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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서, 나 홀로

샌. 2026. 2. 22. 09:25

산골에서 살아가는 삶을 그린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의 우에노 지즈코 선생이다. 책의 저자 소개에 의하면 우에노 선생은 1948년생이고 사회학을 전공한 동경대 은퇴 교수로 나와 있다. 선생은 20여 년 전에 야마나시현 아쓰가타케 남쪽 산속에 집을 짓고 도쿄와 전원을 오가는 생활을 한 것 같다. 코로나가 확산되자 완전히 거처를 그곳으로 옮겨 혼자 살고 있다. <산기슭에서, 나 홀로>는 산속 생활의 즐거움과 고충, 노년의 소망 등을 적은 에세이다. 우리나라의 전원생활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에는 가족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선생은 독신녀가 아닌가 싶다.

 

지도를 찾아보니 야마나시현은 일본 중부 지방으로 도쿄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 아쓰가타케 지역은 은퇴자들이 말년을 보내는 전원 지대로 유명한 것 같다. 남쪽으로 후지산이 보인다니 공기만 아니라 경치도 좋은 게 분명하다. 선생은 등산과 스키를 취미로 하면서 산골의 삶을 다양하게 즐기는 멋쟁이 할머니로 보인다. 내내 부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선생과 같은 삶은 중년 이후부터 내 로망이었다. 한때는 나도 탈서울하여 산골에 집을 짓고 이주해서 살아보기도 했다. 선생과 달리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다른 길이 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가끔 해 본다. 이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전원에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혹시 적당한 터가 있을까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실천으로 옮기기에 너무 나이가 많이 들었음을 잘 안다. 이런 책을 읽는 것처럼 대리만족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지금 선생의 나이는 80에 가깝다. 여자 혼자 산촌에서 살아가기에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선생의 바람은 '자택에서 홀로 죽을 수 있는' 삶이다. 여기에는 '홀로'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건강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와 의료 돌봄 서비스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다행히 선생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이런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노후 복지 정책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봤으면 싶다.

 

선생은 50대에 시골에 땅을 사서 집을 짓고 20년 정도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두 집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에 정착해 살고 있다. 전원 생활에서 거치는 전형적인 과정으로, 선생은 자연 속에서의 삶에 잘 적응해 나가는 것 같다. 교수라는 직업이라든가 개인의 성향 등 여러 조건이 잘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전원의 행복을 노래하는 선생이 시기가 날 정도로 부럽다.

 

* 책에는 자동차를 타고 일주일 동안 벚꽃 전선과 함께 북상하는 드라이브 투어를 하는 노인들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해안에서 출발하여 고성까지 국토를 지그재그로 북상하며 벚꽃 구경과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다. 나도 꿈꿔본 적이 있었던 터라 사람들 마음은 다 비슷하다는 걸 알겠다. 그 정도 쯤이야 설레는 길 위로 나서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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