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풍기 성내리 은행나무(2) 본문

역시 바람이 세찬 동네다. 차에서 내리니 소백산에서 내리꽂히는 바람이 몸을 날릴 듯 거세다. 치킨집 가게 주인에게 바람이 심하다고 했더니 이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나도 어린 시절에 이 바람을 뚫고 성장한 셈이다.
이 은행나무 할아버지는 수십 년이 아니라 700년을 폭풍 같은 겨울 바람을 견디며 버텨왔다. 자연스럽게 강인해지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몸체를 보면 이제 생의 막바지에 든 듯하다. 많은 부분이 보형재로 채워져 있다.
열 살 무렵 여기로 이사왔을 때 이 은행나무는 우리들 놀이터였다. 다니던 국민학교에 인접해 있어서 더 그랬다. 함께 놀던 동무들은 다 흩어졌고 소식이 끊어진 지 한 갑자도 더 흘렀다. 뒤돌아보니 까마득하다. 은행나무를 한 바퀴 돌며 스러져간 시간을 안타깝게 돌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