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 복효근

샌. 2008. 3. 17. 17:34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 복효근

 

맑고 아름답다. 착하고 고운 사람이라면 이런 사랑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사랑이 이같을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자취 없이, 집착 없이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사랑이 그리워 노래하는지도 모른다. 그대가 보고 싶어 하얗게 밤을 새워야 하고, 그대 이름을 부르며 바닷가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당신이 털어내기도 전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없다.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시의 제목 맨뒤에 나오는 '는'의 의미가 각별하다. 왜 '같이'가 아니고 '같이는'이라고 했을까? 그 말로 인해 이 시는 동화가 아니라 현실의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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