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반복되는 꿈

샌. 2018. 5. 6. 10:11

꿈에서는 늘 학교가 등장한다. 우중충하고 복잡한 구조의 건물이다. 볼일이 급한데 화장실이 없다. 겨우 찾아내도 너무 더러워 들어갈 수가 없다. 전부 재래식 화장실인데 어디나 대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리저리 헤매기만 한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유형의 꿈을 연속으로 꾸고 있다. 어젯밤에도 그랬다. 힘들게 화장실을 찾았는데 내부는 겨우 볼일을 볼 정도의 여유만 있었다. 난감해하다가 잠을 깼다.

 

꿈에 학교가 나오면 늘 악몽이다. 퇴직한 다음에는 교실을 못 찾아 허둥대는 꿈이 계속 나왔다. 시간표를 착각해서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다. 진땀을 흘렸다. 몇 년간 그러더니 이젠 똥 꿈으로 변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한다. 더구나 같은 꿈을 연속으로 꾼다는 것은 내면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메시지로 해석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꿈을 왜 꾸는지도 여러 견해만 있을 뿐 정설은 없다.

 

꿈 영상이 과거가 남긴 상처라면 왜 학교가 자꾸 나오는지 설명된다. 그 전에는 군대에 다시 붙잡혀 가는 악몽을 20년 넘게 꾸었다. 군 생활이 한국 남자들에게 남긴 트라우마다. 이 경우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밖에 없다. 흔적은 남겠지만 상처는 언젠가는 아문다.

 

만약 꿈이 현재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나름대로 궁리해 보는데 최근의 똥 꿈은 욕구불만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다. 삶에는 불만이 없다 해도 뭔가 억눌리는 심리 상태일지 모른다. 내 의식은 태연해 보여도 무의식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억압 기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잡히는 게 없다.

 

아마 프로이트라면 성(性)과 관련지어 해석하려 할 것이다. 곰곰이 살펴보니 내 꿈에는 성적 상징물로 봐도 될 장치들이 있다. 그렇다면 성적 욕구 불만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이리저리 궁리해 보지만 분명한 건 없다. 꿈은 반대라는 해석이 있는데 그렇다면 똥 꿈이 나쁜 건 아닐 거라고 자위를 한다. 차라리 똥통에 빠지는 꿈이라도 꾼다면 복권이라도 살 텐데, 변죽만 울리다 끝나니 개운치가 않다. 어쨌든 내 꿈에 나오는 학교는 공포영화의 무대 같다. 학교만 나오면 질색이다. 그 지경으로 30년 넘는 선생 노릇을 어떻게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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