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366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뛴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뛴다. 탈것에 대한 동경이 있지만 그중에 제일은 역시 비행기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해 보고 싶은 직업 일순위는 여객기 조종사다. 어렸을 때 고향 마을 앞을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운전석에 앉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잠시 철도고등학교에 관심을 두기도 했다. 그런데 비행기 조종에 대해서는 아예 엄두를 내지 않았다. 지금처럼 비행기가 보편화되고 다양한 조종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목표로 했을지 모르겠다. 영종도에 가는 길에 하늘정원에 들러서 비행기 구경을 실컷 했다. 하늘정원에서는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멀리 남쪽에서 한 점으로 나타나서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잠시 뒤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머리 위를 스쳐 간다. 창에는 ..

사진속일상 2022.02.18

전주 가는 길

이번에 전주 가는 길은 서산과 안면도를 지나는 우회로를 택했다. 두 달 전에 개통한 보령해저터널이 궁금해서였다. 원산도와 대천항을 연결하는 보령해저터널은 길이가 6.9km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긴 해저터널이다. 10년의 공사 기간에 5천 억이 투입되었다. 안면도 영목항과 대천항 사이에는 원산도라는 섬이 있는데, 영목항과 원산도는 교량으로, 원산도와 대천항은 해저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서산을 지나면서 시내에 있는 서산호수공원에 들렀다. 노랑부리저어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이 호수에 찾아왔다는 보도를 봤기 때문이다. 호수공원은 과거에는 농업 용수로 이용되던 저수지였는데 지금은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호수공원에는 철새 탐조대가 있다. 천연기념물 206-2호인 노랑부리저어새가 날아왔다는 안내..

사진속일상 2022.02.12

햇볕 쬐려 경안천에 나가다

겨울 햇볕은 보약이라 했다. 추위 누그러지고 햇볕 환한 날, 작은 배낭 하나 둘러매고 경안천에 나간다. 마침 오포에 볼 일이 있는 아내를 데려다주고 가까이 있는 오포대교로 나가서 상류 방향으로 걷는다. 집에서 좀 떨어진 관계로 이쪽 길에 온 지는 한참 되었다. 같은 경안천이지만 늘 가는 길보다 이렇듯 새로운 풍경 속을 걸을 때는 심장 박동이 더 빨라진다. 하늘이 참 좋은 날이었다. 살짝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는 상큼하고 달았다. 경안천 위는 인천공항에서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의 항로다.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타본지도 어느덧 3년째다. 들릴락 말락하는 엔진 소리를 남기고 동쪽으로 사라지는 비행기를 한참 동안 쫓다. 매산리 보에서 경안천을 건넌 뒤 되돌아오다. 보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살이 힘차다...

사진속일상 2022.01.30

경안천-칠사산을 걷다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다른 계절에 비해 걷는 운동량이 1/3은 떨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몸은 둔해지고 바깥에 나가는 일이 귀찮아진다. 어제는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서 작심하고 경안천에 나갔다. 큰 마음을 먹은 김에 칠사산까지 연계해서 걸었다. 이 코스는 강변과 산길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좋다. 응달에는 사흘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다. 겨울 경안천의 단골인 고니가 청둥오리와 함께 유유히 노닐고, 고독한 철학자인 해오라기는 미동도 없이, 가마우지는 따스한 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붉은부리갈매기는 물고기를 사냥해서 식사에 열중인데, 고양이 한 마리가 붉은부리갈매기를 잔뜩 노려보다가 바투 다가가더니 흥미를 잃은 듯 등 돌리고 강물만 핥는, 평화로운 겨울 오후의 경안..

사진속일상 2022.01.23

2022년 첫 뒷산

새해에 든 지 벌써 반 달이나 지났다고 푸념을 하는 동기에게 나는 속으로 한 마디 한다. 넌 참 재미나게 사는가 보다. 나에게는 새해의 시작이 한참 전의 과거로 멀게 느껴진다. "아직 반 달밖에 안 지났다고",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반 달이나'와 '반 달밖에'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생사에는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새해가 되었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올 들어 처음 뒷산을 오르면서 탐, 진, 치(貪, 嗔, 痴)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나이를 더할수록 또렷해지는 어두운 그늘이면서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다. 산길은 꼬불꼬불 이어진다.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나온다. 꼭대기라고 여긴 곳이 눈을 들면 작은 봉우리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도 끝은 아니다. "나는 과..

사진속일상 2022.01.16

묵언수행 중인 뒷산

초겨울 뒷산은 묵언수행 중인 선방처럼 고요하다. 그 적요(寂寥)를 방해할까 저어되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처남 부부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연락이 왔다. 열이 나길래 미심쩍어 검사를 받았더니 부부가 동시에 확진이란다. 다행히 목이 간지러운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한다. 이웃의 한 분은 몸살기가 있어 약을 먹고 일시 괜찮아졌다가 다시 심해져서 병원에 갔는데 다음날 사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뒤에 확인이 되었는데, 원인 불명의 폐 손상에 의한 급사였다. 가까이 지냈던 한 분이 인생이 허무하다면서 엉엉 우는 걸 봤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곁에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졸지에 위급한 환자가 되기도 한다. 백신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비..

사진속일상 2021.12.17

광교산을 걷다

광교산 밑으로 이사한 둘째네 집에 간 길에 산길을 걸었다. 멋모르고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까지 욕심냈으나 오후 2시에 출발해서는 무리였다. 왕복 14km나 되어서 예닐곱 시간은 잡아야 하는 긴 길이었다. 오늘은 수지성당에서 소말구리고개까지 다녀오는 7km 정도의 길을 세 시간 정도 걷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 코스는 긴 능선길인 만큼 큰 오르내리막이 없는 최적의 길이었다. 휴일이지만 미세먼지가 자욱해서 산을 찾은 사람이 적어 길은 한적했다. 오롯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알맞았다. 광교산에는 갈래길이 엄청 많다. 이리저리 오솔길이 무수히 나 있다. 사방이 인간의 거주구역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헷갈려 마주오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리로 가면 광교산이 나오나요?" "여기가 ..

사진속일상 2021.11.21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점심을 먹고 뒷산에 올랐다. 그냥 집에 있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였다. 오랜만에 올라본 뒷산은 이미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뒷산에는 단풍나무가 없다. 8할 이상이 참나무 종류다. 그래서 가을 단풍은 황색이 주종을 이룬다. 같은 황색 계열이더라도 나무에 따라, 단풍 드는 시기에 따라 색깔이 무척 다양하다. 일 년 중 숲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단장을 할 때다. 뒷산은 가볍게 오른다.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오르니 다이어트를 한 뒤 마냥 가뿐하다. 그동안 등산으로 몸을 길들여놓은 원인도 클 것이다. 산 속은 온통 가을의 한복판이다. 이런 때 시 몇 편 꺼내 읽어보는 건 또 어떠리. 숲 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

사진속일상 2021.11.03

마름산과 국수봉 걷기

오늘은 작은 산 둘을 연계하여 걷는다. 백마산 줄기에 있는 마름산과 맞은편에 있는 국수봉을 잇는 길이다. 동네 뒷산 정도라 등산이라 할 수 없는 평이한 산길 걷기다. 어느새 산은 가을물이 들기 시작한다. 나무들 사이로 너른골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요사이 오전에는 습도가 높아 시야가 깨끗하지 않다. 일요일 아침, 아내는 성당에 가고 나는 산길을 걷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길을 걷는 것이 종교의식으로 신을 경배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신의 은총을 가리키는 표상이 아닌가. 성스런 예술품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예배당에서 내 영혼은 맑고 순수해진다. 지저귀는 새소리, 속삭이는 바람소리는 신을 향한 찬미가다. 나는 존재의 근원과 연결된 듯한 경외감과 평온에 잠긴다..

사진속일상 2021.10.31

뒷산에서 본 가을 하늘

추석 연휴 첫날, 뒷산을 한 바퀴 돌다. 청명한 날씨에 초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이 정도면 뉴질랜드의 하늘이 부럽지 않다. 미세먼지 걱정을 잊은 지도 한참 된 것 같다. 아직은 한낮 기온이 높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 탓인가 보다. 코로나가 덮친 이후로 공기가 좋아진 걸 체감한다. 코로나와 미세먼지와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간 활동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때문인지, 어쨌든 코로나 이후로 미세먼지나 황사의 시달림에서 벗어난 건 사실이다. 코로나가 준 선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느긋하게 앉아 구름 구경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산모기가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산길에서도 연신 수건을 휘두른다. 그래도 팔에 앉는 놈은 어쩔 수 없이 살생을 해야 한다. 10월은 ..

사진속일상 2021.09.18

여름이 싱겁게 지나간다

한여름의 기세에 비해서는 여름이 싱겁게 지나간다. 가을한테 자리를 내어주면서 여름은 홀가분한가 보다. 아무 미련이 없는 모습이 허허롭다. 자연의 변화는 이토록 무심하다. 경안천을 걸으러 나섰다. 이번에는 하류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여기는 천의 한쪽으로만 길이 나 있어 같은 길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찾는 빈도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년 전만 해도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가는 흙길이어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포장이 되어서 사라져 버렸다. 서하리 천변에는 45도로 기울어진 밤나무가 있다. 이 길에서 만나는 나무 중 그나마 눈에 띄는데, 나무 무게를 어떻게 버텨내는지 힘들어 보인다. 대체로 여기까지 걷고 되돌아간다. 길을 계속 가면 경안천습..

사진속일상 2021.08.31

여름 가는 경안천

기세등등하던 여름의 기운이 꺾였다. 아침저녁 공기는 시원하다 못해 냉기가 서려 있다. 한낮에 햇빛을 맞으며 걸어도 크게 더운 줄을 모르겠다. 얼굴이나 목에 맺히는 작은 땀방울을 가끔씩 닦아주면 된다. 그렇더라도 아직 여름인지라 해가 중천인 경안천 길에는 사람이 드물다. 타박타박 혼자서 걷는다. 사람이 없으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되어 좋다. 아직 습관이 안 되어서 그런지 마스크를 쓰면 답답해서 자꾸 손이 가고 벗게 된다. 길에서도 사람을 만나면 넓은 길이라면 간격을 벌리고 피해 가지만, 좁은 길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꺼내야 한다. 나보다도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참 잘 쓴다. 경안천처럼 사람 드문 곳에서도 꼭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야외에..

사진속일상 2021.08.21

늦여름 뒷산

입추가 지나니 햇살은 따가워도 바람은 시원하다. 가을이 다가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한여름 동안은 쉬었던 뒷산을 이제 다시 걸어본다. 산길은 새소리 대신 풀벌레 소리로 가득하다. 이 역시 가을의 전령사다. 새와 달리 풀벌레는 날개를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 인간의 악기에 비유하면 현악기에 해당한다. 숲을 가득 채우는 풀벌레 소리는 제 짝을 찾으려는 간절한 아우성일 것이다. 새들은 이미 번식기를 지났고, 이제는 풀벌레들 차례다. 온갖 소리가 요란하지만 누가 내는 소리인지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바람이 땀을 식혀주지만 늦여름 산길은 덥고 빨리 지친다. 더해서 작은 날벌레와 산모기가 덤벼들어 성가시다. 내가 가는 길의 훼방꾼을 무시할 정도로 나는 관대하지 못하다. 손수건을 휘젓지만 금방 다시 앵앵..

사진속일상 2021.08.12

남한산성의 여름 하늘

입추가 지나니 공기의 느낌이 다르다. 길었던 더위도 이제 막바지다. 어제는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에 끌려 남한산성에 갔다. 탁 트인 곳에서 하늘의 구름을 맘껏 보며 걷고 싶었다. 하늘의 구름은 천변만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깐 한눈을 팔고 다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늘 전망이 좋은 그늘에 앉아 구름 구경만 해도 하루 해가 짧을 것 같다. 남한산성은 여러 달 공사를 하더니 시멘트로 된 길 양 켠에 코코넛 매트를 깔아서 걷기에 훨씬 편해졌다. 북문은 완전히 헐고 새로 짓는 중이었다. 남문, 수어장대, 북문을 지나 샛길을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가려 했으나 통행금지가 되어 있었다. 남한산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그만큼 관리 및 유지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휴가철이라 ..

사진속일상 2021.08.10

무더위 속 경안천 걷기

땡볕 무더위가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낮에는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겠다. 어제는 오랜만에 가끔 비가 지나면서 구름 많은 날씨였다.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긴 했으나 습도가 높아서 후덥지근했다. 그래도 햇볕이 가려지니 다행이다 싶어 경안천 걷기에 나섰다. 순전히 걷기 목적으로 경안천을 찾은 것은 반년이 넘은 것 같다. 여름에는 안 그래도 더운데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너무 답답해서 사람이 많은 데는 가지 않는다. 경안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여름은 사정이 다르다. 그늘이 없는 경안천 길을 걸을 사람은 별로 없다. 예상대로 경안천에서는 아주 드문드문 사람을 만날 뿐이었다. 여름 경안천은 억새 사이에서 기생초가 많이 피어 있었다. 군데군데 꽃길로 조성해 놓았다. 진하고 화려한 화장을 한 듯해서 ..

사진속일상 2021.08.03

물빛공원으로 쫓겨나다

아침부터 30도에 육박하는 더위다. 장마 뒤끝이라 습도가 높아 체감 기온은 훨씬 더 높게 느껴진다. 오죽하면 베트남 사람조차 한국의 더위를 견디기 힘들다 하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우리 동의 한 집이 이 여름에 수리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동의서를 받아갔는데 간간이 들리던 공사 소음이 어제부터 심해졌다. 오늘은 일찍부터 벽을 울리는 드릴 소리 때문에 집에 있지를 못하겠다.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은 재가학습을 할 텐데 다른 집은 어떻게 견디는지 모르겠다. 할 수 없이 가까운 물빛공원으로 아내와 피난을 갔다. 여름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그러나 햇살이 따가우니 공원 둘레길에서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신경이 쓰이지 않으니 좋은 점도 있다. 물빛공원의 상징물은 이 꽃돌고래다. 저수지와 돌고래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하..

사진속일상 2021.07.16

시도(矢島) 걷기

인천 영종도 서쪽에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라는 세 개의 작은 섬이 있다.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쯤 가면 신도선착장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세 섬 사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셋을 합쳐 '신시모'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을 걸어보기 위해서 신시모에 갔다. '삼형제섬 길'인데 세 섬을 지나는 길이가 14km 쯤 된다.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3번 노선에 해당한다. 처제 부부와 함께 했다. 처제 부부는 걷기에 자신이 없다면서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래서 우리도 신도 걷기는 포기하고 시도만 함께 걷기로 했다. 신시도 연도교에서 시도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노루메기까지 걸었다. 이것만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시도를 한 바퀴 돌고 모도로 건너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소라와 ..

사진속일상 2021.07.01

내가 사랑하는 길

이웃 동네로 넘어가자면 산자락으로 난 이 길을 지나야 한다. 내가 제일 아끼며 사랑하는 길이다. 길이가 200m 남짓 정도로 짧지만 여기에 들면 아늑하고 편안해진다. 사람의 통행도 거의 없다. 돌더라도 다들 차를 이용하지 산길을 걸어서 옆 동네로 갈 사람은 없다. 어쩌다 드물게 나 같은 어슬렁족을 만나기도 한다. 곧 여기에 아파트 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이 길도 상당 부분이 훼손될 것이다. 이미 길 곳곳에 포클레인이 할퀸 흔적이 보인다. 진즉에 이 길의 사계를 담아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단풍나무가 많아 길 한편이 붉게 물들면 여느 이름난 단풍 명소 못지않다. 올 가을 단풍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길을 지나 이웃 동네로 넘어가서 목현천과 경안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

사진속일상 2021.06.23

뻐꾸기를 따라간 뒷산

뻐꾸기가 뒷산을 호령하는 계절이다. 이때가 되면 뻐꾸기와 검은등뻐꾸기 노랫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하루 종일 집안을 채운다. 뻐꾸기는 자신이 뒷산의 주인이라는 듯 소리도 우렁차다. 오래전부터 검은등뻐꾸기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오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뒷산을 오른다. 다행히 검은등뻐꾸기는 먼 곳이 아니라 산길 주변을 맴돌며 노래한다. 내 머리 바로 위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소리만 들릴 뿐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여름이 되면 나뭇잎이 무성해서 새와 만나는 데 방해가 된다. 새들은 은폐하기 좋겠지만 탐조가는 애간장을 태워야 한다. 들리는 소리를 짐작해 검은등뻐꾸기가 있을 나무를 지목하고 샅샅이 훑어도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중..

사진속일상 2021.06.13

억지로 뒷산

졸지에 5kg이나 늘어난 난감한 몸을 일으켜 뒷산으로 향했다. 억지로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몸이 망가질 것 같다. 지금도 거울 앞에 서면 배불뚝이 노인의 모습이 가관이다. 배낭도 카메라도 놓아둔 채 휴대폰 하나만 들고 오른다. 천천히 걸으니 호흡이 가쁘긴 하지만 그런대로 올라갈 만하다. 산은 어느새 녹색의 나뭇잎으로 풍성하다. 산바람이 시원한 걸 보니 벌써 여름이 가까워졌나 보다. 산에 드니 계절의 변화가 실감 난다. 자연에 둘러싸인 몸과 마음이 평온하다. 집에서 나오는 결단을 내리길 참 잘했다. 사람 없는 산길은 호젓하며 고요하다. 이런 길을 걸으면 잠시나마 마음도 그리 닮을 것이다. 산정 나무 의자에서 오래 쉬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점은 수시로 모양을 바꾸면서 남쪽으로 사라진다. 처음 들..

사진속일상 2021.05.07

진달래 활짝 핀 뒷산

뒷산에 진달래가 활짝 폈다. 봄이 찾아오는 속도도 세월이 흐르는 것만큼 빠르다. 뒷산은 꽃이 적은 편인데 그나마 봄 진달래가 제일 볼 만하다. 진달래 때문인지 평상시보다 산에 드는 사람도 많아졌다. 진달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가족의 모습이 보기 좋다. 뒷산에서 제일 먼지 피는 꽃은 생강나무다. 생강나무꽃의 노란색과 진달래의 분홍색이 이맘 때면 잘 어울린다. 산자락에 있는 매화도 만개해 있고, 목련도 꽃을 열기 시작했다. 산 어귀에는 현호색도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뒷산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봄이 되니 새들의 노랫소리가 다양해지고 볼륨도 높아졌는데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멀리서 박새, 곤줄박이, 딱따구리, 직박구리를 봤는데 그중에서는 박새가 제일 많다. 산을 내려오니 역시 참새들 세상이..

사진속일상 2021.03.26

봄 맞는 뒷산

두 달 만에 뒷산을 찾다. 명색이 산이랍시고 오랜만에 오르는 산길에 숨이 가쁘다. 이제 날이 풀렸으니 산과 다시 친해져야겠다. 마침 동서가 등산화 두 켤레를 선물해서 그 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산길을 부지런히 다녀야겠다고 다짐한다. 산은 봄 기운이 넉넉히 느껴지지만 시각적으로는 별 변화가 없다. 오로지 생강나무가 병아리 색깔의 꽃봉오리을 내고 있다. 이제 폭발하듯 봄꽃들이 다투어 필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산길에서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나무 사이를 두리번거린다. 귀를 쫑긋하니 여러 노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작은 새를 시야에 넣기는 좀체 쉽지 않다. 오늘은 딱따구리를 만나는 걸 목표로 하고 조심스레 탐색한다. 올라가는 길에 쇠박새를 처음 만나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딱따구리가 나무를 파는 소리가 ..

사진속일상 2021.03.06

2월 경안천 풍경

황새를 보려고 경안천에 나갔지만 이번에는 만나지 못했다. 혹여나 이곳 생활을 끝내고 이미 북쪽 나라로 날아가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그렇다면 정말 서운할 것 같다. 주말 휴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나오지 않았기를 바란다. 대신에 백로와 왜가리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둥지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낮에 먹이 활동을 할 때는 얘들은 철저히 독립적이다. 몇 시간이고 한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멍때리기의 달인들이다. 고독한 철학자의 고고한 모습도 연상된다. 이 두 마리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함께 움직이고 있다. 짝짓기 사전 단계가 아닐까. 백로가 날아가는 모습을 찍자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백로보다는 왜가리에 더 정감이 간다. 약간은 슬퍼보이기도 하고.... 백로나 왜가리에 비하면 늘 바삐 움직..

사진속일상 2021.02.07

천장산 숲길과 의릉

홍릉수목원 복수초를 보고 옆에 있는 천장산 숲길을 걸었다. 천장산(天藏山, 140m)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과 성북구 석관동에 걸쳐 있는 산으로 '하늘이 숨겨둔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조선 왕가의 묘지가 많은 연유와도 통하는 것 같다. 천장산 숲길은 길이가 2km 남짓 되는 짧은 길로 작년에 개통되었다.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1972년 7월 4일, 이후락의 난데없는 이 한 마디에 놀랐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런데 왠 걸, 몇 달 지나지 않아 10월 유신이 선포되었다. 건물 앞에는 그때 남북이 합의한 공동성명서 삼 원칙이 적혀 있다.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

사진속일상 2021.01.31

강릉 바닷바람을 쐬다

바닷바람을 쐬러 아내와 강릉에 다녀왔다. 올해 들어서는 첫나들이였다. 아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고 있지만, 다행히 코로나 기세는 한풀 꺾인 듯하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상쾌했다. 오늘 행선지는 안목해변, 솔향수목원, 굴산사지, 경포호로 잡았다. 일박을 하며 여유 있는 일정도 생각했으나 왠지 아직은 아닌 듯 싶었다. 밖에서 잠자고 식사하는 일이 꺼림칙한 게 사실이다. 역시 동해에 와야 바다다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기운차게 포효하며 밀려오는 파도 앞에 둘이 섰다. 안목해변을 따라 바우길 5코스가 지나간다. 길이 지나는 솔숲이 좋다. 갈 때는 모래사장을 따라, 올 때는 솔숲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걸었다. 사랑, 얼마나 오래 잠그고 싶은 걸까? 강릉시 구정면에 있는 솔향수목원은 23곳..

사진속일상 2021.01.21

경안천에서 황새를 보다

경안천에 새를 보러 나갔다가 운 좋게 황새를 만났다. 어렸을 때는 동네 앞 논에서 황새를 자주 봤는데 70년대에 들어서며 거의 멸종이 되었다. 20년 전부터 황새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고, 2015년부터는 자연 적응 기간을 거쳐 방사를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에 사는 황새는 100마리가 안 된다. 일부는 겨울을 나기 위해 북쪽 지방에서 날아온다. 내가 본 황새도 발에 가락지가 없는 걸로 봐서 러시아 쪽에서 날아온 겨울 철새로 보인다. 황새는 몸길이가 1m, 몸무게는 4kg가량 되는 큰 새다. 그래서 '크다'는 뜻을 가진 '한'이 변해 황새가 되었다. '큰 수소'를 뜻하는 황소 이름과 비슷하다. 논이나 하천 등 습지에서 살며 잡식성이지만 주로 물고기가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한 마리의 암컷이 한 마..

사진속일상 2021.01.15

2021년 첫 뒷산

소한 추위가 찾아왔다. 낮 기온도 영하 5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쌀쌀하다. 하지만 바람 없고 햇빛 쨍한 날이라 중무장을 하고 밖에 나섰다. 올해 들어 첫 외출이면서 첫 뒷산이다. 부지런히 걷다 보면 땀이 배다가 잠깐 머뭇거리면 싸늘해져 다시 모자를 푹 눌러 쓴다. 겨울 산길 위로 나무 그림자가 열을 맞춰 가지런하다. 정상 아래 나의 쉼터는 남향으로 양지바른 곳이다. 오래 앉아 있어도 추위를 잊을 정도로 따스하다. 심리적으로 느끼는 포근함이 더해진다. 한 번 앉으면 일어서기가 싫다. 코로나 탓인지 산길 옆에 있는 골프장은 적막강산이다. 처음으로 필드에 들어가 본다. 골프 선수나 되는 듯 가상의 공을 향해 빈 팔을 휘두른다. 와- 하는 갤러리의 환성이 들리는 것 같다. 현직에 있을 때 수능 검토위원으로 ..

사진속일상 2021.01.07

선녀바위의 저녁

한 해가 저물어가서 그런지 해 지는 풍경에 자꾸 끌린다. 이번에는 서해 영종도로 나갔다. 을왕리에서 일주일 만에 다시 처제 부부와 만났다. 서쪽 바다 끝에 짙은 구름이 끼어 있어 해는 연붉은 색깔을 잠시 보여주다가 구름 뒤로 숨어버렸다. 선녀바위 뒤에서 ND 필터를 끼고 30초 노출로 찍어본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노을을 보기 전에 선녀바위와 을왕리해수욕장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걸었다. 바닷길과 산길이 적당히 어울려 있는데 새로 만든 길이라 산뜻했다. 새로 설치한 출렁다리인데 코로나 때문인지 출입은 막고 있다. 산책로에서는 멀리 을왕리해수욕장이 보인다. 25년 전에 천문반 아이들을 데리고 별 보러 이곳까지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캠핑 장비에 무거운 망원경 두 개를 들고, 버스-전철-버스-배-버스를 타고..

사진속일상 2020.12.29

흔들리지 마

주말에 집에 찾아온 손주의 웃음소리를 뒤에 두고 뒷산에 올랐다. 낮에도 영하의 날씨였지만 산길은 따스하고 포근했다. 집에서 탈출하기는 힘들어도 산에 들면 기분이 환해진다. 이 좋은 길을 거의 한 달 만에 걷는다. 겨울옷은 주머니가 커서 좋다. 똑딱이 카메라는 주머니에 넣으면 딱 알맞다. 요사이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내던지고 휴대폰을 사용한다.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다 보니 굳이 다른 카메라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휴대폰 카메라에는 적응이 안 된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사진 찍는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때는 똑딱이라도 들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 "사진이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 주는 수단이다." 어느 사진가의 말이다. 사진은..

사진속일상 2020.12.20

코로나 겨울 속 경안천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으나 걸음걸이에는 활기가 없다. 공원을 걷긴 하지만 다들 마지못해 밖으로 끌려 나온 모습이다. 모두가 코로나 탓이다. 내 활동량도 코로나 전에 비해 거의 1/3로 줄었다. 덕분에 몸무게는 3kg이 늘어났다. 그나마 이만한 게 다행일 정도다. 이제 겨울이 왔으니 다른 해보다 더 깊은 겨울잠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경안천에 나갔다. 청석공원에서 상류 쪽으로 갔다가 오는 코스를 걸었다. 길섶에서 12월에 핀 민들레를 봤다. 요사이는 아침에는 영하 5도, 낮에는 영상 5도 내외의 날씨다. 싸늘하긴 하지만 해 나고 바람 불지 않으면 야외 활동하기에 괜찮다. 올해는 첫눈이 늦다. 청석공원은 산책로를 제외하고 전부 폐쇄되었다.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 ..

사진속일상 20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