀夭 不榮通 不醜窮 不拘一世之利 以爲己私分 不以王天下爲己處顯 顯則明 萬物一府 死生同狀 - 天地 1 여기서는 군자(君子)의 성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편에 나오는 군자라는 용어나, 인(仁)과 치(治)를 긍정하는 내용 등이 ..

삶의나침반 2009.05.09

장자[69]

구름의 주신 운장이 동해의 신목 부요를 지나다가 홍몽을 만났다. 홍몽은 마침 넓적다리를 두드리며 참새처럼 뛰어놀고 있었다. 운장은 그것을 보느라고 갑자기 멈추어 망연히 서 있었다. 운장이 말했다. "노인장은 뉘신지요? 노인장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홍몽은 놀기를 그치지 않으면서 운장에게 대답했다. 홍몽이 말했다. "놀고 있다!" 雲將東遊 過扶搖之枝 而適遭鴻蒙 鴻蒙方將부비雀躍而遊 雲將見之 상然止 지然立 曰 수何人邪 수何爲比 鴻蒙부비雀躍不輟 對雲將 曰 遊 - 在宥 5 이번에는 운장과 홍몽의 대화인데 여기서는 그 내용보다도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 주목한다. 운장은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고 홍몽은 지인(至人)의 상징이다. 운장이 스승을 만나서 놀란 것은 놀고 있는 스승의 모습이다. 스승은 명상에 잠긴 도사의..

삶의나침반 2009.05.02

장자[68]

지극한 도의 경지는 깊고 멀어서 모양 지을 수 없고 지극한 도의 극치는 아득하고 고요하여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다. 오직 정신을 안으로 간직하여 고요히 있으면 몸이 스스로 바르게 된다. 반드시 고요하고 맑게 하여 그대의 몸을 괴롭히지 말고 정신을 어지럽히지 말아야 잘 살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없고, 귀로 듣는 것이 없고, 마음으로 아는 것이 없게 하여 네 정신이 네 몸을 지키면 잘 살 것이다. 네 안을 삼가고 네 밖을 막아라! 至道之精 窈窈冥冥 至道之極 昏昏默默 無視無聽 抱神而靜 形將自靜 必靜必淸 無勞女形 無搖女精 乃可以長生 目無所見 耳無所聞 心無所知 女神將守形 形乃長生 愼女內 閉女外 - 在宥 4 장자에서 이 부분은 도교(道敎)의 냄새가 풍긴다. 장생(長生)이라는 말도 나오고, 유심..

삶의나침반 2009.04.25

장자[67]

나는 말할 수 없다. 성인과 지혜가 사람을 구속하는 형틀의 고리가 되지 않고 인의가 손발을 묶는 질곡의 자물쇠가 되지 않는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유가들이 걸주와 도척의 효시가 되지 않았다고! 그러므로 노자는 군왕을 없애고 그들의 지혜를 버려야만 천하가 태평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吾未知 聖智之不爲桁楊接습也 仁義之不爲桎梏착예也 焉知 甑史之不爲桀척嚆矢也 故曰 絶聖棄知 而天下大治 - 在宥 3 장자는 지배 복종 관계의 정치 체제를 부정한 아나키스트였다. 반면에 노자의 도덕경은 군왕의 통치서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 번역에서 '노자는 군왕을 없애고'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물론 노자는 다른 사상가들과는 다르게 무위의 통치를 강조했다. 그런데 공자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개혁하려는 꿈을 가진 유세객이..

삶의나침반 2009.04.17

장자[66]

자네는 삼가 인심을 묶어놓지 말게! 인심은 누르면 도리어 솟구치며 그 오르고 내림은 죄수의 살기와 같다네! 유약은 굳센 것을 부드럽게 하고 예리하면 쪼개고 쪼아내니 그 열기는 불을 태우고 그 차가움은 얼음을 얼게 하네. 그 빠르기는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사해의 밖까지 품고 어루만지며, 거처함은 연못처럼 고요하나 움직임은 하늘까지 드날린다네. 이처럼 폭발하면 묶어둘 수 없는 것이 인심이라네. 汝愼無영人心 人心排下而進上 上下囚殺 작約柔乎剛强 廉귀彫琢 其熱焦火 其寒凝氷 其疾부仰之間 而再 憮四海之外 其居也淵而靜 其動也縣而天 憤驕而不可係者 其唯人心乎 - 在宥 2 '사람의 마음'[人心]만큼 불가해하고 변덕스러운 것도 없다. 장자의 말대로도대체 종잡을 수 없고 제멋대로치달려서 잡아매어 둘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삶의나침반 2009.04.12

장자[65]

천하보다 몸을 귀하게 생각하면 천하를 부탁할 만하고, 천하보다 몸을 사랑한다면 천하를 맡길 만한 것이다. 貴以身於爲天下 則可以託天下 愛以身於爲天下 則可以寄天下 - 在宥 1 장자는 인간에 의한 인위의 다스림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이상을 실현하려는 체제도 결국은 인민에게 굴레로 작용한다는 것을 장자는 간파했다. 그래서 태평성대로 칭송하는 요순 시절도 인위적인 의와 예에 의한 통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비판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국가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면 무위(無爲)의 통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몸을 귀하게 여김으로 표현했는데 결국은 같은 말이다. 무위란 자연이 돌아가는 원리에 그냥 맡겨둠을 뜻한다. 아무리 좋은 이데올로기나 이념도 결국을 거기에 종속되게 되고, 논란과 다툼이..

삶의나침반 2009.04.01

장자[64]

그러므로 위로는 일월의 밝음을 어그러지게 하고 아래로는 산천의 정기를 꺼지게 하고 가운데로는 사시의 운행을 일그러지게 하여, 기어 다니는 벌레와 날개 달린 곤충들까지 그 성품을 잃지 않은 것이 없다. 너무도 심하도다! 지식을 좋아하여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 故上悖日月之明 下삭山川之精 中墜四時之施 췌연之蟲肖교之物 莫不失其性 甚矣 夫好知之亂天下也 - 거협 5 인간 본성에 대해서 장자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마 어떤 고정된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쉼없이 운동하고 변하는 우주에서 본성도 마찬가지라고 보지 않았을까. 다만 분명한 것은 지식[知]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과 도(道)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자는 천하가 어지러워진 근본 원인이 인간의 욕망, 그중에서도 지식욕이라고 하고 있..

삶의나침반 2009.03.27

장자[63]

민중들은 새끼를 맺어 의사소통을 했지만 그들의 음식을 달게 먹었고, 그들의 의복을 아름다워했고, 그들의 풍속을 즐거워했고, 그들의 거처를 편안해했다. 이웃 나라는 서로 바라보이고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를 서로 듣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民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樂其俗 安其居 隣國相望 鷄狗之音相聞 民至老死 而不相往來 - 거협 4 장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가 그려져 있다. 장자가 꿈꾸는 것은 문명이 나타나기 전의 원시시대에 가깝다. 실제 원시시대가 그러했는지는 차치하고 장자가 생각하는 그 시대의 특징은 인간의 무지무욕(無知無欲)이다. 지도자가 있는지 없는지 의식하지 않고, 조직이 없으니 구속 받는 일도 없다. 무욕하니 가난하지만 넉넉하고, 서로 다툴 일도 없다. ..

삶의나침반 2009.03.22

장자[62]

낚싯바늘을 훔친 놈은 죽임을 당하고 나라를 훔친 놈은 제후가 된다. 彼절鉤者誅 절國者爲諸侯 - 거협 3 장자를 읽다 보면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장자의울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장자는 특히 백성을 수탈하고 이용해 먹으면서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우려는 정치에 대해서 환멸을 많이 느낀 것 같다. 보호니 행복이니 또는 하늘의 뜻이니 하며 명분을 내걸지만 모두가 사탕발림일 뿐, 정의나 법은 강자의 입맛대로 재단되기 일쑤다. 춘추전국시대나 지금이나 돈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별로달라지지 않았다. 제도나 법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것에 대해 장자는 회의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큰 도둑놈이 나타나 나라를 통째로 훔쳐가면 도리어 도둑놈을 도와준 꼴밖에 안 된다. 자신들은 나라를 탐하면서 백..

삶의나침반 2009.03.09

장자[61]

옛날 도척의 무리들이 도척에게 물었다. "공구의 무리들은 도가 있는데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답했다. "어디를 간들 도가 없겠느냐? 남의 집 안에 감춰진 재물을 짐작해 알아내는 것은 성(聖)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은 용(勇)이요, 뒤에 나오는 것은 의(義)요, 도둑질의 가부를 아는 것은 지(知)요, 도둑질한 것을 고르게 나누는 것은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 도(道)를 갖추지 않고 대도(大盜)가 된 자가 천하에 없었다." 故盜척之徒 問於척曰 盜亦有道乎 척曰 何適而無有道邪 夫妄意室中之藏 聖也 入先 勇也 出後 義也 知可否 知也 分均 仁也 五者不備 而能成大盜者 天下未之有也 - 거협 2 도둑에게도 도가 있다는 비아냥은 세상의 도덕이나 법률에 대한 장자의 혐오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윤리를 강조하고 ..

삶의나침반 2009.02.20

장자[60]

상자와 자루를 열고 궤짝을 뒤지는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끈으로 단단히 묶고 튼튼한 빗장이나 자물쇠로 잠가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이른바 세상의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큰 도둑의 경우는 궤짝을 지고, 상자를 들고, 자루를 메고 달아나면서 오히려 노끈이나 자물쇠가 튼튼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즉 지난날 이른바 지혜 있다는 자들은 큰 도둑을 위해 쌓아두는 자들이 아니고 무엇인가? 將爲거협探裏發櫃之盜 而爲守備 則必攝緘등 固경휼 此世俗之所謂知也 然而巨盜至 則負櫃揭협擔裏而趨 唯恐緘등경휼之不固也 然則鄕之所謂知者 不乃爲大盜積者也 - 거협 1 '큰 도둑'[大盜]이란 나라를 훔치는 자나 무리들이다. 아무리 지혜를써서 좋은 정치를 베풀려고 해도 큰 도둑의 칼부림 한 번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성인의 ..

삶의나침반 2009.02.15

장자[59]

소박한 자연을 헤쳐 그릇을 만든 것은 장인의 죄이며, 도덕을 헐어 인의를 만든 것은 성인의 잘못이다. 夫殘樸而爲器 工匠之罪也 毁道德而爲仁義 聖人之過也 -馬蹄 2 자본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자본화 할 수 없는 것을 자본화 시키고 사적 욕망 달성의 수단으로 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땅이나 물과 같은 자연물은 공공의 영역이지 이윤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생명이나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인간마저도 자원으로 취급해 상품화 시킨다. 오직 실용적 가치의 관점에서 인간을 평가한다. 그런 사회에서 가장 잘 쓰는 말이 '경쟁과 능력'이다. 그래서 시대가 요구하는 그릇,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너나없이 경쟁판에 뛰어든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이 청소년의 인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 ..

삶의나침반 2009.02.11

장자[58]

저들 민중에게는 자연의 변하지 않는 성품이 있다. 베를 짜서 입고, 밭을 갈아먹으니 이것을 '대동 사회의 덕'이라고 말한다. 하나같이 평등하고 집단에 묶이지 않으니 이것을 '자연의 해방'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덕이 지극했던 세상에서는 거동이 편안했고 생활이 순박하고 한결같았다. 그 당시에는 산에는 길이 없었고 못에는 배와 다리도 없었고 만물이 무리 지어 살듯이 사람들은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살았고, 금수는 무리를 이루고 초목은 잘 자랐다. 그러므로 금수에 굴레를 씌워 같이 놀 수 있었고 때까치 둥지에 올라가 엿볼 수도 있었다. 덕이 지극한 세상에서는 금수와 더불어 살았고 가족처럼 만물과 어울려 벗이 되었으니 어찌 군자와 소인의 차별을 알겠는가? 똑같이 무지했으니 그 덕을 잃지 않았고 똑같이 무욕했으니..

삶의나침반 2009.02.01

장자[57]

내가 말하는 선이란 인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본성과 천명대로 방임하는 것뿐이다. 내가 말하는 귀 밝음이란 저들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귀로 듣는 것을 말한다. 내가 말하는 눈 밝음이란 저들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대저 스스로 보지 않고 남의 눈으로 보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남으로 만족하는 것은 남의 만족으로 만족할 뿐 자기의 만족을 스스로 얻지 못하는 자들이며, 남들이 가는 곳으로 갈 뿐 자기의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자들이다. 吾所謂臧者 非所謂仁義之謂也 任其性命之情而已矣 吾所謂聰者 非謂其聞彼也 自聞而已矣 吾所謂明者 非謂其見彼也 自見而已矣 夫不自見而見彼 不自得 而得彼者 是得人之得 而不自得其得者也 適人之適 而不自適其適者也 - 변무 3 장자가 보기에 인..

삶의나침반 2009.01.24

장자[56]

백이는 수양산 아래서 이름을 위해 죽었고 도척은 태산 위에서 이익을 위해 죽었다. 두 사람이 죽은 것은 달라도 생명을 해치고 천성을 상하게 한 점은 같다. 그런데 왜 백이는 옳고 도척은 그르다고 하는가? 천하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런데 세속에서는 인의를 위해 몸을 죽이면 군자라 하고, 재물을 위해 몸을 죽이면 소인이라 한다. 목숨을 해치고 본성을 상하게 한 것은 다 같은데 군자가 되기도 하고, 소인이 되기도 한다. 생명을 죽이고 천성을 해친 것은 도척도 백이도 마찬가지인데 또 어찌 군자와 소인으로 차별을 두는가? 伯夷死名於首陽之下 盜척死利於東陵之上 二人者所死不同 其於殘生傷性均也 奚必伯夷之是 而盜척之非乎 天下盡殉也 彼其所殉仁義也 則俗謂之君子 其所殉貨財也 則俗謂之小人 其殉一也 則有君子焉 有小人焉 若其殘生損..

삶의나침반 2009.01.03

장자[55]

지극하고 올바른 자는 천성 그대로를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발가락이 붙은 네 발가락을 병신이라 하지 않고 손가락이 하나 더 붙은 육손이를 병신이라 하지 않는다. 긴 것을 넘친다고 하지 않고 짧은 것을 부족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오리는 비록 다리가 짧지만 이어주면 괴로워하고 학은 비록 다리가 길지만 잘라주면 슬퍼한다. 그러므로 본성이 긴 것은 잘라내지 않아야 하며 본성이 짧은 것은 이어주지 않아야 한다. 아무런 조처도 없어야 걱정을 없앨 수 있다. 彼至正者 不失其性命之情 故合者不爲변 故枝者不爲변 長者不爲有餘 短者不爲不足 是故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短之則悲 故性長非所短 性短非所續 無所去憂也 - 변무 1 'Let It Be'의 장자 철학이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가의 인의(仁義)가 군더더기에..

삶의나침반 2008.12.30

장자[54]

남해의 황제 숙과 북해의 황제 홀이 중앙의 황제 혼돈과 어느 날 중앙에서 만났다. 혼돈은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를 보답하고자 상의한 끝에 그에게 구멍을 뚫어주기로 하였다. 사람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혼돈은 유독 구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갔다. 그러나 이레째 되던 날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南海之帝爲숙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渾沌 時相與遇於渾沌之地 渾沌待之甚善 숙與忽 模報渾沌之德 嘗試착之 曰 人皆有七窺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日착一窺 七日而渾沌死 - 應帝王 5 이 우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300여 년 전의 장자가 지금 우리에게 경고하는 소리 같이도 들린다. 혼돈(渾沌)은 만물의 시원의 상태다. 아직 사물이 분..

삶의나침반 2008.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