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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본문

읽고본느낌

이처럼 사소한 것들

샌. 2026. 5. 3. 09:31

 

넷플릭스에 올라오길 기다린 영화다. 여섯 달 전에 클레어 키건의 이 소설을 읽고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었다. 소설의 느낌을 영화는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다.

 

영화는 아일랜드의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영상이 주는 시각적 효과가 소설보다 강력했다. 소설을 읽어선지 이야기 전개나 의미도 익숙해서 좋았다. 소설을 한 번 더 읽는 것 같았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 아일랜드의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날씨만큼이나 마을은 얼어 있고 사람들은 무기력하다. 마을을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수녀원에는 은밀한 비밀이 숨어 있다. 펄롱은 이 사실을 직시하고 작은 힘으로나마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펄롱은 이웃에게 친절하고 가정에서는 다정한 아버지다. 다른 사람들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에 눈 감지만 펄롱은 다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뇌하며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 따스하다. 그렇다고 거창한 투쟁이 아닌, 사소하다면 사소한 도움의 손길이다. 도무지 세상을 바꾸지 못할 것 같은.

 

펄롱의 아내도 선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녀는 현실적이다. 내 자식을 지키고 자신의 가정만 편안하고 따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남편이 못마땅하다. 마을 사람들처럼 펄롱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살려면 모른 척 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우리가 가진 걸 지켜야지."

"어쨌든 우리 애들은 그런 일 안 겪을 거야."

 

그러나 펄롱은 나만, 또는 내 가정에만 묶이지 않았다. 불쌍하고 연약한 이웃에게 베푸는 친절이 삭막한 우리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펄롱의 이런 연민의 마음은 그의 어린 시절과 연관이 있음을 영화는 암시한다. 펄롱이 어떻세 성장했는지를 과거로의 회상 장면이 보여준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의미를 잘 담아낸 따스한 영화다. 펄롱의 선의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한 인간이 세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품격 있는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