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39

탑골공원과 익선동 모임

종로3가에서 모임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부터 밖의 거리까지 온통 노인 천지였다. 탑골공원과 종묘 앞 광장, 송해 거리 등 이곳은 노인 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홍대나 강남이 젊은이의 거리라면 종로3가 주변은 노인의 거리다. 전과 달리 이제는 나도 같은 노인 무리에 섞여 걷고 있다. 동류의 노인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게 되어 탑골공원에 들어가 보았다. 원각사지 10층석탑을 보고 싶어서였다. 이곳은 원각사(圓覺寺)가 있던 곳으로, 조선 세조 13년(1467)에 이 석탑을 만들었다. 아마 왕실의 번영을 위한 염원이 들어갔으리라. 고등학생 때 처음 찾았던 탑골공원(그때는 파고다공원이었음)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이 이 10층석탑이었다. 절에서 만나는 일반..

사진속일상 2023.12.09

성남 희망대공원

성남 단대동에 살고 있는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인근에 있는 희망대공원을 찾았다. 희망대(希望臺)공원은 1970년대에 성남시에서 만든 최초의 공원이라고 한다. 지하철 단대오거리역에서 가깝다. 희망대공원은 성남 제1공단근린공원과 붙어 있다. 이름으로 봐서 옛날에 이곳에는 공단이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에 살지 않았으니 옛 모습과 비교는 어렵지만 면모가 일신된 것은 확실하다. 두 공원이 맞붙은 곳에 이 원형 육교가 있다. '공단'과 '희망'을 연결해 주는 다리다. 원형 육교에서 바라본 공원 아래쪽 모습이다. 배롱나무는 하얀 겨울 외투를 입고 있다. 희망대공원은 얕은 야산에 조성되어 있다. 산을 끼고 도는 산책로다. 산 꼭대기에는 공원 표지석과 팔각정이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성남에 산 적이 있었다. 그때의..

사진속일상 2023.01.10

공원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다

뒷산 동쪽 구역에 공원을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넓이가 35만㎡나 되는 큰 공원이다. 그동안 시민의 휴식처가 없었는데 이제 제대로 된 공원이 생기는 셈이다. 공사 현장에 가 보니 산허리를 지나는 통행로가 나 있고, 시설이 들어설 부지 조성도 하고 있다. 자연 보존과 개발은 늘 딜레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시설을 만들자면 일정 부분 자연 훼손은 피할 길이 없다. 이 공원을 만드는 데도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지가 70%가 넘어서 새로 개발하는 곳은 대부분 산림 파괴를 수반한다. 나 역시 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반기지만, 맨흙이 드러난 공사 현장을 보는 마음은 심란하다. 산 능선의 등산로도 사라졌다. 자주 쉬던 벤치가 전에 길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산 가운데로 진입하는 터..

사진속일상 2022.09.09

초여름 삼패공원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랐다. 남양주에 있는 삼패공원에 나가보니 여름이 가까워진 걸 알겠다. 따가운 햇볕에 30분 정도 걸으니 금방 지쳐버린다. 이젠 걷기도 한낮 시간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삼패공원에는 수레국화 꽃밭이 펼쳐져 있다. 사이사이에 꽃양귀비가 섞여 있어 보라색만의 단조로움을 지워준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꽃 감상을 제대로 못해 아쉬웠다. 새소리가 요란스러워 따라가니 찌르레기가 떼로 몰려서 공원을 휘젓고 다닌다. 삼패공원이 찌르레기의 단체 서식지 같다. 얼마나 텃세가 심한지 드센 까치조차 여기서는 얌전하다. 한참 동안 찌르레기들이 노는 모양을 구경했다.

사진속일상 2021.06.08

갯골생태공원의 봄

부근을 지나다가 시흥에 있는 갯골생태공원에 들렀다. 처음 와보는 곳인 데다 봄꽃의 계절이라 기대가 컸다. 갯골은 갯고랑(갯가의 고랑)의 준말이니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난 물이 흐르는 도랑'이라는 뜻으로 새긴다. 공원에는 갯골이 여전히 선명하게 보였다. 여기는 옛날에 염전지대가 있었나 보다. 공원 가운데에는 염전 작업을 체험하는 곳도 있다. 원래의 생태 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이 잘 되어 있다. 공원에는 벚꽃 가로수길이 있는데 코로나로 통제되고 있다. 길 안쪽은 들어갈 수 없다. 사람이 빽빽이 몰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정도는 사람들이 넉넉히 이해하는 것 같다. 외곽에 자리를 깔고 꽃구경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았다.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나도 봄을 즐겼다. 벚꽃은 이제..

사진속일상 2021.04.09

용인휴양림에서 놀다

이번주에는 손주와 용인자연휴양림에 갔다. 손주를 데리고 노는 데는 일반 공원보다 휴양림이나 산이 낫다. 손주도 자연 속에 들어가는 걸 더 좋아한다. 요즘 시국에는 사람이 적은 곳이라야 마음이 편하다. 용인자연휴양림은 다양한 시설과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등산로와 산책로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숲에는 짚라인 같은 어드벤처 기구도 있다. 아이들 놀이터나 휴식할 수 있는 시설도 넉넉하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적당하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여러 차례 왔지만 손주와 함께는 처음이다. 산길은 잠깐 걷고 주로 놀이터 주위에서 놀았다. 조금만 산 속으로 들어가면 조용한 쉼터가 많다. 자리를 깔고 느긋하게 낮시간을 보낸다. 손주는 올챙이를 잡는다고 돌 위에 엎드려 일어날 줄을 모른다. 사내 아이들은 움직이는 생물..

사진속일상 2020.05.27

인천대공원 나들이

손주를 데리고 인천대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차로 약 50분이 걸리는 거리다. 비가 내린 뒤 맑고 청정한 날씨가 펼쳐졌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려는지 공원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이 많았다. 처음 가 본 인천대공원은 예상 외로 넓으면서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두 시간이면 넉넉하리라고 여겼는데 세 시간 넘게 있으면서도 반밖에 둘러보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는 공원 안에 있는 8만 평의 수목원이 제일 좋았다. 인천 시민의 휴식과 힐링 공간의 역할을 하는 멋진 공원이다. 공원 중앙에 호수가 있고, 둘레에는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놀이터를 제일 좋아한다. 공원에는 아이를 유혹하는 요소가 많다. 산에 갔을 때는 한 눈 팔 여지가 없었는데 공원은 다르다. 그래서 좀 피곤했다. 호수를..

사진속일상 2020.05.21

율동공원 산책

치과 진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율동공원을 산책했다. 율동저수지를 따라 2.5km 길이의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따스한 오후라 산책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공원을 야트막한 산이 둘러싸고 있다. 이번에는 산길로 들어가 보았다. 걷기 좋은 길이 능선을 따라 얼기설기 뻗어 있는데, 실버 코스로는 최고의 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인다. 어제부터 확진자수가 하루에 백 명 이하로 떨어졌다. 천 명 가까이 치솟았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반면에 유럽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초창기는 난리를 쳤지만 매를 먼저 맞은 우리가 지금은 느긋하다. 누구나 제 살 속에 가시 하나는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리 해도 뽑히지 않는 가시다. 가시가 어떠하든 인간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무게는 크..

사진속일상 2020.03.16

물빛공원 세 바퀴

코로나19가 준 선물이 있다. 아내와 함께 걷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실내에서 만나는 강좌나 모임이 취소되니 어쨌거나 둘이 놀 수밖에 없다. 집 가까이 있는 물빛공원을 세 바퀴 돌다. 물빛공원은 홍중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간단한 시설을 들인 공원이다. 한 바퀴 돌면 2km다. 세 바퀴 돌면 6km를 걸은 셈이고, 시간으로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 정도가 딱 알맞다. 어느새 산수유 꽃봉오리도 피어났다. 이쯤 되면 남도에는 꽃잔치가 벌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보도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와중에 꽃구경은 엄두를 낼 수 없다. 가능하면 집안에서 지내는 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다. 공원 길은 평시보다 사람이 많다. 활동 부족을 집 가까운 데서 걷기로 만회하려는 것 같다. 그..

사진속일상 2020.03.03

연이틀 걷다

코로나19로 떠들썩하지만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바깥출입이 드문 방콕형이라 평소대로 지내는 게 격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내는 생활 패턴이 확 바뀌었다. 배우러 다니는 강좌들이 닫히고, 집안에서만 버텨야 한다. 요사이는 답답해하는 아내 들러리로 같이 바깥나들이를 한다. 덕분에 연이틀 걷기를 했다. 공기가 깨끗하고 날씨가 좋은 탓도 있었다. 어제는 물안개공원을 걸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했으나 공원이 워낙 넓어서 안에 들어가니 인적이 드물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니 사람들은 되도록 타인과 접촉을 피하려 한다. 북적이는 곳보다는 이런 한적한 장소가 인기다. 공원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단체는 없고 전부가 두셋 정도의 가족끼리다. 우리도 그동안은 따로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진속일상 2020.02.27

물의정원 산책

신현회 넷이 모여 물의정원을 한 시간 정도 산책하다. 원래는 예봉산 등산 예정이었지만 내 발이 온전치 못한 관계로 가벼운 한강변 걷기로 바꾸다. 물의정원 공원은 아직 꽃양귀비가 피기 전이라 꽃밭은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더없이 청명한 날이다. 언제 미세먼지 걱정이 있었나 싶다. 비 내린 뒤 연사흘 이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자꾸 심호흡이 깊어진다. 발걸음 가볍다. 그끄저께까지 내린 비로 팔당호 물은 많이 불어나 있다. 애기똥풀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 있다. 강에 시멘트 바르는 일 말고 이런 수변 공원화 사업은 아주 고맙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새삼 감탄한다. 늘 이래야 정상 아닐까. 예전에 이곳에는 용진나루터가 있었다. 남양주 조안면 송촌리와 강 건너 양평을 연결하는 나루터다. 조선시대..

사진속일상 2018.05.21

에버랜드에서 놀다

기분전환을 위해 아내와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연간 회원권을 끊고 자주 다닌 곳인데 벌써 25년이 지났다. 그때는 에버랜드가 아니라 '자연농원'이라 불렀다. 한글이 영어로 바뀔 만한 한 세대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았다. 앞으로는 손주를 데리고 갈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 옛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내부는 상당히 달라졌다. 그런데 평일이라 조용하길 바랐는데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인기 있는 구경거리는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해서 아예 포기했다. 휴일이면 어떨까 싶어 고개가 저어졌다. 북적거리는 걸 싫어해서는 아무래도 동심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사파리 투어는 예전이..

사진속일상 2014.09.23

안산 갈대습지공원

안산 갈대습지공원은 시화호로 유입되는 반월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 갈대를 이용한 자연정화 처리 방식으로 조성된 대규모 인공습지다. 또한 자연속 생태계를 이루는 생물들이 어떻게 서식하는지를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된 생태학습장이기도 하다. 안산에 간 길에 잠시 들러 보았다. 물이 정화되는 원리는, 갈대 사이로 물이 지나가면서 물속의 찌꺼기가 가라앉는다. 그러면 갈대 줄기에 붙어 있는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갈대는 물속의 오염물질을 먹고 산다. 자연적으로 오염물질이 사라지는 것이다. 갈대습지공원은 무척 넓다. 길이 잘 나 있어서 식물이나 동물을 관찰하기 쉽게 되어 있다. 특히 지금은 백로와 왜가리 종류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고라니, 족제비, 너구리도 산다고 한다. 아쉬운 건 ..

사진속일상 2013.06.04

올림픽공원 9경

며칠 전 서울에서 모임이 있어 나간 길에 올림픽공원에 들렀다. 10여 년 전 이 부근에 직장이 있었을 때는 자주 산책을 했던 곳이었다. 그때는 자투리 시간이 나면 이곳으로 나와 어슬렁거렸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 도심에 이렇게 넓은 녹지 공원을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80년대 개발의 시대에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게 대단하다. 그때와 비교하면 나무가 울창해진 게 가장 큰 변화다. 대신 새 건물이 자꾸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왠지 공원이 자꾸 비좁아지는 느낌이다. 뭘 자꾸 만들고 꾸미기보다 자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 올림픽공원에 9경이 있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하나씩 찾아보았다. 지하철 몽촌토성역에서 시작하여 반대편으로 나가며 순서대로 만났다. 금방 ..

사진속일상 2013.05.13

서울대공원 벚꽃

가까이 있는 서울대공원에 벚꽃을 보러 갔다. 평일인데도 상춘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화사한 벚꽃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마음먹은 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흰 꽃은 적정 노출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대략 셔터를 눌러도 예쁘게 나오는 꽃이 있는 반면, 어떤 꽃은 아무리 고심을 하고 찍어도 결과가 신통찮다. 나에게는 벚꽃이 들어간 풍경이 그렇다. 이때껏 제대로 찍어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숙제는 다시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까 보다.

꽃들의향기 2013.04.22

서대문독립공원과 안산을 산책하다

서대문에 사는 첫째를 찾아간 길에 독립공원과 안산을 산책했다.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날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鞍山)은 높이가 296m로 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옛날 서대문형무소가 있던 자리에 독립공원을 만들었다. 다른 어느 공원보다도 역사적 의미가 강한 곳이다. 원 위치에서 이전된 독립문이공원 한 켠에 있다. 공원에서 만난 나무와 꽃들. 흰제비꽃이 반가웠다. 안산으로 오르는 길. 조금만 올라가도 서울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 가까이에 이런 좋은 산이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휴일인데도 산길은 사람이 별로 없이 한적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왕산과 북한산 풍경을 파노라마로 찍어 보았다. 뒤에 있는 북한산 줄기의 봉우리들은 왼쪽부터 차..

사진속일상 2012.04.29

올림픽공원 나홀로나무

올림픽공원에 작고 귀여운 나무가 하나 있다. 넓은 잔디밭에외롭게 서 있어 '나홀로나무', '왕따나무'로 불린다. 푸른 하늘, 초록색 잔디와 잘 어우러져 사진 찍는 사람들의 좋은 피사체 역할을 한다. 하늘의 구름만 잘 만나면 나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것 같다. 이 나무는 올림픽공원 9경 중 제 6경에 속한다. 아쉽게도 나무에는가까이 갈수 없다. 그러나 덕분에 시원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에 대한 정보는 아는 게 없지만,수종은 겉모양으로 보아 향나무로 추정된다. 아래 사진은 전에 찍었던 것이다. 2002. 9. 20 2005. 2. 13

천년의나무 2011.09.23

올림픽공원 은행나무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위에 큰 은행나무가 있다. 초록 잔디밭 위에 홀로 서 있어 더욱 위풍이 당당하다. 그러나 어떤 때는 쓸쓸하게 보이기도 한다.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나무는 고립된 섬이다. 이 나무를 관리하는 체육진흥공단에 부탁한다. 나무 쪽으로 길을 내주고 나무 밑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그런다고 나무의 성장에 지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연인들의 속삭임을 듣고,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주며, 나무도 흐뭇해 할 것 같다. 이 나무는 키가 17.5 m, 줄기 둘레는 6 m다. 나이는 500 살이 넘었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자태가 멋진, 올림픽공원의 랜드마크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1.09.23

안양예술공원

낮에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저녁 약속 장소인 안양예술공원으로 갔다. 3시간의 여유가 생겨 천천히 산책하며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예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니 혹 북 카페라도 있으면 책이라도 보며 쉴 요량이었다. 전에는 안양유원지라고 했는데 언제부턴가 안양예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유원지보다는 예술공원이 훨씬 고상하고 품격 있게 들린다. 무엇이든 작명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명만 한다고 포장이 내용을 대치할 수는 없다. 여기는 공원이기보다는 음식 거리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길을 따라 먹고 마시는 가게들밖에는 없다. 여관이나 모텔이 전시장이나 공연장보다 더 자주 보인다. 이름은 예술공원이지만 예술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조각 작품들이 산재해 있지만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느낌..

사진속일상 2011.02.13

호수공원 시테마광장

안산 호수공원 안에 '시테마공원'이라 이름 붙은 공간이있다. 산책로를 따라 58개의 시가 시인 소개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 시가 적힌 조형물의 디자인도 예쁘고 선정한 시도 좋다. 겨울이라 약간 썰렁했지만 봄이 되면 시 향기 피어오르는 예쁜 장소가 될 것 같다. 겨울바다 / 김남조 울음이 타는 강 / 박재삼 저녁눈 / 박용래 빗소리 / 주요한 다람다람 다람쥐 / 박목월 광야 / 이육사 절벽 / 이상 낙화 / 이형기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사진속일상 2011.01.20

여의도공원 소나무

박정희 시대 때 여의도에 '5.16광장'이 만들어졌다. 12만 평의 넓이였는데 국가적 대형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내 기억에 5.16광장은 1974년에 열렸던'엑스플로'라는 개신교 행사로 남아 있다. 8월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설교와 강의를 들으며 며칠동안 고행을 했다. 저녁에는 그룹별로 성경공부를 하고 학교 교실에서 잠을 잤다. 일부는 광장에서 텐트 생활도 했다. 이 행사가 끝나던 날,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었고 8.15 경축식장의 사건도 일어났다. '5.16광장'은 '여의도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다시 '여의도공원'으로 변했다. 황량했던 아스팔트 광장이 숲으로 변신했다. 물도 흐르고 호수도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여기가 옛날의 그 아스팔트 광장이었던가 싶다. 공원의 많은 나무들 중에서도 소나무..

천년의나무 2010.10.07

서울대공원에서 봄향기에 취하다

아내와 함께 가까운 서울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멀리 가지 않고도 봄 정취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예년에 비해 개화 시기가 늦어서 벚꽃도 아직 볼 만했다. 오랜만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화창한 봄날이었다. 꽃보다도 더 예쁜 것이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듯한 봄산의 모습이다.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숲의 나뭇잎들이 만드는 색감은 그 얼마나 귀여운가. 꼬옥 깨물어주고 싶다. 마침 식물원에서 봄꽃 페스티발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꽃장식들이 눈길을 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들렀는데 건물 중앙에 새로 전시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밤나무를 소재로 해서 저렇게 완벽한 구형의 고리를 만들었다. 거친 나무가 마치 실크와 같은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했다.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작품 제목이 ..

사진속일상 2010.04.25

대구 달성공원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이 되면 외할머니를 따라 대구 이모 집에 놀러가곤 했다. 그때가 1960년대이니 벌써 4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산골 촌놈이 유일하게 도시 구경을 하게 되는 때라 이모 집에 갈 수 있는 방학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른다. 당시에 이모 집은 달성공원 앞 대신동에 있었다. 나에게 대구하면 달성공원과 대신동의 한옥집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사업을 하셨던 이모부는 아침이면 달성공원에 나가 정구를 치셨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꼭 나를 데리고 나가셨다. 나는 정구 치는 걸 구경하기도 하고 그러다 심심하면 공원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모부는 공원뿐만이 아니라 시내에 나가실 때도 나를 데리고 가시는 걸 좋아하셨다. 그래서 다방에 앉아 어른들의 사업 얘기 하는 걸 어색하게 들어야만 했던 기억도..

사진속일상 2010.01.16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며칠 동안 집안에서만 빈둥거리다가 오늘은 아내와 가벼운 나들이를 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햇살이 환한 날이었다. 집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부끄럽게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를 않았다. 그래서 박물관 구경도 하고 옆에 있는 공원도 산책하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 년에 서울 용산의 지금 자리로 신축 이전을 했다. 전에는 미군 기지의 헬기장으로 쓰였던 장소다. 그때 부지런히 헬기가 뜨고내리는 광경이 연상되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터도 넓고 건물도 박물관 이미지에 어울리게 잘 지어졌다. 오늘은 1 층에 있는 전시실만 관람했다. 1 층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이들이 많았다. 한 쪽에서는 잉카 유..

사진속일상 2010.01.03

도산공원

친지 결혼식에 가는 길에 신사동에 있는 도산공원에 들렀다. 도산공원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 부인이 잠들어 있는 도심 속의 작은 공원이다.일요일 아침의 공원은 산책 나온 주민들 몇이 있을 뿐 한적했다. 늦가을의 아침 햇살이 만드는 긴 그림자가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사실 N 성당 안에까지 갔다가 이질적인 분위기 탓에뒤돌아 나온 길이었다. 외제차를 타고 우아하게 내리는 사람들의 행렬에서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강남길을 걸으며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거기에는 선망과 질투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막 산책을 끝낸 듯한운동복 차림의 중년의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한우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이제 부자들은 우아하고 품위..

사진속일상 2009.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