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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본문

읽고본느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샌. 2026. 5. 10. 10:45

두 권으로 된 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82년 1월부터 일 년 동안 한국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신문 연재소설의 한계 때문인지 작가의 다른 작품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물들간의 얽힌 관계에서 억지스러운 구성이 거슬렸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어쩔 수 없었으리라고 이해는 된다.

 

이야기는 수지, 수인(오목이), 수철, 세 형제의 가족사라 할 수 있다. 6.25전쟁이 터지고 피난을 가던 중 일곱 살이었던 수지는 두 살 아래인 동생 오목이를 고의로 버린다. 자신의 음식을 뺏아먹는 동생이 미웠던 것이다. 전쟁 후 수지와 수철 남매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고 결혼하여 중산층의 여유 있는 생활을 하지만, 오목이는 고아원을 거쳐 남의 집살이를 하며 갖은 고생을 성장한다. 마음의 가책을 느낀 수지는 오목이를 찾게 되지만 알은 체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소설은 전쟁으로 인한 가족 해체와 산업화에 따른 인간 소외 현상을 그려 보인다. 새롭게 등장한 도시 중산층의 허영과 허위 의식을 고발한다. 이미 계급화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수지와 수철은 더욱 이기적이 되어간다. 버림받은 동생 오목이을 외면할 정도로 비인간적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죄책감은 기부나 봉사 활동으로 덮으며 위선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통상적인 우리의 자화상이다.

 

수지와 오목이는 피난길에 한 순간 손을 놓음으로써 양 극단의 길을 가게 되었다. 오목이의 불행을 막아줄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수지와 수철은 냉정하게 고개를 돌린다. 마지막에 오목이의 죽음 앞에서 참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오목이가 건네준 은표주박이 더 큰 아픔으로 남게 되리라.

 

무엇이 그해 겨울을 따뜻하게 했고, 그해란 언제를 가리키는 것일까. 욕망의 전쟁터가 된 현실에서 따뜻한 인간성이란 어디까지 남아 있는 것일까. 돈 앞에서는 혈육의 정조차 거추장스럽게 변했다. 씁쓰레한 마음으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