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33

붓다의 치명적 농담

지인이 빌려준 책이다. 부제가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별기'인데 2011년에 나와서 현재 15쇄까지 찍었으니 종교 서적으로는 인기 있는 스테디 셀러라 할 수 있다. 불교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색다르게 접근하여 신선한 느낌을 준다. 내용이 알차서 맛있는 걸 먹듯 조금씩 야금야금 읽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한 번만 읽고 말기에는 너무 아쉬워 나도 새 책을 한 권 샀다. 옆에 두고 다시 읽어보려 한다. 지금으로서는 이 책을 논할 처지가 못 된다. 지은이는 불교를 불성, 번뇌, 반야라는 세 축으로 설명한다. 불교가 이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 설명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이 세계는 인간에 의해 구성된 세계다. 즉, 세계는 주관이 만든 환상이다. 그런 면에서 불교는 관념론에 가깝다. 그렇다고 객관적 실재를 부정하지..

읽고본느낌 2024.11.24

금강경[32]

"수보리여, 어떤 사람이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를 일곱 가지 보배로 가득 채워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고 해도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선남자 선여인이 이 가르침 가운데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거뜬히 받아 지녀 즐겨 읽고 절로 외우면서 이웃과 함께 나눈다면 이 공덕이 앞의 공덕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어떻게 함께 나눌 것입니까? 모양에도 생각에도 걸리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왜 그러하겠습니까? '나'라고 하는 모든 것들 꿈이요 허깨비요 물거품이요 '나'라고 하는 모든 것들 그림자요 이슬이요 번갯불이니 이렇게 보아야 하리 이렇게 보아야 하리." 님께서는 이와 같이 가르침을 마치셨네. 님께서 이렇게 가르침을 마치시자 행복하여 두 손 모은 장로와 모임에 함께한 비구 비구니와..

삶의나침반 2020.11.05

금강경[31]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누군가 '여래는 스스로 있는 나, 죽지 않는 나, 바뀌지 않는 나, 숨 쉬는 나, 이런 모든 나에 대한 견해를 가르친다'라고 생각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말하는 참뜻을 잘 알았다고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그런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참뜻을 바르게 알았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행복하신 분께서 말씀하시는 '스스로 있는 나', '죽지 않는 나', '바뀌지 않는 나', '숨 쉬는 나'는 참으로 그런 나가 아니라 그런 나라고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위 없는 깨달음에 마음 낸 님들은 있고 없는 모든 것들을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믿고, 이와 같이 깨달아서 그것들에 대해 '그것은 어떤 것이다'라는 생각을 내어서는..

삶의나침반 2020.10.05

금강경[30]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를 다 부수어 더 나눌 수 없는 작은 먼지로 만든다면 이 먼지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행복하신 분이시여, 참으로 많겠습니다. 저 먼지들이 참으로 '나'가 있는 먼지라면 부처님께서는 먼지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먼지는 먼지가 아니라 다만 먼지라 이름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란 곧 우주가 아니라 우주라 이름할 뿐이겠습니다. 우주가 참으로 '나'가 있는 우주라면 그것은 곧 길이 바뀌지 않는 한 덩어리의 우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는 '한 덩어리의 우주는 곧 한 덩어리의 우주가 아니라 한 덩어리의 우주라고 이름할 뿐이다'라..

삶의나침반 2020.09.14

금강경[29]

"수보리여, 어떤 사람이 '여래가 온다,' '여래가 간다,' '여래가 앉는다,' '여래가 눕는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내가 말하는 뜻을 바르게 알지 못한 사람입니다. 어디로 감도 없고 어디에서 옴도 없는 님, 그런 님을 '여래'라 부르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9('지금 여기'에 사는 삶, 威儀寂靜分) '여래'는 한자로 '如來'다. 잘은 모르지만 '(세상을 구하러) 오시는 분' 정도쯤 될까. 그렇지만 여래 자신은 옴도 감도 없다고 한다. 여래는 따로 바깥에 있는 분이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오셔서 나와 하나가 되었으니 이제는 너와 나가 구분되지 않는다. 그분이 오시면 '나'는 사라지고 그분의 빛으로 환해진다. 기독교에서도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은 내 안에 계신 예수를 보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늘..

삶의나침반 2020.09.05

금강경[28]

"수보리여, 어떤 보살이 갠지스 강 모래알 수만큼 많은 세계를 가득 채운 일곱 가지 보배를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 해도, 만일 누군가가 있고 없는 모든 것에는 '나'가 없다는 깨달음을 잘 견디어 이룬다면, 이 보살이 받는 복덕은 앞의 보살이 받는 복덕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수보리여,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보살들은 뛰어난 복덕마저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보살은 어떻게 복덕마저 받지 않는 것입니까?" "수보리여, 보살은 스스로 짓는 복덕을 탐내거나 그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복덕마저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 금강경 28(받지도 탐내지도 않는 복덕, 不受不貪分) 달마대사를 만난 양 무제는 자랑스레 물었다. "짐은 즉위한 이래 수많은 절을 짓고 경전을 출판하였..

삶의나침반 2020.08.25

금강경[27]

"수보리여, 그대가 만일 여래는 거룩한 모습을 갖추었기에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래는 거룩한 몸 모습을 갖추었기에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수보리여, 그대가 만일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사람은 모든 것의 끝남과 없어짐을 말한다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사람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것의 끝남과 없어짐을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7(끝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어, 無斷無滅分) 두 번째 대목에 주목한다. 번뇌에서 해방되는 게 깨달음의 목적은 아니다. 세속의 온갖 망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깨달음은 그 너머에 있다. 끝나거..

삶의나침반 2020.08.12

금강경[26]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서른두 가지 몸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겠습니다. 여래의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몸 모습으로 여래를 뵐 수 있겠습니다." "수보리여, 만일 여래의 서른두 가지 몸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다면 전륜성왕도 여래라 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로는 서른두 가지 거룩한 여래의 모습만으로는 여래를 뵐 수 없겠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네. 모습으로 나를 보려 하거나 말씀으로 나를 찾으려 하면 이는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 끝내 여래를 볼 수 없으리. - 금강경 26(모습이 아닌 진리의 몸, 法身非相分) 수보리의 대답이 갑자기 엉뚱하다. 지금까지의 수보리를 볼 때 이런 대답이 나올 리 없다. 수보..

삶의나침반 2020.07.27

금강경[25]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는 여래가 '나는 중생들을 괴로움에서 건진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생각합니까? 수보리여, 결코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왜 그러하겠습니까? 여래에게는 괴로움에서 건질 중생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래에게 괴로움에서 건져야 할 중생이 있다면 여래는 '스스로 있는 나'라는 생각, '죽지 않는 나'라는 생각, '바뀌지 않는 나'라는 생각, '숨 쉬는 나'라는 생각이 있게 될 것입니다. 수보리여, 여래는 '스스로 있는 나'는 '스스로 있는 나'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밝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있는 나'가 참으로 있다고 여깁니다. 수보리여, 저 밝지 못한 사람 또한 여래는 '밝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밝지 못한 사람이라 이름할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 금강경 25(교화할..

삶의나침반 2020.07.13

금강경[24]

"수보리여, 여기 십억이나 되는 우주, 그 가없는 우주에 흩어져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미산들이 있고, 누군가 이 수미산들만큼 많은 일곱 가지 보배를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고 한다면, 그리고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가르침 가운데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삶으로 받아 지녀 즐겨 읽고 절로 외우고 이웃들과 함께 나눈다면 앞의 공덕은 이 공덕에 백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만억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나아가 어떤 셈이나 말로도 미칠 수가 없겠습니다." - 금강경 24(견줄 수 없는 복과 지혜, 福智無比分) '성불(成佛)하십시오'는 불자들의 인사로 알고 있다. 부처와 같은 깨달음을 얻으라는 축원일 것이다. 예수를 닮는다는 '예닮'도 같은 의미라고 본다. 인류의 큰 스승님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

삶의나침반 2020.07.01

금강경[23]

"수보리여, 또한 이 진리는 평등해서 높고 낮음이 없기에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있는 나' '죽지 않는 나' '바뀌지 않는 나' '숨 쉬는 나' 같은 이 모든 나가 없이 온전한 가르침을 닦으면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수보리여, 여래는 '온전한 가르침이란 온전한 가르침이 아니라 온전한 가르침이라 이름할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 금강경 23(나를 비우고 온전하게 사는 삶, 淨心行善分) 이 분(分)의 제목에 나오는 '정심(淨心)'은 '깨달은 이의 마음'으로, '행선(行善)'은 '이 마음이 밖으로 드러남'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깨달음과 실천이야말로 불교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즉, 지혜와 자비다. 은 더 근원적인 부분을 짚는다. 지혜는 '지혜 없는 지혜'이고, 자..

삶의나침반 2020.06.16

금강경[22]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여쭈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부처님께서 얻으신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란 얻을 것이 없는 깨달음이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더 나아가 수보리여, 여래가 얻은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은 어떤 작은 법조차 얻을 것이 없는 그런 깨달음입니다.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란 그런 것입니다." - 금강경 22(얻을 진리가 없는 진리, 無法可得分) 사월초파일이면 동네 할머니들은 깨끗이 빨아 준비한 하얀 옷으로 단장하고 청계사로 갔다. 그 뒤를 아이들이 따랐다. 나도 외할머니를 따라나섰다. 외할머니 머리 위에서는 부처님께 드릴 곡식을 싼 보퉁이도 흔들리고 있었다. 청계사는 이웃 마을을 지나 야트막한 산을 넘으면 나왔다. 할머니들이 법당 안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절에서 주는 음식을 얻..

삶의나침반 2020.06.01

금강경[21]

"'나에게는 가르칠 진리가 있다.' 수보리여, 그대는 여래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에게는 가르칠 진리가 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곧 여래를 헐뜯는 일이 될 것이니 그것은 여래의 가르침을 바르게 깨쳐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말할 만한 진리가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수보리여,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이때 지혜의 아들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여쭈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오는 세상에도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믿는 마음을 낼 중생들이 있겠습니까?" "수보리여, 저들은 중생이 아니고 중생이 아님도 아닙니다. 수보리여, '중생이란 중생이 아니라 중생이라고 말할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

삶의나침반 2020.05.22

금강경[20]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처의 몸으로 부처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빛나는 부처님 몸만으로는 부처님을 뵐 수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부처님 몸'이란 '부처님 몸'이 아니라 '부처님 몸'이라고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생김새로 여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거룩한 여래의 생김새만으로는 여래를 뵐 수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여래의 생김새'란 '여래의 생김새'가 아니라 '여래의 생김새'라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20(몸도 여의고 생김새도 여의고, 離色離相分) 불교에서 불상이나 부처님 유골을 신성시하는 것은 오히려 깨달음의 길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종교에서 거룩한 ..

삶의나침반 2020.05.06

금강경[19]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사람이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세계에 일곱 가지 보배를 가득 채워 이 보배를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면 이 사람은 이와 같은 인연으로 많은 복을 얻겠습니까?" "그렇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이 사람은 그와 같은 인연으로 참으로 많은 복을 얻겠습니다." "수보리여, 만일 저 복과 덕이 참으로 '나'가 있는 복과 덕이라면 여래는 '복과 덕을 많이 받는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복과 덕은 결코 '나'가 있는 복과 덕이 아니기에 여래는 '복과 덕이 많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 금강경 19(법계와 하나 된 삶, 法界通化分) 도올 선생은 21세기 인류의 과제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가 자연과 인간의 슬기로운 공존, 둘째가 모든 종교와 이념간의 배타의 해소, 셋..

삶의나침반 2020.04.22

금강경[18]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에게 이 세상 눈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는 이 세상 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에게 하늘 눈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는 하늘 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에게 지혜의 눈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는 지혜의 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에게 진리의 눈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는 진리의 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에게 깨달음의 눈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는 깨달음의 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여래가 저 갠지스 강 모래..

삶의나침반 2020.04.12

금강경[17]

그 때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여쭈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선남선녀는 어떻게 순간순간을 살아가야 합니까?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선남선녀는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말씀하셨네.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선남선녀는 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나는 온 중생을 나 없는 행복으로 살아가게 하리라. 나는 온 중생을 나 없는 행복으로 살아가게 하되 한 중생도 그와 같이 살게 한다는 마음이 없이 다 그와 같이 살게 하리라." 왜 그렇겠습니까? 수보리여, 만일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보살이 '스스로 있는 나'가 있다는 생각, '죽지 않는 나'가 있다는 생각, '바뀌지 않는 나'가 있다는 생각, '숨 쉬는 ..

삶의나침반 2020.04.05

금강경[16]

"또한 수보리여,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가르침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는 일로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당한다면 이 사람은 지난 생에 지은 어두운 업 때문에 오는 세상에서 힘겨운 삶에 떨어져야 할 것이나, 이 일로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게 된 까닭에 지난 세상에 지은 업이 남김없이 사라져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수보리여, 이승지겁 저 헤아릴 수 없이 멀고 먼 옛날, 연등부처님을 만나 뵙기 전에도 여래는 팔백사천만억 하많은 부처님들께 공양 올리고 받들어 섬기기를 지나친 일이 없었습니다. 수보리여, 먼 뒷날 바른 가르침이 사그라지려 할 때 이 가르침을 거뜬히 받아 지녀 즐겨 읽고 절로 외우는 님의 공덕은 여래가 저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 공덕으로는 백에 하나, 천만억에 하나에도 미칠 수 ..

삶의나침반 2020.03.28

금강경[15]

"수보리여,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아침에도 갠지스 강 모래알 수만큼 많은 몸을 바쳐 널리 베풀고, 낮에도 갠지스 강 모래알 수만큼 많은 몸을 바쳐 널리 베풀고, 저녁에도 갠지스 강 모래알 수 만큼 많은 몸을 바쳐 베풀기를 헤아릴 수 없이 오랜 세월을 두고 하더라도, 누군가 이 가르침을 듣고 믿는 마음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이 사람의 복됨이 저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하물며 이 가르침을 베껴 쓰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이웃들에게 풀어 일러 주며 함께 나누는 사람이겠습니까? 수보리여, 간추려 말하면 이 가르침은 생각으로 생각할 수 없고 헤아림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없는 공덕이 있으니, 여래는 더불어 사는 삶에 마음 낸 이들을 위해 이 가르침을 말하고, 여래는 온전한 삶에 마음 낸 이들을 위해 이 가르..

삶의나침반 2020.03.20

금강경[14]

이 때, 이 가르침을 듣던 수보리 장로는 눈물 흘려 울었네. 깊은 가르침에 마음이 깨어 기쁨에 겨워 울었네. 장로는 부처님께 이와 같이 사뢰었네. "드문 분이시여, 행복하신 분이시여, 이렇게 깊은 가르침은 저는 지혜의 눈이 열린 뒤로도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어떤 사람이 이 가르침을 듣고 믿는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진실로 '참된 말씀이다'라는 마음이 생길 것이니, 이 사람은 마침내 가장 드물고 으뜸 가는 공덕을 이루게 될 것임을 알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참된 말씀'은 '참된 말씀'이 아니기에 여래께서는 '참된 말씀'이라고 하십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제가 이제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믿고 깨달아서 삶으로 받아 지니는 일은 어렵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바른 가르침이 희..

삶의나침반 2020.03.08

금강경[13]

이때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여쭈였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이 가르침을 무엇이라 이름해야 하겠습니까? 또 이 가르침을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말씀하셨네. "수보리여, 이 가르침은 '금강 같은 지혜를 이루는 길'이라 이름하십시오. 이와 같은 이름으로 이 가르침을 받아 지니십시오.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수보리여, 여래가 말한 '지혜를 이루는 길'은 '지혜를 이루는 길'이 아니라 '지혜를 이루는 길'이라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가 말한 가르침이 있겠습니까?"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없겠습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주, 그 가없는 우주를 이루는 먼지들이 아주 많지 않겠습니..

삶의나침반 2020.02.29

금강경[12]

"또한 수보리여, 이 가르침 가운데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풀어 말하는 님이 있는 곳이라면 이곳은 모든 세계의 하늘중생과 사람과 아수라들이 거룩한 땅으로 여겨 우러러 공양하는 곳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하거늘 하물며 이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 지녀 읽고 외우는 님들이 있는 곳이야 어떠하겠습니까. 수보리여, 이런 님들은 둘도 없이 귀한, 가장 으뜸 가는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니, 이 가르침이 살아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부처님이나 성스런 제자들이 머무는 곳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 금강경 12(존중해야 할 바른 가르침, 尊重正敎分) 19세기의 박해 시기에 천주교인을 사학죄인(邪學罪人)이라고 불렀다. 나만 정(正)이라고 고집하면, 나와 다른 것은 사(邪)가 된다. 나누고 분별해서 옳고..

삶의나침반 2020.02.20

금강경[11]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갠지스 강이 있다면 이 모든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는 많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많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갠지스 강만 해도 헤아릴 수 없겠는데 하물며 그 모든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이겠습니까?" "수보리여, 내가 이제 진실로 그대에게 말하겠습니다. 만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저 모든 갠지스 강 모래알 수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주, 그 우주를 가득 채운 일곱 가지 보배를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면, 수보리여, 그 복덕이 많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많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말씀하셨네.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가르침 가운데서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삶으로 받..

삶의나침반 2020.02.13

금강경[10]

부처님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이르셨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가 저 옛날 연등부처님 회상에 머물 때 그곳에서 얻은 진리가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서 연등부처님 회상에 머무실 때 그곳에서 얻으신 진리가 없겠습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보살이 깨달음의 나라를 빛내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깨달음의 나라를 빛낸다 함은 곧 빛냄이 아니라 빛냄이라 이름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보리여, 위 없이 바른 깨달음에 마음 낸 보살들은 이와 같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어야 할 것이니, 보살은 마땅히 모양에도 소리에도 냄새에도 물들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보살은 마땅히 맛에도 느낌에도 마음의 대상에도 물들지 않는 마..

삶의나침반 2020.02.05

금강경[9]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수다원이 '나는 수다원을 다 이루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수다원은 거룩한 삶에 들어간 성자이지만 진실로 들어가야 할 어떤 삶도 없는 성자이기 때문입니다. 모양에도 소리에도 들어가지 않는 님, 맛에도 느낌에도 생각의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 님, 이런 님을 '수다원'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다함이 '나는 사다함을 다 이루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사다함은 한 번 더 세상에 와서 깨달음을 이룰 성자이지만 참으로 오고 감이 없는 님, 이런 님을 '사다함'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나함이 '나는 아나함을 다 이루..

삶의나침반 2020.01.28

금강경[8]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사람이 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주에 일곱 가지 보배를 가득 채워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다면 이 사람이 받는 공덕이 많지 않겠습니까?" 수보리 장로가 사뢰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참으로 많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복덕은 복덕이라 할 것이 없는, '나 없는' 복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여래께서는 '복덕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수보리여,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가르침 가운데 네 구절의 게송만이라도 받아 지녀 이웃과 함께 나눈다면 이 복덕은 저 일곱 가지 보배를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린 공덕보다 뛰어날 것입니다. 왜 그러하겠습니까? 수보리여, 모든 부처님과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 하나같이 이 가르침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수보리여, 깨달음의 진리라..

삶의나침반 2020.01.21

금강경[7]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가 얻은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라고 할 무엇이 있겠습니까? 또한 여래가 말한 진리가 있겠습니까?" 수보리 장로가 부처님께 사뢰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제가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기로는 '이것이 위 없이 바른 깨달음이다'라고 할 그런 진리는 없겠습니다. 또한 여래께서 '이것이 진리다'라고 말씀하실 그런 진리도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알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진리도 아니고 진리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현자와 성자들은 나 없는 진리로 가르침을 나투시기 때문입니다." - 금강경 7(얻을 깨달음도 말할 진리도 없어, 無得無說分) '나 없는 진리의 가르침'이 한문으로는 '무위법(無爲法)'으로 나..

삶의나침반 2020.01.13

금강경[6]

수보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네. "행복하신 분이시여, 먼 뒷날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참으로 그렇다'며 바른 믿음을 낼 수 있는 님들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말씀하셨네. "수보리여,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여래가 열반에 든 뒤 오랜 세월이 흘러 바른 가르침이 사그라지려 할 때에도 맑은 삶을 가꾸고 따뜻한 지혜를 밝히는 님들이 있을 것이니, 이런 님들은 이와 같은 가르침에 쉬이 믿는 마음을 낼 것이고 이런 님들은 이와 같은 가르침을 참답게 여길 것입니다. 수보리여, 그대는 알아야 합니다. 이런 님들은 다만 한 분 부처님 또는 몇 분 부처님께만 깨달음의 씨앗을 뿌려온 님들이 아닙니다. 이런 님들은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들께 가지가지로 깨달음이 씨앗을 뿌려 온 님들로서, ..

삶의나침반 2020.01.03

금강경[5]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래의 몸 모습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겠습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의 몸 모습으로 여래를 뵐 수 없겠습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몸은 여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말씀하셨네. "있는 모습도 없는 모습도 다 허망하니, 모습이 모습 아님을 알면 곧 여래를 볼 것입니다." - 금강경 5(있는 그대로 보라, 如理實見分) '나 없는 나'는 응당 '여래 없는 여래'로 연결되지 않을까. 수보리에게 하신 부처님 말씀이 이 분(分)의 핵심이다. "있는 모습도 없는 모습도 다 허망하니, 모습이 모습 아님을 알면 곧 여래를 볼 것입니다[凡所有相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 참 아름다운 말씀이다. 무슨 의미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몰라..

삶의나침반 2019.12.27

금강경[4]

"또한 수보리여, 보살은 무엇에도 걸림이 없이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모습에 걸림 없이, 소리에 걸림 없이, 냄새에 걸림 없이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맛에 걸림 없이, 느낌에 걸림 없이, 생각의 대상에 걸림 없이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수보리여, 보살은 이와 같이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아가되, 어떤 모습이나 어떤 생각에도 걸림이 없어야 합니다. 왜 그러하겠습니까? 모습에도 생각에도 걸림 없이 베푸는 보살의 복덕은 모든 헤아림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동쪽 저 하늘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행복하신 분이시여, 저는 헤아릴 수 없겠습니다." "수보리여, 남쪽, 북쪽, 서쪽의 저 하늘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또한 그 사이 방향과 위아래의 ..

삶의나침반 2019.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