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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본느낌

앵무새 죽이기

샌. 2025. 10. 15. 10:13

초등학교 5학년인 손주가 오더니 이 책 제목을 보고 왜 앵무새를 죽이느냐고 물었다. 설명 대신 책에 나오는 모디 아줌마의 말을 들려주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그러면 '앵무새 죽이지 않기'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손주가 반문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죄가 된다'에서 앞부분만 따와서 제목을 했다고 설명했지만 손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bird)>를 이번에 읽었다. 많이 늦은 셈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한 하퍼 리(Harper Lee)의 장편소설이다. 스카웃이라는 여섯 살 소녀의 3년 간에 걸친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 핀치와 오빠 젬, 이웃집 친구 딜을 중심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앵무새 죽이기>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배인 따스한 소설이다. 변호사인 핀치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흑인을 변호하는 재판 과정을 통해 흑백 문제와 사회 정의의 문제를 아이들은 배워 나간다. 20세기 초반까지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인류애 같은 미국 정신이 살아 있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가 내면화하지 않은 지금의 미국과는 다른 분위기를 소설에서 접한다.

 

아이들에게 제일 호기심을 일으킨 사람은 이웃에 사는 은둔자인 래들리 아저씨다.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아이들은 그를 괴물로 오해하면서 혐오한다. 그러나 소설 끝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건 래들리다. 그 외에도 평판이 나쁘지만 알고 보면 진실되고 선한 이웃들이 여럿 있다. 이 소설은 그릇된 상식과 통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장이라고 말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평생 울타리에 갇힌 사람이 있고, 경계를 넘어선 사람도 있다.

 

주인공인 스카웃은 어린 나이에 개구쟁이지만 철이 들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 핀치는 자상하고 따스한 이상적인 부모다. 대화와 배려로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절대 화내거나 지시하는 법이 없다. 핀치의 1/10이라도 내가 닮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남매는 어머니 없이 크지만 핀치의 영향으로 반듯하고 구김살 없이 자라난다.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가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 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 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책에는 피치가 자녀들에게 해 주는 주옥같은 말들이 자주 나온다.

 

<앵무새 죽이기>는 명성 그대로 가슴을 따스하게 하며 감명을 준 책이었다. 책 끝에 나오는 피치의 말이다.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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