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본문

고래를 따라가다가 이 드라마까지 왔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는 유난히 고래를 좋아하며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자폐장애인은 어느 특정 대상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우영우에게는 고래다. 드라마 곳곳에 나도 좋아하기 시작한 고래 장면이 나와서 흐뭇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2022년에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다. 당시에 굉장히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고래를 매개로 4년이 지나서 보게 되었지만 재미있어서 푹 빠졌다. 폭력이나 잔인한 장면이 없는 휴먼 드라마여서 더 좋았다.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 배우의 연기력이 이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과 청순한 외모가 돋보였고 사랑스러웠다. 여자의 단발머리와 스커트의 단정한 차림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니까. 그 외에 고래와 김밥을 좋아하는 것도 나와 닮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중에는 특정 영역에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기억이나 계산 등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인다. 우영우는 암기 능력이 탁월해 어릴 때부터 법전을 통째로 외울 수 있는 자폐를 가진 천재다.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 변호사로 들어간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가 소송을 맡아 변호하면서 일어나는 인간 세상의 명암을 가슴 찡하게 그려낸다.
우영우 본인의 동화 같은 사랑도 드라마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인간의 순수한 감정선을 건드리는 장면이 자주 나와서 우리의 잃어버린 동심을 상기시키며 슬프게 한다. 수임한 사건 중심으로 각 에피소드가 진행되는데 그중에서도 팽나무가 나오는 장면, 재판 뒤풀이 자리에서 시를 암송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 시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이었다.
우영우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늘 이렇게 말한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많이 나오지만 들을 때마다 미소가 이는 자기소개다. 기억하고 싶은 명대사도 여럿 있다.
"내가 만약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좌절해야 한다면, 저 혼자서, 오롯이 좌절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른이잖아요. 아버지가 나서서 좌절까지도 막아주는 것 싫습니다. 하지마세요."
"소덕동 언덕 위에서 함께 나무를 바라볼 때 좋았습니다. 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어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길 잃은 외뿔고래가 흰고래 무리에 속해 함께 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요. 저는 그 외뿔고래와 같습니다. 낯선 바다에서 낯선 흰고래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저에게는 좋은 어머니가 아니었지만, 최상현 군에게만큼은 좋은 엄마가 되어주세요."
"뿌듯함! 오늘 아침에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우영우는 남의 마음을 읽는데 서투르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수행하기에 어울리지 않지만 그만이 가진 방대한 법률 지식으로 커버해 나간다. 그보다는 의뢰인을 대하는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씨가 변호사 우영우를 더 빛나게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안에 갇혀 살기에 탁한 세상과 교류가 없어 순진무구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시즌 2를 준비중이라 한다. 무척 기대가 된다. 어떻게 활약하는 우영우가 될지, 우영우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대형 로펌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으로 시즌 1이 끝났지만, 우영우가 계속 적응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기업 같이 돈 많고 권력 있는 자를 변호하는 데서 심리적 갈등을 겪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시즌 2에서는 12회에 나온 양쯔강 돌고래라는 인권변호사와 같은 길을 걸으며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해 본다. 그리고 좋아하는 고래를 직접 만나는 먼 여행도 하길 기대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무척 가슴 따뜻해지는 드라마였다. 시즌 2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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