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사기[57] 본문
사마상여는 탁씨 집에서 술을 마시며 거문고를 탈 때 문군은 문틈으로 그를 엿보고 마음이 끌려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와 짝이 될 수 없을까 봐 염려하였다. 연회가 끝나자 사마상여는 사람을 시켜서 문군의 시종에게 후한 선물을 주어 자기 마음을 은근히 전했다. 그러자 문군은 그날 밤에 상여에게로 도망쳐 나왔다. 사마상여는 곧바로 그녀와 함께 성도로 달려 돌아왔다. 그이 집은 네 벽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탁왕손은 몹시 화가 나서 말했다.
"딸은 아주 쓸모가 없다. 나는 차마 죽이지는 못하지만 재산을 한 푼도 나눠주지 않겠다."
사람들 중에는 탁왕손의 마음을 돌려 보려는 자도 있었지만 그는 끝내 듣지 않았다. 문군은 그러한 생활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견디지 못하여 말했다.
"장경, 함께 임공으로 가서 형제들에게 돈을 빌리면 생계를 꾸려 나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스스로 고생해야 합니까?"
사마상여는 문군과 함께 임공으로 가서 말과 수레를 모두 팔아 술집 하나를 사들여 술장사를 했다.
- 사기(史記) 57,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벼슬을 잃은 사마상여가 임공에 있는 탁왕손 집에서 기식하고 있을 때였다. 탁왕손에게는 혼자된 지 얼마 안 되는 문군(文君)이라는 예쁜 딸이 있었다. 사마상여는 거문고 솜씨로 문군의 마음을 앗은 뒤 탁왕손 몰래 함께 야반도주했다. 사랑에 눈 먼 젊은이의 탈주였다. 그러나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는 법, 둘은 임공으로 돌아와 형제들 도움으로 술장사를 시작했다. 문군이 아버지로부터 동정을 얻기 위한 전략이 성공하고, 결국 노비 100명과 100만 전을 받았다고 한다. 둘은 부자가 되어 성도로 돌아와 밭과 집을 샀고, 이를 발판으로 사마상여가 다시 정계로 나갈 수 있었다. 역사를 통해 수없이 반복되는 러브 스토리다.
사마상여는 여러 방면에서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특히 글솜씨가 뛰어나서 황제의 총애를 받았다. <사기>에는 그의 작품 여러 편이 소개되어 있다. 사마상여는 글로 한무제의 포부를 찬탄하며 정복 정책을 옹호했다. 사마상여가 글을 바치면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마음이 구름 위로 두둥실 올라간 듯하고 천지 사이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러니 아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사마상여는 서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개척하기 위해 황제의 사신으로 서남이에 파견되기도 했다. 사마상여는 정치가이기보다는 문학가에 가깝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용 문인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 사마천은 그의 글이 공허한 문사와 함부로 하는 말이 많지만 주된 뜻은 절약과 검소함으로 귀결한다고 평가한다.