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매화 / 한광구

샌. 2005. 6. 14. 11:47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 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쪽 길이 맞나요?

 

- 매화 / 한광구

 

사람이 아름다운 건 생김새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다운 건 눈길을 끄는 색깔 때문이 아니라, 그 꽃을 통해 하늘의 말씀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한겨울을 견뎌낸 마른 나무가지에서 매화꽃 한 송이 피어날 때 그건 하늘이 들려주는 말씀이다. 그 들리지 않는 소리를 보러 사람들은 꽃나무 아래로 찾아간다. 일상의 때 묻은 마음을 씻어줄 큰 한 말씀 들으러 간다.

 

오늘도 나는 저 작은 꽃에게 묻는다.

 

"이쪽 길이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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