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1410d(5) 본문

아이, 눈부셔라
세상이 궁금해서
고개를 쏘옥
(141022)

해는 지고
찬바람은 부는데
돌아보니 내 걸음은
늘 제자리였을 뿐
그래도 애썼다
나나 너나, 우리 모두가
(141023)

그림자에서 도망치려는 사람이 있었어
해가 뜨자 그는 뛰기 시작했어
따라붙는 그림자를 보고는 더 열심히 달렸어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거렸어
저녁이 되어서야 그는 알아차렸어
그림자는 자신의 한 부분이란 걸
그림자가 없다면 자기 존재도 없다는 걸
그는 그림자와 친구가 되었어
(141024)

소문나기 전
문막리 은행나무는
단풍철이 되어도 한적했다
밭일하러 온 마을 주민과
어찌 알고 찾아온 객이
서넛 있을 뿐이었다
언제부턴가 SNS에서 알려지고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북새통이 되었다
작년에 찾아갔다가
꽉 막힌 도로에 갇히고
주차할 데도 없어 쫓겨났으니
천 년 은행나무도
이런 난리는 처음 겪어볼 터이다
은행나무는 궁금하다
하나 같이 손에 뭔가를 들고
나를 비춰보고 자기들끼리 낄낄댄다
그러고는 쏜살같이 사라진다
하나의 임무를 수행한 듯
만족한 미소를 띠고서
그들이 과연
나를 만나러 왔을까
은행나무는 궁금하다
(141025)

양산
선글라스
안면마스크
또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해야, 사람들이 널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르니?
누굴 향한 일편단심으로
스스로의 살을 태우며
이토록 간절한 거니?
(1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