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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기쁨

그리운 몽매 / 유안진

샌. 2025. 9. 25. 08:21

떨어지는 꼬리별을 볼 때마다

걱정했지

저 별들이 다 떨어져

밤하늘이 깜깜해지면 어쩌나 하고

 

세상의 강물들이 다 바다로 간다는

선생님 설명에 겁났지

바다가 넘치면 어쩌나 하고

 

그 몽매(蒙昧)를 어디서 다 잃었나

아는 것이 너무 많아

죄다 모르고만 싶어지는

괴롭고 슬프다가 무서워지는

세상뉴스

 

- 그리운 몽매(蒙昧) / 유안진

 

 

지식이 인간을 영악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인간 본성에 관한 이론을 꺼낼 필요도 없이 세상을 지배하는 유식한 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답이 나온다. 세상을 망치는 것이 누구인가. 똑똑한 자들인가, 어리숙한 자들인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세상 이치다. 우리는 너무 많이 안 나머지 인간의 순수성을 내팽개쳤지 모른다. 가장 귀한 것을.

 

이 시를 읽으며 노자의 '무지무욕(無知無慾)'이 떠올랐다. 노자의 무지와 시인의 몽매는 서로 통할 것이다. 나는 무지를 겸손함으로 읽는다. 또는 경외심이리라. 꼬리별을 보며 밤하늘이 깜깜해질까 봐, 강물이 바다를 넘치게 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어찌 그립지 않으랴. 사람이든 문명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무지, 몽매가 뜻하는 바는 지정의(知情意)가 조화를 이룬 세상이리라.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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