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가족이 함께 고향에서 추석을 보내다 본문
자식이 출가한 후 딸, 손주들과 함께 고향에서 추석을 쇤 것은 처음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명절이면 같이 고향을 찾는 것이 상례였으나, 독립하고 나서는 그쪽 생활이 있는 만큼 모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마침 때가 맞았다.
첫째네는 우리와 동행했고, 둘째네는 버스편으로 내려와 합류하기로 했다. 장거리 운전을 하기에는 아직 자신이 없는 탓이었다. 버스 도착 시간에 여유가 있어 우리는 사인암에 잠시 들렀다.

고향의 어머니는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느리다. 입맛이 없다며 식사도 소량이고, 도무지 바깥출입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데 의욕 상실인 것 같다. 과거의 강인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어머니는 예전에 우리가 아프다고 하면 "엉그럭 부리지 말라"라고 나무라곤 했다('엉그럭'은 엄살의 사투리).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우리가 볼 때 어머니가 몸을 너무 사리고 엉그럭을 부리는 것 같다.
잔소리를 퍼붓고는 강제로 밖으로 모시고 나갔다. 여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걷기도 했다. 두 달만에 처음이었다.


손주들은 마당 텃밭에서 고추와 가지를 따며 즐거워했다. 도시 아이들에게 이런 체험은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이 얼굴 표정에서 드러났다.



둘째 손주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 고양이 먹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만나는 고양이마다 쓰담쓰담해 준다.

손주들 때문에 집안이 시끌하고 활기가 넘쳤다. 가정에서 아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만약 성인들만 있었다면 얼마나 서먹하면서 싱거웠을 것인가. 특히 명절이면 더 그렇다.

산속 주인 잃은 밭은 썰렁했다. 제멋대로 자란 들깨가 그래도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성묘를 마치고 추석날 오후에는 손주를 데리고 나가 희방폭포와 부석사를 구경시켜 주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다.




부석사에서도 고양이를 만났다.

가족이 함께 보낸 2박3일의 2025년 추석이었다. 어머니의 사고 여파로 가라앉은 집안 분위기였지만 손주들이 있어 그늘을 보완해 주었다. 세상에서 제일 건강하다고 자랑했던 어머니가 그날 이후 한 순간에 환자로 변했다. 무엇이 있어야 활기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극복해 내는 건 오로지 당신이 감내할 몫이 아니던가. 옆에서는 지켜보고 도와주기만 할 수 있을 뿐. 가을의 수확물 대신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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