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 27일에 걸쳐 강원도 양양에 있는 법수치계곡과 응복산(應伏山, 1360m)을 찾았다. 트레커 팀 일곱 명과 함께였다.
법수치계곡은 남대천의 최상류 지역이다. 오대산 북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이곳을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계곡 맨 끝에 있는 민박집에 짐을 풀고 오후 시간은 계곡에서 보냈다. 계곡 바닥에는 다슬기가 많았다. 한 일본인이 홀로 플라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국의 깊은 오지까지 찾아온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다음 날의 응복산 산행은 너무 힘들었다. 합수골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등산로가 없어 길을 내면서 가야 하는 개척산행이었다. 길은 가파른데 나뭇가지를 헤치며 나가자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경험한 산행길이었다.
산에 들면 산의 기운이 느껴지는 법이다. 응복산은 사람의 입장을 거부하는 듯 음습한 기운이 가득했다. 마치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았다. 프로에게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힘에 벅찬 산이었다. 괜히 왔다고 수십 번도 더 후회했다.
너무 힘들었고 짜증 났던 것 외에는 별 기억이 없지만, 산길에서 만난 큰 나무들만은 그래도 몇 장 사진으로 남겼다.
결국 계획했던 응복산 정상은 가보지 못하고 하산했다. 몇은 고집을 꺾지 않았으나 천둥이 치고 먹구름이 몰려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광불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희미하게나마 길 흔적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 응복산 산행은 총 9시간이 걸렸다. 만약 정상까지 다녀왔다면 12시간 정도 필요했을 것이다. 내 산행 경험 중에서도 응복산은 유별난 험산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집에 와 보니 몸에는 긁히고 멍이 든 자국이 많다. 아직도 온몸이 욱신거린다. 특별했던 경험에 의미를 둘 순 있겠지만, 그러나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