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1410b(7) 본문

백 년,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외할머니의 손
사진 찍는 데
열중하기보다
그때 한 번이라도 더
따스하게 잡아드릴 걸...
(141008)

품었던 것 모두
내보내고
홀로 조용히
늙어간다
산골 빈집
(141009)

바닷바람에
젖은 마음 내걸고
뙤약볕으로
뽀송뽀송 말리고 싶어
아무도 모르는
그 섬에 가서
(141010)

누가 살까
마당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도
곁눈질만 할 뿐
열리지 않는
골목길 끝
빨간 대문 집
(141011)

가막살나무 흰꽃이
진 자리에
진홍색 열매
조롱조롱 달렸다
오매,
가을이네!
(141012)

사람들아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아
내 손을 잡고
내 품에 안겨
훨훨 날자꾸나
훨훨 날자꾸나
(141013)

국민학교 다닐 때,
홍수가 나면 학교에 안 가도 돼 좋았다. 강물을 건너는 길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중학교 다닐 때,
숙제를 안 해 가도 용서받는 때가 있었다. 전날 밤에 정전이 되었다고 하면 눈감아줬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이 싫어 백지 답안지를 내고 나왔다. 내신제가 아니어서 가능한 반항이었다.
때때로
어수룩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