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에 관심을 가진지 십수 년, 그동안 가장 만나고 싶었던 꽃 중의 하나가 해오라비난초였다. 도감이나 사진을 통해서 이 꽃을 보고는 직접 대면하길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나 멸종 위기의 희귀종이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자생지가 우리나라에서 몇 군데 되지 않는다. 꽃이 워낙 특이하고 아름다워 인간의 손에 남아나지 못한 탓이다.
율봄식물원에 갔다가 우연히 이 꽃을 발견하고 환호작약했다. 야생 상태는 아니지만 드디어 소원을 이룬 것이다. 사진에서본 그대로꽃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해오라기가 날아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해오라비난초다. 순백의 꽃은 해오라기보다는 백로를 연상시키지만 바람에 한들거리기라도 하면 정말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새와 똑 같다.
해오라비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꿈속에서라도 당신을 보고 싶어요'이다. 누구를 그리 만나고 싶을까, 꽃의 염원이 새를 닮아 저 멀리 날아가고 싶은가 보다.
보고파, 너무 보고파
금방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아요
애틋한 그리움이
하도 짙어 감출 수 없는
이 타오르는 가슴이
어찌 아니 보이시나요
온몸으로 날아오르는
하얀 새가 되어
천 리 길이라도
훨훨 날아 찾아가겠어요
먼발치에서라도
그대 모습 볼 수만 있다면
그래, 그랬구나
그토록 임 그리워
밤이면 밤마다
그리움의 몸사래로
첼로의 긴 떨림처럼 흔들리더니
밝아오는 여명을 타고
해오라비난초로 꽃 피었구나
백옥만큼 눈부시게
하얀 날개 달고서
- 해오라비난초 /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