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사기[55] 본문

삶의나침반

사기[55]

샌. 2025. 10. 18. 13:54

조선왕 위만(衛滿)은 본래 연나라 사람이다. 연나라는 그 전성기 때 진번과 조선을 공격하여 복속시키고 관리를 두어 요새를 쌓았다. 조선은 진나라가 연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요동군의 국경 밖 나라였다. 한나라가 일어났지만 그곳은 너무 멀어 지키기가 어렵다고 다시 요동군에 요새를 쌓고 패수(浿水)까지를 경계로 삼아 연나라에 속하게 하였다. 연나라 왕 노관이 한나라를 배반하여 흉노로 들어가니, 위만도 망명하여 1000여 명의 무리를 모아 머리를 상투 모양으로 틀고 만이의 차림새로 동쪽으로 달아나 요새를 벗어났다. 그리고 패수를 건너 진나라의 옛날 비어있던 땅 상하장에 살면서 점점 진번과 조선의 만이들과 옛날 연나라와 제나라에서 망명해 온 자들을 복속시켜 왕이 되어 왕검(王儉)에 도읍을 정했다.

 

좌장군은 두 군대를 아우르고 곧바로 조선을 급습했다. 조선의 재상 노인과 한음, 이계의 재상 삼, 장군 왕겹 등이 서로 상의하여 말했다.

"애초에 누선에게 항복하려 했으나 이제 누선은 체포되었고, 좌장군이 두 군대를 아울러 거느리고 있어 전세가 더욱 다급해졌다. 그들과 싸울 수는 없지만 우리 왕은 또 항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한음, 왕겹, 노인 등은 모두 도망쳐 한나라에 투항했으나 노인은 도중에 죽고 말았다.

원봉 3년 여름에 이계의 재상 삼이 사람을 시켜 조선왕 우거를 죽이고 투항해 왔다. 그러나 왕검성은 아직 함락되지 않았고, 우거의 대신 성사가 한나라를 배반하고 다시 관리들을 공격했다. 좌장군은 우거의 아들 장항과 재상 노인의 아들 최를 시켜 백성을 달래어 성사를 죽였다. 그리하여 조선을 평정하고 네 군을 두었다.

좌장군은 조정으로 불려와 공을 다투고 서로 질투하여 계책을 어긋나게 하였다는 죄에 연루되어 기시의 형에 처해졌다. 누선장군 역시 그 군사가 열구에 이르렀을 때 좌장군을 기다렸어야 하는데, 제멋대로 먼저 진격하여 많은 군사를 잃었으므로 주살되어야 했지만 속죄금을 내고 평민이 되었다.

 

- 사기(史記) 55, 조선열전(朝鮮列傳)

 

 

사마천이 기록한 우리나라 역사다. 한 무제 당시 고조선/위만조선을 정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BC 194년에 위만이 패수를 건너 동쪽으로 가 왕검에 도읍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패수(浿水)의 위치다. 학계의 주된 이론은 패수를 압록강으로 지목한다. 그렇게 되면 고조선의 영토는 한반도에 국한되고 수도 왕검은 평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패수를 중국 요동성에 있는 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면 조선의 강역이 중국 동북부 지역을 포함하는 넓은 영토가 된다. 더 많은 연구와 고증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위만이 죽고 손자인 우거(右渠)가 왕이 되었을 때 한나라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한 무제는 누선과 좌장군 순체에게 군사를 주고 조선을 정벌하도록 명령했다. 두 장군은 왕검을 포위했지만 손발이 안 맞아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제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공손수를 보냈고, 공손수는 공격에 소극적인 누선을 체포하고 순체에게 전권을 넘겼다. 순체가 공격하자 고조선 내부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우거 왕이 살해당하면서 고조선은 망하고 무제는 한사군(漢四郡)을 설치했다. BC 108년이었다. 전편에 나왔던 남월, 동월과 마찬가지로 고조선도 내부 분열에 의해 무너졌다. 

 

승리한 한나라는 낙랑, 진번, 임둔, 현도라는 네 개의 군을 설치했다는 내용을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웠다. 당시 교과서에는 한사군의 위치가 지도에 그려져 있었는데 한사군 이름과 함께 위치도 외워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외워도 자꾸 헷갈렸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배울 때 낙랑군의 위치는 평양 지역이었다. 패수나 왕검의 위치와 더불어 한사군 위치도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하북성이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주류 역사학계로부터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마천의 <사기>는 한사군의 위치를 특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패수와 왕검이 어디인가에 달려 있다. 내 머릿속에는 옛날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패수=압록강, 왕검=평양'이라는 등식이 깨지지 않고 있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기[57]  (0) 2025.11.17
사기[56]  (0) 2025.11.06
사기[54]  (0) 2025.10.11
사기[53]  (0) 2025.09.23
사기[52]  (0)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