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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본느낌

다읽(31) - 좀머씨 이야기

샌. 2025. 10. 4. 08:32

세 번짼가 네 번째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강렬한 끌림의 기억이 선명하다. 사는 게 허전하거나 쓸쓸할 때면 이 책 생각이 나고 펼치게 된다. 고독하게 철저히 격리되었던 한 인간의 삶이 안타까우면서 감정이입이 되어 책 속으로 빠져든다.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끝없이 걸어야만 했던 한 인간의 삶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앞서 읽었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말하는 관점에서 라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생을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 한 사람이었지만 결국 스스로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 좀머씨에게는 삶의 의미를 논하는 것조차 사치였을 성싶다. 사람들은 그를 폐소공포증이 있다거나 다리가 셋 달린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사실은 가장 따스한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인데. 이번에 읽으면서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도 좀머씨와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고 쫓기듯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좀머씨 이야기>는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계가 동화처럼 그려진다. 짝사랑한 카롤리나와의 사연도 아름답다. 소년은 좀머씨를 보는 시각이 다른 어른들과는 다르다. 좀머씨의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며 자라난다. 우연이긴 하지만 소년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도 좀머씨였다. 소년은 좀머씨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한다. 좀머씨가 쓸데없이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는 걸 바라지 않았으리라.

 

누구나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한 유소년 시절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회상해 볼 것이다. 어쩌면 좀머씨 비슷한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바보로 놀림을 받았던, 무시를 당했던, 이상한 사람이 다정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지상에 발자국을 남겼지만 살았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한다.

 

"제발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 소설에서 좀머씨가 한 유일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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