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히말라야에서 돌아오다

샌. 2009. 1. 24. 09:41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두 주일 동안 지낸 네팔에서의 시간은 나에게는 새롭고 경이로우며 행복했던 경험이었다. 그러나 귀국한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다. 내가 정녕 히말라야에 다녀왔는지 마치 한 바탕 긴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다. 인천공항에 랜딩할 때도 여기가 내 나라인지 이방인의 땅인지 헛갈릴 정도로 낯설었다. 그것은 네팔과 한국이라는 지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두 극단의 풍경과 문화에 대한 혼란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현실의 자리로 돌아오자면 앞으로도 여러 날이 걸릴 것 같다.

 

이번에 우리는 팀원 12 명에 포터 12 명, 가이드 2 명 등 총 26 명의 대부대였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샤브로베시까지 이동한 후 트레킹을 시작했다. 히말라야 랑탕 계곡을 따라 여러 날이 걸려 컁진곰파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랑시샤카르카에 다녀오고 4,484 m의 키모슝리에 올랐다. 다시 뱀부로 내려와 이번에는 히말라야 능선을 타고 고사인쿤드와 4,600 m의 패스를 넘어 카트만두 교외까지 걸어 내려왔다. 히말라야에서만 12박 13일, 어떤 구간은 고난의 행군이라 부를 정도로 힘들어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고소증에다 음식과 물, 잠자리가 불편하고 밤이면 추위까지 더해 고통이 심했다. 그러나 오후에는 녹초가 되어 롯지에 들어가더라도 아침이 되면 묘하게도 생기가 돌아왔다. 다행히 트레킹 기간 내내 날씨가 좋아서 원래의 계획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트레킹은 진행되었다. 이렇게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트레킹을 마친 것은 히말라야 신의 도우심 뿐만 아니라 경험 많은 팀원들의 세밀한 준비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히말라야를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의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히말라야는 단순히 멋진풍경이 아니라풍경 이상의 특별한 그 무엇이다. 히말라야에 들면 어떤 신령한 기운에 휩싸인다. 사람을 압도하는 산 뿐만 아니라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서도 신령한 기운은 서려있다. 히말라야와의 만남은 그런 존재들과의 영혼의 교감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히말라야에 감동하는 이면에는 인간의 본원에 연결되는 그런 교감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인간의 욕망이 배어들지 않은 태초의 모습이 히말라야에는 있다. 히말라야는 높고도 위대하며 순수하다. 그런 히말라야를 아무런 마음의 정결 의식 없이 찾아든다는 것이 히말라야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래서히말라야는 외경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싸주는 히말라야의 품은 포근했다. 히말라야에 오르면 하늘에 가까워지는 지는 것은 물리적 위치만이 아니라 우리 영혼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히말라야의 품에 안기면 우리도 빛이 되는 것 같다. 위대한 히말라야는 우리를 압도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 역시 위대한 빛의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히말라야가무엇인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한참 시간이 지나야 정리가 될 것 같다. 아니 영원히 아련한 안개속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 없다. 어차피 히말라야는 인간의 머리나 언어로 표현될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맑고 낙천적인 히말라야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불가사의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히말라야에는 문명화된 우리가 잃어버린 원형이 아직 살아 있다. 그런 점에서 히말라야는 우리 마음과 영혼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밤하늘의 별에 대해 인간이 알 수 없는 동경을 느끼듯 지상에서는 히말라야가그러한 것 같다.

 

헉헉거리며 4천 m급의 산을 오를 때 산소를 더 달라고 아우성치는 허파의 외침을 들으며 내 속에 내재하는 원시의 생명력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키모슝리에 올라서 이렇게 건방진 품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그러나 히말라야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겸손이었다. 그것은 위대한 힘과 장엄한 앞에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나에게서 겸손은 문명이 가르쳐준 가치관과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진정으로 위대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이기도 하다.

 

트레킹 틈틈이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랑탕 트레킹 이야기는 차차 정리해 볼 예정이다. 그것은 맛있는 곶감을 숨겨두고 몰래 하나씩 빼먹는 맛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만큼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은 나에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준 특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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