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양양, 속초 여행(2)

샌. 2025. 3. 1. 11:12

방음이 잘 안 되어 잠을 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밤 10시가 넘으니 시끄럽던 옆방도 조용해져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온돌방 바닥도 따스했다. 

 

일어나서 리조트 15층에서 바라본 영랑호 주변의 속초 풍경이 아스라했다. 아침 해는 빌딩 사이로 솟아오른 뒤였다.

 

 

리조트에서 나오는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바로 영랑호를 걸었다. 역시 바닷가에서는 아침과 저녁에 부는 해풍이 차고 거셌다. 그럼에도 설악산을 배경으로 한 영랑호 풍경은 아름다웠다.

 

 

원래는 한 바퀴를 돌 생각이었으나 날씨가 망설이게 했다. 결국 반 바퀴만 도는 것으로 수정했다. 산책로를 따라 벚나무가 도열해 있는데 봄에 오면 참 멋질 것 같다.

 

 

이번에는 범바위에 올라가 보았다. 위에는 거인의 공깃돌 같은 바위들과 영랑정(永郞亭)이 있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영랑을 비롯한 신라의 화랑들이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치고 동해안을 따라 서라벌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 영랑호 풍경에 매료되어 여러 날을 묵으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영랑호와 영랑정의 이름이 유래한 연유다.

 

범바위 위에서 영랑호를 내려다보며 1,400년 전 산천을 찾아다니며 호연지기를 기르던 신라의 화랑들을 상상한다.

 

 

강릉으로 향하는 길에 휴휴암에 들렀다. 절 마당에는 조오현 시인의 시비가 있었다. 제목은 '파도'.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千經 그 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절 앞 방생터에는 물고기를 낚아채려는 갈매기들이 가득했다. 돈을 위해 물고기를 잡고, 어떤 사람은 돈 주고 사서 방생하고, 이 악순환은 무엇일까.

 

 

이 이면상(二面像)은 어떤 의미일까? 손가락 사이에는 지폐가 끼어져 있고...

 

개운치 않은 느낌만 남기고 휴휴암을 떴다.

 

 

 

미디어 아트 전시관인 강릉 아르떼 뮤지엄에 들렀다. 잠시 동안 현란한 빛의 향연에 빠졌다. 다들 젊은이들이고 노인은 우리 부부가 유일했다. 의식을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이면서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현실이다. 어쨌든 색다른 구경거리였다.

 

 

산채비빔밥을 먹기 위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오대산농원에 들렀으나 때마침 식당이 쉬는 날이어서 허탕을 쳤다. 결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아내는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떠난 2박3일의 동해안 여행이었다. 여행지에서는 잘 버텼으나 집에 돌아와서는 드러누웠다. 회복하자면 며칠이 더 걸릴지 모른다. 즐거움의 과보는 어쩔 수 없는 일,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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