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87

겨울바람 / 박근태

달가닥 달가닥 황소바람 춥다고 창문을 두드린다 달가닥 달가닥 방에 들어오려고 틈만 나면 빠끔빠끔 내려다본다 따뜻한 방에 잠시 쉬었다 가라고 커튼 걷고 창문을 열었다 조금 추웠지만 상쾌했다 새해 아침이다 - 겨울바람 / 박근태 새해 첫날이라고 뭐 별 다른 게 있겠는가. 카톡의 수신 표시만 유별나게 자주 눈에 뜨일 뿐이다. 창문을 여니 여느 아침처럼 냉기가 쏴 하고 몰려온다. 크게 심호흡을 한다. 일흔이 되어서 맞는 새해는 덤덤하다. 기대도 없고 다짐도 없다. 이 나이가 되면 세월의 속임수를 어느 정도 눈치채기 때문이다.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할 텐데 과연 말처럼 쉬울까. 에 나오는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어지러움을 푼다[挫銳解粉]'는 구절을 떠올리며 음미해 본다. 나는 좀 더 무뎌질 필요가 있겠다. 그러..

시읽는기쁨 2022.01.01

문 닫으면 곧 깊은 산

몇 해 전 봄에 성북동에 있는 최순우 선생의 옛집에 간 적이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사랑방에 걸린 편액이 제일 눈길을 끌었다. 선생이 직접 쓴 글씨가 소박한 나무판에 새겨져 있었는데 내용은 이랬다. "杜門即是深山" "문을 닫으면 곧바로 깊은 산 속이 된다"는 뜻이겠다. 글씨 옆에는 '丙辰榴夏 午睡老人'이라 적혀 있는데, 병진년은 1976년으로 선생이 회갑이 되던 해다. 오수노인(午睡老人)은 선생의 호로 '낮잠 자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세상에서 떠나 유유자적하며 살겠다는 선생의 생각이 묻어 있는 글씨다. 요사이 이 글씨가 자꾸 떠오른다. 두문의 문(門)이 집의 현관문은 아닐 것이다. 응당 '마음의 문'으로 봐야 하겠다. '마음의 문을 닫는다'는 어떤 의미일까. 세상 속에 살면서..

참살이의꿈 2021.05.16

못난이 노자

노자(老子)라고 하면 흰 수염의 할아버지가 연상된다. 이름에서 풍기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못난이 노자'는 열아홉 살 고등학생이다. 그것도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그의 짝인 은정이도 비슷한데, 은정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왔다. 이 두 젊은이가 노자의 가르침을 익히고 따른다. 그런 역발상이 재미있다. 송기원 소설가가 쓴 는 두 젊은이의 생각과 삶을 통해 을 풀이한다. 그래서 아주 쉽게 쓰였다. 오래전 에 연재될 때 읽었었는데 단행본으로 나왔다. 은 81장으로 되어 있지만, 책에서는 12장만 선별하여 해설한다. "생긴 대로 살자." "못난이가 힘이다." "노자를 알면 천하무적이 된다." 이런 주제가 반복해서 나온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노자의 ..

읽고본느낌 2019.01.20

장자[147]

도는 귀로 들을 수 없다. 들었다면 도가 아니다. 도는 눈으로 볼 수 없다. 보았다면 도가 아니다. 도는 입으로 말할 수 없다. 말했다면 도가 아니다. 형체를 지각할 수는 있지만 그 형상(形狀)은 형상(形相)이 아니다. 그러므로 도를 이름 붙이는 것은 합당치 않다. 道不可聞 聞而非也 道不可見 見而非也 道不可言 言而非也 知形 形之不形乎 道不當名 - 知北遊 10 도덕경의 '道可道非常道'를 떠올리게 한다. 도는 귀로 들을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입으로 말할 수도, 마음으로 알 수도 없다. 인간의 감각이나 인지작용을 초월해 있다. 도를 말하는 순간 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도는 물을 수도 없다. 만약 누군가가 도를 물었을 때 무언가 대답한다면 그는 도를 모르는 자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모른다고..

삶의나침반 2010.12.12

장자[139]

그러므로 이르기를 도를 행함은 날마다 덜어내는 것이니 덜고 또 덜어 다스림이 없는 데 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스림이 없음은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故曰 爲道者日損 損之又損之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也 - 知北遊 2 이 부분은 노자 도덕경에도 나온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배움의 길은 날로 쌓아가는 것이며 도의 길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무위의 경지에 이른다. 무위는 못함이 없는 함이다. 모든 종교나 지혜가 가르치는 바는비움과 무욕이다.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로 변하듯 완성은 결국 비움과 덜어냄이다. '배움의 길'에서 '도의 길'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여기서 학(學)과 도(道)가 대비되어 있는데, 학(學)이란 나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

삶의나침반 2010.10.03

TAO[81]

진실한 말은 달콤한 밀어가 아니랍니다. 달콤한 밀어는 진실한 말이 아니랍니다. 진실한 사람은 말을 아낀답니다. 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진실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진실로 현명한 사람은 많이 알지 못하고 많이 아는 사람은 진실로 현명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쌓아 두지 않는답니다. 아낌없이 나누어 주지만 언제나 모자람을 모른답니다. 주면 줄수록 더 풍성해지니까요. 이것이 타오의 움직임이랍니다. 타오의 움직임은 이 세상에 덕을 줄지언정 해는 끼치지 않는답니다. 그러기에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일을 할 때 다투지 않는답니다. 다투지 않고 해낸답니다.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不積, 旣以爲人, 己愈有, 旣以與人, 己愈多. 天之道, 利而不害, 聖人..

삶의나침반 2007.04.05

TAO[80]

나는 희망합니다. 국경 없는 세계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은 멀고 먼 희망 사항일 뿐, 오늘도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마음으로나마 그려 봅니다. 나는 크지도 강하지도 않은 조그마한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조그마한 나라에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살고 싶습니다. 갖가지 도구가 준비되어 있지만 특별히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생명을 소중히 여겨 위험한 모험을 떠나는 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가용 없는 집은 없지만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다리로 걸어 다니면 좋겠습니다. 무기 없는 집은 없지만 그 무기를 쓸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가게를 열어 거래할 때도 간단한 셈으로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을에서 그런 사람들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넉넉하게 입을 수 있..

삶의나침반 2007.04.04

TAO[79]

그 어떤 위로의 말로도, 그 어떤 위로의 행위로도 미움과 원망이 가득한 사람이 마음속 감정의 찌꺼기를 깨끗이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만약 돈 때문에 서로에게 미움과 원망이 쌓인 것이라면 빌리고 꾸어준 사실을 잊어버리고 억지로 받아내려 애쓰지 마세요. 타오와 함께하는 사람은 다함이 없는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주고는 바로 잊어버린답니다. 타오의 다함 없는 세계에서는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풍성해지지요. 그래요, 원망은 그 뿌리가 깊어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잊는 것뿐이랍니다. 잊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답니다. 잊기 힘들거든 타오에게 손을 내밀어 보세요. 타오는 기꺼이 당신의 손을 잡아 줄 테니까요. 미움이라는 감정이 미움이라는 단 하나의 감정이..

삶의나침반 2007.03.31

TAO[78]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답니다. 이 세상에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요. 하지만 물은 단단하고 강한 바위를, 암석을 깨뜨리고 부술 수 있답니다. 그래요. 약함이 강함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기는 법이지요. 이를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힘은 천천히 멀리멀리 간답니다. 강물이 낮은 곳으로 천천히 흐르며 이 세상 모든 구정물을 받아들이듯이, 부드러운 힘을 가지고 이 세상 모든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바로 세상의 리더지요. 하지만 부드럽고 연약한 사람이 세상의 리더라고 주장한다면 누가 믿어 줄까요? 가끔은 바른 말이 그르게 들리기도 한답니다. 天下莫柔弱於水, 而功堅强者, 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

삶의나침반 2007.03.21

TAO[77]

타오의 움직임은 활시위를 당기는 것과 흡사하지요. 활시위를 힘 있게 팽팽히 당기려면 위쪽은 아래로 끌어내리고 아래쪽은 위로 끌어올려야 한답니다. 그것은 위의 남아도는 힘을 덜어 내서 아래의 부족한 힘을 채워 주는 것이지요. 타오의 넓은 마음은 남는 것을 덜어 내어 부족한 것을 채워 줍니다. 부유한 곳에서 덜어 내어 가난한 곳에 나눠 줍니다. 그래서 행복하지요. 하지만 사람의 좁은 마음은 부족한 곳에서 또 덜어 내어 남는 곳에 더 보탭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집니다. 그러니 불행하지요. 다만, 타오와 함께하는 사람은 남는 것을 덜어 내어 부족한 것을 채워 주려고 노력한답니다. 또한 그는 이루어도 뽐내지 아니하고 성공해도 집착하지 아니하며 똑똑해도 드러내지 아니합니다. 그래..

삶의나침반 2007.03.20

TAO[76]

사람은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죽어 있을 때는 딱딱하고 뻣뻣해지지요. 풀, 나무, 모든 생명체도 마찬가지지요. 다시 말해 딱딱하고 뻣뻣한 것은 죽음 가운데 있고, 부드럽고 유연하고 약한 것은 생명 가운데 있는 것이랍니다. 본디, 강하게 단련된 칼은 부러지기 쉽습니다. 지나치게 뻗대고 서 있는 나무는 바람에 꺾이기 쉽습니다. 그래요, 딱딱하고 뻣뻣한 것은 아래에서 밑동이 되어야 한답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것은 위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한답니다.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道,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折, 强大處下, 柔弱處上. 생명의 원형질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봄에 땅에서 올라오는 새싹이 그렇고, 갓난아이가 또한 그렇다. 그러다가 생명..

삶의나침반 2007.03.09

TAO[75]

정치나 인생이나 매한가지랍니다. 사리사욕에만 급급한 폭군이 인정사정없이 세금을 거두어들이면 백성들은 굶어죽기 십상이지요. 마찬가지로 헛된 욕망에만 집착하는 정신이 인정사정없이 육체를 혹사시키면 육체는 과로사 당하기 십상이지요. 폭군이 탐욕만을 좇는다면 정신이 쾌락만을 좇는다면 백성은 혹은 육체는 제 생명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겠지요. 그렇다면 쾌락의 정신에서, 탐욕의 폭군에게서 육체를, 그리고 백성을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부디 당신부터 삶을 귀히 여기세요. 사람을 귀히 여기세요. 삶은, 사람은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요. 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饑. 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

삶의나침반 2007.03.04

TAO[74]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하며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죽음으로 그들을 위협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야' 하며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면 사형 선고를 받아 마땅한 패륜아, 몇 명이나 나오겠습니까? 그리고 누가 감히 그들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그저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하늘을 대신해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장인을 대신해 나무를 깎는 일과 같습니다. 장인을 대신해 나무를 깎는 사람 치고 손 상한 사람, 누가 있겠습니까? 民不畏死, 奈何以死懼之, 若使民常畏死而爲奇者, 吾得執而殺之, 孰敢, 常有司殺者殺, 夫代司殺者殺, 是謂代大匠착, 夫代大匠착者, 希有不傷其手矣. 지금까지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지만, 노자는 2천여 년 전에 이미 사형제..

삶의나침반 2007.02.20

TAO[73]

무모함을 용기로 알고 날뛰는 사람은 죽고, 그런 무모함을 자제할 줄 아는 용기를 갖춘 사람은 삽니다. 하지만 어느 용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지 어느 용기가 세상을 해롭게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늘에 있는 타오의 몸짓이 어느 용기를 좋아하는지 어느 용기를 싫어하는지 아는 사람도 드뭅니다.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조차도 알 수 없으니까요. 하늘의 몸짓은 싸우지 않아도 어느새 승리하며 말하지 않아도 어느새 대답합니다. 부르지 않아도 어느새 찾아오며 서두르지 않아도 어느새 앞서갑니다. 하늘에 있는 타오의 몸짓은 커다란 그물과 같습니다. 듬성듬성 엉성한 그물이지만 아무도 거기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답니다. 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此兩者或利或害. 天之所惡, 孰知其故, 是以聖人猶難之. 天之道, 不爭而善勝, 不..

삶의나침반 2007.02.13

TAO[72]

이 세상 권위나 권력에 기죽지 않는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는 고귀한 권리가 깃들 테지요. 고귀한 권리를 행사할 줄 아는 참된 권위자가 될 테지요. 진정한 권위자는 자신이 사는 곳이 좁다고 여기지 않으며 자신이 태어난 곳을 싫증내는 법이 없지요. 왜냐하면 어디에 있든 이 세상 권위로부터 자유로우니까요. 무슨 일이든 싫증내지 아니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당신이 진정한 권위자랍니다. 정말로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기에 이 세상 권위에 굽실굽실하지 않는답니다.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억지로 어깨 세우지 않는답니다. 타오와 함께하는 고귀한 사람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답니다. 民不畏威, 則大威至. 無押其所居, 無厭其所生, 夫唯不厭, 是以不厭. 是以聖人自知不自見, 自..

삶의나침반 2007.02.10

TAO[71]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식이지요. 뭐든지 머리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환자나 다름없답니다. 지식병이라는 병에 걸린 환자 말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 이 병에 걸릴 수 있지만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온 타오를 만났을 때 우리는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답니다. 자신이 지식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아는 그 순간 이 병은 더 이상 병이 아니니까요. 知, 不知, 上, 不知, 知, 病. 夫唯病病, 是以不病,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 철학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philosophos'는 원뜻이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愛知者]이라고 한다. 즉, 신(神) 만이 지자(知者, sophos)이고, 인간은 다만 지(知)를 희구하는 유한적 존재일 뿐이라는 뜻이다. 따..

삶의나침반 2007.02.06

TAO[70]

내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실천하기 어렵지 않은데 왜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지도, 실천하려 하지도 않을까요? 내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치를 말해 주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답니다. 그러니 나를 아는 이 없고, 나와 함께하는 타오를 아는 이도 없는 것이랍니다. 아마도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나 봅니다. 별로 없으니까 드무니까 귀중한 존재겠지요. 이런 사람은 타오와 함께하는 사람은 가장 낮은 곳에서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의 가슴에는 반짝이는 별 하나가 숨어 있답니다. 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言有宗, 事有君, 夫唯無知, 是以不我知. 知我者希, 則我者貴, 是以聖人被褐懷玉. 진리의 가르침은 쉽고 단순하다. 황..

삶의나침반 2007.02.01

TAO[69]

내 이야기를 듣고 전술가들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내 편에서 먼저 공격하려 하지 말고 상대의 공격에 응하는 것이 더 낫다. 100m 전진하려 하지 말고 1km 후퇴해서 방어하는 것이 더 낫다. 이런 전술이라면 팔도 무기도 휘두르지 않으니까 적만큼 쉬 지치지 않는다. 결국 싸우지 않고 이기게 된다." 또 이런 말도 했답니다. "적을 깔보고 무시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짓이다. 결국 보물을 깡그리 잃게 된다. 그러니 서로 맞서 싸울 때는 뒤로 물러나서 지키는 쪽이 이기는 법이다." 이건 순전히 세상 전술가와 정치가의 생각일 뿐이랍니다. 나는 누군가 총칼을 들이밀 때, 내 목숨이 위험할 때, 그때만 싸우라고 말했을 뿐인데..... 언제나 어디서나 '싸우지 말라' 말했는데.... 이런 전술가의 말은 그저 남과 ..

삶의나침반 2007.01.26

TAO[68]

'앞에 서려 하지 않고 뒤에서 지켜 주세요' 훌륭한 장군은 병사들 앞에 서서 힘자랑하지 않는답니다. 훌륭한 장군은 먼저 싸움 걸지 않는답니다. 훌륭한 리더는 스스로를 낮추며 사람들 뒤를 따라가지요. 이를 '싸우지 않는 힘'이라고 한답니다. 싸우지 않는 것, 그 힘으로 사람들을 이끌 때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천하는 타오의 진정한 힘이랍니다. 善爲士者不武, 善戰者不怒, 善勝敵者不與,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 是謂配天古之極. 노자의 가르침은 현실을 지배하는 법칙과는 늘 상반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그 힘이 세상을 이긴다. 누군가가 이 세상을 '근육의 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인류 역사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남성적 힘이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이끈 것으..

삶의나침반 2007.01.25

TAO[67]

내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 건 알겠는데 뭔가 좀 허전해." 하네요. 그건 말이죠, 내가 말하는 타오가 정말로 크기 때문이랍니다. 만약 타오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작았다면 타오는 예전에 벌써 잊혀져 버렸을 거예요. 그럼, 내 얘기 좀더 들어 보실래요? 나에게는 보물이 있습니다. 세 가지 소중한 보물이 있습니다. 사랑, 소박, 겸손, 바로 이것이지요. 어머니의 사랑처럼 깊고 깊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용기가 생깁니다. 타오의 마음처럼 욕심내지 않는 소박한 마음이 있으면 널리 베풀 수 있습니다. 타오의 마음처럼 낮은 곳에 머무는 겸손한 마음이 있으면 으뜸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없는 용기와 소박한 마음 없는 사치와 겸손한 마음 없는 으뜸은 사람을 죽이는 독약..

삶의나침반 2007.01.17

TAO[66]

골짜기에서 흘러 흘러 강으로, 강에서 흘러 흘러 바다로, 이처럼 바다는 모든 골짜기와 모든 강을 리드하지만 낮은 곳에 머물려 합니다. 바다는 골짜기보다 강보다 아래에 머물려 하니까 모든 것을 리드할 수 있답니다. 마찬가지로 타오를 닮은 리더는 남보다 말과 행동을 아래에 두려 합니다. 남보다 뒤에 가려 합니다. 그리기에 사람들은 타오를 닮은 리더가 위에 있어도 무겁게 느끼지 않으며, 앞에 있어도 장애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타오를 닮은 리더를 지지하며 기꺼이 따라갑니다. 타오를 닮은 리더는 결코 싸우는 법이 없습니다. 리더가 싸우지 않으니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결코 싸우는 법이 없습니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是以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 是以聖人..

삶의나침반 2007.01.12

TAO[65]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식을 채우고 또 채워서 아이 스스로 자라날 수 있는 성장력을 앗아갈 때 그 아이의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그래도 부모들은 아이에게 지식만을 채워주려 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정보를 뿌리고 또 뿌려서 우리의 잔꾀가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경쟁심만 부추겨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지도자는 좀더 소박한 원리를 따라야 한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 바보 만드는 우민정치를 일삼으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랍니다. 그것은 균형과 조화의 문제지요. 지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타오의 에너지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무시당하기 일쑤이지요. 하지만 타오의 자연, 타오의 창조..

삶의나침반 2007.01.05

TAO[64]

아직 떨어지지 않았을 때 붙잡을 수 있듯이 아직 얽히지 않았을 때 풀 수 있답니다. 강하지 않을 때 부수기 쉬우며 무겁지 않을 때 들어 올리기 쉽답니다. 나라를 다스릴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민심이 사나워지기 전에 진정시켜야 하며 혼란스럽지 않을 때 다스리기 쉽답니다. 아름드리 나무도 가느다란 싹에서 자라나고, 90층 빌딩도 한 줌 흙에서 올라가며, 세계일주도 한 걸음부터 시작되지요. 허황된 미래만 꿈꾸는 사람은 성공을 모르고 큰일만 이루려는 사람은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실패를 모르고 작은 일부터 열심히 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답니다. 그러니 타오를 품은 사람은 오늘, 작은 일부터 시작하며 그 다음은 하늘에 맡기지요. 그러니 실패하는 법이 없답니..

삶의나침반 2006.12.29

TAO[63]

'무위(無爲) - 하지 않음' 이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얕은꾀를 짜내어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바로 이 무위에 우리가 모르는 타오의 말이 흐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답니다. 그 흐름이 우리와 함께함을 안다면 사소한 원망 따위 그 흐름에 흘러보낼 수 있을 테지요. 이 세상을 움직이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는 처음에는 아주 작은 힘이었답니다. 그 작은 힘이 점점 자라나 큰 힘이 되었지요. 그래요, 작은 것이 큰 것으로 자라나듯 쉬운 일에서 어려운 일이 자라나고 작은 일에서 큰일이 자라나지요. 그러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을 하려거든 쉬운 일부터 하세요. 세상에서 제일 큰일을 하려거든 작은 일부터 하세요. 그러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을, ..

삶의나침반 2006.12.22

TAO[62]

델타 저편에 바다가 있습니다. 바다는 깨끗한 샘물도 더러운 구정물도 모두모두 모아 모아 흘러갑니다. 모두모두 기쁘게 반긴답니다. 이 세상에 있는 타오의 몸짓은 그런 바다를 쏙 빼닮았네요. 타오는 착한 사람도 못된 사람도 모두모두 기쁘게 반긴답니다. 부자는 부자라서 반갑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해서 더 반갑고, 잘난 사람은 잘나서 반갑고, 못난 사람은 못나서 더 반갑고. 세상 사람들은 이 세상 리더에게 축하인사를 해야 할 때, 이것저것 값비싼 선물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타오를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마음의 선물로 준비한답니다. 그런데 왜 타오를 찾아갈 수 있는 지도냐고요? 타오는 착한 사람도 못된 사람도 모두모두 기쁘게 반기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낙원이니까요. 받는 이에게는 기쁨..

삶의나침반 2006.12.15

TAO[61]

큰 나라는 낮은 곳에 있어야 합니다. 강물이 흘러 흘러 낮은 곳에 이르러 기름진 땅을 이루듯이 큰 나라도 이와 같이 낮은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여성의 고요함이 남성의 마음을 끌어안듯이 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끌어안아야 합니다. 조용히 겸손하게 자기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그것이 타오를 품은 세계의 모습이랍니다. 크고 작은 강물이 흘러 흘러 함께 바다로 흘러가듯이 큰 나라가 자신을 낮추면 작은 나라도 더불어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대자연의 흐름에 따를 때 세계는 조화를 이룬답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 세계의 모습이 아닐까요? 大國者下流, 天下之交, 天下之牝, 牝常以靜勝牡. 以靜爲下, 故大國以下小國, 則取小國, 小國以下大國, 則取大國. 故或下以取, 或下以取, 大國不過欲兼畜人, 小國不過欲入事人, 夫..

삶의나침반 2006.12.08

TAO[60]

"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작은 생선 조리듯이 해야 하느니라." 이는 작은 생선을 조릴 때 이리저리 쑤셔 대면 모양이 망가져 버린다는 얘기지요. 마찬가지로 타오와 함께 하는 정치가는 이리저리 헤집지 않는답니다. 이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사는 게 괴롭지 않으니 사람들은 미신을 찾을 일이 없답니다. 미신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귀신이 사람들에게 해코지하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그러니 사람들은 귀신에게도 정치가에게도 시달리지 않는답니다. 미신의 세계에도 정치의 세계에도 보이지 않는 힘power이 자유자재로 흐르게 된답니다. 위에도 아래에도 두루두루 퍼지게 된답니다. 治大國, 若烹小鮮, 以道리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조심스러..

삶의나침반 2006.12.01

TAO[59]

본디 사람은 태어날 때 타오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당신에게 자꾸 빨리 하라고, 많이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합니다. 좀더 빨리, 좀더 많이 하라는 세상의 유혹이 그칠 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아, 이렇게 펑펑 퍼 쓰면 안 되지. 내가 이러면 안 되지' 하며 반성하고 에너지를 아끼고 또 아낀다면 당신은 곧 부활할 수 있을 테지요. 타오의 에너지를 굳게 지키며 남들이 구두쇠라고 놀려도 흔들리지 않고 당신의 내면에 타오의 에너지를 채우고 또 채웁니다. 그러면,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은 진정한 힘power을 얻을 수 있을 테지요. 그 어떤 시련이나 역경에도 굴하지 않으며 헤쳐 나갈 수 있을 테지요. 예기치 못한 그 어떤 일이 닥쳐도 대처할 수 있을 테지요. 그 어떤 변화에도 ..

삶의나침반 2006.11.22

TAO[58]

정부가 느슨하게 돌아가면 오히려 국민은 솔선수범해서 제 할 일을 다하고, 정부가 빡빡하게 돌아가면 오히려 국민은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며 게으름을 피우게 되지요. 그래요, 행은 불행을 낳고 불행은 행을 안겨 주는 세상. 그렇게 돌고 도는 게 세상이라지만 어디가 터닝 포인트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요. 바로 내일 일도 알 수 없지요. 바른 정치를 펼치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악의 전쟁을 일으키는 세상. 어제 진실이었던 것이 오늘은 거짓이 되는 세상. 참된 진리를 알 수 없지요. 이런 변화무쌍함에 사람들은 오랫동안 시달려 왔지요.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타오와 함께 해 보세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이것이다, 저것이다 편 가르지 않으며 자신은 둥글어도 남의 각진 것을 흉보지 않으며 자신의 예리함으로 남을 찌르..

삶의나침반 2006.11.22

TAO[57]

나라는 올바른 법으로 다스리세요. 전쟁은 기발한 병법으로 치르세요. 하지만 지구촌의 평화를 원하신다면 '쉿!' 침묵하세요. 왜냐고요? 나라마다 금지나 규칙을 만들면 만들수록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게 마련이죠. 무기를 지니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폭력배는 더 날뛰게 마련이죠. 새로운 지식이 생기면 생길수록 사람들은 더 바빠지게 마련이죠. 법규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정부패는 더 늘어나게 마련이죠. 이런 나라들이 모이고 모인다고 해서 지구촌에 평화가 찾아올까요? 진정으로 지구촌의 평화를 원하신다면 나라나 개인이나 상대의 자유를 존중해 주세요. 그리고 침묵을 사랑하세요. 자유와 침묵, 그것만 있다면 사람들은 절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모인다면 그러기만 한다면 분명 지구촌에는 ..

삶의나침반 2006.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