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그 숲에 살다 본문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의 금강송 숲을 소재로 한 산림소설이다. 이 소설을 쓴 이용직 작가는 산림청 공무원으로 나무를 심고 산을 돌보는 일을 하고 은퇴한 분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숲과 산림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다. <그 숲에 살다>도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김달수 씨는 일제 강점기 때 궁핍을 면하기 위해 소광리에 들어와 화전민의 삶을 시작했다. 소광리는 버스가 다니는 길에서 40리나 들어가야 하는 깊은 산속이었다. 그는 해방과 6.25 전쟁을 겪으며 혹독한 환경에서도 억척같이 살아낸다. 소광리는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곳이다. 그는 궁벽한 산촌에 살면서 자신을 살려주는 산, 특히 금강송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도벌꾼을 막고 산불을 예방하는 등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일을 자발적으로 해낸 것이다.
우리가 자랑스레 만나는 금강송 숲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소설은 보여준다. 사명감을 가진 산림 공무원과 더불어 주인공 같은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관심과 열정이 그렇게 살도록 한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살면서 산이 생명의 근원이고 영혼의 안식처라는 인식이 자연스레 생겨났으리라.
소설에서 달수는 자연을 닮은 순박한 사람으로 나온다. 세상에서 고립되어 살아서 그런지 더러운 세파에 오염되지 않았다. 인간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이고 참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는 삶으로 보여준다. 노자가 '다듬지 않은 통나무로 돌아가라[復歸於樸]'라고 할 때의 '통나무[樸]' 같은 사람으로 나에게는 보였다.
<그 숲에 살다>의 무대인 소광리는 15년 전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을 때 들린 적이 있다. 마을을 둘러싼 쭉쭉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었다. 산골 사람들의 애환을 미리 알았더라면 인간의 마을이나 숲이 훨씬 더 친밀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때는 3구간까지 개통되었는데 지금은 5구간까지 확대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예약은 해야 한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의 흔적은 어느 정도 남아 있을지 다시 가서 숲길을 걸으며 확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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