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간 길에 두 시간 정도 탄천을 산책했다. 오리역에서 이매역까지 천을 따라 내려가며 걸었다.
탄천(炭川)은 이름값을 하려는 건지 물이 너무 탁했다. 상류 쪽에 있는 안내문에는 오염이 아니라 철 성분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냄새도 심하고 부유물도 많았다. 특이한 점은 잉어가 무척 많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물을 맑게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탄천 주변은 시민의 운동과 휴식처로 예쁘게 꾸며 놓았다. 천을 따라 조성된 녹지가 건물들과도 잘어울렸다. 도시를 걸으며 아름답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껴 보았다. 이런 녹지축이 사방팔방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훨씬 더 살 만한 도시로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 마음도 여유롭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한 도시를 상상해 본다. 인구는 10만을 넘지 않고, 건물도 높아야 5층 정도다. 엘리베이터가 필요 없는 도시다. 여기는 차보다 자전거와 나무가 더 많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골목으로는 맑은 개울물이 졸졸 흐른다.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는 사람들도 보인다. 도시 밖으로는 농촌 마을과 농지가 펼쳐져 있다. 아마 우리 후손들은 이런 작고 평화로운 도농공동체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자연과 문명의 공존은 충분히 가능하다.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 맺기가 되어야만 사람 사이의, 이웃 간의 관계도 바르게 될 것이다. 평화와 상생의 미래를 상상하며 즐겁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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