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맛을 알게 된 건 퇴직하고 난 뒤다. 직장에 다닐 때는 낮술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술은 퇴근한 뒤 저녁에 마시는 거였다. 여러 사람이 모여 왁자지껄한 가운데 직장 얘기를 안주 삼아 스트레스를 푸는 게 대부분이었다. 술맛을 음미하기에 적당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퇴직하고 나니 낮이 제일 한가한 시간이 되었다. 심심하다 보니 반주로 몇 잔 홀짝이게 된다. 집에서 마시는 낮술이 직장 다닐 때와 다른 점은 시간상의 차이와 함께 대작하는 사람의 유무다. 대개 혼자이고 가끔 아내가 앞에 앉기도 한다. 집에서 마시는 낮술은 조용한 가운데 술맛을 느끼면서 취해가는 과정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내 낮술을 방해하는 것은 바깥에 있지 않다. 기분 좋다고 연달아 낮술을 즐기다가는 이내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