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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어리연꽃

노랑어리연꽃은 연꽃 중에서도 귀엽고 화사한 편에 속한다. 보통 연꽃이라고 하면 잎도 꽃도 큼지막하고, 색깔도 흰색이나 붉은색이 많은데 노랑어리연꽃은 작고 샛노란 색이 특이하다. 귀엽게 보이지만 어떤 때는 요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노랑어리연꽃이 연못에 무리를 지어 피어 있으면 사방이 다 환해지는 것 같다. 같은 모양이지만 흰색 꽃은 어리연꽃이라 부르고, 노란색은 노랑어리연꽃이라 부른다. 최근에 본 노랑어리연꽃으로는 봉선사(奉先寺)에 피어있는 것이 최고였다. 이번 주말에 연꽃 축제가 열린다는데 미리 가 본 봉선사 앞 연못에는 백련, 수련, 노랑어리연꽃이 잘 어울려 피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백미가 노랑어리연꽃이었다. 수련, 주변 수초들과 어울려 피어있는 광경은 참 아름다웠다. 그 감동을 사진으로 옮길..

꽃들의향기 2005.07.20

서울숲

지난 달에 문을 연 ‘서울숲’에 다녀오다. 개장을 일찍 했는지 아직도 나무를 심고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뒷정리로 어수선하다. 편의시설도 많이 부족하고 고만고만한 나무들도 숲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그래도 도심의 이만큼 넓은 땅에다 숲을 만들려고 한 발상이 고맙기만 하다. 청계천의 시멘트를 뜯어내고 물을 흐르게 한다든지, 용산과 뚝섬에 대규모의 숲 공원을 만든다든지 하는 일은 개발 일변도인 흐름에서 자연성을 회복하려는 신선한 정책으로 보여 환영할 만 하다. 한 바퀴 둘러본 ‘서울숲’은 인공물은 최소한으로 하고 대신 나무를 많이 심어 자연공원을 만들려고 한 노력이 돋보여 특히 좋았다. 도시민들은 이제 오락 시설물들 보다는 신선한 공기와 초록의 숲을 원한다. 여름이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새 소리..

사진속일상 2005.07.19

기대하지 마

당신, 사람에 대해서 너무 기대하지 마! “사람이 어쩜 그렇게 매너가 없어?” “그 사람에게 실망했어.” 이런 말이 자주 나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당신이 품고 있었던 기대와 환상 때문이야.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인데 말이야. 화를 내는 것은 그 사람이라는 대상만 빌려왔을 뿐 사실은 당신 자신에 대해 화를 내는 거야. 그러니 사람에 대해 불평하는 책임은 당신에게도 있어. 어떤 객관적 실재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모르지만 사람은 각자 자신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거야. 그러니 이 세상에는 사람 수 만큼의 세계가 있는 셈이지. 그 세계는 서로 겹치며 얽혀있지.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진실이고 전부인 양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어. 그리고 자신의 세계 안에 안주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거지. 내 세계와 다른 세계가..

길위의단상 2005.07.19

휴대폰을 갖게 되다

휴대폰을 갖게 되다. 그동안 휴대폰 없이 지내왔는데 사실 큰 불편은 없었다. 휴대폰 없는 생활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문명에 대한 또는 세상의 흐름에 대한 어떤 반감 비슷한 감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좀 떨어져 살고 싶은 욕구도 한 몫을 했다. 그것은 일정 부분 친구들과의 교제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도 기본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휴대폰을 거부하는 작은 반항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스스로 판단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직원 명부가 나왔는데 백여 명의 직원 중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전에는 그래도 몇 명이나마 있었는데 이젠 휴대폰이 없는 경우는 거의 천연기념물 감이 되어 버렸다. 굳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내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

사진속일상 2005.07.18

외할머니

나는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을 떠나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다.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읍내에 방을 얻어 외할머니가 내 뒷바라지를 해 주신 것이다. 그 뒤로 동생들도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우리 집 다섯 남매는 모두 외할머니의 손에 의해 성장하였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외할머니와 함께 보낸 셈이 된다. 당시에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게 된 것에 불평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외할머니가 고생을 무척 많이 하신 것 같다. 사춘기를 겪는 반항기의 외손주들을 하나같이 겪어야 했으니 말이다. 당시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이런 것들이다. "00 니는 인정머리가 하나도 없다." "외손주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데 내가 왜 이리 헛고생 하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부정적인 기억이 강하게..

사진속일상 2005.07.17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로 믿을 수 없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용서하라. 당신이 친절을 베풀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은 의도가 있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라. 오늘 당신이 하는 일이 내일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을 하라. 가장 위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갖고 있는 가장 작은 사람들의 총탄에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생각을 하라. 당신이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과 나누라, 언제나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라.' 이것은 인도의 마더 데레사 본부 벽에 걸려 있는 글이라고 한다. 아마 헌신적으로 봉사를 하는 그곳 사람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기 위한 글인 것 같다. 나는 ..

길위의단상 2005.07.15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가는 길 / 김소월 출퇴근 하는 지하철 2호선의 왕십리역과 신당역 벽에 이 시가 걸려 있다. 그래서 거의 매일 이 시는 내 눈에 들어온다. 하필 같은 시가 두 역에만 붙어있는지, 그리고 왜 이 시가 선택되었는지 어떤 때는 궁금해진다. 한국인의정서에 제일 맞는 시가 소월의 시가 아닌가 싶다. 한국인의 무의식 밑바탕에는 한(恨)이라고 할까, 체념이라고 할까,또는운명과 자연에 순응하는 유전자적심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소월의 시를 운율에맞추어 읽다 보면 내 마음 속에 어떤 애절한 공..

시읽는기쁨 2005.07.14

행복에 관한 단상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 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헤르만 헤세의 시처럼 행복은 인간 삶의 으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모든 것은 결국 행복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현실의 고통을 참고 견디는 것도 미래의 행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만약 그런 희망이 없다면 삶은 끔찍하게 잔인할 것이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하게 되기 위한 객관적 조건이 있는 것인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행복만큼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것도 없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면, 부귀영화를 누리면서도 불행에 젖어있는 사람도 있다. 행복은 단순한 자기만족 같기도 하고, 좀더 깊고 ..

길위의단상 2005.07.13

솔나리

나리는 여름 꽃이다. 나리는 종류가 많은데 다들 예쁜 이름들을 갖고 있다. 참나리, 노랑참나리, 솔나리, 흰솔나리, 검솔나리,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땅나리, 노랑땅나리, 중나리, 털중나리, 말나리, 섬말나리, 하늘말나리..... 죽기 전에 이 나리들을 다 만나볼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하겠다. 나에게도 아직 가능성이 있으니까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 솔나리를 두 번이나 만났다. 강화도 전등사와 가평에 있는 '꽃무지 풀무지'라는 수목원에서였다. 솔나리는 나리 중에서도 아름답기가 으뜸이다. 옅은 분홍빛의 작은 꽃은 가여리고 청초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 순수하고 귀엽다.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고 해서 솔나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희귀식물로 지정된 종이어서인지 야생 상태로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꽃들의향기 2005.07.12

못 살아도 돼

늘 서울과 터 사이를 오가는 생활에서 가끔씩 멀리 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항상 가슴 아프게 느끼는 것이 우리 산하가 너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딜 가나 산을 자르고, 땅을 파헤치고, 무언가를 세우고 하는 토목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당위성은 둘째 치고 자연이 너무나 처참하게 훼손되고 있는 모습은 슬픔을 넘어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개의 경우 무지막지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박정희 시대 때부터 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최근의 노 정권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다. 신도사만 있는 줄 알았더니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복합도시 등 마치 온 나라의 도시화 작업이 시작되는 것 같다. 특히 지자체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젠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돈 되는 일을 유치하지 못해서..

길위의단상 2005.07.11

친구의 터

전원생활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터의 이웃에도 금년에만 외지에서 세 가구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그 중에 두 집은 집을 지었거나 공사 중에 있습니다. 이때껏 지낸 중에서 올해가 제일 이동과 변화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개 완전한 귀농은 아니고 주말만 이곳에 내려와서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시골의 이중생활입니다. 그러다가 더 나이가 들면 완전히 옮길 계획들인데, 시골의 빈터를 이용해서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가까이 하려는 그 마음은 보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속적으로 그 생활을 지켜 나가는 사람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대개 처음에는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에 빠지는데 현실을 극복할 에너지를 보충 받지 못하면 중도 포기를 하게 됩니다. 제 직장 ..

참살이의꿈 2005.07.10

얼굴 / 이성선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보면 나는 늘 미안해진다 수척하여 추운 듯 뼈만 남은 내 얼굴에 내가 미안해진다 때로 빛이 나고 윤기 있을 수도 있으련만 하느님이 얼굴을 주실 때에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텐데 안으로 향한 두 개의 큰 눈 외에는 어느 곳에 비추어 보이기가 부끄럽다 남 앞에 서기가 부끄러워서 하늘만 가끔 쳐다본다 하늘은 그래도 이해해 주시겠지 하고 잎 다 떨어진 가을 하늘이 제일 좋아서 쳐다보다 돌아와 백지 위에 비춘다 백지 위에는 추운 영혼의 시가 내 얼굴로 들어 있다. - 얼굴 / 이성선 어쩌다 거울을 보게 되면 거울 뒤에서 한 누추한 얼굴이 나를 보고 있다. 삶에 찌들고 욕심에 사로잡힌 사나이가 서 있다. 나는 거울 보기가 무섭다.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이 더욱 서럽기만 ..

시읽는기쁨 2005.07.08

둘째가 돌아오다

둘째가 1년 간의 어학 연수를 마치고 중국에서 돌아오다. 그동안 잘 지내는 것 같더니 막바지가 되어서는 더위와 배탈로 음식도 먹지 못한다며 애를 태우더니 마침내는 귀국 날자까지 앞당겨서 미리 들어오다. 다행히도 입국장을 나오는 얼굴은 밝고 건강하다. 집에서는 죽까지 끓여놓고 속 다스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밥을 달라더니 잘도 먹는다. 예상한 대로 향수병이었던가 보다. 짧은 여행중에도 귀국할 날짜가 되면 기다려 지는데 1년간이나 낯선 외국에서 생활했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아이가 무척 성숙되어 보인다. 1년 간의 외국 생활이 어학 실력만이 아니라 삶에서 좋은 경험이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다른 문화권과의 접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넓어지길 바란다. 이 세상에서 맺는 인연 중에 부..

사진속일상 2005.07.07

전등사 은행나무

요사이는 어디를 가든 제일 눈길이 가는 것은 나무나 풀들이다. 절에 가면 늘 노거수(老巨樹)를 찾게 된다. 경내에 연륜이 오래된 나무가 있으면 절집의 고풍스런 분위기는 한결 더해진다. 그리고 보통은 나무에 얽힌 전설 하나쯤은 들을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에는 오래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각각 500년과 600년으로 되어 있다. 삶에 지쳤는지 많이 쇠약해 보이는 이 은행나무에는 전해지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조선 후기 어느 때였다고 한다. 관청에서는 매년 전등사에서 상당한 양의 은행을 공출해 갔는데 그 양이 늘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해는 그 양을 갑자기 두 배로 늘려 스무 가마니를 요구했다. 이에 스님이 은행이 열리지 않으면 공출도 없을 것이라..

천년의나무 2005.07.06

목탁 치는 소

강화도로 드라이브를 나가다. 장마가계속되니 날씨 따라 기분이 가라앉고 침울해진다. 동료들과 안면도에 가려고 했으나 한 사람의 사정으로 팀이 깨지는 바람에 혼자 길을 나선 것이다. 나에게 강화도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많이 쌓인 곳이다. 20여 년 전에는 직장의 동문들과 자주 강화도에 놀러 갔다. 그때는 신촌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강화읍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외포리에 가서 배를 타고 석모도에 가는 것이 기본 코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불편했을 것 같건만 당시는 그런 생각 없이1년에 두세 차례씩 재미있게 다녔다. 지금은 다들 흰 머리 희끗해지는 나이가 되었을 그때 사람들이 보고 싶어진다. 그동안 산천도 많이 변했다. 서울-강화도 40여 km의 길이 이젠 4차로 이상으로 넓혀졌고, 길 양쪽은 공터 하나..

사진속일상 2005.07.05

감사의 식탁

텃밭에서 먹을거리를 따와 애호박으로 부침개를 부쳐 막거리를 한 잔 합니다. 비가 오니 이렇게 여유가 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무슨 일거리든 찾아서 땀을 흘리고 있을 텐데 오늘은 하늘이 말리는 모양입니다. 밖에서 리드미컬하게 들려오는 낙수물 소리와 텁텁한 막걸리 맛이 어우러져 선경이 따로 없습니다.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란 책에 보면행복이란작은 집과 텃밭을 갖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이대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물론 더 이상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만 하겠지요. 다른 데에 한 눈을 파는 순간 분명 내 처지는 초라해 보일 것이고, 나는 다시 비교와 소유의 갈증에 허덕일 것입니다. 밭에서 금방 따가지고 온 것입니다. 완두콩, 꽈리고추, 고추, 피망, 가지, 오이, 토마토, 방울토마토......

참살이의꿈 2005.07.03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청포도 / 이육사 7월의 시작을 이 시와 함깨 하고 싶다. '청포도' '푸른 바다''흰 돛 단 배' '청포'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 이 시를 읽으면 아름답고 맑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어두운 장마 기간이지만 눈을 감으면 파란 하늘, 푸른 바다가 환하게 열릴 것만 같다. 이육사는 40세라는 짧..

시읽는기쁨 2005.07.01

2005 보도사진전

현재 서울갤러리에서 2005 세계 보도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때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있었고, 사진 경향이 점점 사실에서 추상으로 변해가는 느낌이 있지만 아무래도 사진의 특징은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 아닌가 싶다. 보도사진전에서 한 장의 사실적인 사진이 주는 감동을 접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사진 속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현실 고발일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연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일 수도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전해주는 지구촌의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이번 보도사진전에 나온 작품 중에서 몇 개를 골라보다. - Arko Datta (India) - 쓰나니메 희생된 친지를 보며 한 인도 여인이 오열하고 있다. 작년 12월 26일 수..

읽고본느낌 2005.06.30

밤나무꽃 향기

이곳은 밤나무가 무척 많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산의 중턱까지는 나무의 주종이 밤나무입니다. 그리고 마을 집들 사이에도 오래된 밤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당산나무라 칭할 수 있는 동네 한가운데 있는 고목도 여기는 밤나무입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밤나무골이라 불려야 제격일 것 같습니다. 가을이면 밤을 주으러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듭니다. 잠깐만 산에 올라도 한 베낭 가득 밤을 주어 내려올 수 있습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별로 돌아다니지 않고도 가득 선물을 받습니다. 지금은 마을이 밤나무꽃 향기로 덮여 있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밤나무꽃 향기는 참 특이합니다. 묵직하고 야릇한이 향기가 온 마을을 내리누르고 있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밤나무꽃 향기에 취해서 몽롱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

참살이의꿈 2005.06.29

불두화

불두화(佛頭花)는 이름 그대로 '부처 머리를 닮은 꽃'이다. 흰 꽃이 둥글게 모여있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곱습곱슬한 부처님 머리처럼 보이기도 해서 누군가가 이름을 재미있게 붙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불두화는 무성화라고 한다.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것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함이다. 그래서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고, 곤충을 유혹하든 아니면바람이나 다른 자연의 힘을 빌리든 수분을 하고 씨를 맺는다. 꽃의 아름다운 색깔, 향기는 그들 생존의 한 방편인 것이다. 불두화는 꽃은 있지만 이런 생식기능이 없다. 그래서 분주나 삽목으로 번식을 한다. 아마도 사찰에 불두화를 많이 심은 것은 그 명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속세의 연을 끊고 수도의 길을 걸어가려는 마음과 이런 꽃의 성질과 닮아서이지 않을까 싶..

꽃들의향기 2005.06.28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국화 옆에서 / 서정주 누군지 이름이 기억하지 않지만 어느 물리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여기서 꽃 한 송이를 꺾으면, 저 멀리 있는 별이 흔들린다." 아마 이물리학자는 우리 우주계가 서로간의 만유인력에 의해 얽혀서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물질세계만 이렇게 상호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세계나 더 높은 차원의 영적인 세계도 이..

시읽는기쁨 2005.06.27

작은 연못

교정에 작은 연못이 있다. 수면에는 꽃 그림자가 비치고, 물에는 금붕어와 잉어들이 살고 있는 언제 보아도 평화로운 작은 세계이다. 금붕어는 수면 근처에서 아기자기하게 놀고 있고, 잉어는 속에서 의젓하게 돌아다닌다. 자신들이 놀고 있는 영역이 있지만 그러나 그 사이에 경계는 없다. 가끔씩 잉어가 수면으로 떠올라와도 금붕어는 개의치 않는다. 금붕어는 이름 그대로 노는 양이 귀엽고 재미있다. 물에 비친 꽃잎과도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금붕어는 움직이는 꽃잎이다.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

사진속일상 2005.06.24

인디언 이름

‘자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 한 종족이나 민족 전체가 자연주의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는 더욱 희귀할 것이다. 그래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이야 말로 특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소개한 책을 읽어 보면 인디언들은 생래적으로 자연주의자이며 생태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종교적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나는 부족의 어른과 함께 산길을 가다가 지팡이가 필요해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새로운 지팡이를 들고 자랑스럽게 걷고 있는 나를 보고 부족의 어른은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그것을 손에 넣었는가고 물었다. 나무에게 허락을 구했는가? 꼭 필요한 만큼만 잘랐는가? 나무에게 선물을 바쳐 감사의 표시를 했는가? 내가 그냥 나뭇가지를 잘..

길위의단상 2005.06.23

항복

풀과의 전쟁에서 마침내 두 손을 들었습니다. 터를 장만하고 작물을 심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습니다. 농약은 사용하지 말자는 것으로, 그 중에서도 제초제는 절대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풀도 뽑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자연에 가하는 인위적인 통제를 최소로 하면서 작물을 가꿔보고도 싶었지만 시골 마을 한가운데서 그렇게 했다가는 쫓겨나기 십상일 테니 그것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깔끔한 것이 보기에는 좋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시골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합니다. 화단만 하더라도 적당히 풀과 어우러져서 꽃들이 피어있는 쪽이 저에게는 훨씬 더 보기에 편합니다. 이것도 풀이 적당히 나 있을 때 얘기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잠깐만 방심하면 풀은 온 터를 점령해 버립니다. ..

참살이의꿈 2005.06.22

작약

작약은 늘 모란과 비교되면서 얘기 된다. 그것은 작약과 모란은 겉으로 보기에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이기 때문에 사실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옛 사람들은 둘 중에서 모란을 더 아꼈던 것 같다.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작약에 대해서는 별로 그런 언급이 없다. 작약(芍藥)이라는 이름 그대로 꽃 보다는 약 쪽에서 더 귀히 여기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작약이 모란보다 훨씬 더 예쁘고 정감이 간다. 모란이 남성적이라면 작약은 여성적이다. 지난 번 강원도에 갔을 때, 아직도어느 집 뜰에피어 있는 작약을 만났다. 모란이 지고난 후 작약이 피는데, 그 작약도 이미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강원도는 역시 기온이 낮은지 우연히 올해의 마지막 작약..

꽃들의향기 2005.06.21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하늘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좋아..

시읽는기쁨 2005.06.20

내가 바라는 세상

나는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기보다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자랑하기보다는 좀 못 살더라도 계층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서로 도와주고 아껴주는 정신적으로 풍요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이(利)를 쫓기보다는 의(義)를 먼저 구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몇 년째 그칠 줄 모르는 부동산 광풍을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모두가 돈 앞에서는 천박하고 저열해지는 것 같다.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마찬가지다. 국민대부분이 투기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일말의 수치심이나 양심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의식주는생활의 기본일진대 이것은 인간으로서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이다. 제발 다른 사람의 몫을 뺏아 자..

길위의단상 2005.06.18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터에 심은 감자에 꽃이 피었습니다. 세 고랑에다 주로 흰감자를 심고, 한 쪽에 자주감자를 심었는데 거름기가 별로 없는 땅인데도 잘 자라주더니 예쁘게 꽃이 피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주감자가 익숙치 않은지 크는 모습을 보더니 작약이 아니냐며 묻습니다. 자주감자는 꽃이 자주색깔이고, 줄기도 자주색깔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가만히 들여다 보니 줄기가 붉은 것만 아니라 잎도 작약을 닮기는 했습니다. 권태응님의 '감자꽃'이라는 재미있는 시가 있습니다.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감자 정말로 자주감자는 꽃도 줄기도 자주색깔입니다. 아직 캐보지는 않았지만 땅 속에서 크고 있는 감자도 자주색깔일 것입니다. 감자를 실제 기르며 눈으로 확인해 보니 그런 단순한..

참살이의꿈 2005.06.17

동생은 재주꾼

동생은 재주꾼이다. 뭐든 못하는 일이 없다. 동생은 어느 날 갑자기 도시 생활을 접고 가족과 강원도 산골로 들어갔다. 벌써 4년이 되었다. 그동안 자신의 손으로몇 년에 걸쳐 흙집을 지었다. 그동안은 주변이 어수선했는데 이번에 갔더니 많이 정리가 되고, 생활도 안정되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농사도 짓고, 산으로 약초도 뜯으러 다니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이제 마음의 여유도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집 입구에 있는 장승도 동생이 직접 만든것이다. 또 서각을 배우더니 자신의 집을 '達屯煙家'라 칭하고멋지게 글자를 새겨 길 옆에 걸어 두었다. 민박을 겸하고 있으니 집의 간판인 셈이다. 동생은 이웃들과도 잘 어울린다. 귀농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웃과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 동생은 처신을..

사진속일상 200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