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37

거제도, 통영 여행(2)

이틀에 걸쳐 수박 겉핥기로 거제도와 통영 지역을 둘러보았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이 비례하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너무 짧은 일정이었다. 아쉬운 대로 거제도와 통영 여행을 마치고, 셋째 날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합천 해인사와 영동 월류봉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로서는 둘 모두 첫 발걸음을 하는 곳이다. 새벽부터 하역 작업을 준비하느라 숙소 앞 통영항은 시끄러웠다. 조금 지나니 냉동 참치가 배에서 끝없이 내려졌다. 참치가 금속 상자에 담길 때 쇳덩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덕분에 일찍 잠을 깨었고 해 뜨는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에서 올 가을 제일 화려한 단풍을 만났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앞 마당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절을 단체로 찾아온 외국인들의 몸가짐이 경..

사진속일상 2024.11.16

거제도, 통영 여행(1)

아내와 2박3일 일정으로 거제도와 통영을 다녀왔다. 옛 기록을 찾아보니 이 지역 여행을 다녀온 게 2005년이었으니 어느새 19년이 되었다. 그때 일은 단편적으로 두세 장면이 떠오를 뿐이어서 마치 처음 가 보는 곳처럼 새로웠다. 옛 추억을 되새김하기에는 너무나 긴 세월이 되었다. 처음 찾은 곳은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였다.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정상까지 1.5km 길이로,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 전경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시설이 깔끔한 걸 보니 개통한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다음은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을 찾았다. 몽돌 위에 앉으니 자갈 위를 들고나는 파도소리가 귀를 채웠다. 저절로 눈이 감기고 명상에 잠겼다.  도장포선착장 옆에 있는 바람의 언덕은 유일하게 옛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장소다. 왜 명소로 이..

사진속일상 2024.11.15

정선, 영월 단풍 여행

아내와 함께 정선과 영월로 1박2일의 단풍 여행을 다녀왔다. 단풍만으로는 결과가 시원찮았다. 높은 기온과 잦은 비로 시기가 늦어져서 두 지역 단풍은 아직 절정이 되지 못했다. 된다 한들 색감이 예년처럼 곱지 않을 것 같다. 제일 먼저 정선의 병방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올랐다. 눈에 그렸던 울긋불긋 산하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래전 아내의 추억이 어린 정선성당에 들렀다.  점심은 정선읍내에 있는 군언송어횟집에서 송어회와 매운탕으로 했다. 반찬으로 나온 번데기에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갔다.  오후에는 동강을 따라가는 드라이브였다. 할미꽃마을에 정차하여 마을 뒤편의 조용한 산길을 걸었다.   가수분교와 미리내폭포(와인잔폭포)를 지나고,  문치재 정상에서 사행의 도로를 보고, 후진하다가 가드레일 모서리와 격한 키..

사진속일상 2024.11.01

씨엠립(6) - 반띠에이쓰레이, 반띠에이쌈레

씨엠립 북동쪽에 있는 이 두 유적은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한다. 유적에 어지간한 관심이 없으면 여기까지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보석은 눈에 잘 안 띄게 숨겨져 있는 법이다. 반띠에이 쓰레이(Banteay Srei)는 10세기 후반 라젠드바라만 2세 때 세워졌다. 규모가 작지만 정교한 조각이 아기자기하면서 아름다운 여성적인 사원이다.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성소에 이르는데 가장 바깥 대문에서부터 섬세한 조각이 눈길을 당긴다. 문 상단에 코끼리를 타고 있는 인드라가 보인다. 성소로 향하는 참배로가 100여 미터 정도 뻗어 있다. 양쪽에 남아 있는 기둥으로 보아 원래는 회랑이 있었을 것이다. 참배로 옆에 있는 작은 건물 문 위에는 칼라가 선신을 잡아먹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성소에 들어가는 입..

사진속일상 2024.01.26

씨엠립(5) - 똔레삽

어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한 탓에 오늘 오전은 휴식이다. 늦잠을 푹 자고 아침 식사 전 숙소에서 가까운 공원을 가볍게 산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똑 같다. 거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하다. 공원에서는 조깅이나 걷기를 하는 현지인의 발걸음이 상쾌하다. 이 모든 풍경을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감싼다. 물놀이하는 손주를 보며 풀장의 파라솔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다. 숙소 손님은 대부분이 서양인들이다. 가끔 호텔 식당에서 한국인을 만나는데 그때뿐이다. 낮에는 관광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은 낮에도 풀장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쉬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긴 하다.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다. 그들한테서는 삶의 여유가 보인다. 반면에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24.01.25

씨엠립(4) - 앙코르와트, 쁘레아칸, 네악뽀안, 따솜, 이스트메본, 쁘레룹

앙코르 와트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 와트 입구까지 가서 휴대폰 불빛을 의지해 일출을 보는 장소인 연못으로 향했다. 연못과 주변은 이미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앙코르 와트 일출은 너무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 분주하고 어수선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경관이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적은 호젓한 곳을 고를 것이다. 사람들에 부대끼며 굳이 연못에 비치는 반영 앞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일출을 보고 그저께에 이어 다시 앙코르 와트에 입장했다. 일출을 본 사람들은 돌아가기도 하고 우리처럼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눈 앞에서는 서양인 단체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양인은 혼자나 둘씩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패키지로 오는 경우는 드문드문 눈에 띈..

사진속일상 2024.01.24

씨엠립(3)

사흘째는 쉬는 날로 잡았다. 오전에는 씨엠립 시내를 돌아보고, 오후에는 숙소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손주는 숙소 풀장에서 수영을 하며 놀았다. 씨엠립(Siem Reap)은 캄보디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다른 무엇보다 앙코르 유적지가 곁에 있어 유명해졌다.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화려하고 활발한 도시다. 씨엠립은 '씨엠(태국)을 물리친 도시'라는 뜻이다. 시내 관광이라지만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숙소 가까이 있는 왕실정원에 들렀다. 왕실정원은 캄보디아 국왕 별장이 있는 도심 속 공원이다. 이 정원은 박쥐가 사는 나무가 있어 유명하다. 박쥐는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려서 쉬고 있었다. 동굴 안의 어두컴컴한 곳이 아니라 햇빛 속에서 살아가는 박쥐가 신기했다. 정원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사진속일상 2024.01.23

씨엠립(2) - 앙코르톰, 따프롬, 앙코르와트, 프놈바켕

앙코르 유적 입장권은 필요에 따라 1일권(37$), 3일권(62$), 7일권(72$)을 구입하면 된다. 유적 입장료가 캄보디아인은 무료지만 외국인한테는 비싼 편이다. 우리는 3일권을 끊었다. 열흘 동안에 아무 날이나 사흘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첫날은 앙코르 유적의 중심인 앙코르 톰, 따 프롬, 앙코르 와트, 프놈 바켕을 찾기로 했다. 한국어 가이드와 차량은 미리 예약해 두었다. 첫날만 가이드를 이용하고 나머지 날은 우리끼리 가이드북을 들고 찾아다닐 것이다. 앙코르 톰(Angkor Thom)은 12세기에 인도차이나를 지배하던 앙코르 제국의 수도였다. 당시에 무려 백 만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해자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남문으로 향한다. 다리 양쪽에는 54개의 신이 뱀 몸통을 잡고 있는 모습이 세워져..

사진속일상 2024.01.22

씨엠립(1)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 캄보디아 씨엠립에 6박7일 동안 다녀왔다. 아내와 둘째 딸, 손주와 함께 했다. 이번 해외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지 5년 만의 재개였다. 오랜만에 바다 밖으로 나가는 여행 준비를 하다 보니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귀찮고 부담도 되었다. 여행도 젊을 때 하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나이가 드니 아무래도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줄어든 건 확실하다. 앙코르 유적은 오래 전부터 가고 싶던 곳이었다. 그동안 한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이제야 가족과 함께 가게 되었다. 씨엠립으로 결정된 것은 가족이 내 뜻을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5시간 30분이 걸려 '씨엠립 앙코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작년 10월에 문을 연 신공항으로 우리는 스카이 앙코르 항공을 이용했다...

사진속일상 2024.01.21

신안 여행(3)

셋째 날, 볼일이 있는 처제네는 아침 식사 후 장모님을 모시고 일찍 집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퍼플섬을 구경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숙소 가까이 있는 '천사섬 분재공원'에 들렀다. 이 공원은 압해도 송공산 남쪽 기슭 5만 평 부지에 조성되어 있다. 명품 분재와 수목, 조각상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공원의 중심은 애기동백숲이다. 겨울에 애기동백이 필 때 와야 공원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온실에서는 이 주목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물경 1,500살이나 되었다고 한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자태가 웅장하다. 그러면서 잎이 달린 가지는 싱싱하고 균형 잡혀 있다. 옆 온실에는 2,000살 된 주목도 있는데 개방을 하지 않아 멀리서 흐릿하게만 봤다. 이어서 퍼플섬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안좌도로 갔다. ..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2)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가만히 숙소 앞 바닷가에 나갔다. 하루도 안 지났지만 벌써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있다.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느릿느릿 걸었다. 이곳 신안 압해도 송공리 바다는 김 양식과 낙지잡이가 주업인 것 같다. 갯벌 낙지 맨손 어업이 국가 중요 어업 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압해도(壓海島)는 신안에서 제일 큰 섬이라는데 무식하게도 신안 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바닷가에는 압해도를 사랑한 노향림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시인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낼 때 목포에서 건너다 보이는 압해도가 무한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고 한다. 시인은 수십 편의 압해도 연작시를 지었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서해 바다 그 푸른 꿈 지나 언제나 그리..

사진속일상 2023.05.18

신안 여행(1)

처제 부부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떠난 여행이 일이 꼬이는 바람에 계획과 어긋났다.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긴 했으나 엉뚱하게 두 팀으로 나누어 따로 다니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변수가 생길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신안에 들어가는 길에 목포에 들러 해상케이블카를 탔다. 북항승강장에서 탑승하여 유달산을 지나 고하도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2019년에 개통되었고 길이는 3.2km다. 케이블카에서 보니 고하도 둘레로 해상데크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섬 가운데 있는 것은 전망대인 것 같다. 다음에 시간 여유를 가지고 목포에 온다면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 유달산승강장에서 내리면 유달산 정상에도 다녀올 수 있다. 30분 정도 일등봉까지 오가는 산길을..

사진속일상 2023.05.18

평창 생태마을에 다녀오다

평창에 있는 생태마을에 아내와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정식 명칭은 '성필립보 생태마을'이다.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운영하는 환경 생태 농원으로 황창연 신부님이 담당하고 계신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신자들을 위한 피정 시설도 있다. 아내가 생태마을 회원이어서 신청한 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생태마을은 예상했던 대로 규모가 상당했다. 생태마을의 주 생산품은 우리 콩으로 만드는 간장, 된장, 청국장 가루다. 참나무 장작으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황토방에서 발효시킨다. 생태마을에는 300개의 장독이 있다. 생태마을 옆으로 평창강이 흐른다. 생태마을을 조성하기까지 애쓴 여러 분들의 노고를 생각한다. 휴식과 힐링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방은 두 명씩 사용한다. 이번에는 여덟 명이 참가했..

사진속일상 2023.04.27

손주와 2박3일 여행(2)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의 십리대숲길을 걷고 난 뒤 출렁다리를 보기 위해 대왕암공원으로 갔다. 이번에는 출렁다리가 목적이었으므로 대왕암으로 가는 주 산책로 대신 왼쪽 방향의 출렁다리길로 향했다.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길이가 300m 정도로 2021년에 만들어졌다. 전국에 출렁다리 건설 붐이 한창일 시기였다. 출렁다리 부근의 해송 숲도 좋았다. 산책로에서 동백꽃도 만났다. 해안을 따라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대왕암을 경유해서 걷는 길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경주로 돌아오면서 읍천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들렀으나 주차장에서 거리가 멀어 포기했다. 어제 스페이스 워크를 걸은 뒤 손주는 다리가 아프다 하고, 바닷가 날씨도 바람이 세고 차가웠다. 동해안을 따라 올아오면서 감포에도 들렀다. 손주는 보는 경치보다 조개껍질을..

사진속일상 2023.02.26

손주와 2박3일 여행(1)

어렵게 시간이 났다. 손주가 방학중이어도 함께 여행을 갈 짬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2박 동안 숙소는 경주에 정해두고 포항, 울산 등을 겸하여 돌아보기로 했다. 출발 전에 손주에게 뭘 제일 먹고 싶으냐니까 대뜸 대게를 말한다. 경주로 가는 길에 일차로 영덕에 들렀다. 음식점에서 대게 코스를 시켰는데 세 마리(홍게 포함)에 30만 원이었다. 대게 요리 전후에 회와 탕이 나왔지만 금액에 비해서는 가성비가 떨어졌다. 그래도 손주가 맛나게 먹는 것을 보니 흐뭇했다.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다'는 옛말 그대로였다. 더구나 자식보다 더 귀여운 손주가 아닌가. 영덕 삼사공원 해상산책로에는 살짝 실망하고, 바다를 끼고 내려가다가 장사 해안을 잠깐 산책했다. 바람이 심하게..

사진속일상 2023.02.25

손주와 여름휴가

방학을 맞은 손주와 전주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으로 벗어난 가족 휴가였다. 아직 조심스러워 사람으로 북적이는 데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했다. 첫째 날은 전주로 내려가는 길에 춘장대해수욕장에 들렀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안 되서인지 넓은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춘장대는 주차장이나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인지도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 반면에 인근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머드축제로 인산인해라는 보도다. 처음에는 멈칫하다가 손주는 곧 물에 뛰어들었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 둘째 날 오전에는 덕진공원으로 연꽃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공사 중이더니 호수 가운데의 연화정 건물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변해 있었다. 연꽃도 만개중이었다. 오후에 손주..

사진속일상 2022.07.29

일 년 만의 일박 여행

누구나가 그러하겠지만 코로나는 많은 사람의 여행길을 막았다. 당일치기 나들이는 가끔 했어도 일박 이상의 여행을 다녀온 지가 일 년이 한참 넘었다. 해외는 엄두도 못 내고 국내 여행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동해안으로 놀러 간 둘째가 합류하라고 연락이 왔다. 마침 정부에서도 가족끼리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해제한 터였다. 날씨가 나쁘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떠났다. 먼저 양양성당에 들러서 성지 참배를 하고 낙산사를 찾았다. 워낙 오랜만에 와서인지 들머리부터 낯설었다. 보타전을 중심으로 해서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해수관음상 마당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시원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낙산해수욕장은 젊었을 때 단골 장소였다. 낙산사 경내의 양지바른 언덕에서 올해 첫 매화를 보았다. 지나는 사람들 ..

사진속일상 2021.02.17

비발디파크의 밤

비발디파크 눈썰매장에 놀러간 손주들과 늦게 합류하다. 눈밭에서 뛰노는 모습을 사진 찍어주고 싶었는데, 눈썰매장은 4만 원의 입장료를 낸 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해서 포기하다. 대신 스키장의 밤을 구경하다. 밤에 조명을 받은 슬로프는 눈이 부시도록 환하다. 지그재그로 활강해 내려오는 모습도 멋지다. 야간 스키장을 보니 스키를 배우지 못한 게 아쉽다. 스키와 골프는 아예 손을 대지 못했다. 제일 큰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공무원 월급만으로, 생활하고, 아이들 공부시키기에는 항상 빠듯했다. 빚을 지지 않고 살아온 것만도 다행이었지 싶다. 스키 인기도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한겨울 휴일인데 그리 복잡하지 않다. 스키장 들어오는 길의 장비 렌트점도 썰렁하다. 더구나 날씨도 겨울이 없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될..

사진속일상 2020.01.06

손주 따라 광릉수목원에

손주들 여름휴가 끝에 합류해서, 집으로 돌아오며 광릉수목원에 들렀다. 태풍이 지나간 뒤 습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아이들은 시원한 산림박물관에 들어가서 나올 줄을 모른다. 이 더위에도 제일 싱싱하고 화려한 꽃이 무궁화다. 시련이 닥칠 때 더 강해지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는 것 같다. 무궁화 정원에서는 다양한 품종을 볼 수 있다. 아이들 크는 건 말하는 데서 느낄 수 있다. 어른 투의 표현에 깜짝 놀란다. 우리 어릴 때는 아이들과 주로 어울려 지냈으니 대개 아이들 말투였다. 지금 아이들은 어른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어휘도 어른이 쓰는 걸 흉내 낸다. 그래서 더 성숙해져 보이는가 보다. "외할아버지, 행복하게 사세요." 첫째 손주가 헤어지며 진지하게 말한다. 여덟 살짜리가 '행복'이 무엇인지 알까?..

사진속일상 2019.08.09

손주와 속초 피서

손주를 모시고(?) 2박3일 속초에 피서를 다녀왔다. 아내와 사위 없이, 딸 둘에 손주 둘과 함께였다. 나는 오로지 기사로 필요했다. 둘째가 운전을 시작했으니 이런 여행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앞으로 더위라는 말이 나오면 기억에서 끄집어내야 될 2018년이다. 마침 우리가 간 때에 속초와 강릉 지방에는 20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덕분에 낮 기온도 20도 중반대로 떨어졌다. 피서를 제대로 한 셈이다. 첫날 저녁에는 봉포 해변으로 바다 구경을 나갔다.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밀려오는 파도를 피하며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세찬 비가 퍼부었다. 비가 잦아든 오후가 되어서야 아이들은 워터피아로 놀러갔다. 숙소는 한화 리조트였다. 마침 뽀로로 방이 배정되어 아이들..

사진속일상 2018.08.08

손주 따라 사이판(2)

사이판 셋째 날, 하늘이 활짝 개였다. 오늘 밤 별을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에 젖는다. 개인적으로는 사이판의 별 사진을 찍어보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었다. 부피가 나가는 DSLR과 삼각대도 챙겼다. 구름 많은 날씨라는 예보를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준비한 것이다. 아침 날씨가 지속되기를 빌었다. 오늘은 북쪽으로 올라가며 유명 관광지를 찾아보는 날이다. 혼자 아침 산책을 하는 길이 행복했다. 손주는 일어나나마자 할머니를 찾아왔다. 할머니는 모든 투정을 받아주고 시중을 들어준다. 아이는 엄마를 졸라 또 수영장에 들어갔다. 아침 시간이라 사람들은 없었다. 혼자서 물 미끄럼도 잘 탔다. 맨 처음 들린 곳은 사이판에서 제일 큰 마운트 카멜 성당이었다. 사이판은 스페인 통치를 받아서 가톨릭을 믿는 주민이 가장 많다. ..

사진속일상 2018.07.21

손주 따라 사이판(1)

손주 따라 3박4일로 사이판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아무 준비도 없이 따라나섰다. 둘째가 모든 계획을 짠 탓에 믿고 맡겼다. 해외여행 플랜에는 젊은이를 당할 수 없기에 간섭할 여지가 없었다. 여행의 중심은 당연히 손주였다. 따라서 오랜만에 바다에도 들어가고, 많이 웃었다. 아내는 질겁을 하지만 손주를 놀리는 재미는 모를 것이다. 사이판까지는 네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떠나기 전까지도 사이판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아무 정보 없이 떠나자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일본과는 관계 없는 미국령인 것도 가서야 알았다. 크기도 자그마하다. 고구마 같이 생겼는데 길이가 긴 남북으로 종단하는 데도 30분이면 넉넉하다. 첫 이틀간의 숙소는 코아나 리조트였다. 바다에 연하고 있어 방에서 바로 열대 바다가 내려다 보..

사진속일상 2018.07.20

손주 여섯 번째 생일

손주의 여섯 번째 생일에 일곱 식구가 원주에 있는 한솔오크밸리리조트에 다녀왔다. 스키장 개장 첫날이기도 했다. 아직은 눈썰매를 탈 나이라 눈을 밟고 노는 것으로도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연말이 다가와서인지 손주들 자라는 속도가 몇 배는 더 빨라지는 것 같다. 한글을 읽어나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어른스러운 어휘력에 대견해하다가,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천진난만한 행동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앞으로도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기원한다. 둘째날은 아침에 눈이 내리다가 곧 비로 변하는 바람에 일찍 철수해야 했다. 이제는 노는 손주를 지켜보며 흐뭇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옛날에 어머니나 장모님을 모시고 바깥나들이를 했을 때 뒷전에서 바라보시던 그 마음이 지금은 내 마음이 되었다. 가차 없는 세월이 조금은 슬퍼지..

사진속일상 2017.12.03

동해는 비

고향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고 올라와서는 손주와 동해로 여행을 떠났다. 올해 추석 연휴는 열흘이나 되어 전국이 사람 몸살을 앓았다. 11시에 출발했는데 저녁 7시에야 숙소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삼양목장에 들를 계획도 하염없는 거북이 도로 위에서 사라졌다. 다행히 아이는 차 안에서도 즐거워하며 잘 놀았다. 제 엄마와 같이 있는 게 마냥 좋을 뿐이었다. 어디 어디 좋은 데 돌아다닐 구상은 어른들 머릿속일 뿐 지금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부끄러웠다. 정체보다는 앞으로의 비 예보에 우울해 있던 참이었다. 둘째 날, 비 때문에 바깥나들이는 포기하고 삼척의 솔비치 리조트에 있는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항상 낮잠을 자는 아이는 차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식당 의자에서까지 한참을 이어지고서야 깼다...

사진속일상 2017.10.08

손주와 여름 휴가

손주 따라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나는 기사 역할을 맡았다. 장마의 막바지여서 여행 내내 햇빛을 보지 못했다. 가끔 소나기가 지나갔다.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2박을 했다. 부여 롯데리조트는 조형미가 아름다운 건물이다. 전통과 현대미의 조화에 신경을 쓴 것 같다. 현재를 살지만 우리도 과거의 씨줄과 얽히며 삶의 무늬를 그린다. 어떤 사람에게는 끊임없이 발목을 잡는 과거의 사연이 있다. 놀러 온 사람이 있고, 그걸 시중 드는 사람이 있다. 부모를 잘 만나 땀 흘리지 않고 호의호식 하는 사람이 있고, 평생 근면하게 노동을 해도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옆을 지나가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손주에게 부여를 설명하자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오직 물놀이가 좋은 나이다. 가족이 아..

사진속일상 2017.07.25

제주도(2) - 민속촌, 외돌개

장모님과 함께 하는 제주도 여행 사흘째, 민속촌과 외돌개, 허브동산을 둘러보았다. 노인 취향의 장소를 선택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덕분에 민속촌과 허브동산을 우리도 처음으로 가 볼 수 있었다. 제주도는 지금 중국인 관광객이 없으니 조용해서 좋았다. 그 많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게 신기했다. 나흘간 있으면서 딱 한 번 중국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개인적으로 온 젊은이 셋이였다. 조심해 보이는 기색이 완연했다. 사드가 준 선물이었다. 이번 기회에 제주도에 가자, 라고 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다. 민속촌은 제주도의 옛날 주택을 잘 재현해 놓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해야 제주도에 대한 공부가 될 것 같다. 바닷가 산책로로 외돌개 해변을 찾았다. 이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무난한 길이다. ..

사진속일상 2017.05.20

제주도(1) - 우도, 비자림

효도관광으로 장모님을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걷기는 피하고 동선이 짧도록 일정을 짰다. 다행히 장모님은 지팡이를 짚으시기는 하지만 평지길을 걷는데는 무난하시다. 아직 제주도 여행 정도는 무리가 없다. 3박을 한 곳은 '샤론의 집' 펜션이었다. 독채에 우리만 머물러서 다른 숙박객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다들 수면에 예민해서 한밤중의 소음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가장 조용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었다. 둘째날은 우도(牛島)에 갔다. 작년에는 아내와 섬을 한 바퀴 걸어서 돌았는데, 이번에는 장모님 때문에 렌트카를 가지고 들어갔다. 작은 섬이지만 차가 있으니 편리하긴 했다. 섬을 반시계방향으로 일주했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풍경. 검멀레해수욕장의 후해석벽(後海石壁). 마침 썰물이어서 비양도 등대까지 걸어 ..

사진속일상 2017.05.19

2016 제주도(5) - 기타

8박9일이라는 긴 일정 탓에 제주도를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남쪽 지역의 명소를 주로 찾아다녔다. 이번 여행은 첫째와 함께 한 데 의미가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함께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안덕계곡 산굼부리 아쿠아리움 쇠소깍 큰엉 외돌개 비자림 6박한 숙소, 금호리조트 2박한 숙소, 팜힐 이중섭 거리의 카페 제주공항 이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제주도의 맛있는 음식을 맛 본 것이었다. 흑돼지 / 돈사돈 갈치구이 / 해마루 옥돔구이 / 길섶나그네 방어회 / 동성수산 보말칼국수 / 수두리 모듬회 / 쌍둥이횟집

사진속일상 2016.01.21

2016 제주도(3) - 송악산 주변

제주도에 있는 내내 흐리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이어졌다. 어떤 날은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는 거센 소리에 새벽잠을 깨기도 했다. 삼다도에서 바람만은 기세가 여전한 것 같다. 딱 하루 송악산과 용머리해안에 간 날은 해가 나고 바람도 잦아들어 따스했다. 여행은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송악산 분화구는 출입이 금지되었고, 대신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이 잘 만들어졌다. 길이가 2.8km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해안 산책로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이 아닌가 싶다. 송악(松岳)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옛날에는 소나무가 많았던가 보다. 지금은 일부에만 소나무 숲이 남아 있다. 썰물이 되어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느라 한 시간여를 대기했다가 용머리해안에 입장했다. 그동안은 물때를 맞추지 못해 들어가 보지를 못한 ..

사진속일상 201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