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에 가는 길에 세미원(洗美苑)이 있어 가끔씩 들린다. 세미원은 온실 안과 바깥 연못에 여러 종류의 연꽃을 기르고 있는데, 세미원이라는 이름은 '觀水洗心 觀花美心'(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이라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어리연꽃이 피었을까 기대를 했지만 수련 몇 송이만 피어 있어서 썰렁했다. 대신 산책로를 따라 붓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수련과에 속하는 연꽃과 수련은 물에 대한 꽃의 위치로 구분한다. 연꽃은 꽃이 크고 물 위로 높게 올라와서 꽃이 핀다. 반면에 수련은 꽃이 작으며 대개 수면에 붙어있다. 세미원의 온실 안에는 기온 탓인지 주로 열대수련을 기르고있다. 아무래도 색깔이 진해 연꽃의 분위기가 잘 전해오지 않는다. 마치 서양난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이 꽃이 어릴 때부터 눈에 익은 바다 건너사람들에게는 이 꽃이 가장 정겹게 느껴질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