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성지 38

성지(38) - 배티성지

성지 53. 배티성지(충북 진천군 백곡면) 경기도 안성에서 충북 진천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배나무 고개'라는 뜻의 배티다. 산에 돌배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고 한자로는 '이치(梨峙)'라고 쓴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이곳에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들기 시작하고 교우촌이 만들어졌다. 1850년에는 작은 초가집에 최초의 신학교가 세워졌고, 최양업 신부님이 이 초가집에 살면서 신학생들을 지도했다. 배티성지는 박해시대 비밀 교우촌이었고, 조선대목구 최초의 신학교가 있던 곳이며,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선교사들의 사목 중심지였고, 무명 순교자들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배티성지에는 최양업 신부를 기념하는 성당과 박물관, 옛 신학교, 피저의 집, 순교자의 무덤 등이 있다.  오랜만에 배티성지를 찾으니 새로운 곳에 온..

사진속일상 2024.12.05

성지(37) - 윤봉문 요셉 묘

성지 52. 순교복자 윤봉문 요셉 묘(경남 거제시 일운면) 순교복자인 윤봉문 요셉(尹鳳文, 1852~1888)은 1866년 병인박해로 재산을 몰수 당한 뒤 자유로운 신앙 생활을 위해 양산에서 거제도로 이주하였다. 거제도에서 전교하며 로베르 신부의 성사 집전을 돕는 등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고 진주로 압송되어 문초를 받았다. 그는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가 1888년에 교수형으로 순교하였다. 2013년에 유해를 이곳으로 이장하고 성지로 조성하였다.  이곳은 거제도에서 유일한 천주교 성지다. 그래선지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순교자 현양탑 안에 복자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현양탑은 순교자들이 옥중에서 쓰던 칼 모양을 형상화 했다.  경당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미사가 집전된다.  성지에는 편백나무와..

사진속일상 2024.11.17

성지(36) - 살티공소

성지 51. 살티공소(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1866년 병인박해로 뿔뿔이 흩어진 신자들이 인가에서 멀리 떨어지고 산림이 울창했던 이곳으로 숨어 들어와 정착한 곳이다. 가까운 석남사까지 관원들이 찾아왔으나 이곳은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가서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뜻에서 '살터'라고도 불리웠다 한다. 부산교구에서 가장 오래된 공소다. 살티공소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이곳 출신 순교자인 김영제 베드로와 여동생인 김 아가타의 묘가 있지만 가 보지는 못했다. 공소 앞에 '천주교당(天主敎堂)'이란 쓰인 글씨가 오래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개신교라면 '예배당', 가톨릭이라면 '교당'이라는 명칭이 왠지 더 정감이 간다.

사진속일상 2023.02.27

성지(35) - 황새바위

성지 50. 황새바위 순교성지 충남 공주에는 일찍부터 관찰사와 공주 감영이 있어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송되어 와서 배교를 강요당하고 이를 거부할 때는 여지없이 사형에 처해졌다. 이름이 전해지는 순교자만 248명이며 그밖에 무수한 순교자가 있었을 것이다. 최초의 순교자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형을 받은 내포의 사도 이존창(李存昌, 1759~1801)이다. 황새바위는 처형지 인근에 세워진 순교성지다. 황새바위라는 명칭은 이곳에 황새가 많이 서식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죄수들이 '항쇄'(목에 씌우는 칼)를 쓰고 언덕 바위로 끌려 나와 처형당했기에 붙은 이름이라는 두 설이 있다. 황새바위 순교성지에는 순교탑을 비롯해 돌무덤 경당 등 여러 시설물이 있다. 정문에서 비탈길을 올라가면 석문이 나온다. 형..

사진속일상 2022.11.07

성지(34) - 남한산성 순교성지

성지 49. 남한산성 순교성지 남한산성은 신해박해(1791년) 이후 약 300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한 장소다. 성지 부근에 처형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시신은 동문 옆 수구문(水口門)을 통해 버려졌다. 워낙 시신이 많이 쌓여 수구문을 사람들은 시구문(屍口門)으로 불렀다고 한다. 순교자 가운데 행적이 밝혀진 분은 한덕운 토마스(1752~1802)를 비롯하여 36명이다. 새 성당은 2015년에 신축했다. 지금은 '토마스 홀'로 사용하는 곳이 예전 성당이었다. 오래전에 이곳에서 마루에 앉아 미사를 드리던 기억이 새로웠다. 성당 옆 성모 마리아. 숲 속 산책로. 십자가의 길과 연결되어 있다. 야외 미사터에 있는 예수 고난상. 성지 안은 초가을의 정취가 가득했다. 십자가와 구름. 순교자 명단이 ..

사진속일상 2022.09.22

성지(33) - 치명자 성지

성지 48. 치명자 성지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치명자산(致命者山)은 1801년에 순교한 유항검 일가의 합장묘가 있는 성지다. 원래 산 이름이 승암산(僧岩山, 중바위산)이었는데 김제에 가매장되어 있던 시신을 1914년에 이곳으로 옮겨 모시면서 치명자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치명자는 순교자란 뜻이다. 산 정상부에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와 부인 신희(申喜), 둘째 아들 유문석(柳文碩), 조카 유중성(柳重誠), 제수 이육희(李六喜), 동정부부인 유중철(柳重哲)과 이순이(李順伊)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1801년 신유박해가 터지자 전라도에서 제일 먼저 체포돼 서울로 압송된 유항검은 대역부도죄로 능지처참형을 받고 전주감영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1801년 10월 24일 남문 밖에서 45세의 나이로 참수되었다...

사진속일상 2022.04.28

성지(32) - 나바위

성지 47. 나바위 전북 익산에 있는 나바위 성지는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金大建 안드레아, 1821~1846) 신부가 1845년 페레올 주교 등과 함께 서해를 통해 귀국하여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김대건 신부는 폭풍을 만나 표류하다가 상해를 출발한지 42일 만인 1845년 10월 12일에 이곳 나바위 기슭에 상륙했다. 이를 기념하여 나바위 성당이 세워졌다. 나바위 성당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베르모렐(요셉, 1860~1937) 신부가 1907년에 완공했는데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지붕은 한옥 구조로 만들었다. 국가 사적 318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당 내부에는 남녀 자리를 구분한 칸막이 기둥이 남아 있다. 전통 한지로 만든 스테인드 글라스가 특이하다. 성당 앞에는 '치유의 경당'이 있다. 원래는 성바..

사진속일상 2022.02.13

성지(31) - 배론

성지 46. 배론 제천시 봉양읍에 있는 배론 성지는 1800년대부터 박해를 피해 모인 천주교 신자들의 교우촌이다. 교우들은 화전을 일구고 옹기를 구워 생활하며 궁핍한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섬기며 살았다. 이 마을 계곡이 배[舟] 밑창을 닮았다 하여 '배론[舟論]'이라고 부른다. 배론은 천주교 성지 중에서도 아름답고 잘 정돈된 성지다. 배론에는 황사영 백서 토굴, 성 요셉 신학당, 최양업 토마스 신부 묘가 있다. 배론 성지는 고향 가는 길에 있어 오래전부터 자주 찾았는데 근래는 뜸했다. 거의 10년 만에 찾아보는 것 같다. 입구에 들어서면 최양업 토마스 기념 성당이 보인다. 잔디 정원 앞에 '인생 미로'가 있다. 동심원 모양을 따라 중심을 향해 걸으며 지나온 삶을 정리해 보는 길이다. '은총의 성모 마리아 ..

사진속일상 2021.10.03

성지(30) - 수리산 성지

성지 45. 수리산 성지 경기도 안양에 있는 수리산 성지는 최경환(崔京煥, 1804~1839)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면서 신앙 생활을 하던 곳이다. 최경환 성인은 한국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다. 1836년에 큰 아들을 모방 신부에 맡겨 마카오로 유학 보냈다. 성인은 천주교를 믿어 온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신앙 생활을 했지만 탄압을 피해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수리산 밑에 정착해 살았다. 그러나 1839년 7월 기해박해 때 교우와 함께 체포되어 9월에 심한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포천옥에서 순교하였다. 최경환 프란치스코는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을 위해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사진속일상 2021.03.05

성지(29) - 묘재

성지 44. 묘재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에 있으며 남종삼(南鐘三, 1817~1866) 요한 성인이 살았던 집이다. 이곳은 요한 성인의 부친인 남상교 아우구스티노가 관직에서 물러나 신앙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이사한 곳으로, 부친과 장자인 남명희, 처 이조이도 순교했다. 남종삼 요한은 남인계 학자로 22세 때 문과에 급제하여 철종 때 승지에 올랐고, 고종 초에는 학덕을 인정 받아 왕실 교육을 담당했다. 그의 학문과 신앙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고, 남하하는 러시아 세력을 막기 위해 서양 선교사를 이용한 이이제이(以夷制夷) 방책을 대원군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인박해가 시작되며 1866년에 체포되어 참수형으로 순교하였다. 이때 다른 가족들도 함께 체포되어 다음 해에 부친은 공주에서 옥사하고, 남명희는 전..

사진속일상 2021.02.25

성지(28) - 양양성당

성지 43. 양양성당 양양성당은 6.25 전쟁 때 순교한 이광재(李光在, 1909~1950) 디모테오 신부의 사랑과 헌신이 깃든 장소다. 이 신부는 1936년에 사제 서품을 받고 3년 뒤에 양양 본당의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일제의 탄압 시기를 지낸 뒤 해방이 되고 분단이 되면서 양양성당은 38선 북쪽에 위치하게 되었다. 양양성당에도 소련군이 주둔하게 되어 성당을 빼앗기고 가정집에서 미사를 드려야 했다. 이 신부는 남쪽으로 피난하는 수도자들과 신자들을 도우며 끝까지 성당을 지켰다. 이 신부는 다른 지역의 신자들을 돌보기 위해 평강으로 갔다가 체포되었고, 6.25 전쟁이 터지고 유엔군이 북진하자 인민군은 포로들을 방공호에 몰아넣고 총살시켰다. 이때 이 신부도 사망했는데 몇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아수라장 속..

사진속일상 2021.02.18

성지(27) - 홍유한 유적지

성지 42. 홍유한 유적지 한국 천주교회가 창립된 것이 1784년인데, 이보다 30여 년 전에 이미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분이 있었다. 경북 영주군 단산면 구구리에 살던 홍유한(洪儒漢) 선생이시다. 선생은 어릴 때 성호 이익의 문하에 들어가 학문에 힘쓰던 중, 천주교 서적을 접하고 자신이 깨달은 신앙의 진리를 실천했다. 천주교의 수계 생활을 위해 1775년에 이곳으로 이주해서 1785년 선종할 때까지 신앙적 삶을 살았다고 한다. 스스로 7일 중 하루를 주일로 정해 세속의 일을 전폐하고, 기도와 묵상에 전념했으며 30세 이후부터는 정절의 덕을 실천했다. 이로써 한국 천주교회의 최초 수덕자(修德者)라는 칭호가 붙었다. 한국 천주교는 이렇듯 서학의 하나로 들어와 자발적으로 탐구, 실천해 나간 점이 특이하다...

사진속일상 2020.10.12

성지(26) - 초남이

41. 초남이 성지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있는 초남이 성지는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1756~1801)가 나고 자란 곳으로, 그와 그의 가족이 복음을 몸소 실천한 삶의 현장이다. 일찍 천주교를 접한 유항검은 1784년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베풀었다. 주변 뿐만 아니라 멀리 고창과 영광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다. 호남 최고의 부자로 평소에 잘 베풀고 종들을 형제처럼 대한 덕행이 복음을 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장남인 유중철 요한이 몸과 마음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고자 하는 지향을 발하였을 때 이를 지켜주기로 결심하고 같은 뜻을 지닌 한양의 이순이 루갈다와 혼례를 치르게 했다. 동정부부는 이곳에서 하느님을 뜨겁게 사랑하며 ..

사진속일상 2020.07.17

성지(25) - 솔뫼, 원머리, 신리

38. 솔뫼성지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탄생한 곳이다. 1784년 한국천주교회가 창립된 직후부터 김대건 신부의 증조할아버지 김진후 비오(1814년 해미에서 순교), 작은할아버지 김종한 안드레아(1816년 관덕정에서 순교), 아버지 김재준 이냐시오(1839년 서소문에서 순교), 그리고 김대건 신부(1846년 새남터에서 순교)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순교자가 살았던 장소다. 김대건 신부는 '한국의 베들레헴'이라 불리우는 이곳에서 1821년 8월 21일 태어나, 1836년 마카오에서 사제수업을 받았으며, 1845년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고 조선에 입국, 1846년 9월 16일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하였다. 김대건 신부는 1925년 비오 11세 교황에 의해 복자품에, 1984년..

사진속일상 2020.06.19

성지(24) - 해미순교성지

37. 해미순교성지 대전교구에 속한 해미순교성지는 1797년(정사박해)부터 1872년까지 대략 1천 명 이상이 순교한 곳이다. 그중에서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는 132명이며, 인언민 마르티노, 이보현 프란치스코, 김진호 비우 세 분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 2014년에 시복 되었다. 순교자 중 대부분이 무명인 이유는 당시 해미현은 무관영장이 지역 통치를 하면서 권력을 남용하여 자유로이 박해를 하면서도 중앙에 보고하지 않았고 기록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명 순교자의 묘. 잡아온 천주교인을 죽이는 방법은 다양했다. 사약, 몰매, 참수, 생매장과 함께 물에 빠트려 처형하는 수장형이 있었다. '진둠벙(죄인둠벙)'이라 불리는 웅덩이가 남아 있다. 팔을 묶은 신자를 거꾸로 떨어뜨려서 이 둠벙 속에 쳐박혀 죽게..

사진속일상 2020.06.03

성지(23) - 천호, 여산, 숲정이

34. 천호성지 천호(天呼)성지는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산(天壺山)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박해 시대에 다리실 교우촌을 비롯해 많은 신앙 마을과 공소가 있었다. 에 따르면 '산세가 험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첩첩산중이었다. 천호성지에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이명서 베드로 등 다섯 분과 다른 무명의 순교자들이 모셔져 있다. 2007년 준공된 부활성당으로 콘크리트 벽과 부정형의 외관이 특이한 성당이다. 예수가 묻힌 무덤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기해박해 10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비. 야외 제단. 성물박물관. 피정의 집. 아내와 장모님은 미사에 참예했지만, 나는 마스크를 지참하지 않아 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천호성지는 넓은 터에 잘 가꾸어진 성지다. 개인적으..

사진속일상 2020.05.11

성지(22) - 천진암

33. 천진암 경기도 광주시 퇴촌에 있는 천진암(天眞庵)은 주어사(走魚寺)와 함께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다. 천주교의 시작이 불교와 연관 있는 게 흥미롭다. 어쩌면 '천진(天眞)'이라는 이름에서 이미 천주교과의 인연이 예비되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서 1779년에 이벽, 정약전, 권철신 등 젊은이들이 모여 천주교 책을 읽고 실천하는 일을 토론하였다. 그 뒤로 황폐해진 천진암 터를 1978년에 천주교에서 매입하면서 성역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듬해부터 이벽을 시작으로 정약종, 이승훈, 권철신, 권일신의 묘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현재는 100년 계획으로 천진암 대성당을 지을 터까지 조성해 놓았다. 천진암 성지 입구. 입구에는 천진암을 상징하는 오두막과 다섯 성인을 그린 성화, 마리아상이 있다. 오르..

사진속일상 2020.04.03

성지(21) - 마재성지

32. 마재성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마재성지는 순교자인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를 비롯한 정약현, 정약전, 정약용 등 4형제가 태어난 곳이다. 정씨 일가는 천주교와 깊은 관련을 맺었다. 정약현의 부인이 이벽의 누이이고, 사위가 황사영이다. 그리고 정씨 형제의 누이는 한국 최초의 세례자인 이승훈의 부인이다. 형제 중에서 정약종은 끝까지 신앙을 지켜 순교한 한국천주교회의 기둥이다. 정약종은 형제 중 제일 늦게 신앙을 받아 들였지만, 불타는 열성으로 신앙인의 길을 걸었다. 최초의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의 초대회장으로 전교에 힘썼고, 한글 교리서인 을 편찬했다. 그 뒤 교리서인 를 쓰던 중 1801년 신유박해 때 참수형을 당하셨다. 다산 정약용은 초기에는 신앙 생활을 했으나 신유박해 때 배교함으로써 ..

사진속일상 2019.11.12

성지(20) - 연풍성지

31. 연풍성지 1801년 신유박해 때 주문모 신부와 주요 교회 선조들이 순교하자 교우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산맥을 따라 남하하며 숨어 살게 된다. 충북 연풍 지방은 문경새재, 이화령을 넘어 경상도와 연결되는 길목이며 교차로로 천혜의 은거지이기도 했다. 교우촌의 보금자리가 된 연풍은 1866년 병인박해 때 많은 교우들이 체포되어 순교의 영광을 받은 곳이다. 또한 연풍은 황석두 루카(1813~1866) 성인의 고향이기도 하며 이곳 연풍성지에 성인의 묘소가 있다. 천주학을 버리든지 작두날에 목을 맡기든지 선택해야 할 때 성인은 "결코 진리를 버릴 수 없습니다." 라고 하면서 작두날에 목을 내밀었다. 평신도로서 교회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던 성인을 페롱 신부는 '조선교구에서 가장 훌륭한 회장이었다'고 증..

사진속일상 2019.11.08

성지(19) - 은이성지, 미리내성지

30. 은이성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은이(隱里) 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사제가 되어 귀국해서 첫 사목지로 택한 곳이다. 김 신부는 여기에 공소를 설립하고 용인 일대에서 사목을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조선 땅에서는 처음으로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했다. 가까이에는 김 신부가 소년 시절을 보낸 골배마실이 있다. 은이성지에는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던 상해의 김가항(金家巷) 성당이 새롭게 복원되어 있다. 김 신부는 김가항 성당에서 1845년 8월 17일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상해의 도시 개발로 성당이 철거되면서 주요 부재를 옮겨와 2015년에 원형 그대로 건립했다. 김가항 성당은 소박하면서 단아한 흰색 건물이다. 문이 잠겨 있어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다. 뜰에는 두 줄기가 맞붙은 느티나무가 있다...

사진속일상 2019.10.16

성지(18) - 되재성당

29. 되재성당 퀴즈를 하나 내 보자.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세워진 성당은 어디일까? 서울 중림동에 있는 약현성당이다. 그럼 두 번째로 세워진 성당은? 천주교 신자라도 정답을 맞추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답은 전북 완주에 있는 되재성당이다. 약현성당이 1892년, 되재성당은 1895년에 건축되었다. 명동성당은 1898년이다. 전북 완주군 화산면과 고산면 일대는 깊은 산골이다. 천주교 박해의 여파로 신자들이 숨어 살았던 곳이다. 병인박해 때는 이 지역에 56개의 교우촌이 있었다고 한다. 1886년 한불조약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에 되재성당이 건립되고 신앙의 중심지가 되었다. 아쉽게도 되재성당은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사라졌고, 최근에 옛 모습대로 복원했다. 제일 눈길을 끄는 건 종탑이다. 나무로 ..

사진속일상 2019.10.01

성지(17) - 구산성지

28. 구산성지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성지다. 서울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우리도 성지 조성 초기에는 여기서 미사를 자주 드렸고 후원회원이기도 했다. 그 뒤로 오랜만에 다시 찾다. 구산성지는 기해박해 때 순교한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곳이다. 안토니오 성인 외 여덟 분의 순교자가 묻혀 있다. 마을 뒷산이 거북 모양이어서 구산(龜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왕관을 쓰고 오른손에 왕흘을 들고 계시는 구산성지 성모상. 김세중 화백의 작품이다. 김성우 안토니오(1795~1841) 성인은 옛 경기도 광주 구산에서 부유한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고 자랐다. 천주교를 알게 되자 두 동생과 함께 입교하였고, 열렬한 신앙인이 되어 자신이 사는 마을을 교우촌으로 만들었다. 기해박해가 일어났을..

사진속일상 2019.09.26

성지(16) - 풍수원성당

27. 풍수원성당 1801년 신유박해 이후 피난처를 찾아 헤매던 신자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신앙촌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화전을 일구거나 토기를 구우며 지내다가 1888년에 뮈텔 주교가 본당을 설립하고 초대 주임으로 르메르 신부가 부임하여 춘천, 화천, 양구, 홍천, 원주, 양평 등 12개 군을 관할하였으며 당시 신자수는 약 2천 명이었다. 강원도 지역의 천주교 신앙 중심지가 풍수원성당이었다. 르메르 신부에 이어 1896년에 정규하 신부가 부임하여 1943년까지 사목하였고, 정 신부는 1907년에 지금의 성당 건물을 준공 봉헌하였다. 풍수원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으로,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며 한국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성당 정면 성당 측면 성당 후면 성체조배실과 성모상 풍수원성당 ..

사진속일상 2019.09.04

성지(15) - 강화도

강화도에는 천주교 성지가 세 곳 있다. 갑곶순교성지, 진무영성지, 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차례대로 찾다. 잔뜩 흐리고 가는 비가 간간이 뿌리다. 24. 갑곶순교성지 강화도는 한양 방어의 요충지로 고려 시대부터 외세와 충돌해 온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이 카톨릭과 관계를 갖기 시작한 것은 1866년 병인양요에 이은 병인박해 때다. 조선이 프랑스인 성직자 9명을 처형한 책임을 물어 프랑스 함대가 이곳 갑곶 돈대로 상류하여 강화성과 문수산성을 점령했다. 프랑스군이 물러간 뒤에 전쟁의 책임을 물어 많은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갑곶순교성지는 그분들의 넋을 기리는 장소다. 아내는 11시 미사를 봉헌하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특이하게 인도인 단체여행객이 보인다. 기도하는 사람은 없고 기념사진만 찍고 가는..

사진속일상 2019.05.14

성지(14) - 감곡매괴성당

23.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 충북 음성에 있는 감곡본당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임가밀로 신부가 1896년에 설립했다. 주보는 '매괴(묵주 기도)의 성모'이다. 현 성당 건물은 1903년에 신축을 시작했는데, 성당 정면에 '1930'이라는 표석이 있는 걸로 봐서 그 해에 완성된 것 같다. 전에 왔을 때는 공사중인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정돈되었다. 청주교구는 2006년에 감곡성당을 '매괴 성모 순례지'로 공식 선포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때 성모를 통한 은총의 표징이 드러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성당 뒤 매산 정상에는 산상 십자가가 있다. 임가밀로 신부는 1914년에 한국 최초로 성체신심행사인 성체거동을 거행했다. 십자가 옆에는 성체거동을 기념하는 신부님 동상도 있다. 묵상하며 걷기에 좋은..

사진속일상 2019.04.23

성지(13) - 관덕정, 김기량 순교현양비, 정난주 묘, 용수포구

3월 3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제주도에 있는 성지 네 곳(관덕정, 김기량 순교현양비, 정난주 묘, 용수)을 찾았다. 19. 관덕정 1901년에 제주도에서 일어난 신축교안(辛丑敎案)으로 민란군에게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처형당했다. 1886년 한불조약으로 공식적인 천주교 박해가 끝났음에도 지방에서는 부패한 관리나 완고한 유생들과 천주교인들의 충돌이 일어났다. 신축교안도 그중 하나다. 가까이에 제주시 중앙 주교좌성당이 있다. 20. 김기량 순교현양비 김기량 베드로는 제주도 함덕 출신으로 소규모 무역상이었다. 중국 광동성 해역에서 표류하다가 영국 배에 구조되어 천주교를 접하게 되었다. 1857년에 제주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세례를 받고 귀국했다.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전파하다가 체포되어 교수형으로 순교하였다..

사진속일상 2019.03.10

성지(12) - 요당리성지

18. 요당리 성지 수원교구에 속한 요당리 성지는 장주기 요셉 성인의 탄생지이며 성장지다. 요당리는 신유박해를 기점으로 서울과 충청도 내포 등지의 신자들이 피난하면서 형성된 교우촌으로 추정한다. 장주기(張周其, 1803~1866) 성인은 요당리에서 태어나 1826년 경에 세례를 받았고, 박해를 피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1843년부터 제천 배론에 정착했다. 신학당을 위해 자기 집을 학교 건물로 내주었으며, 자신은 한문 교사와 공소 회장으로 활동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사형 선고를 받고 충청도 갈매못에서 64세의 나이로 참수 치명하였다. 이곳 요당리 성지에서 태어났거나 순교한 분들 가운데는 장주기 요셉 성인 외에 복자 장 토마스 등 여러 명이 있다. 또한 교회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전답이 민극가 스..

사진속일상 2018.11.15

성지(11) - 진산성지

17. 진산성지 한국 천주교사에서 진산사건(珍山事件)은 유명하다. 1791년 당시 전라도 진산의 양반이던 윤지충 집안에서 전통적인 조상 제사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천주교인이던 윤지충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신주를 모시지 않고 제사도 지내지 않으면서 천주교 의식에 따라 모친상을 치렀다. 이런 행위는 패륜에 다름 아니었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윤지충은 동조한 권상연과 함께 문초를 받았고, 사교를 신봉하고 사회 질서을 어지럽힌 죄로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 당했다. 그들이 나고 자란 진산군도 연좌의 벌을 받아 현으로 강등 되었다. 진산사건은 신해박해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다.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다. 그분들의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 진산성지가 있다. 지금의 행정구역으로..

사진속일상 2018.11.02

성지(10) - 양주관아

16. 양주관아 양주관아는 중종 1년(1506)에 세워진 이후 400여년 동안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경기도 양주시 유양동에 있다. 최근에 복원 공사가 마무리된 듯하다. 이곳에서 1866년 병인박해 때 홍성원 아우구스티노 등 다섯 분이 순교했다. 경기 북부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신자나 순교자 수가 적은 것 같다. 의정부교구는 성지도 네 곳밖에 안 되고, 성지 관리 상태도 미흡하다. 양주관아에도 천주교 순교자에 관한 설명은 없다.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

사진속일상 2018.09.21

성지(9) - 남양성모성지

15. 남양성모성지 화성에 있는 남양성모성지는 1980년대에 개발이 시작되었는데 초창기부터 우리와 인연이 깊다. 성모상 제막식에서부터 가장 자주 다닌 성지다. 가까이 서해가 있어 나들이 길에도 들리곤 했다.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성지도 많이 변했다. 지금은 성당 공사가 한창이다. 병인박해(1866) 때 남양 지역에서도 많은 신자들이 순교했다. 남양은 박해를 피해 많은 교인들이 숨어 살던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붙잡힌 교인들이 배교를 거부하고 처형 당한 곳이다. 기록상으로는 김 필립보 부부 등 네 사람의 이름만 전하고 있다. 남양성모성지는 순교자를 기리고 현양하면서 성모님에 대한 신심과 기도를 배울 수 있는 성지로 거듭났다. 경내에는 여러 조각상과 함께 기도의 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경건하게 기도..

사진속일상 201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