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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천에서 어슬렁거리다

샌. 2025. 9. 28. 11:29

한양삼십누리길 1코스를 걸으려 했으나 남한산성으로 가는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경안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늘은 잔뜩 흐렸다.

 

쌍령교에서 바라보는 시내 스카이라인이 많이 변했다. 10층 이상 건물은 대부분 5년 이내에 세워진 것이다. 그동안은 우리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해제되고 몇 년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한 도시의 변모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천을 넘어 하류 방향으로 가려고 했으나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포기하고 근방을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어떤 사람은 신을 벗고 건너가기도 했으나 "뭐 그렇게까지"라며 나는 돌아섰다.

 

경안천을 건너는 길은 조금만 비가 와도 잠겨버린다. 제대로 된 통행로가 있었으면 싶으나 홍수 방지를 위해 더 큰 구조물은 세울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천변 공원에도 나무를 심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공익을 위해 사사로운 불편은 감내해야 한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 가운데서는 백로와 가마우지가 깃털을 다듬으며 쉬고 있다.

 

 

나도 따라 메타세콰이어 숲에서 잠시 쉬기도 하며...

 

 

천변 공원의 파크골프장은 경기를 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파크골프는 요사이 노년층에서 인기 있는 운동이라고 한다. 걷기와 친목을 겸한 괜찮은 스포츠로 보인다.

 

 

찌푸린 하늘처럼 마음은 회색빛이었다. 요사이는 내내 그렇다. 윗분도 감당하기 힘든데 아랫분까지 가세하여 심란하게 한다. 어젯밤에는 새벽 세 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아내도 그랬다. 첫째한테 어떤 전화가 오느냐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 듯 심한 감정의 기복에 시달린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4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는 보도를 봤다. 자살이 젊은 층을 넘어 이젠 중년에까지 1위를 차지한 사실에 참으로 착잡했다. 스피노자의 말은 마음의 태도를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직시하다 보면 사태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삶이 그렇게 간단하겠는가. 쉽사리 멈추거나 사라진다면 고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음 에너지가 감당하기 힘든 한계를 넘어서면 사람은 무너진다.

 

매일 기록하는 이 블로그가 내 마음의 다락방, 쉼터이기를 희망한다. 비록 어정쩡할 망정 스피노자의 '묘사'에 작으나마 해당하기를... 어슬렁거림 16,000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