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연꽃이 피어나네 / 한산

샌. 2019. 11. 9. 11:08

너른 바위에 홀로 앉았노라니

계곡물 소리에 가슴 시리네

고요한 풍광 눈부시게 아름답고

안개 속에 희미하게 바위 드러나네

편안한 마음으로 쉬노라니

지는 해에 나무 그림자 낮아졌네

내 스스로 마음자리 들여다보니

흙탕물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네

 

盤陀石上坐

谿澗冷凄凄

靜玩偏嘉麗

虛巖蒙霧迷

恰然憩歇處

日斜樹影低

我自觀心地

蓮花出於泥

 

- 寒山

 

 

가을이 짙어가는 시절에 한산의 시를 읽는다. 한산이 듣던 천태산(天台山)의 맑은 계곡물 소리에 귀 기울인다. 물욕에 찌든 이 검은 속내를 조금이나마 씻어가 주길 기대하면서. 나는 언제쯤 구차한 자리 훌훌 털고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으리. 제 마음자리 들여다보며 '흙탕물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네'라고 노래할 수 있으리.

 

한산은 다른 시에서 자신을 이렇게 드러냈다.

 

吾心似秋月

碧潭淸皎潔

 

내 마음 밝기가 가을달이요

깨끗하긴 연못의 물과 같구나

 

한산은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이러하다'고 당당히 말한다. 이런 자신감과 천진난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구하고 바라야 할 게 더 무엇이 있으리. 눈 돌리면 온 산야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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