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송화

샌. 2018. 5. 7. 16:33

 

아파트 단지에는 군데군데 소나무가 자란다. 조경용으로 심은 지 8년이 되었다. 소나무는 베란다 창을 통해서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움츠리고 있더니 이제는 적응했는지 쑥쑥 자라난다. 봄에 돋는 새순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이러다가는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빛을 곧 가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맘때면 연기가 일듯 송홧가루가 날린다. 창을 열어두면 베란다 바닥이 금방 가루로 덮인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꽃가루가 생기는지 신기하다. 박목월의 '윤사월'을 나직이 읊조려 본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올봄은 외딴 산 속 눈먼 처녀가 부럽다.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진 그 적막강산이 그립다. 소나무는 생명의 연을 잇기 위해 열심히 꽃가루를 날리고, 꾀꼬리도 청아하게 목소리를 뽑아낸다. 모든 인연에는 과보가 따르는 것임을, 거기에서 괴로움이 잉태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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